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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이우범 어머님에게 연락하다

“어젯밤 일은 미안해.”

하미선이 떠난 뒤에 배인호는 선글라스를 벗고 몸을 창문에 살짝 기대고 내게 사과했다.

그가 말하니 갑자기 어제의 장면이 불쑥 생각났다. 나는 그의 입술을 한 번 바라보았다. 어젯밤보다 조금 옅어 보였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혼란스러운 장면들을 지우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당신이 약에 취해서 이성을 잃어 벌어진 일이에요. 나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을 테니 다시 그런 일 없도록 해요.”

“응”

배인호의 눈빛은 복잡했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비서가 차를 가져왔고 옆에 세웠다. 나는 액셀을 밟고 먼저 떠났다.

백미러로 보니 배인호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고 점점 멀어지다 사라졌다.

나는 운전을 하는 한편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젯밤 배인호의 키스는 내 안에 숨겨져 있던 한 줄기 욕망을 다시 상기시켰다.

당연히 그와 무언갈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나는 이미 성인이고 성숙한 여자로서 본능적인 욕구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혼하고 이우범 외에 다른 남자도 만나 봤지만, 원나잇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낭만적 만남을 갖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나의 욕구를 무시했었다.

배인호의 어젯밤 행동은 내 욕망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과 같았다.

이런 일은 그저 마음에 묻어두고 배우자를 찾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만약 아이를 가질 수 없다면 딩크족을 만나거나 아이를 입양할 의향이 있는 남성을 만나면 된다.

집에 도착하자 정아한테서 전화가 왔다. 정아는 내게 큰소리로 물었다.

“지영아, 이우범이 너한테 혹시 고백했어? 너 쫓아다니겠다고 결정한 건가?”

“갑자기 그건 왜 물어?”

나는 조금 당황했다.

“아까 집에 오는 길에 노성민이 나한테 말했는데 이우범이 가족들하고 좀 다퉜나 봐. 병원 일 그만두고 기업으로 출근하는 조건으로 너하고 함께하는 걸 허락해 달라고 했대!”

정아는 마치 바나나 농장을 발견한 원숭이처럼 기뻐했다.

나도 이우범이 가족들과 다툰 건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건 몰랐다. 그가 어떻게 자기 일을 조건으로 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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