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1032 챕터

제891화

은소혜가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진도하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그는 마당에 준비해 둔 불꽃놀이를 하나씩 점화하면서 외쳤다.“은소혜! 잠깐 나와봐.”“무슨 일이야?”은소혜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왔다.“나와봐.”진도하는 다시 한번 재촉했다.“알았어.”은소혜는 대답한 뒤 신발을 신고 방 밖으로 나왔다.그와 동시에 첫 번째 불꽃이 하늘로 솟아올랐다.펑.하늘 높이 치솟은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아름다운 문양을 그렸다.은소혜는 순간 멍하니 서 있었다.진도하는 그녀를 재촉했다.“어서 이리 와!”그제야 은소혜는 정신을 차리고 진도하의 곁으로 다가갔다.펑.펑.펑.마당에 준비된 불꽃들이 차례차례 터져 올랐다.끊임없이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화려한 불꽃이 하늘로 치솟아 별빛 반짝이는 밤하늘을 환히 밝혔다.은소혜는 진도하와 나란히 서서 하늘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불꽃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녀는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고개를 들어 눈물을 삼키려 애썼다.은소혜는 진도하가 이런 깜짝 선물을 준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놀랍고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 순간 진도하는 주머니에서 ‘은하수’라는 이름의 목걸이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생일 축하해.”은소혜는 진도하의 손에 들린 빛나는 목걸이를 보고 다시금 멍해졌다.“이거, 나 주는 거야?”진도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리 와. 내가 걸어줄게.”그제야 은소혜는 깜짝 놀라면서 목걸이를 받아들고 목에 걸었다.“마음에 들어?”진도하가 물었다.은소혜는 입술을 꽉 깨물며 대답했다.“응, 마음에 들어.”말을 끝내자마자 그녀는 진도하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은소혜는 진도하를 꽉 끌어안고 머리를 그의 가슴에 묻었다.“진도하,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렇게 깜짝 선물을 준비해줘서.”은소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이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진도하와 은소혜는 마당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고 그들 머리 위와 등 뒤에는 불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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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은소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혀를 내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말하면 이루어지지 않을 거야?”은소혜가 평소와 달리 귀여운 소녀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자 진도하는 순간 넋을 잃을 뻔했다.그는 자신을 꼬집으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괜찮아. 말해도 돼. 나머지는 네가 마음속에 간직하면 되잖아.”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그리고 진도하는 그녀의 소원에서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소혜의 부모님은 아마도 이 세상에 계시지 않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할까?’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사람이 정말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을까?’그는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어떠한 경지에 이르면 사람이 정말 시간을 거슬러 원하는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소혜야, 네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진도하는 진지하게 소원을 빌고 있는 은소혜를 보며 마음속으로 빌었다.소원을 빌고 난 은소혜는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정말 놀랄 만큼 멋진 생일을 경험하게 해줘서 고마워. 준비해 준 것들도 정말 고마워.”그러자 진도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네 생일이란 걸 알고 그냥 널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야.”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이 요 몇 년 만에 가장 즐거운 하루였어.”진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마당에서 느긋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들은 서로 더 가까워졌고 예전보다 훨씬 친구 같아졌다.시간이 흘러 새벽 세 시가 되자 진도하가 말했다.“이제 곧 해가 뜨겠다. 우리 들어가서 쉬자.”은소혜는 아쉬운 기분이 들었지만 아침까지 함께 있으면 하현진이 또 놀릴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제 쉬어야지.”두 사람은 미소를 주고받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사실 두 사람 모두 수련자였기에 잠이 필요 없었다. 한 달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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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진도하도 잠들 수 없었다.머릿속이 복잡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휴... 정말 괴롭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잠이 안 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나.”평소 같았으면 진도하는 잠이 오지 않으면 링 공간에 들어가 수련을 했을 테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잠도 오지 않고 수련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은소혜와 진도하 두 사람 모두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이것이 바로 행복한 순간 뒤에 찾아오는 고독의 증상이었다.사람은 즐거운 일을 마치고 나면, 혹은 감정이 고조된 후에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홀로 남겨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마치 휴가를 떠나 마음껏 놀고 돌아왔을 때 집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밖에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들은 지금 그 상태에 빠져 있었다.비록 방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조금 전 그 순간에 머물러 있었다.“자?”은소혜의 목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왔다.“아니.”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들만이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왜 안 자?”은소혜가 물었다.“모르겠어. 그냥 잠이 안 와.”진도하가 답했다.“나도 그래.”은소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들은 그렇게 별다른 주제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만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날이 밝아왔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하고 방 문을 열었다.그들은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지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둘 다 빗자루를 들고 어젯밤 불꽃놀이의 흔적을 청소하기 시작했다.그때 하현진이 앞마당에서 뒷마당으로 들어왔다.그는 두 사람이 마당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뛰어와서 말했다.“형님, 누님! 쉬세요. 제가 할게요.”그러고는 그들 손에 들린 빗자루를 재빨리 빼앗았다.하현진은 능숙하게 마당을 청소를 시작했다.은소혜는 마당에 서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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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은소혜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찰싹.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들어 그 남자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다.쿵.그러자 그 남자는 은소혜의 손길에 날아가듯 뒤로 쓰러지며 땅에 무겁게 떨어졌다.나머지 사람들은 당황하며 한 발짝 물러섰고 그들 중 일부는 재빨리 검을 꺼내 은소혜를 겨누었다.은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이른 아침부터 어디서 미친 개들이 짖고 있나 했더니 너희들이구나!”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뒤쪽을 돌아보았다.그들 뒤에는 나이가 서른 중반에서 마흔 초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성 두 명이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얼굴이 창백한 젊은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그 젊은 남자는 다름 아닌 어젯밤 진도하에게 맞아 갈비뼈 몇 대가 부러지고 기절했던 김승한이었다.중년 남성 두 명은 휠체어를 밀며 김승한을 진도하의 집 앞까지 데려왔다.김승한은 은소혜를 보자 창백했던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고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은소혜는 그를 혐오스럽게 바라보았다.김승한은 은소혜를 경멸적인 시선으로 훑으며 비꼬았다.“오호. 이거 꽤나 기운 센 여자네. 하지만 나한테 길들고 나서도 그렇게 날뛸 수 있을까?”김승한의 경박한 말에 은소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죽고 싶어?”곧 은소혜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김승한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그녀의 발길질은 망설임 없이 강하게 날아갔다. 은소혜는 김승한의 말에 완전히 화가 난 상태였다.툭.하지만 은소혜의 발이 김승한의 얼굴에 닿기 직전 김승한의 오른쪽에 서 있던 중년 남성이 발을 뻗어 은소혜의 발을 막았다.그러자 은소혜는 속으로 놀라며 멈춰 섰다. 그녀의 공격을 막아낸 중년 남성은 대부경 3단계에 이른 고수였다.김승한은 여전히 경박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정도밖에 안 돼?”은소혜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승한을 노려보았고 눈에는 분명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하지만 김승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두 명의 중년 남성에게 말했다.“대진아, 소진아. 저년 잡아! 내가 오늘 밤 잘 길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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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퍽. 퍽. 퍽.진도하와 은소혜는 대진, 소진과의 수백 번의 교전에도 불구하고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그들은 전투가 진행될수록 더욱 흥분하고 전의가 불타올랐다. 다양한 기술과 전술이 끊임없이 펼쳐졌고 양쪽 모두 진지하게 싸움에 몰입했다.그러나 대진과 소진의 마음속에는 점점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그들은 대부경 3단계 고수들인데 상대는 겨우 대부경 1단계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그들의 자신감은 점점 흔들렸다.이처럼 강력한 대부경 1단계의 상대를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은 당황했고 전투는 점점 어려워졌다.휠체어에 앉아 있던 김승한도 이 상황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대진, 소진! 너희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이겨야 할 거 아니야!”김승한의 목소리에 긴장이 고조된 대진과 소진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이제 끝내자!”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폭발하듯 방출되었다.진도하와 은소혜는 그 기운에 의해 멀리 밀려나갔다. 가까스로 자세를 가다듬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은소혜가 입을 열었다.“진도하, 물러나 있어. 이 녀석들은 내가 처리할 테니.”진도하는 잠시 망설였다.“혼자서 할 수 있겠어?”상대는 두 명의 대부경 3단계 고수였다. 진도하조차도 그들을 동시에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그가 자랑하는 ‘안전한 스타트’와 ‘귀환의 시간’이라는 검법을 사용해야 겨우 그들과 승부를 겨룰 수 있었겠지만 그마저도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은 없었다.하지만 은소혜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저놈들이 한 말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소혜의 몸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은소혜의 기세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영웅 같은 모습에 기품이 느껴졌다면 이제는 그 누구도 그녀를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무적의 기운이 온몸에서 넘쳐흐르고 있었다.그 광경을 본 진도하는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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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조심해!”진도하는 다급히 은소혜에게 외치고는 기운을 끌어모으면서 검을 단단히 쥐었다. 용음검에서는 희미하게 용이 꿈틀대는 듯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은소혜가 조금이라도 위험한 순간에 처하면 진도하는 바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하지만 은소혜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그녀는 대진과 소진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고작 이 정도야?”동시에 은소혜의 기세는 다시 한번 치솟기 시작했다.쾅.쾅.그녀의 기세는 한 단계씩 중첩되어 더욱 거대해졌고 어느덧 아홉 단계까지 겹겹이 쌓여 올랐다.이 순간 은소혜는 그야말로 전설 속의 여자 무신처럼 보였다. 그녀의 몸에서는 황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휘감았다.슉.은소혜가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디자 땅이 울리고 하늘이 흔들렸다. 주위의 공기는 그 자리에서 불타오르듯 팽팽해졌고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숨막히는 공포가 몰려왔다.김승한과 그의 부하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통스러워했고 하현진도 그 압도적인 기세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진도하는 재빨리 기운을 방출해 하현진을 보호했고 그제야 하현진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대진과 소진은 은소혜의 변화를 보자마자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게 대부경 1단계의 기세라고?’그들은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고 심지어 둘이 힘을 합쳐도 은소혜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러나 이미 활시위에 올린 화살처럼 멈출 수는 없었다.지금 대진과 소진이 들고 있는 검은 은소혜에게서 불과 30센티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기운에 닿기 시작한 상태였다.“죽어!”대진과 소진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동시에 외치며 검을 내질렀다.“덤벼!”은소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전신에 전사의 기운을 두른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칼이 그 순간 번쩍이며 내리쳐졌다.“열화전도!”은소혜가 외쳤다.그와 동시에 그녀의 칼날에서 뜨거운 불길이 솟아올랐다.대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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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으아악!”대진과 소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수축했고 그들은 공포에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기운은 이미 모조리 불타 사라져버렸다.이 순간 그들의 눈에는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공포로 가득 찼다가 점차 두려움과 경외심으로 변해갔고 마침내는 후회의 빛으로 물들었다.만약...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절대로 김승한을 따라 여기까지 복수를 하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만약’이라는 건 없었다.쾅.은소혜의 열화전도가 마침내 땅을 울리며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마치 사자의 포효 같았다.그 순간 천지가 어두워지고 그들 앞의 공간이 크게 흔들렸다. 모든 것이 붉게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여 그 안의 상황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저 불길에 휩싸인 장면만을 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그 중 유일하게 진도하만이 은소혜의 칼날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퍽.대진과 소진은 정확히 둘로 나뉘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은소혜는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칼을 거두었다.우르릉 쾅쾅.하늘과 땅이 잠시 이상 현상을 보이더니 이내 모든 것이 다시 고요해졌다. 주변의 공기도 점차 흐름을 되찾기 시작했다.은소혜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압도적인 기세도 서서히 사라져갔다.탁, 탁, 탁.은소혜는 김승한과 그의 부하들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러자 김승한과 그의 부하들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은소혜가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그들은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났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누구 하나 김승한의 휠체어를 밀어주려는 사람은 없었다.김승한은 놀라고 화가 나서 소리쳤다.“야! 너희들! 당장 내 휠체어를 밀지 못해?”그러나 이 순간 누가 감히 나서서 휠체어를 밀어주겠는가? 은소혜가 이미 그들 앞에 다가왔다.김승한은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부하들이 더 이상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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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퍽.김승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소혜는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붉은 손자국이 김승한의 얼굴에 선명하게 남았다.김승한은 순간 멍해졌지만 곧 분노로 눈빛이 불타올랐다.“네가 감히 나를 때려?”은소혜는 냉담하게 대꾸했다.“그래. 때렸어.”그녀의 눈빛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김승한은 이를 갈며 말했다.“내가 누구인지 정말 모르는 거야? 날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고는 있어?”그러자 은소혜는 갑자기 웃으며 되물었다.“그럼 넌 나를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고 있어?”김승한은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외쳤다.“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우리 집안이 청룡성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나 있냐고?”“하하...”그 말에 은소혜는 더욱 크게 웃었다.김승한은 계속 소리쳤다.“우리 아버지는...”그러나 그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은소혜의 칼이 번뜩이더니 곧바로 김승한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시끄러워. 정말로 내가 널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은소혜는 칼을 거두고 더 이상 김승한의 시신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조용히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진도하와 하현진은 은소혜가 자신들의 곁을 지나가는 동안 충격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은소혜의 실력이 이토록 강력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행동할 줄은 더욱 몰랐다.진도하는 그저 태초서원에 여자 무신이라는 존재가 있으며 그 여자 무신이 바로 은소혜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은소혜에게서 살기를 느낀 적은 없었고 그녀의 진정한 실력도 제대로 짐작하지 못했다.그러나 방금 대진, 소진과의 싸움을 목격한 뒤 그는 확신했다. 은소혜의 실력은 결코 자신의 수준을 밑돌지 않았다. 특히 그녀의 열화전도는 진도하를 놀라게 했으며 그녀가 ‘여자 무신’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자라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었다.진도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만약 내가 소혜의 칼을 막아야 한다면 과연 내가 견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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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하현진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진도하를 향해 눈길을 보냈다. 진도하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은소혜에게 다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살폈다.은소혜의 얼굴에는 의문만 가득했고 그녀의 눈빛에는 어떠한 살기나 적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에너지도 전혀 없었다.‘정말 소혜가 방금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진도하는 다시 한번 은소혜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네가 싸웠던 걸 기억 못 하겠어?”그러자 은소혜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는데. 최근에 나는 누구와도 싸운 적이 없어.”그녀는 대답을 마친 후에도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너랑 현진이 왜 이렇게 이상해? 밖에 나갔다 오더니 왜 이렇게 이상하게 굴어?”진도하와 하현진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믿기 어려운 듯 다시 한번 물었다.“정말 방금 있었던 일을 기억 못 하는 거야?”그는 은소혜가 어떻게 방금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조금 전 그녀가 제일 먼저 나서서 김승한과 싸우지 않았던가?은소혜는 여자 무신처럼 적들을 물리쳤는데 지금 와서 기억을 못 한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은소혜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거짓말하는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정말로 소혜가 기억을 잃은 건가?’그는 혼란스러워졌다.은소혜가 다시 말했다.“진짜로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줄곧 여기 앉아 있었단 말이야!”하현진은 그제야 말을 꺼냈다.“누님, 저랑 같이 밖에 나가요.”“밖에 왜 나가?”은소혜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가보면 알게 될 거예요.”하현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은소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를 따라 나섰다. 진도하는 코를 문지르며 두 사람을 따라갔다.저택 밖으로 나간 그들은 하현진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은소혜의 시선은 그녀가 반으로 갈라버린 대진과 소진을 향했고 이어서 몸이 분리된 채 땅에 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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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은소혜는 잠깐 상황을 파악한 후 문 앞에 누워 있는 대진과 소진의 기운이 아직 남아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들이 대부경 3단계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반면 목이 잘린 김승한은 수련자는 맞았으나 태서경조차 도달하지 못한 약한 존재일 뿐이었다.진도하는 은소혜의 말을 듣고 코를 문지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방금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들을 해치운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진도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은소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소혜야, 내가 만약... 이 사람들이 전부 네가 처리한 거라고 말하면 믿을래?”그러자 은소혜는 놀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게 말이 돼? 내가 그랬을 리가 없어! 나는 방금까지 줄곧 뒷마당에 있었어!”그녀의 반응을 보고 진도하는 거의 확신했다. 은소혜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방금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은소혜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게다가 내 실력으로 어떻게 대부경 3단계인 저 둘을 상대할 수 있겠어?”진도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그는 은소혜의 말을 믿었고 더 이상 이 문제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현진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었다. 분명 방금 은소혜가 그 모든 일을 해냈는데 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은소혜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사람들은 누구야?”진도하가 대답했다.“이 사람들은 김승한과 그의 부하들인 대진과 소진이야. 어젯밤에 내가 김승한이 여자를 괴롭히는 걸 보고 혼을 내줬거든. 아마 그것 때문에 보복하러 온 것 같아.”“아, 그렇구나.”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하현진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린 듯 불안한 기색을 띠며 진도하에게 다가왔다.“형님, 혹시 이 김승한이라는 도련님이 청룡성 부성주 김민식의 아들이 아니에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 바로 그 사람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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