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털어내기 싫어. 이것만 말해. 진심으로 이우범과 같이 있고 싶은 거야?”배인호의 눈에 억울함으로 가득 찼다.나는 그런 그를 한참 바라보고는 물었다.“인호 씨, 전에 그렇게 나를 멸시하면서 밀어낼 때 이렇게 후회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그도 그럴 것이 나는 전생에 죽기 전 이 화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배인호는 드디어 세상에서 그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는 것과 이미 진작에 나한테 반한 것을 깨닫고 내가 죽은 뒤 뼈저리게 후회하는 장면 말이다.지금 끝내 이루어졌고 나는 살아 있지만 나는 그가 나와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직접 듣고 싶었다.배인호가 한참 침묵하더니 여태껏 살아오면서 제일 비천한 태도로 말했다.“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지금 후회한 건 맞아. 난 네가 다른 남자와 있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인호 씨, 이 말을 해줘서 고마워요. 내 복수심이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요.”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머리에 기대여 배인호에게 웃어 보였다.“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후회에요. 난 다시 기회를 줄 생각도 없어요. 난 이제부터 우범 씨의 여자 친구예요. 거리 유지해 주세요. 우범 씨한테 영향 주기 싫어요.”배인호는 자존심을 바닥에 내려놓았지만, 나는 그 자존심을 짓밟았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담담하게 그와 눈을 마주쳤고 최대한 머릿속을 비우려고 애썼다. 그래야만 내 눈빛이 충분히 안정되어 보인다.“내가 서란이랑 있어도 상관없다 이거지?”배인호의 입술이 움직였다.“네, 축복해 줄게요.”내가 대답했다.“근데 제발 서란한테 나 귀찮게 하지 말라고 좀 전해줘요. 이번 납치 사건도 서란이 계획한 거 알고 있어요. 나도 가만있지는 않을 거예요.”배인호가 차갑게 냉소를 던졌다.“허허.”나는 이 냉소가 무엇 의미인지 몰라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배인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일기장을 꺼내 침대에 던지더니 병실에서 나갔다.배인호가
서란의 목적은 나와 이우범을 단단히 묶어 배인호가 마음을 접게 하는 것이었다.일이 커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로 배인호에게 디엠을 보내 그의 전처와 친구가 무슨 일을 했는지 보라고 했다. 하지만 배인호는 마치 증발한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나는 이런 복잡한 일에 관심이 없었고 몸이 좋아지자 바로 출근했다.회사에 돌아오자,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퇴근 시간이 거의 되자 배달원이 꽃 한 다발을 가지고 올라와 나에게 건네주었다. 카드에 적힌 이름은 이우범이었다.이우범이 전화를 걸어왔다.“퇴근했어요? 저녁, 같이 먹을래요?”관계도 성립한지라 거절하기 그래서 나는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요.”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나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는 이우범과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나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허지영 씨, 전에 납치됐던 사건에 새로운 수사 진척이 있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네, 말씀하세요.”십 분 정도 들었는데 내 기분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진웅과 서란 모두 아무 일 없었다. 이번에도 유진웅 밑에 있는 몇몇 양아치들이 죄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고 이는 이우범을 만날 때까지 지속되었다."왜 그래요? 나랑 밥 먹기 싫어요?"내가 죽상을 하고 있자 이우범이 내 볼을 꼬집으며 친근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서란이 너무 강해져서 나 같은 피해자가 지목해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에요."내가 자리에 앉으며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우범의 얼굴에서 웃음이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나를 위로해 주었다."괜찮아요. 내가 처리할게요."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거예요?"이우범은 거의 집안 배경으로 일을 해결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그저 평범한 의사가 되고 싶어 했다. 의사가 나쁜 건 아니지만 서란과 맞서기엔 어려웠다.게다가 나와
이우범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려던 찰나,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서란이 죄를 면한 이유가 뭔지 그냥 말해줘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다.“내일 만나서 얘기하죠? 같이 밥도 먹고요.”이우범은 담담하게 답했으며,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피곤함이 섞여 있었다.나는 밥을 먹고 싶진 않았지만, 그 일을 위해 흔쾌히 동의했다.“그래요, 내일 봐요.”전화를 끊고 나니 이미 퇴근 시간이었다.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 민정이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헐, 지영아. 배인호와 서란 다시 만난다는데 알고 있었어?”“응?”나는 어리둥절해 물었다.“서란이 배인호와 만난다고 공식적으로 입장 발표했어! 지금 그 둘의 신분 때문에, 많이 술렁이는 분위기야. 그 둘이 다시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민정이는 어이가 없는 듯했으며, 매우 화나 보였다.나는 살짝 의아하긴 했으나, 금세 이해가 갔다. 배인호가 나한테서 더는 희망을 보지 못하니, 결국은 자신한테 헌신하는 서란을 택한 게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니 말이다.“음, 그러라고 해.”나는 담담하게 답했다.“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그러니 너도 절대 다시 되돌아보지 마.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역겹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긴 해!”민정이가 씩씩거리며 답했다.나는 그녀의 말에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서란으로 하여금 역겨웠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니 말이다. 단지 앞으로 더는 나를 역겹게 만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이다.——다음날.이우범이 오늘 저녁 당직인 관계로, 우리 둘은 오후에 만나서 밥을 먹게 되었다.“괜찮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데, 거기로 가요.”이우범은 나를 보자마자, 먼저 내 손을 잡으며 나를 끌고 갔다.그 힘은 너무 세지 않은 적당한 정도였고, 그 몸에 밴 은은한 비누 향은 햇빛을 가득 머금은 듯했다.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최대한 적응하려 하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대략 2~3분 정도 걷다 보니 눈앞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하나 나왔다.그
배인호의 위치는 이우범과 나란히 즉 바로 내 옆 맞은편 자리였기에, 나는 그의 무미건조한 표정을 바로 볼 수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를 숙인 채 핸드폰만 하고 있었고, 그 늘씬한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만 분주하게 두드렸다. 또한, 메뉴선택에 대해서도 별다른 의견이 없어 보였다.“아무거나. 네가 먹고 싶은 거로 해.”“그래요!”서란은 배인호의 그런 냉담한 모습에 전혀 개의치 않고, 배인호가 좋아하는 음식을 능숙하게 주문했다. 그런 서란의 모습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배인호에 대해 잘 알고 있네? 나는 이 세상에서 배인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뿐인 줄 알았다. 어쨌든 10년이란 시간 동안, 해마다 내 머릿속에는 그 사람만 둘러싸고 있었으니 말이다.“왜 그래요? 입맛에 안 맞아요?”내가 별로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이우범이 부드럽게 물었다.“제가 피망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나는 접시에 담긴 수제 먹물 파스타를 가리키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이우범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곧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이 아직 손도 대지 않은 먹물 파스타에서 꼼꼼히 피망을 골라냈다.평소의 그는 수술도 참여하기에 그 손은 항상 섬세하고 깨끗했으며, 나이프와 포크를 잡는 자세도 매우 우아하고 안정적이었다.그는 피망을 다 고르고 난 뒤, 자신의 그 먹물 파스타를 나한테 건넸고 내가 먹다 남은 파스타를 가져갔다.“어, 그거 내가 먹던 건데!”나는 재빨리 그를 말렸다.“괜찮아요.”이우범은 아무렇지 않게 내가 먹다 남은 파스타를 가져가서 먹었다.그 모습에 나는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사실 나는 피망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단지 아무 핑계나 찾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는 내가 먹던 거도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데, 내가 어떻게 그의 온화함과 섬세함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한창 먹물 파스타를 집중해서 먹고 있을 때쯤, 갑자기 옆에서 서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일 한 지 얼마 안 돼서 새우가 먹고 싶어도 깔 수가 없네.”이어서 몇 초 늦게 배인호의
나는 다정하게 이우범의 손을 잡으며, 그의 팔에 기대어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은 당연히 무시한 채로 말이다.이우범의 차에 타려던 찰나, 갑자기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고, 응급상황이 생겨 이우범은 바로 병원에 들어가 봐야 했다.“얼른 가봐요. 응급상황이 우선이니까요!”나는 얼른 그를 재촉했다.“저는 이 기사님더러 데리러 오라면 돼요.”이우범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 레스토랑 문을 돌아보았고, 나는 그를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말아요. 그 사람이랑 한마디도 안 섞을 테니까요.”“그래요, 아무 말도 섞지 말아요. 아니면 제가 질투 날 것 같아요.”이런 부분에서 이우범은 절대 돌려서 말하지 않고, 언제나 직설적이었다.나는 이런 게 오히려 더 편하고 좋았다.“네, 그럴 일 없어요. 얼른 들어가 봐요.”내가 답했다.이우범은 갑자기 허리를 숙여 내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고, 나는 깜짝 놀라 그 어떤 반응도 하지 못했다.“그럼 먼저 가볼게요. 집에 도착하면 문자 줘요.”내가 그의 입맞춤을 거절하지 않고, 어떤 싫은 내색도 하지 않은 걸 본 이우범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나는 얼굴을 만지며, 약간의 부끄러움에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이우범이 내 눈앞에서 멀어져 가는 걸 본 뒤에야,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이 기사님께 데리러 올 수 있냐고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이 기사님은 조금 전 아빠 회의 때문에 아빠를 데려다줬다 했고, 서둘러 오려면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괜찮아요, 저 혼자서 택시 잡아서 갈게요.”전화를 끊은 뒤 나는 혼자서 택시를 잡았다.택시에 탄 뒤, 나는 이우범에게 문자 한 통 보낸 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잠시 후, 택시 기사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가씨, 저 뒤에 따라오는 차 아는 차에요? 아까부터 계속 따라오네?”나는 눈을 뜨고 백미러를 통해 뒤에 차를 확인했고, 배인호의 마이바흐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따라오고 있었다. 특히 그 차량번호는 한눈에 봐도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옆 빌라를 배인호에게 팔았나?배인호가 집을 사는 건 내가 막을 수 없지만, 그와 이웃이 된 걸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나는 그가 이웃이 된 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흥미가 없었고, 오히려 다른 것에 흥미가 갔다.“이우범 씨가 유진웅은 감방에 넣었는데, 서란은 안 들어간 거 보면 누군가가 서란을지켜주나 봐요? 서란의 양부모님은 아닌 것 같고, 당신 맞죠?”내가 물었다.나는 이우범보다 한 수위에 있는 사람은 배인호 외에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이우범은 어떻게 했는지를 나에게 자세히 알려주진 않았지만, 나는 그가 절대적으로 집안의 힘을 빌렸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가 그 부탁을 왜 들어줬는지는 알 수 없었다.배인호는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서서는 오후의 햇빛 아래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듯했다.“지금 나와 그 애의 관계를 너도 알 테고, 내가 그 앨 도와주는 게 뭐가 잘못됐어?”그가 나에게 되물었다.배인호와 서란의 현재 관계는 확실히 가까웠다. 외부에서 봤을 때 그 둘의 관계는 신데렐라와 부유한 왕자님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흐흐, 잘못된 거 없죠. 저 대신 서란한테 감사의 인사라도 전해줘요. 걔가 그 소란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전 아마 이우범 씨와 함께하기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거예요. ”배인호는 원래 나를 화나게 하고 싶었지만, 내 대답을 들은 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나는 그의 반응 따위는 무시한 채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들어갔다.집에 도착해 보니 엄마는 거실에서 화분을 정리하고 있었고,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지영아, 옆집 판 뒤에 새 이웃이 들어온 것 같던데, 인사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니니?”나는 엄마를 막아 나섰다.“그럴 필요 없어요, 엄마.”“왜?”엄마는 의아해하며 물었다.“그 이웃 너도 아는 사람이야?”나는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은 하지 않았다. ‘배인호’라는 이름을 말하는 순간 엄마가 충격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하지만 엄마
현재의 서란은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그 돈으로 우리 집을 무너뜨리려고 온갖 정성을 쏟아붓고 있다.이우범은 내 옆에 다가오면서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서란네 자금이 충족하다 해도, 새로 설립한 회사라 운영이 쉽진 않을 거예요. 인맥이나 시장 평판으로 봐도 지영 씨네 회사보다 부족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만약 공정한 경쟁이라면 별로 걱정되진 않는다. 하지만 혹시라도 서란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까 봐 그게 걱정되었다.“그래요, 제대로 보여줘야죠.”나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고, 이우범에게 이어서 물었다.“근데 여기까지 올 시간이 있었던 거예요?”그는 그가 소속한 과에서의 기둥으로, 평소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특히 수술이 잡힌 날이면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곤 했다.“오늘 휴식이에요. 그래서 지영 씨랑 밥 먹으려고 왔어요.”이우범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지영 씨는 지금 너무 말라서, 살이 좀 더 쪄야 해요.”그러면서 그는 손을 뻗어 내 팔을 주물럭거렸다.나는 너무도 간지러워 웃음이 새어 나왔고, 재빨리 내 팔을 빼면서 말했다.“저 간지럼 많이 타요!”이우범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앞으로 지영 씨가 저 괴롭히면, 전 지영 씨 간지럼 태우면 되겠네요.”“허지영 씨와 남자친구분 사이가 너무 보기 좋네요.”갑자기 하미선의 목소리가 우리를 방해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손에는 한정판 LV 가죽 가방에 온몸은 고급 브랜드로 둘러싸 무척 고급스러워 보였다.하미선 뒤의 검은 링컨은 햇빛 아래에서 눈부시게 빛났으며,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저희 가서 밥이나 먹죠.”나는 하미선을 무시한 채 이우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래요, 뭐 먹고 싶어요?”이우범도 나와 같이 하미선을 무시한 채 말했다.하미선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이 부분은 서란 보다 더욱더 참을성이 있어 보였다.그녀는 앞으로 몇 걸음 더 다가와서는 내 앞을 가로막았다.“
“대체 뭔 생각하면서 운전하는 거야? 이우범 생각하면서 운전하나?”배인호는 비켜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는 차창 쪽에 두 손을 받치고는, 허리를 숙인 채 차가운 표정으로 차 안의 나를 비웃으며 쳐다봤다.“이우범 씨가 현재 내 남자친구인데, 그 사람 생각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인 거죠.”배인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고작 얼마나 지났다고, 진짜 좋아하게라도 된 거야?”“지금 너무 오지랖인 거 아닌가요? 당신의 그 여자친구가 질투하는 건 신경 안 쓰나 봐요?”나는 기분이 좋지 않은 관계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아 맞다. 걔 요즘 우리 집 망하게 하려고 사업 시작한 것 같던데, 그건 시간 낭비라고 대신 전해줘요.”20억 달러면 확실히 많은 금액이다. 단지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를 뿐이지, 회사 한 개가 다 뭐냐, 회사 10개를 설립한대도 문제가 되지 않는 금액이다.배인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걔가 겁나는 거야?”“쩝, 걔가 그렇게나 똑똑하고, 자원도 잘 이용하고, 그 뒤를 묵묵히 받쳐주는 남자친구까지 있는데, 당연히 겁이 나야죠?”이어서 나는 차 문을 열었고, 그제야 배인호는 내가 차에서 내릴 수 있게 비켜섰다.오늘 배인호가 운전한 차는 벤틀리였고, 다행히 내가 집 앞에 가까워졌을 때 천천히 운전해서, 차에 살짝 기스가 났을 뿐이었다.나는 대략 확인 후 배인호를 향해 말했다.“보험으로 갈까요? 아니면 사적으로 해결할까요?”“이건 내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배인호는 내 차로 인해 긁힌 차 뒷부분을 만지작거렸고, 차에 깜빡이 부분에도 살짝 기스가 난 것 같았다.이어서 그는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내가 보험으로 가길 바라? 아니면 사적으로 해결하길 바라?”나는 당연히 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러지 않는 한 너무 번거로울 거니 말이다.“사적으로 해결하죠. 얼마면 될까요?”나는 차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계좌로 보내줄게요.”배인호는 나의 쿨한 대처를 보더니 얼굴색이 살짝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