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동시에 여러 대의 차량이 용봉 마을에서 출발했다. 서준영과 주란화는 나란히 뒷좌석에, 황인범은 조수석에 앉았다. 차 밖에서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자니, 서준영은 갑자기 불길한 기운이 들었다.때아닌 비가 내려선 지 밖은 시커멓다고 할 정도로 밤같이 어두워졌다. 용봉 마을은 산들로 둘러싸였던 터라, 굽이굽이 산기슭들은 마치 용이 몸을 움직이듯 언제든지 마을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도로는 마치 뱀이 산을 휘감은 듯 굽이쳐 나갔고, 우당탕 우뢰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그런 환경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산길을 차량 다섯 대가 차의 불빛에 기대며 도로 위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동생, 이제부터 뭐 할 거야?”간드러진 눈웃음을 짓고 묻는 주란화의 물음에 창밖에 정신을 뺏겼던 서준영은 이내 손깍지를 하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베더니 쉼을 내쉬고 슬쩍 웃으며 말했다.“글쎄요. 아직 계획 같은 건 없어요. 누님께서 저 대신 다 관리해 주면 저가 많이 편할 것 같긴 하네요.”그 말에 주란화는 서준영의 가슴팍을 가볍게 한 대 쥐어박으며 그를 째려보았다.“날 집사로 부려 먹을 생각인 거야? 동생, 집사로 부려 먹을 거면 그에 상당한 보상은 해줘야지 않겠어? 일단 난 돈이 많으니까, 돈 말고 다른 거로 줘.”주란화는 엉큼함 한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날렸고 서준영은 눈을 뻐끔거리더니 한참이나 생각하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누님께서 뭐가 필요하실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드릴게요. 약속.”주란화는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서준영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자기 입으로 약속한 거다. 나는 따른 거 다 필요 없고, 동생이 나랑 놀아주면 될 것 같은데. 음, 일주일에 이틀 정도 나한테 할애하면 돼.”서준영은 미심쩍어하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진짜요? 너무 쉬운데요.”주란화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쉽다고 생각하니 좋네.”“콜.”서준영은 흔쾌히 대답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량이 급브레이크로 인해 산길에서 미끄러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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