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진이 방을 정리하는 동안 진도하는 은소혜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은소혜는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진도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것이 진도하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은소혜를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은소혜가 아직 화가 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진도하는 은소혜의 성격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항상 하현진을 혼내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손을 댄 적이 없었다. 태초서원에서 독고 청의가 그녀에게 큰 영향을 끼친 그때조차도 은소혜는 크게 화내지 않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혹시... 은소혜는 이 모든 일에 대해 진짜로 화난 게 아니라, 일부러 화난 척하는 걸까?’이 생각에 진도하는 몰래 은소혜를 힐끔 보았다. 은소혜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말이 없었지만 얇은 베일 아래로는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의 눈썹은 편안해 보였고 몸도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이 모습을 본 진도하는 점점 더 의심이 들었다.‘은소혜가 일부러 화난 척하는 걸까? 그렇다면 목적은 무엇일까?’진도하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은소혜가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진도하, 뭘 그렇게 쳐다봐?”은소혜도 슬쩍 말을 놨다.“아무것도 안 봤어.”진도하는 급히 부정했다.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노려보더니 말없이 돌아섰다.바로 그때 하현진이 방에서 뛰쳐나오며 말했다.“누님, 방 정리 다 됐어요. 한 번 와서 봐요. 마음에 드는지.”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쳐다본 후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간 그녀는 한참을 있다가 나왔다.“어때요? 마음에 들어요?”은소혜가 나오자 하현진이 달려가 물었다.“그럭저럭.”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은소혜의 대답을 들은 하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진도하와 은소혜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형님, 누님, 이제 두 분은 좀 쉬세요. 저는 주방에 가서 식사가 준비됐는지 보고 올게요.”“그래, 다녀와.”진도하
Last Updated : 2024-08-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