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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축복해 줄게요

“난 털어내기 싫어. 이것만 말해. 진심으로 이우범과 같이 있고 싶은 거야?”

배인호의 눈에 억울함으로 가득 찼다.

나는 그런 그를 한참 바라보고는 물었다.

“인호 씨, 전에 그렇게 나를 멸시하면서 밀어낼 때 이렇게 후회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전생에 죽기 전 이 화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배인호는 드디어 세상에서 그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는 것과 이미 진작에 나한테 반한 것을 깨닫고 내가 죽은 뒤 뼈저리게 후회하는 장면 말이다.

지금 끝내 이루어졌고 나는 살아 있지만 나는 그가 나와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직접 듣고 싶었다.

배인호가 한참 침묵하더니 여태껏 살아오면서 제일 비천한 태도로 말했다.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지금 후회한 건 맞아. 난 네가 다른 남자와 있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

“인호 씨, 이 말을 해줘서 고마워요. 내 복수심이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머리에 기대여 배인호에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후회에요. 난 다시 기회를 줄 생각도 없어요. 난 이제부터 우범 씨의 여자 친구예요. 거리 유지해 주세요. 우범 씨한테 영향 주기 싫어요.”

배인호는 자존심을 바닥에 내려놓았지만, 나는 그 자존심을 짓밟았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담담하게 그와 눈을 마주쳤고 최대한 머릿속을 비우려고 애썼다. 그래야만 내 눈빛이 충분히 안정되어 보인다.

“내가 서란이랑 있어도 상관없다 이거지?”

배인호의 입술이 움직였다.

“네, 축복해 줄게요.”

내가 대답했다.

“근데 제발 서란한테 나 귀찮게 하지 말라고 좀 전해줘요. 이번 납치 사건도 서란이 계획한 거 알고 있어요. 나도 가만있지는 않을 거예요.”

배인호가 차갑게 냉소를 던졌다.

“허허.”

나는 이 냉소가 무엇 의미인지 몰라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배인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일기장을 꺼내 침대에 던지더니 병실에서 나갔다.

배인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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