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뭔 생각하면서 운전하는 거야? 이우범 생각하면서 운전하나?”배인호는 비켜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는 차창 쪽에 두 손을 받치고는, 허리를 숙인 채 차가운 표정으로 차 안의 나를 비웃으며 쳐다봤다.“이우범 씨가 현재 내 남자친구인데, 그 사람 생각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인 거죠.”배인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고작 얼마나 지났다고, 진짜 좋아하게라도 된 거야?”“지금 너무 오지랖인 거 아닌가요? 당신의 그 여자친구가 질투하는 건 신경 안 쓰나 봐요?”나는 기분이 좋지 않은 관계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아 맞다. 걔 요즘 우리 집 망하게 하려고 사업 시작한 것 같던데, 그건 시간 낭비라고 대신 전해줘요.”20억 달러면 확실히 많은 금액이다. 단지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를 뿐이지, 회사 한 개가 다 뭐냐, 회사 10개를 설립한대도 문제가 되지 않는 금액이다.배인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걔가 겁나는 거야?”“쩝, 걔가 그렇게나 똑똑하고, 자원도 잘 이용하고, 그 뒤를 묵묵히 받쳐주는 남자친구까지 있는데, 당연히 겁이 나야죠?”이어서 나는 차 문을 열었고, 그제야 배인호는 내가 차에서 내릴 수 있게 비켜섰다.오늘 배인호가 운전한 차는 벤틀리였고, 다행히 내가 집 앞에 가까워졌을 때 천천히 운전해서, 차에 살짝 기스가 났을 뿐이었다.나는 대략 확인 후 배인호를 향해 말했다.“보험으로 갈까요? 아니면 사적으로 해결할까요?”“이건 내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배인호는 내 차로 인해 긁힌 차 뒷부분을 만지작거렸고, 차에 깜빡이 부분에도 살짝 기스가 난 것 같았다.이어서 그는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내가 보험으로 가길 바라? 아니면 사적으로 해결하길 바라?”나는 당연히 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길 바랐다. 그러지 않는 한 너무 번거로울 거니 말이다.“사적으로 해결하죠. 얼마면 될까요?”나는 차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계좌로 보내줄게요.”배인호는 나의 쿨한 대처를 보더니 얼굴색이 살짝 차
이윽고 배인호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그는 여전히 걸어 다니는 옷걸이로, 심플한 럭셔리 수트를 입고 성숙한 남성미를 뽐내고 있었다.그는 서란을 향해 걸어왔다.엄마는 즉시 내 반응을 살피더니 안도의 기색을 보였다.“바쁜데도 와줘서 고마워요.”서란은 손을 뻗어 걸어오는 배인호를 잡았고, 그 한쪽에는 하미선이 서 있었다. 즉 그의 양쪽에는 양대 산맥이 서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서란은 배인호를 향해 특유의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하미선도 배인호를 향해 웃어 보였다.“배인호 대표님이 이렇게 찾아온 건 저희 샤인 코스메틱 회사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영광입니다. 저희 이 작은 회사, 대박 나겠네요.”“과찬이십니다, 하 대표님.”배인호가 담담하게 답했다.나는 이 둘의 말투와 표정으로만 봐도 가식적이기 그지없었다.이때, 나는 세희도 정장을 입고 다른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걸 보았다.“엄마, 저 세희한테 다녀올게요.”나는 엄마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세희에게 갔다.“그래, 가봐.”엄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세희는 오늘 이모건과 같이 참석했고, 그 둘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가까워 지는듯했다. 나를 발견한 세희는 빠르게 이모건과 거리를 두었다.나는 참지 못하고 다가가서 물었다.“둘이 만나기로 한 거야?”“아직은 그냥 썸 단계야.”세희는 보기 드문 수줍음을 드러냈다.“오올, 저 멋진 남자가 이젠 네 남자가 되는 거겠네!”나는 감탄하며 말했다.“희망이 보인다. 보여.”세희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내 생애도 드디어 봄날이 찾아왔다!”그나저나 오늘 이우범은 여기 참석하지 않았다.많고 많은 인파 속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이우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의 본업은 의사라 이런 자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우범의 어머니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셨다. 그의 어머니는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와 시선을 마주하더니, 그 표정은 삽시간에 차가워졌다.“지영아, 너 오늘 오는 게 아니었어…”세희가 갑자기 동정 섞인 말투로
내 마음속에서는 파도가 요동치는 듯했고,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그 사진에 몇초 더 머물렀다.이우범의 얼굴에는 비록 웃음기는 없었지만, 별다른 차가움도 볼 수 없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아주 젊었고, 웃을 때 올라가는 그 광대도 아주 포만감 있어 보였다.나는 신기하게도 조금 전 배인호와 서란이 서 있을 때 그 둘이 아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이우범과 그의 맞선 상대가 같이 앉아있는 모습을 봐도 둘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저한테 이미 말했어요.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거라고요. 그러니 배인호 대표님은 신경 끄시죠.”나는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당신의 그 어린 여자친구나 잘 챙겨요.”말을 마친 뒤 나는 그대로 돌아섰다.그러고는 조용한 구석 자리를 하나 찾은 후, 군중 속을 열심히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아는 사람은 일단 머릿속으로 대충 메모 해뒀다.어느 정도 파악 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이우범에게 뭐 하는지 문자를 보내려 했다.하지만 망설이게 되었다. 이러면 내가 그를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 거로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때쯤, 갑자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허지영 씨.”이우범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나는 깜짝 놀라 바로 몸을 돌려 그쪽을 바라봤고, 이우범의 어머니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안녕하세요, 아주머니.”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지금 시간 있어요? 오늘 만났던 참에 우리 얘기라도 나눠보는 게 어때요?”이우범 어머니는 비록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어딘지 모를 차가움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이는 언젠가는 부딪힐 일이니, 나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네, 그래요.”나는 이우범 어머니의 뒤를 따라 작은 베란다에 도착했다. 문을 닫으니, 외부의 소리는 차단된 채 산들바람만 얼굴을 스쳐 지났다.이우범의 어머니는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았고, 나는 이런 느낌이 익숙지도 않았고, 아주 싫었다.“아주머니,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
기분이 안 좋다고? 내가 기분이 안 좋을 게 뭐가 있지?나는 배인호가 서란을 부드럽게 대할 때, 내가 무시당했던 그 과거 시절이 생각날 뿐이었고, 예전의 나 자신이 그저 불쌍할 따름이었다.“하던 거 계속해.”나는 귓가의 잔머리를 다듬으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내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배인호는 기분이 더 안 좋아진 듯했다.서란이 그를 뒤돌아보았지만, 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내가 자리를 떠나려는 찰나, 내 등 뒤에서는 발걸음 소리와 서란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배인호 씨! 인호 씨!!”배인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따라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잠깐 멈춘 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당신 스토커예요?”나는 차가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저와 좀 멀리 떨어지시죠!”“이우범이 너 몰래 뒤에서 맞선 보러 갔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배인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허지영, 너 과거에 네가 겪었던 상처가 똑같게 발생하길 바라는 거야?”나는 시큰둥하게 웃어 보였다.“지금 저와 이우범 씨가 헤어질 수 있게 부추기는 건가요? 왜죠?”배인호의 눈빛은 살짝 어두워졌다고 다시금 이글거렸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아니, 난 네가 어떻게 할지 궁금해서 묻는 거야.”궁금해서 그런다고? 미련이 아니라?나와 이우범이 함께한 건 의심할 여지 없이 배인호를 배신한 거나 다름없다. 전에 그에게 헌신하던 여자를 그는 아예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가, 안중에 두기 시작했을 때 이혼하게 됐고, 그의 소꿉친구의 여자친구가 된 거다.배인호의 성격으로는 이걸 절대 참을 수 없을 거다.우리가 이혼 전에도 그는 이미 나와 이우범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내가 뭘 어떻게 하든 이젠 당신과 상관없어요. 배인호 씨, 서란과 함께하기로 했으면, 지금 이렇게 나 따라 나와도 되는 거예요?”내가 되물었다.배인호가 나의 말에 답하려는 찰나,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발신자 표시를 본 뒤 바로 끊어버렸다.하지만 핸드폰은 바로 다시 울렸고, 아마 서란
가끔 배인호와 이우범은 서로 통하는 뭔가가 있는 듯하다.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거니와, 상대가 무얼 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다 알고 있는듯하다.나는 묵인했다.“인호가 하는 말 아무것도 믿지 말아요. 저만 믿으면 돼요.”이우범은 멈칫하더니 이어서 말했다.“인호는 분명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할 거예요.”그는 직설적으로 말했다.그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나는 이우범을 믿기로 했다. 현재 우리가 커플이어서가 아니라, 전부터 그의 인성으로 보았을 때 그는 항상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네, 알겠어요.”나는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따로 배인호와 만난 게 아니라, 파티장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어서, 배인호가 일부러 저한테 알려준 거예요.”“그래요, 믿어요.”이우범은 아주 긍정적으로 답했다.“퇴근하고 그쪽으로 갈게요. 같이 밥이나 먹죠? 요즘 저도 바빠서 오늘에야 지영씨와 제대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네요.”계산해 보니, 확실히 이우범과 며칠은 만나지 못했다. 나는 이우범이 바쁘다는 거도 잘 알고 있었고, 거기에 파티장에서 발생한 일까지 합치면, 기분도 좋지 않았기에 그와 만나든 안 만나든 별로 신경 따위 쓰지 않았던 것 같다.이왕 이우범 쪽에서 밥을 먹자고 먼저 말했으니, 나도 흔쾌히 승낙했다. 한 단락의 관계가 유지되려면, 서로의 노력도 필요하니 말이다.“그래요, 저녁에 봐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는 긴급회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회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갑자기 2, 3개의 공급업체에서 우리한테 계속하여 생산 원료를 공급할 수 없다고 통지가 온 것이다!엄마는 샤인 코스메틱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그 몇 개의 공급업체를 빼앗아 갔다고 했고, 그 표정은 매우 굳어있었다.하여 현재로서는 그 몇몇 공급업체의 마음을 다시 되돌려 우리 회사와 계속 합작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고, 그와 동시에 기타 공급업체에도 연락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다.서란이 빨리 움직였네
그 뒤로도 엄마와 나는 원료 공급업체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오직 거기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나는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 대표 아버지한테 연락했다.“허지영 씨, 저 그냥 바로 말할게요. 이게 다 배 씨 그룹 때문이에요. 그래도 전에 배인호 대표님이랑 부부 사이인 거로 아는데, 정 안되면 직접 배인호 대표님을 찾아가 보시는 건 어때요?”한창 이야기를 나누다, 서 대표 아버지가 직접적으로 나에게 말했다.나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역시나 배인호가 우리 집을 겨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나는 이로 하여금 전생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는 나와 이혼하기 위해, 우리 집을 발칵 뒤집었고, 거의 우리 집을 궁지로 밀어 넣었었다.설마 이번 생에도 재연되는 건 아니겠지?통화가 끝난 뒤, 나는 한참을 생각한 뒤에 차 키를 가지고 회사를 나갔다.배 씨 그룹에 도착하니, 로비 카운터에서 나를 막아 나서며, 예약은 하고 왔는지 묻는 것이었다.“아니요, 일단은 배인호 씨에게 전달해 줘요. 중요한 일 때문에 배인호 씨와 면담해야 하니까요.”나는 정중하게 답했다.로비 카운터에서는 나를 한번 스캔하더니, 내가 눈에 익지만, 누군지는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아마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듯했고, 전에 내가 여기 와서 한동안 일했을 때는, 이 여성분이 아니었었다.이어서 그녀는 나를 거절했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예약하지 않으셨으면 배인호 대표님과 만날 수 없습니다.”“그 사람 지금 회사에 없어요?”나는 이어서 물었다.“죄송합니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로비 카운터는 아주 성실하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나는 한쪽 편에 있는 소파로 가서 앉아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의 전화기는 꺼진 상태였다.그러니 여기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점점 해가 저물어 갔고, 배 씨 그룹의 직원들도 하나둘씩 퇴근하기 시작했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나를 알아보고 이상하다는 듯 서로 수군거렸다.여기서 기다리는 와중에도 나는 배인호에게 계속 전화를
“미안해요. 일부러 두 분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배 대표님하고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요.”나는 기예은을 한 번 쳐다보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기예은은 “흥!”하고 소리를 내며 자신의 섹시한 몸매를 가릴 생각은 하지도 않고 아예 소파에 누워 버렸다.배인호는 무심하게 옷깃을 정리했다.“지금 시간 없어.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면 되잖아.”“오늘 오후에 당신 핸드폰 계속 꺼져 있었잖아요.”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 시간 많이 안 쓸 테니까 비즈니스 얘기 좀 해요.”“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우리 이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가문의 비즈니스는 모두 끝난 거로 아는데. 뭘 더 얘기하자는 거야?”배인호는 다시 소파로 가서 앉으며 담배를 한 대 피웠다.기예은은 일어나 앉으며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당신이 이 사람 전 와이프예요?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시간은 흘렀고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나도 점점 사라져갔다.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기예은 씨, 이 사람하고 나 얘기 좀 해야 하는데 자리 좀 비켜 주실래요?”나는 예의를 지키며 물었다.기예은은 나와 배인호를 번갈아 보다가 다시 소파에 누웠다. 아무렴 상관없다는 태도였다.“얘기 나눠요. 난 며칠 동안 밤을 새워서 좀 자려고요. 마음 놓으세요. 난 잠들면 아무것도 듣지 못해요.”기예은은 나를 존중해 주지 않았다. 그저 이혼한 전 와이프일 뿐이었다. 그녀를 내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배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끔 뜻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기예은은 갑자기 자신의 두 다리를 일부러 배인호의 무릎에 올려놓으며 투덜거렸다.“나 힘들어요. 배 대표님이 다리 좀 주물러 주세요.”배인호는 희고 가느다란 다리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자연스럽게 종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배 대표님은 참 좋은 남자예요. 내 남자친구가 아닌 게 아쉽지만.”기예은은 말을 마치고 웃기 시
우리 아빠 쪽은 3대가 정치가 출신이셨다. 모두 청렴결백하셨고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일은 없었다.그리고 나와 우리 엄마는 아빠의 그런 원칙을 존중했고 아빠가 자랑스러웠다.“배인호 씨, 우리 가문에 대한 원망이 있다면 이해해요. 하지만 사적인 감정을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지 않길 바라요. 그렇게 해줄 수 있어요?”나는 진심으로 부탁했다.배인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넌 어떻게 인간쓰레기한테 공사 구분을 바라?”이렇게 솔직하게 자기가 인간쓰레기라는 걸 인정하니 나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갑자기 배인호는 몸을 일으켜 나의 앞으로 오더니 허리를 굽혀 속눈썹까지 자세히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내게 다가왔다. 나는 조금 놀라서 숨을 참았다.“내가 너희 집안을 겨냥한 건 아니지만, 성인바이오 쪽의 생각을 바꾸게 할 방법은 나에게 있어. 내 도움이 필요해?”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당신 도움이 필요해요.”나는 침착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배인호는 손을 들어 나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어 자기와 시선을 맞추게 했다. 그는 눈을 깜빡이며 조금 궁금한 듯 물었다.“너희 아버지가 나서기 힘들면, 너희 외할머니 쪽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되잖아?”나는 말문이 막혔다. 엄마의 친정 쪽의 일은 조금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생사와 관련된 일이 아닌 이상 엄마는 절대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이 일은 당신이 우리 가문을 겨냥하지 말라고 말해 주면 아주 쉽게 해결될 것 같아요.”나는 배인호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전남편을 봐주니까 난 좀 기쁜데.”배인호는 웃기 시작했다. 표정이 부드러워졌지만, 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나는 ‘응’ 이리고 한마디하고 더 말하지 않았다.배인호의 시선은 나의 눈에서 아래로 이동하더니 입술에 멈추었다. 눈빛이 마치 맛있는 먹이를 발견한 짐승 같아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난 왜 립스틱을 덧발랐지? 정말 미치겠네!배인호는 엄지로 나의 입술을 부드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