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선유야, 할아버지에게 고맙다고 인사해야지.”선유는 얼른 다가가 말했다.“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백년해로하세요!”엄준은 고개를 숙여 다리 옆에 있는 녀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우리 선유가 커서 꼬마 선유가 태어나는 것도 봐야지. 그러면 나도 증조할아버지가 될 수 있잖아.”선유가 배현수를 올려다보자 배현수가 차갑게 물었다.“왜 날 쳐다봐?”선유는 손가락을 조물딱거리며 말했다.“엄마, 삼촌, 할아버지의 선물이 뭔지는 다 알았어요. 하지만 아빠는 도대체 무슨 선물을 준비한 건데요? 왜 이렇게 감추고 있어요?”“내가 주는 선물은 돈으로 살 수 없어.”선유는 기대와 함께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그렇게 대단한 거예요? 설마 직접 문제집을 내주고 그런 건 아니죠?”도대체 녀석은 아빠를 얼마나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일까?...오후 5시, 엄명월이 엄씨 사택에 도착하지 않자 조유진이 전화를 걸어 물었다.엄명월은 전화기 너머로 불평을 토로했다.“오늘 재수가 없는지 운전하는데 누가 뒤에서 부딪혔어요. 경찰이 와서 처리하길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기다릴 필요 없어요. 언제 도착할지 몰라요.”조유진은 깜짝 놀랐다.“상황이 심각해요?”“심각하지는 않아요. 범퍼가 조금 눌렸을 뿐이에요.”한편 엄명월이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민 순간 이상하면서도 낯익은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휴대폰을 귓가에서 내려놓고 물었다.“또 당신이에요?”상대방은 미소를 짓더니 흉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사 씨, 또 만났네요. 우리 둘은 인연이 아주 깊은 것 같아요.”엄명월이 뒤를 돌아보니 멈춰 서 있는 검은색 허머차의 앞 범퍼는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멀쩡했다.“그쪽이 내 차를 들이받은 거예요?”상대방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눈 오는 날이라 길이 미끄러워 차가 통제가 안 되더라고요.”“운전면허 다시 따세요.”엄명월이 한마디 쏘아붙였다.이윽고 경찰이 와서 조사했다.“운전면허증 좀 보여주세요.”엄명월이 경찰에게 건넨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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