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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강이찬은 손을 빼내며 싸늘한 얼굴로 강이진을 거절했다.

“난 너 안 도와줄 거야.”

“강이찬, 네가 기꺼이 조유진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건 네 일이야. 그런데 나도 너처럼 찌질하게 살아야 하는 권리는 없어.”

말을 마치자 강이진은 몸을 홰 돌리고는 하이힐을 신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

차 옆에 선 채 멀어져가는 강이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강이찬의 미간 사이에는 온통 수심이 가득했다.

강이찬은 강이진이 길을 잘못 들어설까 봐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런 날이 온다면 강이찬마저 그녀를 지킬 수 없을까 봐 무서워졌다.

강이찬은 차 안에 기대앉아 피곤해진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윽고 강이찬은 차 안의 사물함을 열고 담배 한 갑을 꺼내려는데 그때 웬 사진 한 장이 강이찬의 손가락에 닿았다.

그 사진은 누군가에 의해 잘려 파손된 형태였고 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사실 사진 속엔 본래 세 사람이 나란히 있었다.

강이찬, 조유진, 그리고 배현수.

이 사진은 강이찬과 조유진이 유일하게 같은 앵글에 담긴 사진이었지만 이 또한 배현수 덕분이었다.

당시, 강이찬과 배현수가 박사 학위 졸업사진을 찍고 있었고 조유진도 배현수를 보러 온 것이었다.

신사적이고 예의하에 여성을 중간에 세웠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 강이찬은 무슨 정신에선지 배현수를 잘라버렸고 하여 이 파손된 사진 속에는 강이찬과 조유진만이 남아있었다.

이 사진은 강이찬에 의해 비닐에 감싸져 소중히 보관되어 거의 새것처럼 깨끗했다.

강이진의 말이 맞았다. 강이찬은 겁쟁이였다.

강이찬은 조유진을 좋아했지만 결국 끝까지...조유진을 쟁취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의 이 설렘을 혼자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아 빛을 보지 못하도록 감추어 두었다.

강이찬은 아직도 그때를 기억한다. 그해 여름 방학, 강이찬과 배현수는 기숙사를 나와 함께 셋집을 얻어 동거했었다. 그때 조유진은 아직도 학교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토요일 밤, 조유진은 충남으로 돌아가기 싫었지만 갈 곳이 없었던지라 배현수가 조유진을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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