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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호텔을 예약하다 마주치다

전우연은 작업의 고수처럼 보였고 경험이 많아 보였다. 차에 오르자마자 그는 주동적으로 나의 안전벨트를 해주었다.

“누나, 우리 바로 호텔로 갈까요?”

전우연이 나를 보며 웃었다. 목소리도 일부러 낮게 깔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약간 느끼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나는 싫은 티를 내지 않았고 그저 머리만 끄덕였다. 그러고는 얼굴을 받치고 창밖의 풍경을 구경했다.

오늘 이렇게 파격적인 결정을 한 것도 충동적으로 한 결정은 아니었다.

배인호의 어머니는 내가 빨리 좋은 남자를 만나서 배인호가 나에게 관심을 끊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우범 어머니는 내가 최대한 이우범을 다시 만나지 말았으면 했다.

그런데도 내가 남자를 찾지 않으면 진짜 말이 안 되었다.

신체상의 제한이 없어져야만 마음의 족쇄도 풀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시도를 많이 해야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는데 차는 이미 한 호텔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꽤 좋은 호텔로 보였다. 그래도 나를 저렴한 호텔로 데려가지는 않았다.

“누나, 우리 올라가요.”

전우연이 익숙한 듯 방을 예약하고는 내 어깨를 만지며 내 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무슨 원인인지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전우연이 얍삽하고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몸속에 차오르던 욕망도 서서히 사라졌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그는 15층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를 기다렸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어떤 이유로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말이 될지 고민이 되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데 전화가 울렸다. 이우범이 때를 잘 맞춰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잠깐만요.”

나는 바로 전우연의 손을 뿌리치며 아주 중요한 전화인 듯 말했다.

“먼저 전화 좀 받을게요.”

“네, 누나 빨리 와요.”

전우연은 내가 이 전화를 핑계로 떠날 준비를 한다는 걸 모르고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 끝으로 걸어가 이우범의 전화를 받았다.

이우범은 평소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와는 달리 조급하게 말했다.

“지영 씨, 왜 우리 엄마 제안 받아들인 거예요? 난 지영 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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