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693 챕터
제141화 출혈
“별거 아니에요, 업무 스트레스 때문인가 봐요. 얘기들 나누세요.”나는 태연하게 답하고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이어서 저녁 준비를 했고, 입맛이 없는지라 아주 간단하게 저녁상을 차렸다. 이제 막 저녁을 먹으려던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 문 앞에 다가가 인터폰을 보니 우지훈이었다. 만약 서란과 유정이었다면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 했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우지훈이라 그냥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지영씨, 저희 쪽에 와서 같이 먹지 않을래요?”문을 여니 우지훈이 미소를 띠며 나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이미 먹기 시작했거든요. 고마워요.”나는 정중히 그를 거절했다.“같이 먹어요. 원래는 인호가 저녁에 올 줄 알고 요리를 많이 준비했는데, 일 때문에 못 온다네요. 그 많은 요리를 낭비하기도 아깝고.”우지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나는 낭비 좀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아니면——”“지훈 오빠, 저 여자는 왜 불러요? 그냥 우리끼리 먹어요, 괜히 밥맛 떨어지네.”유정이가 문 앞에 나타나더니, 경멸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참고, 담담하게 이 못난 광대를 바라봤다.“유정아, 지영 언니 몸도 안 좋은데 그렇게 말하지 마.”서란이 유정을 막아 나서며 착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유정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란아, 저 여자 생각해서 말하지 마. 몸이 안 좋으면 뭐? 심장 안 좋은 것보다 더 심각하게? 저 여자가 너 화나게 해서 입원도 시켰는데, 저 여자 편들어서 뭐 해!”유정의 말을 들은 우지훈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서란의 심장병 발작이 지영씨랑 뭔 상관이야?”“당연히 상관있죠. 저 여자가 란이를 자극해서 심장 발작을 일으킨 건데 왜 상관이 없어요? 란이 평소에는 침착하고 화도 잘 안 내요. 그런 애가 갑자기 이렇게 될 수는 없죠.”유정은 흥분해서 말했다.나를 바라보던 우지훈의 표정은 의문 가득함에서 약간의 비난 섞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몇 마디 말로 나에 대한 인상이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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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유산
“언니, 이젠 알겠죠? 배인호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란 걸요.”그녀의 얼굴은 더는 창백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운 넘치는 모습이었다.“이번에도 저 걱정한다고 바로 독일에 수술 일정 잡으러 갔어요. 당연히 모든 비용은 인호 씨가 지급하는 거고, 저와 같이 갈 거예요.”“그래서?”나는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자랑하는 그녀가 이해 가지 않았다.만약 배인호가 이혼을 제안했고, 내가 그것을 받아들인 상황이었다면, 이 자랑이 나한테 먹힐 건데,현실은 내가 배인호를 찼고, 그가 누구와 함께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그런데 서란은 왜 아직도 나한테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는 걸까?“그래서 언니가 제 행복을 깰 수 없게 만들 거예요.”서란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고, 그녀는 약병을 올려다보았다.“지금, 태아 보호 중이에요?”그 순간 나는 강한 불안함을 느꼈다. 때마침 내 간병인은 과일 사러 나갔고, 이우범도 퇴근 후에야 나를 보러 올 수 있었다.전에는 내 임신 사실을 서란이 알고 있는지 확실치 않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알아보고 묻는 듯했다. 솔직히 이런 거 알아내는 것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나는 두말없이 손을 뻗어 벨을 누르려 했다.서란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내 손을 내쳤고,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내 어깨와 허리에 손을 얹었다.그다음 나는 그녀에게 밀려 침대에서 떨어졌고,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하반신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그렇게 지키고 싶어 하던 아이, 못 지키게 됐네요!”서란은 바닥에 웅크려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뒤이어 유정이가 상황을 확인하러 문을 열고 들어왔고, 서란은 이미 휠체어에 다시 앉은 채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유정아, 지영 언니가 갑자기 침대에 떨어졌어. 빨리 의사 선생님 좀 불러줘. 나, 나 심장이 너무 아파...”“뭐? 또 아프다고? 얼른 가서 의사 선생님 부를게!”유정이는 아예 나는 신경도 안 썼고, 서란을 데리고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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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내가 원하는 건 아이이다
나는 아직 내 친구들에게는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노성민한테 절대 알려주지 말라고 이우범에게 당부했으며, 그녀들도 아직 이 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게다가 정아는 아직 임신 중이므로, 나는 그녀가 큰 충격을 받는 걸 원치 않았다.나와 이우범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쯤 간호사가 들어와 링거를 놔주었고, 문이 열리면서 그 사이로 배인호의 모습이 보였다.그는 매일 같이 나를 찾아왔지만 내 부모님은 그를 들여보내지 않았고, 나도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간호사가 나간 후, 나는 이우범에게 물었다.“서란은 어떻게 됐대요?”“상황은 안정됐대요. 근데 당분간 독일에 갈 수 없어 아마 한동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네요.”이우범이 답했다.나는 머리를 끄덕였고, 일부 계획은 한국에 돌아간 후 다시 말하려고 더는 말 하지 않았다.이튿날 나는 퇴원 절차를 밟고 엄마 아빠와 같이 귀국했다. 퇴사 문제와 내가 살았던 집은 허성재가 나 대신 처리해 줄 것이다.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우범한테서 문자 한 통이 왔다.「저도 조만간 귀국할 거니까 먼저 가서 기다려요.」내가 답했다.「그래요.」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였다. 엄마는 부랴부랴 요리하기 시작했고, 아빠는 나와 같이 TV를 시청했다.아무리 웃긴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나는 전혀 웃기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가 있었다.잠시 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정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정아야, 혹시 아는 언론사 기자님 있으면 나 연락처 좀 알려줘.」정아는 내가 뭘 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기자님의 연락처를 나에게 알려줬다. 기자님의 이름은 이훈이다. 그는 각종 연예계 뉴스나 사회 뉴스를 좋아했고, 전에 배인호의 수많은 스캔들 기사도 모두 그가 쓴 것이다.나는 기자님에게 배인호에 대해 폭로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서란의 심장이 안 좋다고 하니, 때마침 제대로 자극을 주고 싶었다.한참을 이야기 후, 나는 녹음본 하나를 이훈에게 전송했고, 그건 서란이 내 병실에 왔을 때 녹음한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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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서란이 날 보자고 했다
그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본인 아이는 사랑할 것이다.나는 그가 분노하는 모습을 보며 그한테 모든 사실을 말해주려 했지만, 결국은 말해주지 않았다. 만약 서란만 없었더라면 그 아이는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나는 다른 이유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받아들일 수 있어도, 서란이 밀어서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너 10년 동안 나 사랑했다며? 근데 왜 내가 너 좋아하게 됐다고 했을 때 단호하게 이혼을 선택했어? 내가 뭘 해볼 기회라도 안 줬잖아. 내가 사람을 죽이기라도 했어? 아니면 불이라도 질렀어? 내가 왜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는 건데!?”배인호는 빨개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배인호에게 말했다.“그렇게 아이를 사랑하면 서란한테 따져야죠, 걔가 죽인 건데.”배인호의 눈빛은 앞서 모습과 달라졌고, 목소리도 차분해졌다.“반년 뒤에, 만약 그때 가서 걔가 한 게 확실해지면 나 서란 가만 안 둘 거야.”“반년? 왜 반년을 기다려야 하죠?”나는 그가 시간을 또 미룬다고 생각했다.배인호는 눈을 감았다 뜨면서 나를 바라봤고, 그 까만 눈동자 안의 분노는 조금은 사라진 듯했다.“걔 지금 일단 치료받아야 해. 상황 지켜보다가 수술 일정 잡고, 2차 이식 끝나면 서란과 나 각자 갈 길 가는 거야.”나는 이 문제의 포인트가 서란의 수술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뭔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니까 결국은 지금 서란 걱정한다는 거네요? 이런 원인 때문이라면 굳이 말 안 해줘도 돼요. 저도 바보가 아니니까.”나는 그저 웃길 뿐이었다. 이런 이유를 굳이 나한테 말해줄 필요가 있을까?“나 못 믿어?”배인호의 빨갛던 눈은 조금은 차분해졌지만, 아직도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그럼 왜 수술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말해줘요.”나는 계속해서 물었다.배인호가 말해주려던 찰나, 그의 전화가 울렸고, 힐끗 보니 서란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할 수 없이 일단 전화를 받았고, 전화에서 뭐라고 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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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심장 하나를 나누다
조금 전에 구조된 사람이 잠에서 깬 뒤 이렇게 급하게 해명하는 걸 보면, 내가 봤을 땐 분명 찔리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그녀를 아끼는 사람들 눈에는 그녀가 안타까워 보일 것이다.서란은 나한테 그녀가 그날 일부러 날 구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녹음본과 그날 병실에서의 녹음본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이 해명을 듣고 있는 나는 그냥 웃길 뿐이었다.“얘 일부러 한 거 아니야.”배인호는 결국은 서란을 믿기로 했고, 까만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이 일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그냥 끝내자.”“그래요? 내가 못 끝내겠다면요?”내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었고, 목소리에서도 그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나도 배인호를 쳐다보며 말했다.“이혼했으면 우리 각자 갈 길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난 당신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도 알고 싶지 않아요. 근데 왜 자꾸 제 앞에 나타나는 거죠?”배인호의 표정은 조금 차가워졌고,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서란은 내가 곁눈질로 그녀를 한번 쳐다본 걸 알고는, 바로 입을 열었다.“지영 언니, 제가 일부러 언니를 귀찮게 하려던 건 절대 아니에요. 게다가 인호 씨도 언니한테 아직 감정이 남아있고, 언니와 재결합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인호 씨가 저에 대한 감정은 그냥 제가 불쌍해서 걱정해 주는 것뿐이고요...”나와 재결합 할 거라고? 웃기시네, 이게 지금 나랑 재결합하려는 태도인 건가?“우리 나가서 얘기 좀 해!”배인호는 갑자기 내 팔을 잡으며 나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내 힘은 그보다 약하기에 할 수 없이 그를 따라 밖에 나왔다.밖에 나가는 길에도 배인호는 말 한마디 없었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 주차장에 내려왔다. 그의 명의로 된 마이바흐가 때마침 그 앞에 멈춰져 있었고, 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차에서 얘기해.”“뭘 더 얘기해요?”나는 그를 거절했다.“허지영, 너 지금 내가 서란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이렇게 화내는 거야?”배인호는 차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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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본색을 드러내다
내가 도착했을 때쯤 정아는 입원 병동 여기저기서 사람을 찾고 있었고, 의사와 간호사들은 차마 서란이 어디 있는지 말할 수 없었다.노성민은 그 옆에서 애원하듯 그녀를 달랬다.“정아야, 너 이러다 다쳐! 우리 그냥 집에 가자, 응?”내가 온 것을 본 노성민은 생명선이라도 찾은 듯 냅다 손을 흔들었다.“여기요, 여기!”나는 달려가서 정아의 손목을 잡았다.“정아야, 이 늦은 시간에 병원에는 왜 왔어?”나를 보는 정아의 눈에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지영아, 내가 너 대신 그 미친년 교육 좀 하려고. 오늘 사과 영상이랍시고 개소리 지껄이던데 보는 내내 역겹더라 진짜!”“그래그래, 일단 화 좀 풀고 노성민 따라서 집에 들어가. 나도 서란 그 일에 대해서는 다 생각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나는 정아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임신한 배를 바라봤다. 그 배를 보는 순간 나는 유산된 내 아이가 생각나면서 가슴이 아파 났다.정아는 끝까지 집에 가려 하지 않았고, 내가 한참을 설득 끝에야 계단 쪽에 가서 앉더니 짜증 섞인 말투로 노성민을 불렀다.“나 망고스틴 먹고 싶어!!”“그래, 금방 갔다 올게, 여기서 기다려!”노성민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바로 망고스틴 사러 갔다.노성민이 떠난 뒤 나는 정아와 함께 앉아서 기다렸다. 정아는 한참을 걸어 다닌 지라 그녀의 체력도 바닥이 난 듯 했다.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고, 마음 한편으로 따뜻함을 느꼈다. 비록 나는 외동딸이지만, 나한테는 정아, 민정이, 세희가 있어 마치 친자매가 있는 듯 든든했다.정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영아, 너 너무 어리석은 거 아니야? 임신했으면 배인호한테 말하지, 서란 그년이 편안하게 살게 내버려 두려 했어?”“원래는 배인호랑 다시 엮이지 않으려고 아이 혼자 키우려고 마음 먹었거든, 근데 생각지 못하게... 그리고 처음에는 임신한 사실도 모른 채 감기약이나 진통제도 먹었어. 의사 선생님도 미리 나한테 아기가 건강할지 장담 못 한다고 했고...”나는 쓴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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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나에 대한 보상
“서란아.”배인호는 다시 서란의 말을 끊었고,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전에 말한 적 있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이 사람 상처 주지 말라고. 너 이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게 뭐야? 이 사람이 너 싫어하고 괴롭혀서 할 수 없이 사과하러 나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야?”그의 한마디에 우리 셋은 깜짝 놀랐다. 서란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곧 서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녀는 극도로 억울한 듯했다.“모든 게 제 잘못이에요. 사과 한 거도 제 잘못이고요. 인호 씨, 마음속으로는 지영 언니 좋아하면서 왜 애초에 저 좋다고 했어요?보잘것없는 절 좋아해 주고 잘해줘서 이제는 제가 인호 씨 좋아하게 됐는데, 인호 씨가 이렇게 절 밀쳐내면 전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그녀는 여전히 민설아의 일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배인호는 그녀의 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내가 직접 입장 표명할 거니까 이 일은 여기서 그만하자. 다시는 이런 일로 나 귀찮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넌 그냥 마음 편하게 수술 날짜만 기다려.”“네... 알겠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서란은 눈물을 닦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나를 탓하고 있는듯했다.나는 배인호가 냉담하게 서란을 비난하는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대체 서란에 대한 그의 감정은 뭘까? 단지 민설아의 그 심장때문에 계속 눈감아 주는 건가?민설아는 그의 인생 중 가장 큰 아쉬움이었기에 나는 솔직히 그가 그녀를 내려놓지 못하는 상황이 이해가 갔다.지금 서란한테서 뛰는 심장이 한때 그와 사랑을 했으니 말이다.하지만 나는 어딘가 허무했다. 결국은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한테 진 게 아닌, 기억조차 없는 심장에 졌으니 말이다.“정아야, 나 먼저 가볼게.”나는 답답한 마음을 뒤로 하고, 정아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자리를 떠났다.정아도 노성민도 곧바로 내 뒤를 따라 나왔다.엘리베이터에서 정아는 알 수 없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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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계약서 받았어?”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고, 또렷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받았어요. 이건 뭔 뜻이죠”내가 물었다.“그 계약서를 우리 부모님께도 보여줬고, 별다를 의견 없다고 하셨어. 내가 너한테 빚진거라 생각해.”배인호가 답했다.“건강상의 피해와 정신적 피해는 내가 널 보상해 줄 방법이 없어. 경제적 피해는 최대한 네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게.”배인호는 그와 관계가 있는 그 어떤 여자에게도 경제적으로 빚진 적이 없었고, 심지어 관계가 전혀 확실치 않은, 즉 그와 스캔들이 난 여자 연예인들한테도 똑같았다.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그는 단 한 번도 뒤처진 적 없었다.나는 당연히 서명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을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내가 서명을 하는 순간, 내가 그들한테 받은 상처는 이미 다 보상을 받은 것 같았고, 그들에게 다시는 그런 얘기를 꺼내면 안 될 것만 같았다.“생각해 볼게요. 후회 안 하죠?”나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고 되물었다.“응, 후회될 게 뭐 있어? 서명하면 전화해, 가지러 갈게.”말을 마친 뒤 배인호는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아빠가 돌아오셨다.아빠는 내 손의 계약서를 보면서 그게 뭔지 물으셨고, 나는 대체로 아빠에게 설명해 드렸다.배인호의 이름만 나오면 아빠의 얼굴색은 어두워지셨고, 그는 그 협의서를 한번 보더니 콧방귀를 끼셨다.“흥, 그래도 이 부분은 통 크네. 근데 이런 부분 빼고 나머지 부분은 사람 됨됨이가 덜됐어.”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지영아, 이건 네가 결정해. 우리는 널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능력도 되고, 네가 나중에 재혼해서 데릴사위를 데리고 와도, 나와 네 엄마는 모두 부양할 수 있어.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존엄과 체면이야, 네가 이 돈을 받는 건 당연한 거고, 이 돈을 받지 않는다 해도 그건 자존심 문제인 거라 모두 이해할 수 있어.”아빠는 격앙돼서 말했다.아빠는 자존심과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게다가 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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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내가 배인호에 대한 이해
“뭔 일이야?”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걸어왔고, 모델 같은 아우라를 풍겼다. 세라는 배인호를 보더니 바로 살갑게 웃으며 답했다.“여기 이 두 분과 오해가 있어서요. 뭘 도와드릴까요 손님?”그녀는 배인호를 모르는 듯했다.“오늘 모든 마사지를 못 한다고 하는데 진짜 못하는 거예요? 아님 이 쿠폰 두 장을 얕보는 거에요?”나는 쿠폰을 바닥에 내던지며 배인호를 쳐다봤다.“나 오늘 이 쿠폰 두 장을 반드시 써야겠어요. 안되면, 당신들 오늘 각오해!”배인호는 바닥에 쿠폰을 주으며 다시 날카롭게 기선우를 바라봤다.그는 내가 이런 쿠폰으로 여기 와서 소비하지 않을 거란걸 잘 알고 있다.그러니 자연스레 기선우가 날 데리고 왔을거란걸 알아챌 수 있다.나는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관심 없고, 오늘 여기서 소란 좀 피워 볼 생각이다.배인호는 지갑에서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나에게 건네줬다. 그 카드는 벨라 에스테틱에서 VVIP만 소유하고 있는 카드이며, 정아에게도 한 장 있다.“손님!”세라는 배인호의 카드를 보며 놀라움과 부러움이 가득했고, 이어서 그를 제지했다.“저 때문에 이러실 필요 없으세요. 카드를 이 여성분한테 주면 저 신고할 거예요!”배인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나는 몸을 일으키며 그의 카드는 받지 않고, 세라를 가리키며 말했다.“배인호 씨, 나 당신 카드 따위 필요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딱 한 가지에요. 지금 당장 저 여자 해고해요!”배인호의 이름을 들은 세라는 멈칫했고, 그제야 그가 누군지 안 듯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손님, 배인호 대표님이라도 해도 저를 이유 없이 해고할 권리는 없습니다. 이왕 배인호 대표님과 아는 사이면, 넓은 아량으로 이번 일은 이대로 지나가는 게 어떨까요? 지금 바로 마사지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세라는 굽힐 줄 아는 캐릭터였다.배인호는 내 거만한 태도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신 매니저님, 여기 세라 님 월급 정산 좀 해줘요.”“대,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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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노발대발
보내준 장소의 호텔 문 앞에 도착할 때쯤, 민정이한테서 문자 한 통이 왔다.「확정이야, 내일모레 서란이 서울대로 간대. 걔 진짜 바퀴벌레보다도 끈질기네, 대단해!」나는 그녀에게 답했다.「그래, 알았어.」유이루가 정한 룸에 도착해 보니 그 안에는 임신한 정아, 배인호, 노성민과 박준, 게다가 내가 모르는 낯선 남녀까지 꽉 차 있었다.“지영아?!”정아가 나를 보더니 재빨리 일어서면서 나를 룸 밖으로 끌고 나왔다. “너 여긴 웬일이야? 배인호도 있어서 너 일부러 안 불렀는데?!”“유이루가 날 불렀어.”내가 답했다.“이 자리가 걔가 만든 거야?”“뭐래! 배인호가 밥 산다고 해서 걔가 자기 친구들 불렀고, 배인호는 노성민과 박준을 부른 거야. 노성민이 나까지 여기 데리고 온 거고.”정아는 답답한 듯 말했다.“유이루가 배인호 좋아하지? 걔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아. 근데 너는 여기 왜 부른 거야? 일부러 부른 건가?”둘이서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 문이 열렸다.유이루가 걸어 나오며 본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지영 언니, 저도 언니 부르고 싶지 않았는데 제가 언니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고 보답 정도는 하라 해서요. 그러면서 언니도 부르는 게 좋다고 하는데 배인호 씨 혹시 미련 있는 거 아니에요?”정아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어린애가 못 하는 말이 없어!”“혹시 박정아 씨 맞죠?”유이루는 정아를 보더니 갑자기 머리 회전이 빨라진 듯했다.“립스틱 색깔 뭐예요? 너무 예뻐요. 근데 임신 와중에 립스틱 발라도 되는 거예요?”정아는 바로 본인의 립스틱 색상을 공유해 줬다.나는 이 둘이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며, 두 명 모두 직설적인 성향에 속한다..립스틱 색상 얘기를 끝마친 뒤, 유이루는 다시 배인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조금 전 보니까 서란이 배인호 씨한테 전화한 것 같더라고요. 아마 있다가 올 것 같은데요? 걔 입원했다 하지 않았어요? 심각한 심장병이라면서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되는 거예요?”“걔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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