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도로 아래 백 미터 떨어진 숲속에서 황인범은 주란화와 같이 큰 바위 뒤에 숨어 있다.위에서 나무들이 가리고 있어 어느 정도 빗물을 막아줬다. 비에 젖어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주란화의 몸매가 여과 없이 드러났고 검정 레이스 속옷까지 비췄다.황인범은 감히 그녀 쪽을 보지 못하고 백 미터 떨어진 산길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주의 깊게 살폈다.황인범은 내공 소성으로서 시력과 청력이 일반인을 훨씬 능가했다. 황인범이 마이바흐에서 내리는 이무기를 보았을 때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온몸이 공포에 질렸다.“이... 이무기? 조 사장이 이무기를 찾아왔다니...”놀란 기색이 역력한 황인범의 목소리에, 주란화 역시 이무기 두 글자를 듣고 급히 긴장하더니 거듭 되물었다.“황인범, 이무기가 확실해?”“이무기 맞아요. 저 몸매도 그렇고, 특히 커다란 저 문신. 머리에서 팔까지 감기는 구렁이 문신이면 이무기가 확실해요.”황인범은 확신에 찬 고갯짓을 했고, 그에 주란화는 속으로 서준영의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연락을 취하려고 했다.“안 돼. 민준이한테 얘기해서 얼른 이리로 와 준영이를 도와주라고 해야겠어.”그러나 전화는 걸리지 않았다.신호가 터지지 않는다. 산간 지역이라 신호가 워낙 잘 잡히지 않는 데다 천둥번개까지 치는 우기에는 더욱이 신호가 잡힐 리가 없었다.“어떡해, 어떡해?”주란화는 급한 마음에 핸드폰을 치켜들고 사방으로 신호를 찾아보았다. 그 모습에 황인범은 주란화에 앉으라고 신호를 주면서 말했다.“문주님, 조급해하지 말아요. 대표님 실력도 만만치 않아요. 이무기랑 막상막하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지금 대표님을 도와주는 일은 여기에 숨어서 대표님께 피해가 안 가게 하는 것뿐이에요.”주란화도 황인범의 말은 알면서도 그곳의 서준영을 보면서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동생, 제발 다치면 안 돼.”주란화는 손깍지를 끼고 기도하더니 갑자기 황인범을 향해 말했다.“황인범. 지금 용봉 마을까지 달려가면 얼마나 걸릴까
나머지 세 사람의 얼굴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민준은 고개를 확 돌리면서 변무청을 향해 물었다.“변 봉사, 확실해?”변무청은 봉문에서 점술가, 점쟁이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도학 영보의 일파 출신으로서 주로 점을 보고 길흉을 점치고 사주를 보아낸다. 평소 봉문의 출타와 움직임을 변무청이 점괘를 점쳐보고 결정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변무청이 봉문에서의 위상은 주란화에 버금갈 정도로 격상되어 갔다.평소 봉문 청룡 점술가로 불렸다.그러나 그런 변무청이 문주의 자리에는 관심이 일도 없다는 것을 봉문에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지금, 변무청의 그 한마디에 나머지 세 사람의 표정에는 그늘이 지었고 긴장감이 드리웠다.“위치는?”도민준이 첫 차자로 반응하더니 엄근진한 얼굴로 소리 내 물었다. 변무청도 지체없이 품에서 엽전 다섯 개를 꺼내 들고 하늘 위로 내던졌고 이내 엽전이 바닥에 떨어졌다.변무청은 두 손을 소매에 넣고 잠시 쳐다보더니 미간에 힘을 주며 말했다.“용봉 마을 5리 밖, 대흉. 한 가닥의 살길은 남았어.”“이봐라! 즉시 봉문에 통전하라! 용봉 마을에 있는 모든 이들은 지금 당장 마을 5리 밖으로!”도민준은 소리쳐 외쳤고 즉시 호텔을 뛰쳐나갔다. 손미화와 백주원도 따라나섰다.변무청은 호텔에 남아 엽전을 주어 다시 한번 더 던져보았다.엽전이 바닥에 떨어졌고 점괘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어찌 이런 일이?”변무청은 점괘를 보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재빨리 엽전을 다시 주워 또 한 번 던져보았다.엽전이 떨어지니, 점괘가 또다시 급격하게 변화했다. 점괘가 매번 할 때마다 더 심한 흉괘를 보였다.변무청은 도민준에게 전화를 걸어 심각하게 말했다.“도민준, 세 번 점괘를 봤는데, 세 번 다 대흉이야. 그런데 뒤에 두 번은 누님과 서 대표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점쳐지는데... 용봉 마을 5리 밖 그곳은 오늘 필시 피로 물들 것이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해.”도민준은 지금 막 호텔에서 뛰쳐나와 차에
칼 같은 손바닥으로 서준영의 등허리를 향해 정면으로 쪼개기를 시도했다. 패대기를 치는 순간, 손바닥의 양쪽으로 기세가 흰색으로 불 튀었고, 마치 허공을 쪼개는 것같이 무섭고 공포스러웠다.“엄청난 속도에, 무서운 힘이네.”서준영은 매우 놀라서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강렬한 위기감은 그에게 바로 기린 걸음을 선보이게 하였고 순식간에 뒤로 7, 8미터 미끄러져 나가게 했다. 바닥에는 좁고 긴 발자국을 남겼다.서준영은 멈춰 선 자리에서 오른손으로 지면을 짚고 자세를 유지하다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두 눈에 힘을 주었고 맞은편에서 손을 거두는 이무기를 쳐다보았다.이무기는 눈빛엔 의뭉스러운 기색이 묻어났고 음산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재미있네. 방금 펼쳐 보인 것이 작은 신통 기술인가? 나의 일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신통 방법 외에 떠오르는 건 없는 것 같은데. 젊은이가 과연 숨은 비결이 있었네.”말을 마친 이무기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입술을 핥았다. 특히 그의 손가락에 낀 비취반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색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서준영은 깊은숨을 들이켰고, 온몸에 피가 들끓어 올랐다. 지금까지 이런 집중력을 보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약간의 틈에도 이무기에게 녹다운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어서 그는 가장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그쯤 조현수도 차에서 내려와 이무기 뒤에 서서는 싸늘한 표정으로 서준영을 바라보며 한마디 보탰다.“서 대표, 그냥 이쯤에서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무기의 손에 살아남는 이는 없을 거야. 내려놓고 그냥 우리 청룡회에 가입해. 아까 조건, 아직 유효하니까. 자각 좀 제대로 하고 잘 생각해 봐.”조현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준영은 싸늘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눈동자를 반짝이며 시큰둥한 태도로 답했다.“저의 조건도 변함이 없으니, 조사장도 제대로 심사숙고해 봐요.”조현수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깊은 물 속같이 어두워져서는 화를 냈다.“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야! 이무기, 죽여!
“이무기!”조현수 등은 크게 소리쳤다.서준영이 쳐든 오른쪽 주먹에서 하얀빛이 나타나더니 혜성이 지구에 부딪히듯 이무기의 허리를 향해 날아갔다. 이것은 서준영의 모든 파워을 담은 일격이었다!하지만 이무기는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머리를 한쪽으로 움직여 서준영의 주먹을 피했다. 동시에 이무기의 입가에는 영악한 미소가 번지더니 이렇게 말했다.“괜찮은 수법인데, 하지만 조금 있으면 내 것이 될 거야.”말을 끝으로 이무기는 돌려차기를 날렸고 낙엽을 쓸듯 서준영의 허리로 공격이 들어갔다!서준영은 깜짝 놀랐고 몸이 반응할 사이도 없이 발에 차였다. 그는 포탄처럼 뒤로 날아갔고 훅 소리와 함께 산 쪽에 박혀 들어갔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산은 돌조각이 사처에 날리고 먼지가 자욱했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원인으로 먼지는 바로 가라앉았고 사람들의 눈앞에는 거멓게 뚫려있는 동굴만 보였다. 동굴 안의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죽었어?”누군가 외쳤다.“저런 저런. 이무기가 너무 강해!”“그러니까 이무기가 얼마나 강한데, 한 방에 그 녀석이 바로 죽었다고!”일행들은 흥분해서 소리쳤다. 조현수도 그 동굴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삼십 초 정도 흘러도 아무 기척도 없자 그는 부하 두 명을 시켰다.“가서 죽었는지 보고 와!”그 둘은 조금 당황해하다가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앞으로 걸어갔다.탁——탁——탁——다만, 그 둘이 동굴 어구에 접근하기도 전에 동굴 안에서 맑고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마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 같은 움직임에 그 둘은 놀라서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났다.조현수 등의 눈빛도 점점 긴장한 기색이 여렸고 이무기도 이마를 찡그리며 동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불가능한데.”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굴 입구에 서준영이 나타났다. 그의 몸에는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입가의 피를 닦더니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무기, 만약 당신의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면 오늘부터 강운시에는 더는 이무기가 없을 거네요.”이 말이 나오자 모두 헉 소리를 내
말을 마치고 서준영은 손을 들어 두 손가락을 모으더니 금색 검기가 손가락 끝에서 나타났다!이 시각 서준영은 신명 난 듯 몸에서 기가 뿜어나오더니 온몸을 담담한 금빛으로 감싸안았다.손에 들고 있는 금색의 검기에서 눈이 부신 금색의 파도가 울렁이는데 그 위력은 모두의 심금을 울렸다. 마치 위로 하늘을 가르고 아래로 지옥을 자를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뭐지?”조현수 등 여러 사람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어렸다. 모두 이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넋이 나갔다!이는 사람이 만들어 낼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그들 눈에 서준영은 인간 세상에 내려온 신과도 같아 무섭기 짝이 없었다.“이건...”이무기도 서준영이 보여준 금색 검기에 놀라서 얼굴에는 침울한 기색이 어렸다.그의 눈에도 서준영은 손에 금 검을 들고 있는 신과도 같았다. 검기가 삼천리를 흘러가는 그 위엄이 거대하게 느껴졌다!“죽어!”서준영은 손을 들어 입을 벌리고 날아오는 검은 구렁이를 가리키며 내리 잘랐고 훅하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모든 사람의 눈에 서준영이 손에 들고 있는 금색 검기가 기를 뿜으며 나오더니 몇 미터로 길어지면서 금빛 기와 함께 한 가닥의 금실과도 같이 앞으로 잘라 나갔다.위로 하늘을 가르고 아래로 지옥을 자를 것 같은 힘찬 기세였다.“씩씩!”검은 구렁이는 바로 어딘가 잘못된 것을 감지했다. 파란색의 눈에는 서준영이 내리찍는 모습이 거울처럼 보였다.구렁이는 깜짝 놀라 온몸의 비늘이 곤두서더니 머리를 재빨리 돌려 달아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금빛의 검기가 먼저 도착했다.한칼에 베어짐으로 인해 모든 도로에서 무서운 금색의 긴 라인이 나타났다. 마치 하늘과 땅을 같이 베듯이 검은 구렁이의 머리를 두 동강으로 잘랐다.“씩씩!”검은 구렁이는 참담하게 포효하며 도로에 떨어졌다. 피가 사처에 튀었는데 그 피는 부식성이 있었다.주위의 놀란 이들은 몸에 구렁이의 피가 묻은 것도 모르고 가만히 있다가 봉변당했다. 몸이 피에 부식되어 큰 구멍이 뚫리자 처참한 비
주위에 둘러싸인 산 벽에는 공포의 큰 구멍들이 하나둘 남겨졌고 자갈이 하늘로 치솟으며 땅이 갈라졌다.그 상황에 말려드는 게 두려웠던 조현수와 옆에 있던 사람들은 멀리 피해버렸다. 한편, 서준영과 이무기 두 사람은 한참 동안 결전을 벌이고 있지만 승부를 가리기가 어려웠다.서준영은 이무기가 싸우면 싸울수록 그의 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녹색 기체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자신의 공격이 점점 더 효과가 없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뱀 머리 반지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서준영은 바로 판단을 내렸다. “네 이놈, 어딜 보는 거야? 결전에서 한눈을 팔면 죽게 되는 법이야.”갑자기 서준영의 뒤에서 포악한 소리가 들려왔고 이무기가 주먹을 뻗어 서준영의 등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서준영은 기린 걸음으로 순식간에 옆으로 빠져나가 이무기의 주먹을 피하였다.“네놈이 이런 작은 신통을 몇 번이나 더 쓸 것 같아?”그가 화를 벌컥 내며 재빨리 공격해 왔고 엄청난 스피드와 예측할 수 없는 그의 주먹 때문에 서준영은 상대하기가 힘이 들었다. “당장 죽어.”갑자기, 서준영의 틈을 발견한 이무기가 사악한 표정을 지은 채 무서운 힘으로 서준영의 가슴팍을 향해 돌진했다.서준영은 깜짝 놀라며 기린 걸음을 쓰려했지만 몸 안의 영기가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이번 공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제대로 공격을 맞는다면 분명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주란화가 갑자기 도로 아래에서 미친 듯이 달려와 서준영과 이무기 사이를 가로막으며 소리쳤다.“준영아, 조심해.”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무기의 주먹은 주란화의 등을 가격했고 엄청난 힘에 주란화는 그 자리에서 날아가 서준영에게 부딪히게 되었다. 푸읍!그녀는 피를 한 모금을 뿜어내며 서준영의 품 안에 쓰러졌고 그 충격에 서준영도 몇 미터나 뒤로 뒷걸음쳤다. 그녀가 자신의 몸으로 이무기의 주먹을 막아낸 것이었다. 이내 그녀는 날개가 부러진 나비처럼 서준영의 품에
수행하는 자가 악마로 변신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악마로 변신한 사람들은 원래의 실력보다 한 단계 높은 실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생명과 잠재력을 불태워 최강의 전력을 자극해 낸다.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오직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하나는 도망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여 서준영이 악마로 변신한 모습을 본 이무기는 바로 도망치는 걸 선택했다.그의 실력이 서준영보다 강하다고는 하나 이렇게 오래 싸워서 제압하지 못했던 사람은 서준영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서준영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말해준다. 게다가 아까 혈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무기는 놀랍게도 서준영의 수단이 그가 전에는 본 적이 없던 것이라는 걸 눈치채게 되었다. ‘이놈한테는 분명 큰 비밀이 있을 거야. 이렇게 악마로 변신하였으니 그 결과는 뻔한 일이지... 이곳의 모든 사람이 저 악마의 손에 죽게 될 것이고 이곳의 모든 것이 파멸될 것이야...’줄행랑을 치는 이무기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조현수 등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서준영은 숨결마저 음산하게 변하여 사람들을 끔찍하게 만들었다. 마치 지옥에서 막 깨어난 악마와 같아 그들을 떨게 했고 얼어붙게 했다. 특히 피에 굶주린 서준영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조현수의 옆에 있던 부하들과 심복들은 모두 놀라서 몇 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회... 회장님... 저놈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얼른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그중 한 심복이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한편, 얼굴이 창백해진 채 땀을 흘리고 있던 조현수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심복의 뺨을 후려치며 호통쳤다.“도망가? 도망가긴 어딜 가? 우리 편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리고 이무기도 있는데 도망갈 필요 있겠어?”그러나 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한 심복이 앞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회장님, 이무기가 도망쳤습니다.”맙소사!고개를 돌려보니 이무기는 이미 검은 그림자가 되어 서준영에
“이 속도는...”이무기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네 이놈, 현가에서는 악마가 된 자를 절대 용납 못해. 악마로 변신한 무사들은 현가의 모든 문파에 의해 쫓기게 될 거라고.”이무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누구든 악마로 변신하면 마음속에 악의 씨앗을 심을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한 제왕의 경지에 오른 강자는 아내가 살해당한 뒤 하룻밤 사이에 악마로 변신하여 현가의 13개 문파를 모두 도살하였다. 결국 현가에서 제왕의 경지에 오른 강자 7명과 오너의 실력을 갖춘 강자 18명 그리고 대가의 실력을 갖춘 32명의 강자를 파견하여 악마가 된 그자를 참수하였다.그 싸움으로 인해 현가에서는 피를 많이 보게 되었고 피해가 막심했다. 그 이후로 현가에서는 악마로 변신한 무사들을 반드시 모든 문파에서 처단해야 한다는 규칙이 생기게 되었다. 그자가 가까운 사이라 해도 예외는 없었고 멸문할 때까지 그 뒤를 쫓아야 했다. 서준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을 죽일 수만 있다면 악마가 되는 게 뭐가 문제겠어?”이 말이 나오자 주위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비가 쏟아지는 순간, 마치 어떤 기운에 의해 가로막히기라도 한 듯 빗줄기가 허공에 매달려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빗물이 서준영의 얼굴에 떨어져 그의 볼을 타고 내려오더니 바닥에 있는 웅덩이에 떨어져 맑은 소리를 내며 물보라를 일으켰다.다음 순간, 서준영은 검은 그림자로 변하더니 이내 이무기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빠르다.”깜짝 놀란 이무기는 온몸이 얼어붙었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며 서준영의 위치를 파악했다. “여기 있어.”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이무기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졌다.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하늘에서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머리를 향해 돌진해 오는 서준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이건 그가 전에 서준영에게 쓴 수법이었다. 서준영이 그걸 배웠을 줄은 상상도 못 했고 자신보다 더 스피드가 빨라질 줄도 몰랐다.이무기는 반격할 틈도 없이 바로 두 팔을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