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범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려던 찰나,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서란이 죄를 면한 이유가 뭔지 그냥 말해줘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다.“내일 만나서 얘기하죠? 같이 밥도 먹고요.”이우범은 담담하게 답했으며,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피곤함이 섞여 있었다.나는 밥을 먹고 싶진 않았지만, 그 일을 위해 흔쾌히 동의했다.“그래요, 내일 봐요.”전화를 끊고 나니 이미 퇴근 시간이었다.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 민정이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헐, 지영아. 배인호와 서란 다시 만난다는데 알고 있었어?”“응?”나는 어리둥절해 물었다.“서란이 배인호와 만난다고 공식적으로 입장 발표했어! 지금 그 둘의 신분 때문에, 많이 술렁이는 분위기야. 그 둘이 다시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민정이는 어이가 없는 듯했으며, 매우 화나 보였다.나는 살짝 의아하긴 했으나, 금세 이해가 갔다. 배인호가 나한테서 더는 희망을 보지 못하니, 결국은 자신한테 헌신하는 서란을 택한 게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니 말이다.“음, 그러라고 해.”나는 담담하게 답했다.“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그러니 너도 절대 다시 되돌아보지 마.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역겹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긴 해!”민정이가 씩씩거리며 답했다.나는 그녀의 말에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서란으로 하여금 역겨웠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니 말이다. 단지 앞으로 더는 나를 역겹게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이다.——다음날.이우범이 오늘 저녁 당직인 관계로, 우리 둘은 오후에 만나서 밥을 먹게 되었다.“괜찮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데, 거기로 가요.”이우범은 나를 보자마자, 먼저 내 손을 잡으며 나를 끌고 갔다.그 힘은 너무 세지 않은 적당한 정도였고, 그 몸에 밴 은은한 비누 향은 햇빛을 가득 머금은 듯했다.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최대한 적응하려 하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대략 2~3분 정도 걷다 보니 눈앞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하나 나왔다.그
Last Updated : 2023-11-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