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1032 챕터

제871화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어요? 과장 안 하고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요.”독고 청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진도하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청의 씨가 한 말이 은소혜 씨의 명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진도하의 말에 독고 청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그렇게 심각한가요?”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독고 청의는 설명했다.“사실 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수업 전에 사람들이 어제 오후에 두 분이 뭐 했는지 떠드는 걸 듣고 있었는데 그 얘기들이 너무 지나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나서서 진실을 말했을 뿐이에요.”그러면서 독고 청의는 답답한 듯 덧붙였다.“그때는 몰랐어요. 그 사람들이 내 말을 그렇게 부풀려서 온 서원에 퍼뜨릴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도하는 그의 설명에 콧방귀를 뀌었다.굳이 보지 않아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사람들이 자신과 은소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을 때, 독고 청의가 의기양양하게 나서서 사실을 말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즐겼을 것이다.독고 청의가 입이 가벼워 비밀을 잘 지키지 못한다는 건 진도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도하가 독고 청의를 탓하는 건 아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진도하는 남자여서 명성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사건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은소혜는 달랐다. 그녀는 여자고 아무리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명성이 훼손되는 건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일에 대해서는 독고 청의가 은소혜의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한 진도하는 독고 청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번 일은 청의 씨가 잘못한 거예요. 직접 가서 은소혜 씨에게 용서를 구해요.”그러자 독고 청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못 가요. 내가 가면 그 여자가 나를 죽일지도 몰라요.”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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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사과하라고요?”독고 청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정말 사과해야 해요? 사과를 하면 은소혜 씨가 분명히 사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할 텐데요...”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진도하는 독고 청의를 힐끔 보며 말했다.“청의 씨가 잘못했으니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상대방의 용서를 받아야죠. 그런 다음에야 이번 일로 생긴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야죠.”“그런데 은소혜 씨의 용서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독고 청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도 모르겠어요. 일단 은소혜 씨를 찾아봐요.”진도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독고 청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도하 씨가 나를 꼭 보호해줘야 해요. 은소혜 씨는 정말로 공격했단 말이에요!”그러면서 자신의 소매를 걷어 올려 진도하에게 팔을 내밀며 말했다.“봐봐요. 방금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진도하는 고개를 돌려 독고 청의 팔을 보았다. 그의 팔에는 붉은 멍이 가득했다. 진도하는 독고 청의를 약간 불쌍하게 생각했다. 하필 은소혜를 건드려서 이렇게 되다니.여자 무신이라고 불리는 은소혜가 호락호락할 리가 없었다.진도하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은소혜 씨의 실력에 비하면 청의 씨한테 이미 많이 봐준 거예요.”하지만 독고 청의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도하 씨가 좀 불쌍해지려고 하네요.”“뭐요? 내가 불쌍하다고요?”진도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독고 청의를 바라보았다.독고 청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둘이 정말 사귀게 되면 싸울 때마다 은소혜 씨가 도하 씨를 죽도록 때릴 거예요. 도하 씨는 분명 그 여자를 이길 수 없을걸요?”말을 마친 독고 청의는 재빠르게 도망쳤다.진도하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진도하도 알았다. 독고 청의가 자신과 은소혜를 이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다만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다.그리고 독고 청의는 진도하가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언젠가 독고 청의에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야겠다고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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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은소혜가 독고 청의를 보자마자 냉소를 흘리자 독고 청의는 몹시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진도하는 은소혜에게 말했다.“우린 소혜 씨에게 사과하러 온 거예요.”그러면서 독고 청의 팔을 살짝 쳤다. 그러자 독고 청의는 서둘러 은소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소혜 씨,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었어요.”하지만 은소혜는 다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사과는 필요 없어요!”독고 청의는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그는 진도하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다.진도하는 사실 이런 식으로 사과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은소혜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소혜 씨, 청의 씨가 진심으로 잘못을 깨달았어요. 용서를 바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제발 화만 풀어주세요. 이 일로 소혜 씨가 받은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최선을 다할 거라고 약속하더라고요.”은소혜는 걸음을 멈추고 진도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저 사람은 입이 없어서 도하 씨가 대신 말해주는 거예요? 그럼 밥도 대신 먹어줄래요?”“...”진도하는 은소혜의 직설적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난감한 표정으로 독고 청의를 바라보며 두 손을 벌렸다. 자신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더 말했다가는 은소혜에게 더 크게 공격받을 게 분명했다.독고 청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이를 악물며 은소혜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혜 씨,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용서하지 않더라도 제 잘못을 지나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꼭 이 일을 바로잡을 거예요. 절대 이 소문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할게요.”은소혜는 독고 청의를 힐끗 쳐다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태도가 확실히 부드러워진 것을 독고 청의는 느꼈다.그는 마음이 살짝 놓이면서 다급히 덧붙였다.“정말이에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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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네.”은소혜는 진도하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도하 씨가 내 세 가지 부탁을 들어주기만 하면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해줄게요.”진도하는 잠시 말이 없었다.“...”“뭐예요? 싫다는 거예요?”은소혜는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싫으면 더 이상 할 말 없어요.”그러고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독고 청의는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진도하의 팔을 급히 잡아당기며 외쳤다.“도하 씨, 빨리 대답해요!”진도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떻게 대답해요? 혹시라도 내가 할 수 없는 걸 요구하면 어떡해요?”독고 청의는 진지하게 말했다.“일단 대답부터 하고 봐요. 겨우 소혜 씨의 마음을 돌렸잖아요!”“...”진도하는 다시 망설였다. 그러자 독고 청의는 재빠르게 결정을 내렸다.“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도하 씨가 소혜 씨의 세 가지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하면 나도 도하 씨에게 세 가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할게요. 만약 소혜 씨가 정말로 어려운 일을 시킨다면 내가 대신 할게요.”“그래요.”진도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불안한 예감이 들었지만 지금으로선 독고 청의를 위해서라도 일단 수락하는 수밖에 없었다.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독고 청의는 기뻐하며 은소혜를 뒤쫓았다. 그녀를 따라잡자마자 그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로 소리쳤다.“도하 씨가 약속했어요!”은소혜는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정말요?”“네, 정말이에요.”독고 청의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도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도하 씨가 직접 말해봐요. 부탁 들어주기로 약속했잖아요?”진도하는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네, 맞아요. 부탁 들어줄게요.”진도하의 입에서 직접 대답을 들은 은소혜는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독고 청의를 흘끗 바라보고 말했다.“그럼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할게요. 앞으로는 더 이상 헛소리하지 마요.”독고 청의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머쓱하게 웃었다.“앞으로는 절대 소혜 씨와 도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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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그렇죠.”은소혜는 당당하게 말했다.“어쨌든 도하 씨가 내 세 가지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했으니 내가 생각나면 그때 가서 하면 되죠.”진도하는 속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은소혜는 진도하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 웃음을 참으며 덧붙였다.“걱정하지 마요. 내가 살인이나 방화를 시키진 않을 거니까.”은소혜의 말을 듣고 나서야 진도하는 겨우 표정을 되찾았다.사실 그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은소혜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시킬까 봐서였다. 그러나 은소혜의 말투로 보아 그녀는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없는 듯했다. 이 생각에 진도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진도하는 은소혜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그러니까 빨리 생각해봐요. 가능하면 3개월 안에 말이에요.”은소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도하 씨랑 뭔 상관이에요? 난 3개월 뒤에나 생각할래요...”진도하는 그 말에 속이 끓어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는 답답한 듯 말했다.“3개월 후면 난 청룡성을 떠날지도 몰라요. 그때가 되면 나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진도하의 말을 듣고 은소혜는 의아한 듯 물었다.“도하 씨가 청룡성을 떠난다고요? 그럼 다시는 안 돌아오는 거예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몰라요. 어쩌면 좀 있다가 돌아올지도 모르고,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요.”그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은 자신이 청룡성으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은소혜는 살짝 놀랐다.“어딜 가려는 거예요? 왜 다시는 못 돌아온다는 거예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무튼 3개월 안에 생각해내도록 해요. 그래야 내가 떠나기 전에 그 세 가지 부탁을 다 들어줄 수 있으니까.”은소혜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물었다.“3개월 후에 현무성에 있는 고풍서원으로 가려는 거예요?”말을 마치자마자 은소혜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죠. 만약 고풍서원에만 가려는 거라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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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진도하는 멈칫했다.은소혜는 진도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왜요?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요?”그러자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그저 부탁한 일이 너무 간단해서 그러죠.”그렇게 말하고 나서 진도하는 바로 물었다.“이게 첫 번째 부탁이 맞는 거죠?”“맞아요.”은소혜가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약속할게요.”진도하가 약속하자 은소혜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그 정도는 돼야죠! 도하 씨가 약속을 지킬 거라 믿을게요.”진도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은소혜를 자신과 함께 가게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세 가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이상 그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게다가 은소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진도하는 자신이 거절한다고 해도 그녀가 다른 방법을 써서 자신을 억지로라도 따라가게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차라리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 이제 그녀에게 해줘야 할 일이 두 개만 남았다.진도하의 약속을 받은 후 은소혜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태도도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그녀는 진도하에게 말했다.“도하 씨, 그때 돼서 몰래 빠져나가지 마요.”“그럴 일 없어요. 나도 시험에 참여해야 하니까요!”진도하가 말했다.“그래요!”은소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은소혜가 떠난 후 독고 청의가 진도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도하 씨, 정말 대초로 갈 생각이에요?”“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원래 고풍서원에서 돌아온 후에 독고 청의에게 말할 생각이었다.“그럼 나도 갈게요.”독고 청의가 말했다.“좋아요. 말 안 해도 청의 씨를 초대할 생각이었어요.”진도하가 미소 지었다.원래 진도하는 고풍서원을 떠난 후 바로 대초로 향할 때 독고 청의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려고 했었다.두 사람이 몇 마디 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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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진도하는 말했다.“청의 씨 생각을 말해 봐요.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는지 보자고요.”“좋아요!”독고 청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 생각엔 이 일을 덮으려면 더 큰 사건을 일으키면 돼요. 그러면 사람들은 그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은소혜 씨와 관련된 일은 자연스럽게 잊혀질 거예요.”독고 청의의 생각을 들은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거 좋은 생각이네요.”진도하도 독고 청의의 방법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독고 청의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지금은 더 큰 사건을 일으켜서 사람들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기만 하면 돼요.”“그럼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어요?”진도하가 물었다.“아직 모르겠어요.”독고 청의는 고개를 저으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도하 씨는 무슨 생각 있어요?”“없어요.”진도하는 독고 청의를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독고 청의는 그런 진도하를 보고 말했다.“됐어요. 이 일은 신경 쓰지 마요. 도하 씨는 그냥 마음 편히 쉬어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요.”그 말을 마치고 독고 청의는 덧붙였다.“어쨌든 내가 이 일의 영향을 줄여 놓을 테니 걱정하지 마요.”“알겠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독고 청의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 특히 독고 청의가 진지할 때는 더욱더 믿어야 했다.이 일은 일반 친구들끼리라면 농담으로 넘길 수 있겠지만, 진도하와 은소혜는 모두 주목받는 인물들이었기에, 독고 청의가 한마디 하자 사람들이 억지로 꾸며대고 과장하면서 소문이 퍼져 나갔다.그러면서 사실과는 완전히 멀어진 이야기가 되어 은소혜의 명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솔직히 은소혜는 이미 충분히 관대했다. 진도하가 그녀에게 세 가지 일을 해주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진도하는 독고 청의와 몇 마디 더 나눈 후 각자의 길을 갔다.진도하는 독고 청의와 헤어진 후 곧장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하현진이 뒷마당으로 허둥지둥 뛰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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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하현진은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당장이라도 도망치려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진도하는 하현진의 그 꼴을 보며 참으로 웃기다고 느꼈다. 은소혜처럼 이런 무신의 강력한 실력을 가진 인물이 하현진을 쫓으려 한다면 하현진이 집에서 도망칠 기회는 전혀 없을 터였다.은소혜도 웃으며 말했다.“정말이에요. 이제는 현진 씨를 어떻게 안 할 거예요.”하현진은 그 말을 듣고서야 안심하며 조심스럽게 몇 걸음 앞으로 나갔다.“하지만…”은소혜가 ‘하지만’이라는 세 글자를 내뱉자 하현진은 즉시 경계심을 품고 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소혜 누님, 설마 약속을 어기려는 건 아니겠죠?”은소혜는 ‘누님’이라는 말에 살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제야 예의를 차리네요? 아까는 소혜 씨라고 부르더니. 심지어 그 여자라고도 했잖아요?”그러자 하현진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누님,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함부로 말하지 않을게요.”은소혜는 손짓하며 말했다.“이리 와요.”“먼저 약속해줘요. 저를 혼내지 않겠다고 하면 갈게요.”하현진은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은소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알겠어요. 약속할게요. 현진 씨를 혼내지 않겠다고요.”그제야 하현진은 조금씩 문 쪽으로 다가갔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하고도 그는 여전히 은소혜에게 가까이 가지 않고 진도하의 뒤에 숨어 말했다.“누님, 저 여기 왔어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다시 고개를 숙여 숨었다.은소혜는 그런 하현진을 흘끗 쳐다보고는 말했다.“뒷마당에 가서 방 하나 청소해 줘요. 그럼 이번 일은 더 따지지 않을게요.”“알겠어요!”하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뒷마당으로 달려갔다.뒷마당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멈춰서서 혼잣말을 했다.“설마 소혜 누님이 여기서 지내려는 건가?”하지만 그는 그냥 생각만 했을 뿐 겁이 나서 은소혜에게 물어보지도 못했다. 괜히 그녀를 다시 화나게 할까 봐서였다.저택 문 앞에서 진도하는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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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진도하는 은소혜의 길을 막아서며 말했다.“소혜 씨가 여기서 지낼 수는 없어요.”“왜 안 되는데요?”은소혜는 걸음을 멈추고 반문했다.진도하는 은소혜가 자신의 비밀을 알아챌까 봐 직접적으로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머리를 쥐어짜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아무런 핑계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마지못해 말했다.“소혜 씨가 여기서 지내면 사람들이 수군댈 거예요.”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지금은 안 그러는 줄 알아요?”진도하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 태초서원의 사람들은 두 사람이 어젯밤을 함께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었으면 둘이 함께 서원으로 가는 걸 아침에 볼 리가 없다고들 했다.이때 진도하는 속으로 독고 청의를 원망했다.‘매번 쓸데없는 말을 해대더니 결국 나만 곤란해졌잖아...’하지만 진도하도 알고 있었다. 그날 아침에 그와 은소혜가 태초서원에 같이 간 걸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걸.은소혜는 진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왜 말이 없어요?”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그럼 도대체 얼마나 오래 여기서 지낼 생각인데요?”“청의 씨가 내 명예를 회복해주거나 도하 씨가 약속한 세 가지 부탁을 다 들어줄 때까지요.”“만약 남은 두 가지 일을 영영 생각해내지 못하면요?”진도하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럼 영원히 도하 씨 옆에 있을 거예요!”은소혜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우리 둘이서 부부처럼 같이 사는 거나 다름없잖아요?”진도하는 체념한 듯 말했다.은소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지며 진도하를 노려봤다.“도하 씨는 독고 청의 씨와 정말 똑같아요!”그러자 진도하는 뻘쭘해서 웃었다.사실 그는 일부러 이렇게 말해서 은소혜를 자극해 생각을 포기하게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은소혜는 더욱 결심이 굳어 보였다.“내 명예를 두 사람이 망가뜨렸으니 당연히 도하 씨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진도하는 더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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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진도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하현진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방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보았다.“소혜 누님! 누님께서 저 안 혼낸다고 했잖아요! 약속했잖아요!”곧이어 얼굴이 붉어진 은소혜가 방에서 따라 나왔다.“하현진, 이리 와!”하현진은 자신이 은소혜를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도하 뒤로 숨으며 외쳤다.“형님, 저 좀 살려줘요!”은소혜는 바로 진도하 앞에 다가와 말했다.“비켜요.”진도하는 얼굴이 빨개진 은소혜를 쳐다보고 다시 겁에 질린 하현진을 한 번 더 바라본 후 의아해하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은소혜는 화난 표정으로 하현진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녀석한테 물어봐요!”진도하는 고개를 돌려 하현진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야?”하현진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소혜 누님이 방을 정리해달라고 해서 정리했는데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그래서 저를 혼내려는 거예요.”하현진은 일부러 억울한 척했다.은소혜는 하현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저런 것도 정리했다고 할 수 있어?”그리고 은소혜는 진도하를 더 노려보며 말했다.“도하 씨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봐요.”은소혜의 날카로운 눈빛에 진도하는 억울하다는 듯 코를 만지작거렸다.“이건 소혜 씨랑 현진이 사이의 문제인데 왜 나까지 끌어들이는 건데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진도하는 결국 방으로 들어갔다. 하현진은 진도하가 방으로 들어가면 자신이 은소혜에게 맞을까 봐 두려워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진도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순간 멍해졌다. 그의 침대 위에 베개 하나가 더 놓여 있었다.‘어...’이 광경을 본 진도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하현진은 은소혜의 방을 따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진도하의 방에 단지 베개 하나만 더 얹어놓은 것이었다.그러니 은소혜의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진도하는 하현진을 흘깃 보며 비웃듯이 말했다.“하하... 너 혼나는 거 억울할 거 하나도 없어.”하현진은 억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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