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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배현수는 확실히 선유가 조유진을 떠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무척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긴 아픔보다 짧은 아픔이 낫다고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현실이었다.

“굴레가 깊을수록 더 슬픈 법이야.”

이 말뜻은 이미 깔끔하게 끝내기로 했다는 말이었다.

서정호도 더는 여기에 말을 덧붙일 수가 없었다. 어쨌든 배현수가 이렇게 하기로 결정한 데는 분명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현수와 서정호가 이윽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별장 안, 선유는 큰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집안을 살폈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누가 봐도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대로 조유진이 자신을 떠날까 봐 무서워졌기에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고 조유진의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넓디넓은 거실에서 한 바퀴 돌고 난 뒤, 조유진이 부드럽게 선유에게 물었다.

“선유야, 여기 어때? 마음에 들어? 여기에는 아빠도 있고 네가 좋아하는 치즈 고양이도 있고, 그리고 선유 그네 타기 좋아하잖아? 정원에는 그네도 있고 미끄럼틀도 있어. 앞으로는 선유와 그네 순서 뺏는 어린이도 없어. 놀고 싶으면 얼마든지 놀아도 돼. 좋지?”

하지만 선유는 여전히 작은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 있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어 조유진에게 물었다.

“그럼 엄마는? 엄마는 여기 좋아?”

“나? 나야 당연히 여기 좋지. 여기는 이렇게 크지, 따뜻한 수영장도 있지, 선유 맨날 나한테 수영장 가서 놀자고 졸랐잖아. 좀 이따 튜브 들고 가서 얼마든지 놀아.”

선유는 그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럼 엄마도 여기 있어, 어때?”

조유진은 선유의 말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잘 숨겨왔다고 생각해왔었지만 뜻밖에도 선유가 모든 것을 눈치채고 말았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숙여 선유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유야, 미안해. 엄마는 여기에 있을 수 없어.”

“왜? 엄마 나 버릴 거야?”

선유의 눈가에서 두 줄기의 맑은 눈물이 이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조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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