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언젠가 다시 만나요: Chapter 821 - Chapter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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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침대 사진? ?이 세 글자는 배현수를 완전히 화나게 했다.남자의 시커먼 눈동자는 잔뜩 움츠러들었고 가슴팍에 쌓인 울화통 때문에 숨이 점점 더 가빠졌다.예지은의 갑작스런 실종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나 있는 상태인 데다 조유진마저 다시 성남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배현수는 하루 종일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무릎 위에 늘어뜨린 손은 어느새 주먹을 꽉 쥐었고 눈꺼풀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배현수는 눈을 감고 불편한 느낌을 억지로 누르며 네티즌의 말에 답장하지 않고 대신 조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번이나 전화했지만 조유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이 제일 아니꼽게 여기던 엄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한참 동안 울린 후에야 연결되었다.전화기 너머의 엄창민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여보세요’라고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유진의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창민 오빠... 나 너무 괴로워요...”엄창민도 전화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조유진에게 집중했다.“힘들어? 어디가 아파?”“온몸이 간지러워요...”온몸에 천만 마리의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조유진은 무의식적으로 목덜미,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손끝에 힘을 주자 하얀 피부에 금세 핏자국이 하나둘씩 잡혔다.엄창민은 황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환희야, 함부로 긁지 마!”“못 참겠어요...”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부드럽고 온화하며 아름다운 것이 마치 비 오는 밤에 수양버들이 하늘하늘 날리는 것 같았다.이 목소리는... 평소 계곡의 맑은 샘물처럼 청량한 목소리와는 사뭇 달랐다.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는 배현수의 얼굴은 점점 차가워졌고 검은 눈동자는 더더욱 두꺼운 얼음으로 얼어붙은 것 같았다.“엄.창.민. 대체 유진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남자의 얼음장 같은 매서운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차갑게 전해졌다.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검정색 벤틀리 차 안.엄창민은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손을 잡으며 배현수에게 말했다.“내가 환이에게 뭘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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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마음이 너무 아픈 엄준은 엉겁결에 엄창민을 바라보았다.“안 되면 너라도...”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기에 엄준도 어쩔 수 없었다.엄창민은 난처해하며 실소를 터뜨렸다.“아버지, 진짜로 내가 나서면 내일 아침 환희가 저를 칼로 찔러 죽이지 않을까요?”엄준은 급한 마음에 주저하며 왔다 갔다 했다.이때 마당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이어 누군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집안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도 집사의 눈이 번쩍이더니 이내 소리쳤다.“어르신, 도둑놈 사위가 왔어요!”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그만 사실대로 말해버렸다.입이 방정이지... 도 집사는 손을 들어 자기 뺨을 세게 때렸다.황급히 배현수를 위층으로 안내하며 말했다.“드디어 오셨네요! 아가씨가 곧 얼어 죽을 것 같아요!”배현수는 밤새 운전해 성남으로 왔다. 밖에 눈이 내리고 있어 코트에는 아직도 겨울밤의 매서운 추위가 감돌고 있었다.얼굴빛은 더욱 어두웠다.“누가 몸을 담그라고 했습니까!”엄창민이 대답했다.“환희 스스로 요구한 거야.”배현수는 엄준에게 인사할 틈도 없이 욕실로 뛰어들었다.조유진은 옷을 입은 채 욕조에 앉아 온몸을 웅크린 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배현수는 그녀를 찬물에서 번쩍 안아 올렸다.옆에 있는 하녀를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문 닫고 나가세요. 내가 돌볼 테니.”“네...”하인이 나가 욕실 문을 닫자 문밖에 있던 엄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둑놈 사위가 그래도 제때 와서 다행이야.”...욕실 안에서 배현수는 젖은 조유진의 차가운 셔츠를 전부 벗겼다.의식을 잃을 정도로 차가웠던 피부에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자 조유진은 움츠러들었다.온몸이 너무 차가워서 뜨거운 물로 직접 샤워할 수 없다. 조금씩 열을 올려야 했다.배현수는 두껍고 건조한 커다란 목욕타올을 잡아당겨 그녀의 몸을 감싼 뒤 그녀를 안고 침실 침대로 옮겼다.3시간 가까이 찬물에 몸을 담근 조유진은 지금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제정신이 아니다.방안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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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성남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술자리는 방금 끝났다.재웅이 차에 앉자 스페인에서 걸려온 암호화된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걸려왔다.이어 전화기에서 웅장하고 위엄 있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웅아, 내일이 섣달그믐이라 아버지가 너를 위해 큰 선물을 준비했어.”재웅이 입꼬리를 올렸다.“가주님이 무슨 큰 선물을 준비하셨을까요?”“너의 원수인 예지은. 아직 살려뒀으니까 네가 와서 처리해.”깜짝 놀란 재웅은 눈을 부릅뜨더니 억지웃음을 지었다.“가주님의 큰 선물, 너무 감사합니다.”통화를 끝낸 재웅은 휴대폰을 옆에 던지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교활한 늙은이 같으니라고!”이 늙은이가 예지은을 잡은 이유가 그에게 섣달 그믐날의 선물을 주기 위한 것임을 믿지 않았다.하지만 늙은이가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가속 페달을 밟자 검은 차가 어두운 밤을 헤쳐나갔다....대제주시.검은색 쿨리넌은 소정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육지율은 별장에 들어간 후 차 키를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았다.오늘은 설날이다.남초윤의 야식으로 만두를 빚던 진씨 아주머니가 육지율을 보고 물었다.“도련님, 만두 좀 드시겠습니까?”육지율이 안 먹겠다고 말하려 할 때, 남초윤이 마침 위층에서 내려왔다.문명희의 말을 떠올린 남초윤은 결국 타협하는 태도로 물었다.“엄마가 내일 점심에 밥 먹으러 오래요, 가기 싫으면 거절할게요.”육지율이 가기 싫다고 하면 문명희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육지율은 눈꺼풀을 치켜올리더니 희미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눈빛은 희로애락을 알 수 없었다.“당신이 가고 싶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내가 가지 않기를 바라는 거야?”남초윤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서 있었다.그러자 육지율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녀 옆을 스쳐지나며 말했다.“내일 점심에 당신 부모님 댁에 먼저 갔다가 저녁에 우리 본가로 가서 저녁 먹어.”육지율이 이렇게 흔쾌히 대답할 줄 몰랐던 남초윤은 순간 어리둥절했다.육지율이 위층으로 올라간 후, 남초윤은 식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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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남초윤은 괜히 찔렸다.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본인이 왜 주눅이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밖에서 함부로 몸을 놀린 사람은 육지율이다.주눅이 든 마음이 이내 사라졌고 대신 솔직하게 말했다.“네, 나가려고요. 이혼 후 생활에 미리 적응해야죠. 육 대표님의 블랙카드는 육씨 집안 사모님에게 쓰는 것이지 남초윤이라는 사람에게 쓰는 게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에 내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에요?”육지율은 화를 내는 대신 피식 웃었다.“그래요. 너무 당연하죠. 나가서 이 사회가 얼마나 험난한지 겪어보면 알겠죠.”육지율은 다시 한번 귀띔했다.“대제주시에 남이 살던 집을 내놓은 매물도 많으니 사기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집 구할 때 친구 같이 다녀요. 친구가 경험이 있으니 더 잘 알 거예요.”정말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가슴에 남아있던 작은 미련은 대신 큰 손으로 변해 그녀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남초윤이 잠자코 가만히 있자 육지율은 그녀가 본인 결정에 생각이 바뀌어 이사 나가지 않기로 한 줄 알고 말했다.“남초윤 씨와 육씨 집안 사모님이 되는 것에서 굳이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으니 나에게 화나서 일부러 이사까지 가면서 고생할 필요는 없어요.”육지율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김성혁 씨 일은 내가 오해했어요. 요즘 설 연휴라 8, 9일 정도 휴가가 있는데 작년 겨울에 스위스의 그린드와르 마을에 다시 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1월 1일 티켓을 예약했는데 같이 기분 전환하러 갈래요?”남초윤은 주저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설마 그녀를 달래는 것인가?“가... 가고 싶지 않아요.”육지율은 모처럼 인내심 있게 행동했고 그녀가 거절당해도 안 좋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아니면 오로라를 보러 갈까요? 빙하도 보고?”얼굴을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는 육지율의 말투는 너무 부드러워 사람을 달래는 것 같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혼을 벼르던 두 사람이 지금은 어디로 여행을 가서 기분 전환을 할지 의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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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남초윤은 주먹을 쥐고 스스로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말했다.“김성혁 인터뷰를 가지 않은 건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이 말을 들은 남자는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무심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상관없어요. 별일 없었으니까 됐어요.”이유 따위 육지율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결과에만 신경을 썼다.육씨 집안 사모님이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남초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육지율 씨, 왜 유설영과 결혼하지 않았어요?”육지율은 심플하게 대답했다.“할아버지가 싫어해서요.”“그럼 나는요?”육성일이 유설영을 싫어하면 남초윤은 좋아하나?하지만 남초윤은 육씨 집안에 갈 때마다 어른들과 겉치레뿐인 인사만 주고받았을 뿐, 다른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권위가 높은 육성일은 당연히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데 힘을 쏟지 않는다. 게다가 그녀는 육지율의 아내인 만큼 어느 정도 체면을 줘야 한다.남초윤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은 단지 육지율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뿐이다.하지만 그런 친절함은 영원히 겉치레뿐이고 육지율처럼 육씨 집안 전체에 대해 소외감이 느껴졌다.높은 자리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 다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높은 곳에 오래 있으면 자연스레 가면을 쓴 채 사람들과 어울리는 버릇이 생기게 된다.사랑을 말하고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억지스러운 것처럼 보인다.육지율의 대답은 여전히 진심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심플했다.“적어도 유설영만큼 당신을 싫어하지는 않아. 당신은 나와 결혼한 것이지 할아버지와 결혼하는 것이 아니잖아. 할아버지 생각에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우리는 이미 부부이고 할아버지가 아무리 내키지 않아 하셔도 우리 앞에서는 참아야겠죠,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말이 끝날 때쯤, 그는 짜증이 난 듯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남초윤 씨, 하루 종일 허튼 생각만 하지 마세요.”남초윤은 눈앞이 점점 흐려지는 듯했다. 어찌 된 일인지 더 이상 깊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내일 저녁, 같이 육씨 가문에 가서 저녁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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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성남, 엄씨 사택.안방 온도는 점점 높아졌다.차갑게 얼어붙었던 조유진의 피부는 점점 불타오르는 듯했다.마시지 말아야 할 음료수를 마신 그녀는 온몸이 들끓고 있다. 가는 팔로 배현수의 목을 감싼 채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현수 씨가... 필요해.”남자는 그녀의 목덜미를 잡더니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알면서도 물었다.“유진아, 뭐가 필요한데?”깊고 부드러운 키스가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하지만 더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배현수는 일부러 조롱하며 말했다.“여보라고 불러봐, 그럼 줄게.”조유진은 두 다리로 그의 몸을 감싸더니 시뻘게진 눈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잠깐이었지만 그녀가 참고 있는 것을 배현수는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게 하려고 할 때, 조유진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여보...”아주 가볍고 낮은 목소리였지만 배현수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그녀와 깍지를 끼고 한 번 또 한 번 고조에 치달아다....다음 날 아침, 엄씨 사택의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오늘은 섣달 그믐날이다.도 집사는 선유를 불러 집안에 설맞이 데코레이션을 진행했다.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선유는 어젯밤 자기 전에 특별히 도 집사에게 아침 일찍 깨워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데코레이션을 같이 하겠다고 했다.하지만 키가 작은 선유는 데코레이션을 하는 데 힘이 많이 드는지 이내 멈추고는 부엌에 붙여야 할 것을 들고 말했다.“흥! 가서 사다리 갖고 올게요.”녀석은 씩씩거리며 사다리를 갖고 왔다.이 모습을 본 엄준은 호탕하게 웃었다.“사다리가 왜 필요해. 이 할아버지가 안아줄게. 네가 붙여.”눈 깜짝할 사이에 선유를 어깨에 태웠고 선유는 풀을 들고 문에 데코레이션 종이를 붙였다. 그러면서 계속 외쳤다.“할아버지, 조금만 더 높이!”엄준은 녀석을 높이 들어 올렸다.“됐어?”“됐어요! 됐어요!”도 집사는 가슴을 졸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어르신, 괜찮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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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배현수가 말했다.“어젯밤 찬물에 몸을 담근 탓에 새벽에 미열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괜찮은데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요.”그 말을 들은 엄준은 걱정된 듯 도 집사에게 지시했다.“도 집사, 의사를 불러서 환희 상태 좀 체크해 봐. 괜히 설에 아프면 안 되잖아.”“네, 바로 전화해서 오라고 하겠습니다.”선유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 어젯밤에 일찍 잤다. 배현수가 성남에 온 줄도 모르고 조유진이 왜 갑자기 아픈지도 모르기에 의아한 듯 관심조로 물었다.“엄마 왜 열이 나요?”배현수가 대답했다.“어린애는 몰라도 돼. 넌 데코레이션이나 계속해.”선유는 바닥에 있는 솔을 주워 풀 반죽을 묻히며 어이없는 듯 말했다.“할아버지가 안아주지 않으면 손이 안 닿아요!”배현수는 꼬마를 번쩍 들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얼른 붙여.”선유는 그의 어깨에 걸터앉아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아빠, 재촉하지 마요! 재촉하면 붙이다가 삐뚤어지니까!”배현수가 녀석의 속셈을 어떻게 알겠는가?“그렇게 굼뜨게 할 거면 붙이지 마.”다 붙인 후, 선유가 배현수의 어깨에서 내리며 새하얀 두 손바닥을 불쑥 내밀었다.배현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힐끗 봤다.“왜?”선유는 웃으며 말했다.“아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용돈 주세요!”새해 인사도 하고 세뱃돈도 받을 셈이었다.성남에 있을수록 아이가 점점 안 좋은 버릇이 든 것 같다.배현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세뱃돈 없어.”선유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실망한 듯 말했다.“아빠, 정말 재미없어.”녀석이 풀이 죽어 고개를 푹 숙인 모습에 배현수는 피식 웃었다.“곧 생일인데 선물 줄까?”그 말에 선유는 신이 나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뭔데요?!”“비밀이야, 내일 깨면 알겠지. 뭐.”“설마 돈 봉투는 아니죠?”배현수는 하찮은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촌스러운 거 아니야.”오전 내내 엄씨 사택에서는 주방에서는 설날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등 섣달 그믐날을 보낼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점심까지 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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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어젯밤 스캔들이 실검을 도배했을 때, 조유진은 찬물에 몸을 담그고 있어 인터넷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갑작스러운 배현수의 질문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요?”남자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자 분위기는 몇 초 동안 경색되었다.배현수는 거대한 파도가 소용돌이치듯 어두운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어젯밤 엄창민과 함께 우산을 썼잖아.”조유진은 잠시 멍해졌다.어젯밤의 상황을 힘껏 회상해 보니 그런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하지만...“밖에 눈이 오고 있었고 또 약에 중독되어 창민 오빠의 차에 탄 거예요. 오빠는 최대한 젠틀하게 나를 배려해 준 것이고요. 창민 오빠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그렇다고 엄창민이 그녀를 거기에 둔 채 다른 사람이 해코지하길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사람이라면 다 아는 기본도리이다.하지만 같이 우산을 썼다는 것은 배현수에게 아주 사적인 행동으로 커플과 부부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행동이다.애당초 조유진이 엄창민과 사귄다는 오해를 한 것처럼 말이다.그때 성남에 와서 조유진과 엄창민의 뒤를 밟고 그들이 고깃집을 가고 마트도 함께 가는 것을 보며... 이런 행동들이 극히 평범한 커플처럼 느껴졌기에 오해했을 뿐이다.지금 돌이켜봐도 너무 질투가 나 당장 심장이 불타오를 것 같다.배현수는 입술을 달싹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온몸으로 ‘나 좀 달래봐’라는 뜻을 풍기고 있었다.이 뜻을 알아챈 조유진은 문득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왜 혼자 성남으로 먼저 돌아왔는지 잊었단 말인가?아직 전에 화가 난 것도 따지지 않았기에 절대 그를 달랠 리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진지하게 말했다.“창민 오빠와 우산을 같이 쓴 것은 어제 상황이 특수했던 것도 있지만 평범한 친구들 사이도 우산을 같이 쓰잖아요.”배현수도 똑같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나는 내게 마음이 있는 여자와 우산을 같이 쓰지 않아.”어젯밤은 특수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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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배현수가 겨우 입을 열었다.“너희 엄마가 나를 모함하는 거잖아.”이 말은 선유에게 대답한 것이기도 했지만 조유진을 보고 한 말이기도 했다.조유진은 어리둥절해 하며 선유에게 말했다.“엄마도 생일선물 준비했어. 평안을 기원하는 자물쇠야. 새 옷도 한 벌 샀는데 이따가 마음에 드는지 입어 봐.”선유는 앙증맞게 고개를 끄덕였다.“응응! 엄마가 사주는 건 다 좋아!”잠시 후 위층에서 내려온 엄창민의 손에는 선물세트가 들려 있었다.“선유야, 너의 생일이니까 나도 선물 준비했어! 열어봐.”지체없이 선물세트를 뜯은 선유는 작은 손으로 박스 안에서 작은 왕관을 들고 나왔다. 특이한 것은 왕관은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왕관 위에는 알록달록한 보석이 박혀 반짝반짝 빛났다.선유는 깜짝 놀라 외쳤다.“와! 너무 예뻐요!”엄창민은 선유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공주님, 한번 써보세요.”녀석은 작은 왕관을 들고 자신의 머리에 올렸지만 삐뚤어지자 조유진이 손을 들어 몇 번 조정해줬다.선유는 작은 입을 벌리며 말했다.“창민 아저씨, 선물 고마워요! 마음에 들어요!”그 말에 엄창민이 대답했다.“그렇게 좋으면 앞으로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이해하지 못한 선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뭐라고 불러요? 아버지께서 엄창민이라고 부르는데 그럼 나도 엄창민이라고 불러도 돼요?”엄창민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삼촌이라고 불러봐!”선유는 바로 말했다.“삼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녀석은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하며 엄창민의 비위를 맞췄다.의자에 기대어 있던 친아버지는 순간 마음이 편치 않았다.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작은 선물에 조카딸 하나 공짜로 얻었네.”선유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아빠, 삼촌이 엄마에게 얼마나 잘해주는데요. 아빠가 없을 때 삼촌이 우리를 돌봐 줬어요!”어린아이들이 거짓말을 못한다고는 하지만 지금 이 말은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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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찬물을 끼얹은 듯한 배현수의 말에 선유는 아우성을 치며 단번에 화를 냈다.“아빠, 보는 눈이 없어요!”보석이 많이 박힌 이 왕관은 보기만 해도 매우 아름답다.엄마 말이 맞다. 아빠는 보는 눈이 없다.배현수는 못마땅해하며 눈살을 찌푸렸다.“보는 눈이 없는데 어떻게 엄마를 아내로 맞이하겠어?”“하지만 엄마가 아직 아내가 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잖아요!”선유가 마음먹고 대들면 감당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디스를 당한 배현수는 하마터면 ‘X발’이라고 외칠 뻔했다.조유진은 녀석을 잡아당기더니 머리를 빗겨주며 말했다.“삼촌이 선물한 왕관을 쓰니까 너무 예뻐. 아빠 말은 들을 필요 없어.”선유는 가슴을 치며 작은 손을 내저었다.“됐어요. 아빠랑 따지지 않을래요. 엄마, 사진 좀 찍어줘!”조유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왕관을 쓴 녀석에게 사진을 몇 장 찍어주려던 참이었다.이때 배현수가 또 입을 열었다.“어느 집 꼬맹이가 한 근짜리 황금을 머리에 쓰고 있어? 키도 다 안 컸는데 경추에 안 좋아.”선유가 대답했다.“아빠, 본인이 좋은 사람 아니라고 일부러 떠벌리고 다니고 싶은 거예요?”선유는 한참 동안 왕관을 들고 있더니 다시 왕관을 쓰고 엄준에게 다가갔다.“할아버지, 삼촌이 선물한 왕관 정말 멋지죠?”엄준은 녀석 때문에 웃음이 떠날 날이 없었다.“와! 선유야, 할아버지도 생일선물 준비했는데 뭔지 맞춰볼래?”“장난감이요!”엄준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장난감이 맞긴 해.”다만 장난감이 좀 크다.선유는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할아버지, 무슨 장난감인데요? 너무 궁금해요!”아빠 혼자만 뜸을 들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할아버지까지 뜸을 들이면 녀석은 어쩌면 오늘 밤에 잠을 설칠 수도 있다.엄준이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할아버지는 핑크색 승용차를 준비했어.”“어디에 있는데요!”선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찾지 못하자 엄준이 웃으며 말했다.“마당에 있어. 할아버지에게 없어! 나가서 찾아봐.”재빨리 마당으로 달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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