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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우리 이제 털어 버려요

내 말이 끝나자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 이우범만 기쁜 표정으로 물었다.

“진짜예요? 나한테 기회를 주는 거예요?”

나는 일부러 배인호를 무시하고는 이우범을 향해 웃어 보였다.

“네. 오늘도 봐요. 우범 씨가 제일 먼저 나 구하러 왔잖아요. 기회를 안 주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이우범이 흥분을 감추지 않았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억제하지 못했다.

배인호의 표정은 전례 없는 분노와 고통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에겐 더 이상 손댈 이유가 없었다. 내가 이우범과 사귀는 건 나의 자유였다.

“먼저 병원부터 가자.”

엄마가 걱정스레 말했다.

나는 머리를 끄덕였고 이우범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배인호 옆을 지나치는데 그가 나를 불러세웠다.

“허지영, 후회할 거야.”

나는 배인호의 차가운 눈동자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배인호는 지금, 이 순간 내가 겪었던 아픔을 겪었으니 서로 퉁친 걸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 아빠는 그런 배인호를 힐끔 쳐다보더니 나를 데리고 나갔다. 곧이어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경찰이 온 듯싶었다.

나와 이우범은 병원에 도착해 치료받았다. 약 효과가 지나긴 했지만, 몸에 해로운 약이라 신중하게 대해야 했다.

엄마는 새벽까지 내 곁에 같이 있어 주면서 말했다.

“네 아빠 아직 경찰서에 있는데 화가 잔뜩 나 계시더라.”

“서란이랑 유진웅이 한 짓이에요. 증인이 있어도 부족하대요?”

내가 물었다.

“유진웅은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서란이 너무 깨끗하게 빠져나가서 어려울 수도 있어.”

엄마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 배인호를 알게 되면서부터 계속 다사다난하네, 어떡하지?”

그러다 다시 엄숙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 이 선생님이랑 사귀는 거 진짜 신중하게 고려해 봤어? 이건 애들 장난이 아니야.”

“네, 생각해 봤어요.”

나는 굳건하게 대답했다.

“엄마랑 아빠도 내가 이 선생님이랑 만나보는 거 원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한참 침묵하더니 말했다.

“저번에 절에 가서 제비를 뽑아서 길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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