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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967 챕터

제121화

남초윤은 귓가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눈을 반짝였다.“예뻐요? 난 항상 예뻤는걸요?”“...”남초윤의 뻔뻔한 나르시시즘에 육지율은 피식 가볍게 웃었다.“왜 웃어요?”“그냥 당신이 여기에 끼어있는 모습이 깍두기 같아서요.”“...”육지율은 더 이상의 말을 아끼고 남초윤을 그대로 끌고 자리를 떴다....눈팅족들이 이제 모두 떠나고 그 자리에는 배현수와 조유진만이 남아 서로 대치 중이다.“너도 잘 알다시피 우리 사이에 딸이 있다고 하여도 너는 절대 신분세탁을 할 수 없어.”조유진은 배현수의 질의에 입술을 달싹였다.“그럼 배 대표님은 어찌할 계획이신가요? 저를 버리고 선유만 데려가실 건가요? 아니라면 배 대표님께 있어서는 선유도 아무것도 아닌가요? 그렇다면 제가 지금 선유를 데리고 집으로 가겠으니 계속하여 예전처럼...”조유진은 계속하여 말을 이으며 몸을 돌려 선유의 손을 잡고 자리를 뜨려 했다.그렇다. 조유진은 자신의 결정이 후회되었다. 그녀는 결코 선유를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그러자 배현수가 다급히 조유진의 가녀린 손목을 덥석 잡아채고는 싸늘하고 검은 눈빛으로 조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네가 선유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애초에 오늘 강이진이 선유를 왜 데려갈 수 있었던 건데?”배현수의 질타는 정확히 조유진의 정곡을 찔렀고 조유진은 배현수의 공격에 안색마저 창백해졌다.“내가 조선유와 처음 만나게 된 곳은 병원이었어. 그때 선유는 자신의 엄마가 돈 벌러 나갔기 때문에 병원에 혼자 남겨졌었지. 만약 그때 마주친 사람이 내가 아니라 인신매매 납치범이었다면? 조유진, 너 혼자 그 후과를 감당할 수는 있기나 해?”배현수가 내뱉는 매 한 글자, 한마디가 정확히 조유진의 가슴에 박혀 끊임없이 그녀의 마음을 찢어놓았다.조유진은 힘겹게 목을 가다듬고 간절한 눈빛으로 배현수를 바라보았다.“저도 제가 당신을 이길 수 없고 양육권도 제가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조건이 있어요.”“말해.”“당신이 선유를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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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차 안.조선유는 계속하여 숨이 넘어갈 듯 울더니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배현수는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다급히 선유를 안아 들어 여기저기 살피기 시작했다.“선유야, 왜 그래?”“아빠... 나...”선유는 가슴을 힘껏 누르며 작은 입을 벌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기 시작했는데 너무나도 숨이 가빠 보였다.“빨리 병원으로 방향 꺾어!”...99가9999 차 번호를 가진 검은색 마이바흐가 점점 조유진의 눈앞에서 멀어졌다.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이 조유진의 시야를 자꾸 흐리게 하였다.조유진이 모든 희망을 놓으려던 찰나-그 검은 색의 마이바흐가 다시금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마이바흐가 달리는 방향은 다름 아닌 병원으로 가는 방향이었다. ‘설마 선유에게 문제가 생긴 건가?’이를 보자마자 조유진도 즉시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안, 조선유는 곧장 응급실로 실려 갔다.조유진은 다급히 달려와 곧바로 의사를 붙잡고 말을 건넸다.“의사 선생님, 조선유는 항상 동맥 카테터가 닫히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애가 이렇게도 컸는데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왜 지금까지 수술하지 않은 겁니까?”“그게...”말문이 막힌 조유진이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 순간, 배현수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지금 당장 수술을 진행 시켜주세요.”“오늘은 힘들 것 같은데...”곧이어 서 부원장이 도착했고 그는 먼저 배현수에게 인사를 건넸다.“배 대표님, 안녕하십니까.”“안녕하십니까, 서 부원장님.”배현수는 방금 병원에 오는 길에 이미 서 부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었다.서 부원장은 자초지종을 들은 뒤 곧이어 입을 열었다.“조 선생, 여긴 SY 그룹에 배 대표님일세. 안에 있는 아이는 이분의 따님이시고. 그러니까 지금 바로 수술 가능한가?”원장까지 얼굴을 비춘 마당에 조 의사도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비록 그는 배 대표가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서 원장님의 얼굴을 봐서라도 수술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알겠습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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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배현수는 무섭도록 싸늘한 저기압을 풍겼다.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몇 초 동안 서로 아무 말 없이 대치한 뒤 결국 배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선유가 퇴원하기 전 우리의 사이를 선유가 잘 받아드릴 수 있도록 선유에게 잘 설명해놓아야 할 것이야.”“네. 약속드리죠.”“또 바라는 게 있나?”배현수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싸늘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한걸음 양보하였다.조유진은 배현수의 물음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비록 선유는 밝고 활발한 아이지만 갑자기 환경이 바뀐다면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서 될수록 시간을 내셔서 선유와 많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선유가 자기 전 책도 읽어주고요. 대표님도 보셨다시피 선유는 대표님을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항상 자신의 아빠가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으면 했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선유의 학부모 회의는 될수록 불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조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게... 대표님께서는 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선유를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저와 선유는 지난 6년 동안 서로를 의지한 채 살아왔어요. 이렇게 갑자기 저더러 선유를 떼어내라고 하면 도무지 떼어낼 자신이 없습니다.”“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빈번해. 그렇다면 선유가 너한테 더 의지하게 될 거야.”“그럼 보름에 한 번이요.”“그래.”참 흔쾌히도 승낙했다.조유진은 여전히 붉은 눈시울을 한 채 배현수의 대답을 듣자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던 무거운 감정도 한결 가벼워졌다.조유진에게는 아직 약 반년가량의 시간이 남아있다.이 반년 동안 조유진은 최선을 다하여 선유에게 사상작업을 하여 선유가 엄마가 없는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수술실의 빨간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배현수와 조유진은 수술실 밖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있었고 둘 사이에는 두 자리나 띄워져 있었다.그들에게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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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나와 송인아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내 약혼녀도 아니고.”이유는 모르겠지만 배현수가 웬일로 이 일에 대하여 해명을 했다.사실 배현수는 조유진에게 이를 해명할 의무는 없었다.배현수의 대답에 조유진은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편애하거나 하는 문제는 없겠네요. 저는 대표님께서 좋은 아버지가 되실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어디 좋은 아버지뿐이겠는가. 예전에 배현수는 좋은 남자친구이기도 했었다. 단지 조유진이 그 소중함을 몰랐을 뿐이다.그로부터 더는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개입 수술은 큰 수술이 아니었지만, 수술시간이 짧지만은 않았다.조유진 왼쪽 가슴의 상처는 오래도록 줄곧 회복되지 않았고 아까 차를 뒤쫓으며 격렬하게 움직인 탓에 상처가 다시 찢어져 뒤늦게 몰려오는 통증에 가슴이 파일 것만 같았다.서정호는 조유진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발견하고 다정하게 다가가 물었다.“아가씨, 혹시 상처가 아프신 겁니까?”“아까 너무 빨리 뛰어서 그런지 조금 건드렸나 봐요. 전 괜찮습니다.”조유진은 손을 뻗어 상처를 힘껏 꾹 누르며 상처의 통증이 뚜렷하게 전해지지 않도록 노력하였다.그때 옆에 앉아있던 배현수가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의사한테 가서 보여줘 봐.”“괜찮아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유진의 몸이 붕 뜨더니 그대로 배현수의 품에 안겼다.조유진은 배현수를 바라보며 잠시 몇 초 동안 넋을 잃었다.배현수의 행동은 조유진에게 있어서 매우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심지어 이건 배현수의 총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으니...“내려놓아 주세요. 저 절로 걸을 수 있어요.”“난 분명 말했어. 신세 지기 싫다고.”배현수는 준수한 얼굴을 자랑하며 여전히 차가운 말들은 내던졌다.하지만 조유진을 안아 드는 동작에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내심 느껴졌다.배현수는 조유진을 안아 든 채 흉부외과로 향했다.서정호는 배현수와 조유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입과 몸이 따로 노시는 분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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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선유는 병실로 실려 갔고 그 곁은 조유진이 지키고 있었다.배현수도 한편에 서 있었지 지금만큼은 그의 존재가 아무런 쓸모도 없게 느껴졌다.“대표님, 여기는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업무상의 일이 있으시다면 먼저 가보셔도 됩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서 비서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조유진은 배현수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대로 자리를 뜨리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배현수는 다른 한편에 놓여 있는 소파 위에 풀썩 앉더니 나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선유는 내 딸이야. 책임감 없게 혼자 병실에 남겨두고 떠나지 않을 거야.”“...”이 말은, 지금 조유진을 대놓고 면박주는 건가?조유진은 입술을 깨물더니 그래도 해명할 필요성을 느꼈는지 곧바로 입을 열었다.“당시 대표님께서 제 밥줄을 끊여놓았으니 저를 채용하려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야간아르바이트를 다녀야 했고요... 생활에 쫓기지만 않았다면 선유를 혼자 병원에 남겨두고 갔을 리는 없겠죠.”“그러니까 지금 내가 네 밥줄을 끊여놓았다고 탓하는 거야?”“아니요. 그저 변명하기 싫어서 상황을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허, 오히려 내 잘못이 되어버린 거네.’두 어른 모두 병실에 남아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아이의 곁을 지켰다.이 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에게 쌀쌀맞게 대하며 30분 동안 누구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정호는 이 분위기가 너무나도 괴상하여 어이가 없었다. 그리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얼어붙은 뚫고 정적을 깨트렸다.“대표님, 아가씨, 두 분 모두 점심 식사도 못하셨잖습니까. 이제 벌써 오후가 되었는데 슬슬 배고프시죠? 제가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오겠습니다.”조유진은 서정호가 자리를 뜨면 이 공간에 배현수와 단둘이 남을까 봐 무서웠다. 단둘이 남게 되면 분위기는 더 얼어붙어 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여 조유진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전 배고프지 않아요.”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뱃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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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대표님 손, 혹시 담배 피우시다가 다치신 건가요?”배현수의 검지와 엄지손가락 옆면에는 깊은 화상 자국이 박혀 있었고 자세히 살펴보니 새로운 상처와 오래된 상처가 겹겹이 쌓여 남은 흔적 같았다.전에도 조유진은 이를 보았지만, 당시 재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지라 둘 사이의 관계가 너무 긴장되어 있던 탓에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었다.비록 여전히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래도 덤덤하게 얘기는 몇 마디 나눌 수 있었다.“아니야.”배현수는 무심하게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조유진도 배현수가 그녀에게 그 이유를 알려주고 싶지 않아 하는듯한 눈치에 더는 묻지 않았다.눈치껏 행동하는 것, 현재의 조유진이 운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능이었다.저녁이 되자 배현수가 밖에 나가 밥을 사 왔다.조유진은 그러한 배현수에게 화상 연고를 건네주었다.“방금 의사 선생님께 가서 처방받아온 거예요. 사용하고 싶으시면 사용하시고 싫으시면 그냥 버리세요.”“밥.”정말 간결한 답변이었다. 아마 그녀와 단 한마디도 더 나누고 싶지 않다는 의미인듯하다.조유진이 마침 그 연고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배현수가 건네는 밥을 받으려고 하자 배현수가 갑자기 조유진의 손에 쥐어져 있던 연고를 낚아채 갔다.배현수가 받아들였다.조유진은 밥을 건네받으며 계속하여 물었다.“밥은 드셨어요?”“응.”배현수는 간단하게 응하고는 말을 꺼냈다.“담배 좀 피우고 올게.”...배현수와 조유진은 하룻밤 내내 조선유의 곁을 지켰다.이튿날 오전, 선유가 깨어날 때 두 사람이 보내오는 관심 어린 눈빛에 창백한 입술이 움찔거리더니 기분 좋은 호선을 그렸다.조유진은 손을 뻗어 선유의 이마를 어루만져주며 물었다.“선유야,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선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고는 금방 깨어났는지라 아직 갈라져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아빠, 안 헤어지면 안 돼요?”눈을 뜨자마자 어른들의 일을 걱정하다니. 조유진은 선유의 말에 죄책감이 몰려왔다.“선유야, 너 방금 개입 수술 끝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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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녀석은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감정이 격해져 자신의 침에 사레가 들려 연신 기침을 해댔다.조유진은 다급히 선유의 등을 도닥여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선유를 달랬다.“엄마는 너 두고 안 가.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널 어떻게 버리고 떠나겠어? 선유야, 엄마가 미안해. 다시는 이런 말 안 할게. 응?”그때 배현수가 병실 밖에서 걸어들어오며 입을 열었다.“네 엄마와 나는 영원히 네 곁에 있어 줄 거야.”배현수의 여유로운 목소리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 마치 안정제 같았다.아빠의 대답을 듣자 선유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고 선유의 흘러나온 콧물이 방울 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아빠, 정말이에요?”“응, 정말이야.”그러자 선유는 배현수를 향해 작은 손을 붕붕 흔들었다.“아빠, 그럼 이리로 와보세요!”배현수가 선유의 부름에 병상 쪽으로 걸어왔다.그러자 조선유는 조유진과 배현수의 손을 꼭 쥐고 함께 겹쳐놓고는 애어른의 말투로 그들에게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그럼 지금 빨리 화해해요. 앞으로 싸우면 안 돼요, 알겠죠?”“선유야...”조유진은 말문이 턱 막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러자 그때 배현수가 도리어 조유진의 손을 잡으며 선유에게 말을 건넸다.“지금 우리 화해했으니까 너도 이제 울지 마.”선유는 부풀어 오른 콧물 방울을 퐁 터뜨리며 바로 울음을 뚝 그쳤다.조유진은 자신과 배현수의 꼭 잡힌 두 손을 바라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이는 그저 배현수가 선유를 달래기 위한 수법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지금에야 달래는 데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며칠 후면 또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얼마 뒤, 의사가 병실로 들어와 선유에게 간단하게 몇 가지 진찰을 하였다.“별다른 문제는 없어요. 수술 뒤에는 가볍고 영양이 균형적인 식사를 하셔야 하고요. 일주일 뒤쯤이면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퇴원한 뒤 격렬한 운동 하지 마시고요. 큰 수술은 아니지만 그래도 심장 수술이기에 수술 뒤에는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절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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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선유는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얼굴을 찡그렸다.그러자 조유진은 다급하게 입꼬리를 당기며 선유를 달랬다.“아니야. 엄마 지금 웃고 있잖아. 빨리 찍어. 방금은 어떻게 웃을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그러자 선유는 금세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세 식구 모두 카메라 안에 담겨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화목해 보였다.아빠는 잘생겼고 엄마는 자애롭고 아이는 귀여웠다.여러 장을 찍은 뒤 선유는 사진첩을 이리저리 뒤지며 한참을 바라보았다.이 아이는 정말이지...두 어른의 명줄을 꽉 붙잡고 있기라도 하듯이 두 사람은 선유가 하라는 대로 모두 척척 협조해주었다.그렇게 세 사람은 오후 내내 사진 소동을 일으켰다.저녁이 되자 조유진은 선유에게 계란찜과 죽을 떠먹여 주었다.아직 영양 수액을 맞고 있어서 선유도 배고프지 않아 많이 먹지는 못했다.다 먹고 난 뒤 선유는 병상의 다른 한쪽을 작은 손으로 팡팡 치며 배현수에게 눈짓했다.“아빠, 아빠도 이리로 와요. 저 이제 졸리니까 아빠가 잠자기 전 이야기 해주세요!”배현수는 선유 곁으로 다가와 앉았고 선유는 배현수의 품에 기댔다.“뭐 듣고 싶어?”그러자 선유는 연신 주접을 떨었다.“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면 다 좋아!”선유의 귀여운 아양에 배현수는 가볍게 피식 웃었다.“그럼 웃긴 개그 이야기 해줄게.”선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빠가 웃긴 이야기도 할 줄 알아요?”배현수는 겉보기에는 무척 싸늘하고 엄숙하여 마치 높은 벼랑 끝에서 피어난 꽃 같아 적어도 우스갯소리를 할 줄 아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어느 날, 공주가 대마왕한테 잡혀갔어. 그리고 대마왕이 공주한테 아무리 목이 터지라 외쳐도 아무도 구하러 와주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 그러자 공주가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어. ‘목이 터지라, 목이 터지라...’ 하지만 아무도 ‘공주님, 구하러 왔어요’라고 말해주지 않았어.”말을 마치고 배현수가 고개를 숙여 그대로 굳어버린 선유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뭐야? 안 웃겨?”배현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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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조유진은 문 앞에 서서 오랫동안 마음을 진정시켰다.선유에게 보름에 한 번씩 만날 수 있다고 알려준다면 선유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핸드폰 갤러리를 열어 아까 찍은 몇 안 되는 가족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조유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어떤 일은 그 순간이 결국 영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마치 이 몇 장의 가족사진처럼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유진은 배현수와 이렇게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순간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이튿날 오전.남초윤이 선유를 보러 병원으로 찾아왔다. 물론 육지율도 함께 왔다.남초윤은 레고 나무 하나를 사서 선유에게 전했다.“꼬맹이, 병실에서 심심하지. 심심하면 이모가 준 레고 가지고 놀아.”선유는 남초윤으로부터 레고를 건네받으며 맑은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거렸다.“우와~ 이모 정말 저한테 너무 잘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이모!”한편 어색하게 곁에 서 있던 육지율은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이건 비록 네 이모가 골랐지만, 돈은 이 이모부인 내가 낸 거야. 왜 나한테는 고맙다고 안 해?”“이모부?”선유는 두리번두리번 눈을 굴리고 이내 육지율의 뒤쪽을 슬쩍 살폈다.“이모부가 어디 있는데요?”육지율:“네 이놈 자식! 너 왜 네 아빠처럼 뒤끝 작렬인데?”남초윤은 웃음을 터뜨리며 육지율을 비웃었다.“눈치 챙기세요. 선유가 당신 이모부로 인정하기 싫다잖아요.”육지율이 지금까지 살면서 언제 아이한테 농락 당한 적이 있겠는가. 그의 성격대로라면 당연히 자신의 체면을 살려내야 할 것이다.“잼민아, 네가 날 이모부로 인정해주면 레고 열 개 사줄게. 어떠냐?”“잼민이의 이모부면 인가?”몇 명의 어른들은 선유의 말에 연달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다.계속하여 무뚝뚝한 표정을 하던 배현수마저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씰룩거렸다.하지만 농담은 농담이고 예의는 지켜야 하는 법이기에 조유진이 곧바로 선유를 나무랐다.“선유야, 육 아저씨는 어른이니 무례하게 굴면 안 돼.”선유도 곧바로 순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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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선유가 병원에서 며칠 묵어야 했기 때문에 조유진은 집으로 돌아가 갈아입을 옷 몇 벌을 챙겨왔다.요 며칠, 선유는 부모님이 모두 곁에 있어서 그런지 매우 행복해 보였다.낮에 계속하여 소란을 피운 탓인지 저녁이 되면 금방 잠자리에 들곤 했다.조유진은 꿈나라에 빠진 아이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작은 수첩과 펜을 꺼내 위에 적힌 첫 번째 소원에 줄을 그었다.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배현수는 아마 그녀와 서해를 보러 가주지 않을 것이다.배현수는 이미 선유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선유의 양육권마저 가져갔기 때문에 조유진에게는 더는 배현수를 “협박”할 수 있는 비밀이 없었다.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한두 가지 정도의 아쉬움마저 없겠는가?“딸깍.”병실 문이 열리고 배현수가 돌아왔다.조유진은 다급하게 수첩을 닫고 가방에 도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수첩을 치우는 데에 정신이 팔렸었던 조유진은 핸드폰 화면이 아직 켜져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배현수는 한눈에 켜져 있는 스크린을 통하여 채용 앱을 훑고 있던 조유진의 모습을 알아챘다.그때, 조유진도 멈칫하더니 이를 눈치챘다.그래도 배현수는 엄연히 그녀의 사장이었고 결국 조유진은 자신의 사장 앞에서 채용 앱을 뒤적거리며 이직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니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이질적으로 다가왔다.“그... 저, 저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어요. 마케팅이 제 전문 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전 그래도 원래 하던 방송 진행 분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배현수의 검은 눈동자에서 한순간의 한기가 스쳐 가더니 이내 무뚝뚝한 얼굴을 유지한 채 무심하게 말을 내뱉었다.“나한테 해명할 필요 없어. 난 분명 넌 이제 자유라고 말했으니까 앞으로 어디에서 일할지는 네 선택이고 나한테까지 보고할 필요는 없어.”“선유가 퇴원하면 바로 회사로 복귀해서 일할게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전까지는 지금의 일에 대해서도 열심히 임할 겁니다.”배현수는 조유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줄곧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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