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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굴욕을 자초하다

“허지영 씨, 당신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우범이와 인호가 어떤 관계인지 알잖아요. 만약 우범이가 진짜 당신과 관계를 성립한다면 여론이 어떻게 압박해 올지 알고 계시죠?”

이우범의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신이 인호와 이혼한 후로 우범이가 왜 인호랑 원수를 진 것처럼 행동했는지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당신 때문에 그러는 거 같아요.”

“아주머니, 저랑 우범 씨는 그냥 친구 사이에요. 이후에도 이어질 일은 없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이우범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전화를 건 것도 이우범의 어머니를 다독여 주기 위해서였다.

이우범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허지영 씨, 그 말을 들으니, 걱정이 놓이네요. 제 말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말해야겠어요. 앞으로 특별한 일 없으면 우범이랑 만나지 말아 주세요. 그리해 줄 수 있죠?”

이우범의 어머니가 최대한 예의를 차리며 말하긴 했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불쾌함은 숨길 수 없었다.

나는 한참 침묵을 지켰다. 이우범 어머니는 아직도 나와 이우범의 관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훗날 마른 장작에 불이라도 달린 듯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까 봐 걱정했다.

이 전화를 한 게 굴욕을 자초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우범 어머니가 이우범을 너무 닦달하지 않게 할 수는 있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허지영 씨, 고마워요.”

이우범 어머니가 한시름 놨다는 듯 내게 고마움을 표시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약간 멍해졌다. 어떤 기분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냥 다른 사람의 미움을 단단히 샀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나는 자신을 비웃듯 웃음이 나왔다. 한참 뒤 가방을 들고 바에 가서 술이나 마시면서 기분 전환을 하려고 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정아게게 전화를 걸었다.

“정아야, 어느 바에 잘생긴 훈남들 많아?”

어장을 정리한 정아는 예전이랑 달리 얍삽하게 웃으며 말했다.

“몰라. 근데 어떤 기저귀가 좋은지 물어보면 바로 알려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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