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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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내가 부탁해서 온 거야

나는 말문이 막혔다.역시나 당하고만 있을 배인호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그만 이렇게 다쳤고 상대는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지 않은 줄 알았다.“왜 싸운 거예요?”세희가 참지 않고 물었다.박준은 헛기침을 두 번 하더니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큼큼, 그 이동원이라는 사람이 지영 씨에 대해서 불쾌한 말을 하고 있었어요. 인호도 술을 많이 마신 터라 화를 참지 못했고요.”나는 말없이 이마를 짚었다. 모두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러게 지영이가 그토록 사랑할 땐 왜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인제야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거예요?”정아는 거침없이 얘기했다.노성민은 재빨리 정아를 다독였다.“여보, 화내지 마. 그때는 인호 형의 잘못이었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잖아? 우리 그만 꾸짖자, 이러다 형 미치겠어.”이모건이 입을 열었다.“나도 몇 년 전에 배 사장님하고 여자 연예인이 스캔들 난 거 봤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요.”노성민과 박준은 나를 붙잡아 배인호를 달래 그가 치료를 잘 받게 하려고 계획했지만 결국 모두 배인호를 꾸짖고 있었다.두 사람은 난감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애당초 배인호와 함께 나를 배척하던 두 공신이었다.잠시 후 배인호는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반쯤 기대 누웠고 모든 사람을 스캔한 후 그의 시선은 나에게 멈췄다.전생에 암세포가 퍼져 나갔을 때 나는 이미 치료할 수 없는 상태였고 배인호는 나와 이혼을 상의하는 것 외에 먼저 찾아오지 않았다.그런데 이우범은 왜 오지 않았지?이런 상황에서 이우범은 항상 배인호를 걱정했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이렇게 적대적으로 변한 것일까?“난 그만 돌아가 볼게. 인호 씨, 치료 잘하고 빠른 쾌유를 빌어요.”나는 생각을 멈추고 배인호에게 몇 마디 당부했다.배인호가 나를 불러 세웠다.“잠깐만!”배인호의 피부는 유난히 희고 상처를 입어 피를 흘려서 그런지 더 창백해 보였다. 또렷한 눈썹과 어두운 눈동자가 그의 얼굴과 대조되어 흑백 만화에 나오는 사람 같았다.“인호 씨, 어떻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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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한 번 더 기회를 줘

이모건은 그저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아빠는 이미 잠드셨고 엄마가 아직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죄송합니다. 다들 즐겁게 밥 먹고 얘기 나누느라 늦었습니다.”이모건은 엄마를 보고 먼저 입을 열어 변명했다.엄마는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세희가 나의 친구고 이모건은 세희의 남자친구이니 불편한 기색을 내시지 않으셨다.“돌아왔으면 됐죠.”엄마가 대답했다.“저희는 돌아가 볼게요.”세희가 재빨리 도망쳤다.“그래, 운전 조심하고.”엄마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세희와 이모건이 떠나는 것을 보고 엄마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점점 사라지셨다. 엄마는 내게 물으셨다.“정말 쟤들이랑 밥 먹은 거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만약 이번에도 엄마가 또 내가 병원에 배인호를 만나러 간 걸 아시게 된다면 나는 뒤에서 고자질 한 사람이 이우범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치미를 떼며 물을 따라 마신 뒤, 엄마가 말하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엄마는 더 묻지 않으시고 그저 진지하게 나를 다독이셨다.“그래, 그럼 됐어. 매일 널 단속하는 것도 맞는 행동은 아니고. 지영아, 네가 알아서 잘해야 해.”감금을 해제시켜 주시는 건가?엄마는 핸드폰을 꺼내 내게 돌려주셨다.“핸드폰 받아. 가서 얼른 자.”“알겠어요.”나는 기쁘게 핸드폰을 받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21세기 신세대 여성이 핸드폰이 없으니, 너무 슬펐다. 거기에 나는 계속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컴퓨터도 없었고 매일 지루하게 보냈다.위층으로 올라가자마자 나는 핸드폰을 켰다.켜자마자 20통가량의 전화가 와 있었다. 절반이 넘게 모두 배인호가 한 것이다. 그리고 몇 개는 이우범과 정아, 기선우였다.카톡에는 99개 이상의 메시지가 있었다.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답장을 보내다가 마지막에 배인호의 대화창에서 멈췄다.「이 영화 좋아해?」「왜 대답이 없어? 전화는 왜 안 받아?」「허지영, 지금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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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서란이 새로운 신분을 공개하다

“아주머니, 이러시면 제가 난감합니다.”난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수년에 걸쳐 나는 배인호에게 수많은 기회를 주었지만, 그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내 대답에 배인호 어머니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셨고 한숨을 쉬었다.“휴, 다 인호 잘못이다.”“이제 와서 잘잘 못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아주머니, 인호 씨 어린애가 아니에요.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책임져야 해요.”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영아, 넌 마음에 둔 상대가 있니?”배인호 어머니가 갑자기 또 물었다.나는 침착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렇다고 돌아가겠다는 건 아닙니다.”배인호 어머니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셨다.“나도 그런 뜻은 아니다. 나는 그저 너도 얼른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그럼, 인호도 마음을 접을 거야.”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문제는 나도 맘에 드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그래, 지영아.”배인호 어머니는 안도한 표정으로 일어나셨다.“네 결정을 이해한다. 오늘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배인호 어머니는 민설아의 일을 나에게 숨긴 것 외에는 나에게 잘해 주셨다. 나는 어머니가 그렇게 원망스럽지 않았다. 배인호를 위해 이렇게 굽히시는 것을 보니 조금 안타까웠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배인호 어머니를 배웅해 드리자, 배인호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엄마가 너 찾아갔어?”배인호는 직설적으로 물었다.“방금 가셨어요.”나는 대답했다.“날 찾아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당신은 말리지도 않았어요?”배인호는 조금 답답해하며 말했다.“나한테 말 꺼내시길래 널 찾아가지 말라고 했는데, 깨어보니 아무 데도 보이지 않더라고.”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금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어쨌든 엄마 말은 듣지 마.”내가 미친 것도 아니고 당연히 듣지 않을 것이다.배인호는 이 일에 관해 물으려고 전화를 한 것 같았다. 나는 대답하고 다른 일이 없으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배인호는 열흘 동안 입원한 후 거의 회복되어 퇴원했다. 물론 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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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전 와이프도 와이프다

배인호가 서란을 싫어하는 것 같았는데 그가 파티에 참석한다고?나는 의문이 들었다.“이번 파티는 서란이 서울시 비즈니스협회의 명의를 빌려 사비로 주최하는 거예요. 갑작스럽긴 하지만 얽혀 있는 인맥이 많아서 인호도 안 갈 수가 없을 거예요.”이우범은 언제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맞혔다. 심지어 전화로도 말이다.이제 서란은 예전과 달라졌으니 서울시 비즈니스협회에서도 서란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었다.“난 가고 싶지 않아요. 다른 파트너 알아보세요.”나는 잠깐 고민하다 이우범을 거절했다.“서란이 어떻게 환골탈태했는지 보고 싶지 않아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에요. 앞으로 필연적으로 그들과 교류하게 될 텐데 잘 파악해 둬야죠.”이우범은 나를 상기시켜 주었다.그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서란은 앞으로 나에게 많은 태클을 걸어 올 것이다. 그때가 되어 내가 그녀의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반격하기 어려울 것이다.“하미선이라는 이름 들어 본 적 있어요?”나는 불쑥 이우범에게 물었다.이우범이 잠시 생각에 빠진 것인지 너무 조용해서 나는 그가 전화를 끊은 건가 싶어 화면을 보니 아직 통화 중이었다.잠시 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는데 말투가 조금 이상했다.“인호한테 물어봤어요?”배인호한테 물어서 뭘 하지? 배인호는 아마도 이미 하미선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서란의 현재 신분을 조사하지 않았나?그리고 배인호가 이번 파티에 참석하려는 이유가 하미선 때문이라고 나는 예상한다.은연중에 드는 이상하고 불안한 느낌이 나의 결정을 바꾸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이번 파티에 내가 참석해야 할 것 같았다.“알겠어요. 시간 맞춰 같이 가요.”나는 더 이상 이우범에게 묻지 않고 마음을 바꿨다.“좋아요. 그럼, 오늘 밤에 봐요.”이우범의 목소리는 더 이상 지루하고 우울하지 않았고 조금 유쾌하게 바뀌었다. 내가 그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오늘 밤 파티는 요트에서 열렸고 다소 엄격하게 신분을 확인하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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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배인호가 약에 취하다

서란의 눈빛은 나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 주위에는 누구도 없었고 그녀도 본 모습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당신 때문에 우리 부모님도 돌아가셨잖아요. 그걸로도 부족해요? 난 당신한테 아직 그 일은 따지지도 않았어요.”서란은 부모님 얘기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만약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나도 상태가 그렇게 심각해지진 않았을 거예요. 부모님도 나 간호하러 병원에 오시지 않았으면 차 사고도 나지 않았을 거고요.”서란은 늘 그랬던 것처럼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렸다. 자기가 저지른 모든 나쁜 짓은 모두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 그런 것이고 모두 내가 자기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우겼다.나의 정상적인 반격은 모두 악랄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서란의 가치관은 점점 더 이상해졌다. 내가 싫어져 더 이상해진 것일까?“너희 부모님은 네가 죽인 거야. 남 탓하지 마! 문 앞에서 비켜, 나도 너한테 좋은 추억 없으니까!”나는 아무런 정서적인 동요도 없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나는 마음속에 하나도 켕기는 것이 없었다. 윤선과 서중석은 모두 자기들의 딸 때문에 죽은 것이다.만약 그때 서란이 질투심과 허영심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면, 그저 배인호의 뒤에 숨어 순진한 소녀로 남았다면 배인호도 그녀에게 모질게 하진 않았을 것이다.민설아의 심장 때문에라도 배인호는 서란을 잘 챙겼을 것이다.“허지영, 당신도 배인호가 당신한테 미련은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서란은 비키지 않고 생기 있는 얼굴에 괴이한 미소를 지으며 오만한 느낌으로 말했다.“마음속으로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그래도 나야. 나는 증명할 수 있어. 단지 당신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이야.”나는 서란의 끈질김에 짜증이 나서 다시 물었다.“서란아, 사람은 뭐가 부족하면, 그걸 더 자랑하고 싶어진대. 배인호가 진짜 사랑하는 게 너라면, 네가 이렇게 내 앞에서 존재감을 티 낼 필요도 없겠지. 안 그러니?”나의 말이 서란의 정곡을 찔렀는지 그녀의 표정이 혼란스러워지며 입술을 깨물며 나를 째려보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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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그의 키스

배인호는 나에게 뜨거운 키스를 퍼붓다가 나의 말을 듣고 멈췄다.그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붉은 입술이 요염했다.우리 사이가 복잡한 눈빛으로 얽혀 있을 때 밖에서 또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서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인호 씨는요?”“모르겠습니다. 여기로 달려 왔는데 사라졌습니다!”한 사람이 대답했다.서란의 목소리는 짜증이 가득했고 하미선은 서란을 위해 배인호에게 약을 탄 것이다. 하지만 배인호가 약 기운을 참고 그곳을 떠날 줄은 몰랐을 것이다.서란은 나의 방도 여기쯤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조급해 질 것이다.“방 하나하나 다 찾아요!”서란은 명령을 내렸다.미친것일까? 배인호와 잠자리를 가지지 못해서 배인호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장면이라도 잡으려고 하는 것일까?이렇게 자학적인 행동을 할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서란이 이렇게까지 하면 나도 골치가 아팠다.나는 얼른 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아야, 너 어디야? 빨리 노성민 데리고 와서 구해줘!”나는 빠르게 상황을 설명 했고 정아도 정신을 차리고 바로 대답했다.“그래, 내가 바로 노성민하고 사람들 데려갈게. 넌 배인호 잘 막고 있어!”나는 배인호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는 나를 등지고 있었고 땀에 젖은 셔츠는 그의 넓은 등에 붙어 있었다. 아마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 빨리 와.”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전화를 끊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서란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지영 언니, 저예요. 문 좀 열어 줄 수 있어요?”나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대고 거절했다.“안 되겠는데. 나의 휴식을 방해하지 말아 줄래.”서란은 침묵하더니 또 말했다.“오늘 밤에 도둑이 있었어요. 지영 언니, 문 좀 열어 주세요!”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배인호가 여기 없었다고 해도 나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나는 서란의 말을 무시하고 침대로 돌아와 앉아 정아와 노성민이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서란의 다음 행동은 다시 한번 내가 그녀에 대한 인상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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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한 줄기 욕망을 상기시키다

“아무 일도 없었어.”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아까 배인호와 있었던 일을 정아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이때 이우범이 찾아왔다. 그는 시끄러운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정아는 아까 있었던 일을 이우범에게 바로 설명해 주었고 내가 제지할 틈도 없었다. 비록 내가 배인호가 들이닥치고 일어났던 일을 자세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아까 서란도 나의 립스틱을 보고 배인호가 나에게 한 짓이라고 확신했다. 이우범은 또 어떻게 눈치챈 것일까?이우범의 눈빛이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성과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나도 그의 추궁에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왜 그에게 미안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이우범은 내게 물었다. 그는 그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아니요. 우리 먼저 배에서 내려요.”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일에 대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정아와 노성민은 조금 있다가 가겠다고 했고 나와 노성민은 먼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리인들에게 제지당했다.“죄송합니다. 지금 배에서 쥬얼리가 분실되어 내일 아침 7시 뒤에 배에서 내리실 수 있으십니다.”서란은 아까 연기를 실제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배에서 내리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그럼, 우리도 내일 떠나죠.”나는 어쩔 수 없이 이우범에게 말했다.“그래요.”이우범도 별다른 말 없었다. 이런 면에서 그는 이 기사 보다 나의 말을 더 잘 들어주는 것 같았다.나와 이우범은 바로 돌아왔다. 우리는 파트너이기에 서로 옆방이었다.그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 걱정스레 나를 바라보았다.“혼자 괜찮겠어요?”“당연히 괜찮죠. 안 그럼 나랑 같이 잘 거예요?”나는 깊게 고민하지 않고 가볍게 말했다.하지만 이우범은 눈썹을 들썩거리더니 눈빛이 조금 위험해졌다.“당신이 원한다면요. 난 당연히 좋죠. 남자로서 손해 보는 건 없어요.”이게 무슨 무시무시한 말인가? 나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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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이우범 어머님에게 연락하다

“어젯밤 일은 미안해.”하미선이 떠난 뒤에 배인호는 선글라스를 벗고 몸을 창문에 살짝 기대고 내게 사과했다.그가 말하니 갑자기 어제의 장면이 불쑥 생각났다. 나는 그의 입술을 한 번 바라보았다. 어젯밤보다 조금 옅어 보였다.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혼란스러운 장면들을 지우고 태연하게 대답했다.“당신이 약에 취해서 이성을 잃어 벌어진 일이에요. 나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을 테니 다시 그런 일 없도록 해요.”“응”배인호의 눈빛은 복잡했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의 비서가 차를 가져왔고 옆에 세웠다. 나는 액셀을 밟고 먼저 떠났다. 백미러로 보니 배인호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고 점점 멀어지다 사라졌다.나는 운전을 하는 한편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젯밤 배인호의 키스는 내 안에 숨겨져 있던 한 줄기 욕망을 다시 상기시켰다.당연히 그와 무언갈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나는 이미 성인이고 성숙한 여자로서 본능적인 욕구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이혼하고 이우범 외에 다른 남자도 만나 봤지만, 원나잇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낭만적 만남을 갖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나의 욕구를 무시했었다. 배인호의 어젯밤 행동은 내 욕망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과 같았다.이런 일은 그저 마음에 묻어두고 배우자를 찾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만약 아이를 가질 수 없다면 딩크족을 만나거나 아이를 입양할 의향이 있는 남성을 만나면 된다.집에 도착하자 정아한테서 전화가 왔다. 정아는 내게 큰소리로 물었다.“지영아, 이우범이 너한테 혹시 고백했어? 너 쫓아다니겠다고 결정한 건가?” “갑자기 그건 왜 물어?”나는 조금 당황했다.“아까 집에 오는 길에 노성민이 나한테 말했는데 이우범이 가족들하고 좀 다퉜나 봐. 병원 일 그만두고 기업으로 출근하는 조건으로 너하고 함께하는 걸 허락해 달라고 했대!”정아는 마치 바나나 농장을 발견한 원숭이처럼 기뻐했다.나도 이우범이 가족들과 다툰 건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건 몰랐다. 그가 어떻게 자기 일을 조건으로 걸 수 있을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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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굴욕을 자초하다

“허지영 씨, 당신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우범이와 인호가 어떤 관계인지 알잖아요. 만약 우범이가 진짜 당신과 관계를 성립한다면 여론이 어떻게 압박해 올지 알고 계시죠?”이우범의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당신이 인호와 이혼한 후로 우범이가 왜 인호랑 원수를 진 것처럼 행동했는지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당신 때문에 그러는 거 같아요.”“아주머니, 저랑 우범 씨는 그냥 친구 사이에요. 이후에도 이어질 일은 없고요. 걱정하지 마세요.”나는 이우범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전화를 건 것도 이우범의 어머니를 다독여 주기 위해서였다.이우범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허지영 씨, 그 말을 들으니, 걱정이 놓이네요. 제 말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말해야겠어요. 앞으로 특별한 일 없으면 우범이랑 만나지 말아 주세요. 그리해 줄 수 있죠?”이우범의 어머니가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말하긴 했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불쾌함은 숨길 수 없었다.나는 한참 침묵을 지켰다. 이우범 어머니는 아직도 나와 이우범의 관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훗날 마른 장작에 불이라도 달린 듯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까 봐 걱정했다.이 전화를 한 게 굴욕을 자초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우범 어머니가 이우범을 너무 닦달하지 않게 할 수는 있었다.“네.”내가 대답했다.“허지영 씨, 고마워요.”이우범 어머니가 한시름 놨다는 듯 내게 고마움을 표시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약간 멍해졌다. 어떤 기분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냥 다른 사람의 미움을 단단히 샀다는 건 알 수 있었다.나는 자신을 비웃듯 웃음이 나왔다. 한참 뒤 가방을 들고 바에 가서 술이나 마시면서 기분 전환을 하려고 했다.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정아게게 전화를 걸었다.“정아야, 어느 바에 잘생긴 훈남들 많아?”어장을 정리한 정아는 예전이랑 달리 얍삽하게 웃으며 말했다.“몰라. 근데 어떤 기저귀가 좋은지 물어보면 바로 알려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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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호텔을 예약하다 마주치다

전우연은 작업의 고수처럼 보였고 경험이 많아 보였다. 차에 오르자마자 그는 주동적으로 나의 안전벨트를 해주었다.“누나, 우리 바로 호텔로 갈까요?”전우연이 나를 보며 웃었다. 목소리도 일부러 낮게 깔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약간 느끼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나는 싫은 티를 내지 않았고 그저 머리만 끄덕였다. 그러고는 얼굴을 받치고 창밖의 풍경을 구경했다.오늘 이렇게 파격적인 결정을 한 것도 충동적으로 한 결정은 아니었다.배인호의 어머니는 내가 빨리 좋은 남자를 만나서 배인호가 나에게 관심을 끊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우범 어머니는 내가 최대한 이우범을 다시 만나지 말았으면 했다.그런데도 내가 남자를 찾지 않으면 진짜 말이 안 되었다.신체상의 제한이 없어져야만 마음의 족쇄도 풀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시도를 많이 해야 했다.머릿속이 복잡해지려는데 차는 이미 한 호텔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꽤 좋은 호텔로 보였다. 그래도 나를 저렴한 호텔로 데려가지는 않았다.“누나, 우리 올라가요.”전우연이 익숙한 듯 방을 예약하고는 내 어깨를 만지며 내 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무슨 원인인지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전우연이 얍삽하고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몸속에 차오르던 욕망도 서서히 사라졌다.엘리베이터에 올라 그는 15층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를 기다렸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어떤 이유로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말이 될지 고민이 되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데 전화가 울렸다. 이우범이 때를 잘 맞춰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잠깐만요.”나는 바로 전우연의 손을 뿌리치며 아주 중요한 전화인 듯 말했다.“먼저 전화 좀 받을게요.”“네, 누나 빨리 와요.”전우연은 내가 이 전화를 핑계로 떠날 준비를 한다는 걸 모르고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 끝으로 걸어가 이우범의 전화를 받았다.이우범은 평소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와는 달리 조급하게 말했다.“지영 씨, 왜 우리 엄마 제안 받아들인 거예요? 난 지영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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