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967 챕터

제131화

강이진은 마음속의 원망과 불만을 꾹꾹 눌러버리고는 고개를 들어 선유에게 사과했다.“미안해. 아줌마가 잠깐 이성을 잃어서 너한테 몹쓸 짓을 했어. 아줌마 용서해줄 수 있어?”선유는 작은 입술을 달싹이며 눈앞의 나쁜 아줌마를 바라보더니 강이진의 체면을 그대로 산산조각내버렸다.“안 되겠는데요.”“너...”강이진의 성질이 다시 한번 나오려고 하자 옆에 서 있던 강이찬이 다급하게 강이진의 팔을 붙잡으며 그녀를 제지했다.그러자 그때 배현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잘못을 저질러서 사과하는 건 네 일이고 상대방에게도 사과를 거절할 권리는 있어. 강이진, 내가 네 책임을 더 추궁하지 않는 것은 네 오빠 얼굴을 봐서야. 하지만 다음부터는 네 오빠도 소용없을 줄 알아.”배현수의 말투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고 간략하게 말을 끝맺었지만, 그의 말속에서는 상위자로서 위압력이 느껴졌다.강이진은 고개를 숙인 채 더는 별다른 짓을 하지 못했다....강이찬과 강이진이 병원을 빠져나왔다.병원에서 나오자마자 강이진은 곧바로 자신의 본성을 드러냈고 강이찬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오빠도 봤지? 그 망할 년 현수 오빠랑 벌써 아이도 생겼다니까. 조유진 앞으로 분명 아이를 이용해서 미친 듯이 현수 오빠에게 들러붙을 게 뻔하다고! 강이찬, 넌 내 행복을 망쳤을 뿐만 아니라 너 자신의 행복마저 짓밟아 버렸다고.”“이진아, 너 지금 대체 뭐라는 거야? 빨리 타. 집에 가자.”“나 오빠랑 안 가! 집에 가면 또 나 혼낼 거지? 오빠 맨날 내 귀에 대고 얌전해야 한다고, 현수 오빠 좋아하지 말라고 잔소리하잖아. 그럼 강이찬 넌? 너도 친구 여자 탐내잖아!”“강이진, 그 입 다물지 못해?”강이찬이 갑자기 언성을 높이더니 강이진을 호되게 꾸짖었다. 하지만 강이진은 강이찬을 무서워할 리가 없었고 오히려 비웃음을 터뜨리며 비아냥거렸다.“왜, 내가 네 정곡을 찔러서 화 난 거야? 그렇게 조유진이 좋으면 왜 직접 쟁취하지 않는 거야? 왜 조유진이 거머리처럼 현수 오빠에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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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강이찬은 손을 빼내며 싸늘한 얼굴로 강이진을 거절했다.“난 너 안 도와줄 거야.”“강이찬, 네가 기꺼이 조유진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건 네 일이야. 그런데 나도 너처럼 찌질하게 살아야 하는 권리는 없어.”말을 마치자 강이진은 몸을 홰 돌리고는 하이힐을 신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차 옆에 선 채 멀어져가는 강이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강이찬의 미간 사이에는 온통 수심이 가득했다.강이찬은 강이진이 길을 잘못 들어설까 봐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런 날이 온다면 강이찬마저 그녀를 지킬 수 없을까 봐 무서워졌다.강이찬은 차 안에 기대앉아 피곤해진 마음을 가라앉혔다.이윽고 강이찬은 차 안의 사물함을 열고 담배 한 갑을 꺼내려는데 그때 웬 사진 한 장이 강이찬의 손가락에 닿았다.그 사진은 누군가에 의해 잘려 파손된 형태였고 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사실 사진 속엔 본래 세 사람이 나란히 있었다.강이찬, 조유진, 그리고 배현수.이 사진은 강이찬과 조유진이 유일하게 같은 앵글에 담긴 사진이었지만 이 또한 배현수 덕분이었다.당시, 강이찬과 배현수가 박사 학위 졸업사진을 찍고 있었고 조유진도 배현수를 보러 온 것이었다.신사적이고 예의하에 여성을 중간에 세웠었던 것이다.그리고 그 뒤, 강이찬은 무슨 정신에선지 배현수를 잘라버렸고 하여 이 파손된 사진 속에는 강이찬과 조유진만이 남아있었다.이 사진은 강이찬에 의해 비닐에 감싸져 소중히 보관되어 거의 새것처럼 깨끗했다.강이진의 말이 맞았다. 강이찬은 겁쟁이였다.강이찬은 조유진을 좋아했지만 결국 끝까지...조유진을 쟁취하지 못했다.그저 마음속의 이 설렘을 혼자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아 빛을 보지 못하도록 감추어 두었다.강이찬은 아직도 그때를 기억한다. 그해 여름 방학, 강이찬과 배현수는 기숙사를 나와 함께 셋집을 얻어 동거했었다. 그때 조유진은 아직도 학교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토요일 밤, 조유진은 충남으로 돌아가기 싫었지만 갈 곳이 없었던지라 배현수가 조유진을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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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차 부근에 도착하자 조유진은 그들과 함께 차를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머뭇거렸다.그러자 이미 차에 올라탄 선유가 조유진을 향해 외쳤다.“엄마, 빨리 차에 타요. 밖에 엄청 덥단 말이에요.”조유진은 배현수를 힐끔 바라보았고 배현수는 잠시 사색에 빠지는가 싶더니 이내 의미심장하게 말을 꺼냈다.“먼저 차에 타. 산성 별장에 도착한 뒤에 다시 보자고.”조유진은 그렇게 그들과 함께 차에 올라탔고 별장으로 향하는 내내 안절부절못했다.“엄마, 우리 지금 어디 가? 아빠 집에 가는 거야?”“응. 아빠 집에 가.”“근데 나 뚱이 안 챙겼는데.”“내가 챙겼어. 갈아입을 옷가지를 가지러 집에 들른 김에 캐리어도 다 갖고 왔지. 선유 물건 다 트렁크에 있어.”선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럼 엄마 물건은?”선유의 맑은 눈빛이 너무나도 순수하고 깨끗해 조유진은 차마 선유를 속일 수가 없었다.“내... 내 물건도 챙겼어.”녀석은 믿지 않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조유진을 심문하듯 추궁했다.“정말?”조유진은 그저 간단히 응하고는 화제를 돌려버렸다.“선유 항상 고양이 키우고 싶어 했잖아. 아빠 집에 예삐라는 치즈 고양이가 있어. 포동포동하고 엄청 귀여운데 조금 뒤면 볼 수 있겠네.”어쨌든 선유는 아직 어린아이인지라 금방 조유진의 말에 넘어가 버렸다.별장으로 향하는 길 내내 조유진은 선유에게 아빠 집이 얼마나 좋은지를 묘사해주며 최선을 다해 선유가 그 집이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그리고 곧이어 그들은 산성 별장에 도착했다.차가 별장 내부로 들어가고 눈앞에는 푸르고 싱싱한 잔디밭이 펼쳐졌다. 그뿐만 아니라 그곳에는 그네와 큰 풀장도 있었다.이미 전에 선유를 데리고 오기로 했던 터라 배현수는 특별히 서정호에게 분부하여 별장의 경관을 조금 더 아기자기하게 꾸미도록 하였다.수영장 안에는 여러 개의 튜브와 둥실둥실 떠다니는 미니 덕들이 가득했다.그리고 정원 입구에는 아이가 탈 수 있는 전동 미니카 한 대가 세워져 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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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배현수는 확실히 선유가 조유진을 떠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무척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긴 아픔보다 짧은 아픔이 낫다고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현실이었다.“굴레가 깊을수록 더 슬픈 법이야.”이 말뜻은 이미 깔끔하게 끝내기로 했다는 말이었다.서정호도 더는 여기에 말을 덧붙일 수가 없었다. 어쨌든 배현수가 이렇게 하기로 결정한 데는 분명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배현수와 서정호가 이윽고 집안으로 들어섰다.별장 안, 선유는 큰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집안을 살폈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누가 봐도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이대로 조유진이 자신을 떠날까 봐 무서워졌기에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고 조유진의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넓디넓은 거실에서 한 바퀴 돌고 난 뒤, 조유진이 부드럽게 선유에게 물었다.“선유야, 여기 어때? 마음에 들어? 여기에는 아빠도 있고 네가 좋아하는 치즈 고양이도 있고, 그리고 선유 그네 타기 좋아하잖아? 정원에는 그네도 있고 미끄럼틀도 있어. 앞으로는 선유와 그네 순서 뺏는 어린이도 없어. 놀고 싶으면 얼마든지 놀아도 돼. 좋지?”하지만 선유는 여전히 작은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 있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어 조유진에게 물었다.“그럼 엄마는? 엄마는 여기 좋아?”“나? 나야 당연히 여기 좋지. 여기는 이렇게 크지, 따뜻한 수영장도 있지, 선유 맨날 나한테 수영장 가서 놀자고 졸랐잖아. 좀 이따 튜브 들고 가서 얼마든지 놀아.”선유는 그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럼 엄마도 여기 있어, 어때?”조유진은 선유의 말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잘 숨겨왔다고 생각해왔었지만 뜻밖에도 선유가 모든 것을 눈치채고 말았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숙여 선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선유야, 미안해. 엄마는 여기에 있을 수 없어.”“왜? 엄마 나 버릴 거야?”선유의 눈가에서 두 줄기의 맑은 눈물이 이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조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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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미안해, 선유야.”조유진은 마음을 다잡고 있는 힘껏 선유의 손을 뿌리치고는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나섰다.“엄마!”선유는 조유진을 뒤쫓아 가고 싶었지만, 배현수에 의해 팔이 붙잡히고 말았다.“놔! 이거 놔! 이 나쁜 놈!”선유는 입을 벌려 자신의 송곳니로 배현수의 손을 있는 힘껏 물었다.하지만 배현수는 선유의 발악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조유진은 이미 사전에 택시를 불러놓았고 차는 이미 별장 입구에 멈춰서 있었다.조유진은 고개를 돌려 선유를 한 눈 더 바라보고 싶었지만, 눈물이 또르륵 굴러떨어지고 조유진은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다잡고 차 문을 열어 좌석에 앉았다.“기사님, 갑시다.”그렇게 택시는 점점 산성 별장을 떠나갔다.조유진은 뒷좌석에 앉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낮은 소리로 통곡하였다.한편 산성 별장 안, 선유가 헐레벌떡 뛰어나와 조유진을 뒤쫓았다.선유는 한편으로 눈물을 흘리며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달렸다.그러던 와중 너무 빨리 달린 탓에 발을 헛디뎌 바닥에 풀썩 넘어지고 말았다.“엄마... 흐엉엉...거짓말쟁이!”뒤따라 나온 배현수가 쭈그리고 앉아 조선유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앞으로도 너 보러 올 거야.”선유는 작은 입술을 한껏 삐죽이며 귀여운 눈으로 배현수를 한껏 노려보았다.“왜 우리 엄마 내쫓아요? 나쁜 놈 흐엉엉... 나 아저씨 싫어... 아저씨는 우리 아빠 아니야 흐엉엉...”선유의 원망에도 배현수는 화를 내지 않았고 선유를 한 번에 안아 들어 산성 별장으로 걸어갔다.별장 입구에 도착하자 선유를 내려주고는 선유의 손을 잡았다.배현수의 큰 손에 선유의 작은 손이 포개졌다.이윽고 배현수는 고개를 숙여 선유에게 말을 건넸다.“앞으로 여기가 바로 네 집이야. 이곳의 모든 것이 네 것이고 너도 곧 여기가 좋아질 거야.”“...”녀석은 여전히 훌쩍거리며 눈물로 얼룩진 작은 얼굴을 배현수에게 들이밀며 배현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흐엉엉... 난 여기 싫어! 여기에는 엄마가 없잖아요! 아빠가 분명 엄마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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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영원히?’영원이라기엔 너무 오랬다.조유진도 처음에는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영원히’라는 단어는 마치 밤하늘에 타오르는 불꽃처럼 한순간 아름답게 빛나다 사라지고 말았다.배현수는 귀여운 조선유의 얼굴을 보면서 진심으로 말했다.“영원까지는 아닌데 지금은 용서가 안 돼.”눈시울이 붉어진 조선유는 입이 삐쭉 나온 채 말했다.“그런데 엄마도 많이 속상해할 거예요. 할머니와 아빠 중에서 한 분만 선택하라고 했을 때 할머니를 선택하긴 했어도 아빠한테 미안해서 많이 속상했을 거예요.”조선유가 어린 나이에 선택이라는 고통을 알고 있을 줄 몰랐다.그렇다. 양자택일은 어느 것을 선택하든 옳고 그름이 없었다.그해 조유진이 배현수를 용의자로 지목하지 않았어도 조범이 충남 시장의 신분으로 그를 감옥에 보냈을 것이다.하지만 배현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뼈저리게 배신을 증오했다.만약 그해 자신을 용의자로 지목한 사람이 조유진이 아니었다면...그는 조선유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말했다.“아빠와 엄마 사이가 어떻든 선유는 아빠 딸이야. 엄마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겠다고 약속할게.”“아빠, 미안해요.”배현수는 멈칫하더니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아까 나쁜 사람이라고 욕해서요.”배현수는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그래서 지금은 아빠랑 말할 수 있겠어?”“응! 노력해볼게!”울어서 코맹맹이 소리가 났지만 조금은 도도해 보였다.그 부분은 배현수를 닮은 듯했다.배현수는 조유진과 많이 닮은 조선유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렸다.“6년 동안 엄마랑 잘 지냈어?”조선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절레절레 저었다.“잘 지냈다는 거야 아니면 잘 못 지냈다는 거야?”배현수는 궁금한 표정으로 조선유를 바라보았다.“상황에 따라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죠.”어른의 말투였다.배현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물었다.“어떤 부분이 좋았고 또 어떤 부분이 나빴어?”“아빠, 많이 궁금해요? 엄마를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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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소파에 앉아있던 배현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잡고 있었다.‘유진이는 알코올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데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장셰프가 다가와서 물었다.“대표님, 저녁에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십니까?”별로 입맛이 없는 배현수는 레고를 쌓고 있던 조선유에게 물었다.“선유야, 먹고 싶은 거 있어?”조선유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말했다.“음... 계란찜 먹고 싶어요.”“그러면 계란찜 준비하겠습니다. 만약 특별히 드시고 싶은 거나 가리시는 거 없으시면 오늘 메뉴대로 진행하겠습니다.”배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조선유는 레고 설명서를 들면서 물었다.“아빠, 이거 할 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요? 도와주세요.”잠깐 넋 놓고 있던 배현수가 듣지 못하자 조선유가 그의 다리를 툭 치면서 말했다.“아빠? 아빠도 멍때릴 때가 있어요?”“...”배현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설명서를 쭉 훑어보더니 레고를 마저 완성했다.조선유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물었다.“아빠, 아까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한 거 혹시 엄마예요?”배현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반포 술집.조유진과 남초윤은 모두 만취한 상태였다.육지율은 남초윤을 집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남초윤은 가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손을 뿌리치더니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 술 취했다고 어떻게 꼬셔서 호텔로 데려가 볼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꿈 깨요! 유진아... 유진아! 일어나봐!”남초윤은 진작에 취한 상태로 바에 엎드려 있는 조유진을 흔들었다.“자, 계속해서 마셔...”조유진은 한쪽 팔로 짚고 일어나더니 계속해서 술잔에 술을 부었다.바닥난 술병을 아무리 흔들어보아도 몇 방울밖에 흘러나오지 않았다.조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텐더에게 물었다.“술 더 주세요! 도수가 높은 거로요!”“손님, 더 마실 거예요?”바텐더가 술값을 계산 안 하고 도망칠까 봐 물어보는 줄 알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놓더니 말했다.“돈 있으니까 얼른 술이나 주세요!”바텐더는 냉큼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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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저기요... 저는 남편이 없는데.. 혹시... 카톡 추가하실래요?”딸꾹질까지 하는 그녀의 모습에 육지율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완전히 인사불성 된 모양이었다.그리고 한쪽에 있는 조유진의 상태는... 남초윤보다도 더 심각했다.술병을 하나 들고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중얼거리면서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무슨 노래야... 정말 별로네...”남초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유진아, 네가 가서 불러. 네가 훨씬 더 잘 불러!”“하하...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조유진은 술병을 들고 비틀비틀 무대로 걸어갔다.무대 앞에 낮은 계단이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발에 걸려 중심을 잃으면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됐어... 이대로 그냥 죽지 뭐.’이대로 죽자는 생각에 발버둥도 치지 않았다.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아프지는 않았다.누군가 길고 단단한 팔로 따뜻하고 넓은 가슴에 그녀를 안았다.눈을 뜬 조유진은 눈앞에 놓인 익숙한 얼굴에 놀라면서 손에 쥐고 있던 술병을 그대로 놓고 말았다.“쨍그랑!”술병이 깨져 술이 흘러나왔다.배현수는 어두운 눈빛으로 차갑게 쳐다보았다.“미친 거 아니야?”‘미쳐? 난 안 미쳤는데? 그냥 죽고 싶을 뿐이지.’“현수 씨? 아니... 왜 여기에... 역시 술에 취하면 환각이 보인다니까...”‘현수 씨가 왜 여기에? 날 찾으러 술집까지 온 건가? 말도 안 돼.’조유진은 그의 팔목을 잡고 겨우 중심을 잡고 일어섰다.취기로 인해 평소에 부드럽고 내성적이던 성격이 대담해지면서 배현수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말했다.“고마워요.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서. 뭐 선심 써서 다른 곳에 가서 죽을게요. 아니면... 이곳 장사도 잘 안 될 텐데.”말을 끝내자마자 주춤거리면서 뒤돌아갔다.이때 배현수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갑자기 배현수가 자신을 들어안았다.그래서 그저 멍하니 그의 얼굴을 쳐다만 볼 뿐이었다.“도대체... 현수 씨 맞아요? 제 환각인가요?”“아니에요. 환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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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배현수의 표정은 더없이 차가웠다.하지만 조유진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저기요, 제가 한마디 해야겠어요. 누나랑 집에 가고 싶으면 그런 표정을 하면 안 되죠. 지금 그 표정 우리 집 냉장고보다도 더 차가워... 프로페셔널하게 웃어야지.”조유진은 시범으로 미소를 보여주면서 배현수더러 웃어보라고 했다.결국, 이 남자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말았다.조유진은 할 수 없다는 듯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배현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손으로 만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음... 이 얼굴이 아까워. 표정은 그래도 잘생겼으니까 누나 스타일인 거 봐서 누나 집 함께 가줄게.”배현수의 넥타이를 잡더니 앞으로 끌어당겼다.“조유진!”배현수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었다.조유진은 술에 약해 술만 마시면 주정을 부리곤 했다.하지만 지금은 술 취한 마당에 무서운 것이 없었다.배현수를 알아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전혀 무서울 것이 없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왜 또 소리 질러. 자식, 성질하고는. 도련님까지 되었으면서 성질은 왜 그렇게 더러워? 잘생기면 다야? 버릇을 고쳐야겠네.”또 넥타이를 잡아 끌어당기자 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조유진은 중심을 잃고 그의 가슴에 부딪히고 말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몇 초간 서로 마주 보게 되었다.조유진은 갑자기 피식 웃더니 말했다.“결국 너도 적극적인 거 좋아하는 구나?”“조유진...”배현수가 한마디 하려고 하자 조유진은 부드러운 입술로 그의 입술에 입맞춤하더니 어질어질한 채 결국 그의 품에서 잠들고 말았다.눈을 감은 상태로 중얼거렸다.“누나 돈 있어... 술 줘...”“...”배현수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고 한숨을 내쉬더니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었다.그녀를 침대에 눕혔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산성 별장 번호였다.전화를 받자마자 조선유가 물었다.“아빠, 엄마 어떻게 되었어요?”“술에 취해서 집에 데려다줬어.”“아, 그래요? 엄마 괜찮아요?”배현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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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오늘 저녁 술집에 조유진을 데리러 간 것은 그저 조선유의 엄마여서기 때문이었다.배현수에게 조유진은 그저 조선유의 엄마라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었다.그저 그런 존재였다....조선유를 산성 별장으로 보내고 나서, 집에서 술을 엄청 많이 마시고 3일 내내 잤다.월요일 SY 판매팀에 출근했을 때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엄 어르신?”엄준은 조유진을 아주 많이 반가워했다.“유진 씨, 또 만나게 될 줄 몰랐네요. 그런데... 왜 전보다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요즘 일이 많이 힘든가요?”엄준은 관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조유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엄 어르신, 오늘 건물 보러 오셨어요?”“아, 저번에 구매한 저택 보러 왔어요. 오늘 시간 되시면 혹시 함께 보러 갈 수 있을까요?”“그럼요.”조유진은 엄준과 함께 환우 그룹 아파트로 향했다.“제 기억으론 6동 13층이었던 것 같은데, 맞으시죠?”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조유진은 엄준과 함께 6동으로 들어갔다.엄준은 지난번 계약과 관련된 일이 떠올라 슬쩍 말을 꺼냈다.“지난번에는 미안해요. 유진 씨와 계약하려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다른 분이랑 계약해버렸어요. 나중에야 유진 씨 업적이 빼앗겼다는 걸 알았어요.”“괜찮아요, 어르신. 누구와 계약을 맺든 다 저희 회사 고객님인걸요.”엄준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조유진을 쳐다보았다.조유진은 얼굴에 뭐가 묻었는 줄 알고 물었다.“어르신, 왜 그러세요?”“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었어요. 마치 딸을 보는 것 같았어요. 유진 씨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올해 24살입니다. 어르신 따님은 몇 살이세요?”엄준의 표정은 갑자기 슬퍼졌다.“딸이 태어났을 때 누군가 안고 가서 아직 찾지 못했어요. 올해로 24살이 되었을 거예요.”“죄송해요, 어르신.”“괜찮아요. 몰라서 물어본 건데요 뭐. 회사업무 때문인 것도 있고 운이 좋으면 딸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번에 대제주시에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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