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아있던 배현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잡고 있었다.‘유진이는 알코올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데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장셰프가 다가와서 물었다.“대표님, 저녁에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십니까?”별로 입맛이 없는 배현수는 레고를 쌓고 있던 조선유에게 물었다.“선유야, 먹고 싶은 거 있어?”조선유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말했다.“음... 계란찜 먹고 싶어요.”“그러면 계란찜 준비하겠습니다. 만약 특별히 드시고 싶은 거나 가리시는 거 없으시면 오늘 메뉴대로 진행하겠습니다.”배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조선유는 레고 설명서를 들면서 물었다.“아빠, 이거 할 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요? 도와주세요.”잠깐 넋 놓고 있던 배현수가 듣지 못하자 조선유가 그의 다리를 툭 치면서 말했다.“아빠? 아빠도 멍때릴 때가 있어요?”“...”배현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설명서를 쭉 훑어보더니 레고를 마저 완성했다.조선유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물었다.“아빠, 아까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한 거 혹시 엄마예요?”배현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반포 술집.조유진과 남초윤은 모두 만취한 상태였다.육지율은 남초윤을 집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남초윤은 가려고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손을 뿌리치더니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 술 취했다고 어떻게 꼬셔서 호텔로 데려가 볼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꿈 깨요! 유진아... 유진아! 일어나봐!”남초윤은 진작에 취한 상태로 바에 엎드려 있는 조유진을 흔들었다.“자, 계속해서 마셔...”조유진은 한쪽 팔로 짚고 일어나더니 계속해서 술잔에 술을 부었다.바닥난 술병을 아무리 흔들어보아도 몇 방울밖에 흘러나오지 않았다.조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바텐더에게 물었다.“술 더 주세요! 도수가 높은 거로요!”“손님, 더 마실 거예요?”바텐더가 술값을 계산 안 하고 도망칠까 봐 물어보는 줄 알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놓더니 말했다.“돈 있으니까 얼른 술이나 주세요!”바텐더는 냉큼 술을
“저기요... 저는 남편이 없는데.. 혹시... 카톡 추가하실래요?”딸꾹질까지 하는 그녀의 모습에 육지율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완전히 인사불성 된 모양이었다.그리고 한쪽에 있는 조유진의 상태는... 남초윤보다도 더 심각했다.술병을 하나 들고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중얼거리면서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무슨 노래야... 정말 별로네...”남초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유진아, 네가 가서 불러. 네가 훨씬 더 잘 불러!”“하하...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조유진은 술병을 들고 비틀비틀 무대로 걸어갔다.무대 앞에 낮은 계단이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발에 걸려 중심을 잃으면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됐어... 이대로 그냥 죽지 뭐.’이대로 죽자는 생각에 발버둥도 치지 않았다.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아프지는 않았다.누군가 길고 단단한 팔로 따뜻하고 넓은 가슴에 그녀를 안았다.눈을 뜬 조유진은 눈앞에 놓인 익숙한 얼굴에 놀라면서 손에 쥐고 있던 술병을 그대로 놓고 말았다.“쨍그랑!”술병이 깨져 술이 흘러나왔다.배현수는 어두운 눈빛으로 차갑게 쳐다보았다.“미친 거 아니야?”‘미쳐? 난 안 미쳤는데? 그냥 죽고 싶을 뿐이지.’“현수 씨? 아니... 왜 여기에... 역시 술에 취하면 환각이 보인다니까...”‘현수 씨가 왜 여기에? 날 찾으러 술집까지 온 건가? 말도 안 돼.’조유진은 그의 팔목을 잡고 겨우 중심을 잡고 일어섰다.취기로 인해 평소에 부드럽고 내성적이던 성격이 대담해지면서 배현수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말했다.“고마워요.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서. 뭐 선심 써서 다른 곳에 가서 죽을게요. 아니면... 이곳 장사도 잘 안 될 텐데.”말을 끝내자마자 주춤거리면서 뒤돌아갔다.이때 배현수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갑자기 배현수가 자신을 들어안았다.그래서 그저 멍하니 그의 얼굴을 쳐다만 볼 뿐이었다.“도대체... 현수 씨 맞아요? 제 환각인가요?”“아니에요. 환각일
“...”배현수의 표정은 더없이 차가웠다.하지만 조유진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저기요, 제가 한마디 해야겠어요. 누나랑 집에 가고 싶으면 그런 표정을 하면 안 되죠. 지금 그 표정 우리 집 냉장고보다도 더 차가워... 프로페셔널하게 웃어야지.”조유진은 시범으로 미소를 보여주면서 배현수더러 웃어보라고 했다.결국, 이 남자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말았다.조유진은 할 수 없다는 듯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배현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손으로 만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음... 이 얼굴이 아까워. 표정은 그래도 잘생겼으니까 누나 스타일인 거 봐서 누나 집 함께 가줄게.”배현수의 넥타이를 잡더니 앞으로 끌어당겼다.“조유진!”배현수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었다.조유진은 술에 약해 술만 마시면 주정을 부리곤 했다.하지만 지금은 술 취한 마당에 무서운 것이 없었다.배현수를 알아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전혀 무서울 것이 없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왜 또 소리 질러. 자식, 성질하고는. 도련님까지 되었으면서 성질은 왜 그렇게 더러워? 잘생기면 다야? 버릇을 고쳐야겠네.”또 넥타이를 잡아 끌어당기자 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조유진은 중심을 잃고 그의 가슴에 부딪히고 말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몇 초간 서로 마주 보게 되었다.조유진은 갑자기 피식 웃더니 말했다.“결국 너도 적극적인 거 좋아하는 구나?”“조유진...”배현수가 한마디 하려고 하자 조유진은 부드러운 입술로 그의 입술에 입맞춤하더니 어질어질한 채 결국 그의 품에서 잠들고 말았다.눈을 감은 상태로 중얼거렸다.“누나 돈 있어... 술 줘...”“...”배현수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고 한숨을 내쉬더니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었다.그녀를 침대에 눕혔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산성 별장 번호였다.전화를 받자마자 조선유가 물었다.“아빠, 엄마 어떻게 되었어요?”“술에 취해서 집에 데려다줬어.”“아, 그래요? 엄마 괜찮아요?”배현수는
오늘 저녁 술집에 조유진을 데리러 간 것은 그저 조선유의 엄마여서기 때문이었다.배현수에게 조유진은 그저 조선유의 엄마라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었다.그저 그런 존재였다....조선유를 산성 별장으로 보내고 나서, 집에서 술을 엄청 많이 마시고 3일 내내 잤다.월요일 SY 판매팀에 출근했을 때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엄 어르신?”엄준은 조유진을 아주 많이 반가워했다.“유진 씨, 또 만나게 될 줄 몰랐네요. 그런데... 왜 전보다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요즘 일이 많이 힘든가요?”엄준은 관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조유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엄 어르신, 오늘 건물 보러 오셨어요?”“아, 저번에 구매한 저택 보러 왔어요. 오늘 시간 되시면 혹시 함께 보러 갈 수 있을까요?”“그럼요.”조유진은 엄준과 함께 환우 그룹 아파트로 향했다.“제 기억으론 6동 13층이었던 것 같은데, 맞으시죠?”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조유진은 엄준과 함께 6동으로 들어갔다.엄준은 지난번 계약과 관련된 일이 떠올라 슬쩍 말을 꺼냈다.“지난번에는 미안해요. 유진 씨와 계약하려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다른 분이랑 계약해버렸어요. 나중에야 유진 씨 업적이 빼앗겼다는 걸 알았어요.”“괜찮아요, 어르신. 누구와 계약을 맺든 다 저희 회사 고객님인걸요.”엄준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조유진을 쳐다보았다.조유진은 얼굴에 뭐가 묻었는 줄 알고 물었다.“어르신, 왜 그러세요?”“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었어요. 마치 딸을 보는 것 같았어요. 유진 씨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올해 24살입니다. 어르신 따님은 몇 살이세요?”엄준의 표정은 갑자기 슬퍼졌다.“딸이 태어났을 때 누군가 안고 가서 아직 찾지 못했어요. 올해로 24살이 되었을 거예요.”“죄송해요, 어르신.”“괜찮아요. 몰라서 물어본 건데요 뭐. 회사업무 때문인 것도 있고 운이 좋으면 딸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번에 대제주시에 온
SY 판매팀으로 돌아간 조유진은 컴퓨터를 열어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사직서」계속 써 내려가려고 했을 때 옆에 있던 동료가 흥분하면서 말했다.“방금 단톡방에서 이번 주에 지리산에서 워크숍 한대요! 지리산 호수공원 캠핑장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가볼 수 있게 되었네요!”“저번 회사창립 기념일에 워크숍에 대해 언급하지 않길래 저는 올해 워크숍이 없을 줄 알았어요.”“유진 씨는 참 운도 좋아.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워크숍도 가보고.”조유진은 작성하려던 사직서를 꺼버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북한산 캠핑장 재밌어요?”“그럼요. 거기 호수도 엄청 넓고 바다같이 맑아서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올 거예요.”‘바다같이...’조유진은 끌리기 시작했다.지금까지 살면서 바닷가도 가보지 못한 촌놈이었다.예전에는 나이가 어려서이기도 했고 조씨 가문에서 잘해주지 못한 것도 있었다.나중에는 배현수와 헤어지고 조선유도 생기면서 생활의 무게로 더욱이 여행을 갈 기회가 없었다.죽기 전에 바다 같은 호수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워크숍이 끝나고 사직서를 내려고 다짐했다.조유진이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신준우였다.핸드폰을 들고 사무실 밖에 있는 복도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선생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신준우가 대제주시를 떠난 이후 처음 하는 통화였다.“아무 일도 아니에요.”그냥 조유진이 보고 싶어서 전화했을 뿐이었다.신준우는 쑥스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보고 싶었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조유진이 물었다.“서울병원에서 습관은 되세요?”“방금 왔을 때는 습관이 안 되었었는데 한 달이 지나니까 많이 적응되었어요. 참, 유진 씨는요? 잘 지냈어요?”“저는 그대로죠. 뭐.”전화기 너머의 신준우는 몇 초간 망설이더니 그래도 그녀에게 미리 알려주리라 다짐했다.“깜짝 놀래주려고 했는데 유진 씨 목소리를 들으니까 더는 숨기지 못하겠네요.”“뭔데요?”“그게... 저희 부모
조선유가 산성 별장의 전화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최소 한 시간 동안 통화하면서 아빠가 주말에 만나는 것을 동의했다고 말했다.통화를 마치고, 결국 미련이 남는지 창문을 닫았다.조선유가 곁을 떠난 일주일간, 그리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별거 없는 인생이었지만 주말에 딸을 만나는 것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동기가 될 수 있었다....곧 관광버스가 지리산 근처에 도착하고, 옆에 있던 동료가 그녀를 깨웠다.“유진 씨, 그만 자요. 지리산 다 왔어요. 이제 내려야 해요.”조유진은 눈을 뜨자마자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호수를 마주하게 되었다.그전까지만 해도 동료가 지리산 호수가 바다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보니 정말 바다와도 같았다.차에서 내리자 시원하고 산듯한 호수 바람이 불어왔다.교외는 시내보다 시원했고 더욱이 오늘은 햇빛도 강렬하지 않아 날씨가 아주 적당했다.지리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이라 각 팀은 호숫가에서 바비큐 구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조유진은 산에 가서 땔감을 찾아와야 했다.땔감을 한 웅큼 안고 돌아가려다 배현수 일행과 마주하게 되었다.육지율과 강이찬, 강이진도 함께 있었다.강이진은 조유진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유진 씨, 땔감이 다 젖었는데 불이 붙겠어요?”조유진은 텅 빈 그녀의 두 손을 보더니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말랐든 젖었든 일단 줍긴 했잖아요. 빈손인 강이진 씨보단 낫죠.”“너...”강이진은 지난번 일로 조유진을 더 증오하게 되었다.“퍽!”강이진은 조유진이 품에 안고 있던 땔감을 손으로 툭 내리쳤다.며칠 전 배현수가 조선유만 받아들이고 조유진에게는 자식 덕에 팔자 고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배현수 앞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있었다.조유진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조유진이 그래도 아이 엄마인데 이 정도로 냉철한 걸 보면 조유진을 미워하는 것이 틀림없어.’조유진을 괴롭히는 것이 배현수 대신 복수하
조유진은 눈썹을 움찔하더니 강이찬의 손에서 약 봉투를 낚아채고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비타민이에요. 어디 아픈 데 없어요.”강이찬은 바보가 아니었다.“유진 씨, 제가 비타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줄 알아요?”“믿고 싶은 대로 믿어도 좋아요.”조유진은 땔감을 안고 뒤돌아 캠핑장으로 돌아갔다.더는 배현수 일행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오랫동안 이 약을 먹지 않았지만, 어제저녁 조선유가 주말에 만나자는 말에 요 며칠 약을 먹으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려고 했다.안 좋은 얼굴로 조선유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죽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캠팽장에서 사람들은 바비큐를 굽고 있었다.판매팀과 멀지 않은 곳에 앉아있던 강이찬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유진을 바라보았다.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에 아까 약 봉투에 쓰여있던 약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우울증 치료제라니.’순간 멈칫하더니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강이진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오빠, 바비큐 먹어. 핸드폰으로 뭘 보고 있는데 그렇게 멍때리고 있어?”강이진이 보려고 하자 바로 화면을 잠그고 핸드폰을 거뒀다.“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바비큐 먹으러.”고위층은 파라솔 아래에 모여있었다.다른 팀원들은 고위층에게 권하려고 이미 구워놓은 바비큐를 들고 왔다.그중에는 남자직원도 있었고 여직원도 있었다.극히 정상적인 일이었지만 여자직원이 바비큐를 들고 오자 강이진은 불쾌했는지 바비큐를 먹으면서 비아냥거렸다.“무슨 사심이 있어서 자꾸 여기를 와?”바비큐를 들고 오던 여직원은 강이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강이찬의 여동생인 줄도 모르고 그녀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고위층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반격했다.“이봐요. 그쪽도 저희가 구워놓은 바비큐를 드시고 있잖아요? 다른 사람이 구운 것을 먹기 싫으면 직접 구우시던가요.”강이찬의 손에서 곱게 자란 강이진은 이런 말을 듣고 차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그깟 바비큐 안 먹어! 누가 먹고 싶댔어?
“그래요.”카톡을 추가한 강이찬이 백만 원을 계좌 이체해주자 여직원은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말했다.“사장님, 제 치마 백만 원 안 해요. 너무 많이 보내주셨어요.”“괜찮아요. 제 마음이에요. 얼른 식사하러 가보세요.”여직원은 기쁜 마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옆에 있던 육지율이 캔맥주를 따서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이찬아, 너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바로 계좌 이체해도 되는데 친구추가는 왜 했어.”강이찬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여직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저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이 익숙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한 것이다.“괜찮아. 친구 추가해도 문자 안 보내면 되지.”여태 한마디도 하지 않던 배현수가 갑자기 강이찬에게 말했다.“이진이 성격 좀 고쳐야겠어. 고치지 못하겠으면 우리 회사 떠나라고 해.”말투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지만, 위엄과 포스가 넘쳐났다.“알았어. 내가 말해볼게.”배현수는 이런 일로 농담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그리고 강이찬도 여동생이 SY그룹에 남아있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강이진이 SY그룹에 남아있는 이상 배현수만 만나면 사심이 드러나기 일쑤였고 도가 지나치면 잘못된 길에 들어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제일 걱정되는 것은 강이진이 아니라 조유진이었다.배현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결국 참기로 했다.그가 더는 조유진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기 때문이다.배현수가 조유진의 우울증을 모르고 있는 것은 조유진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저 말을 아끼기로 했다....저녁이 되자 호수는 더욱 아름다워졌다.붉은 노을이 길게 드리워져 호수 면을 붉게 물들였다.조유진은 사람들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사람 없는 곳으로 걸어갔다.핸드폰을 꺼내 호수경치를 찍기 시작했다.호수의 끝이 바로 지리산이었고 산속에는 절이 있었다.오기 전에 미리 검색해보았더니 정취암에서 소원을 빌면 많이들 이루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