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받았어?”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고, 또렷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받았어요. 이건 뭔 뜻이죠”내가 물었다.“그 계약서를 우리 부모님께도 보여줬고, 별다를 의견 없다고 하셨어. 내가 너한테 빚진거라 생각해.”배인호가 답했다.“건강상의 피해와 정신적 피해는 내가 널 보상해 줄 방법이 없어. 경제적 피해는 최대한 네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게.”배인호는 그와 관계가 있는 그 어떤 여자에게도 경제적으로 빚진 적이 없었고, 심지어 관계가 전혀 확실치 않은, 즉 그와 스캔들이 난 여자 연예인들한테도 똑같았다.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그는 단 한 번도 뒤처진 적 없었다.나는 당연히 서명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을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내가 서명을 하는 순간, 내가 그들한테 받은 상처는 이미 다 보상을 받은 것 같았고, 그들에게 다시는 그런 얘기를 꺼내면 안 될 것만 같았다.“생각해 볼게요. 후회 안 하죠?”나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고 되물었다.“응, 후회될 게 뭐 있어? 서명하면 전화해, 가지러 갈게.”말을 마친 뒤 배인호는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아빠가 돌아오셨다.아빠는 내 손의 계약서를 보면서 그게 뭔지 물으셨고, 나는 대체로 아빠에게 설명해 드렸다.배인호의 이름만 나오면 아빠의 얼굴색은 어두워지셨고, 그는 그 협의서를 한번 보더니 콧방귀를 끼셨다.“흥, 그래도 이 부분은 통 크네. 근데 이런 부분 빼고 나머지 부분은 사람 됨됨이가 덜됐어.”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지영아, 이건 네가 결정해. 우리는 널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능력도 되고, 네가 나중에 재혼해서 데릴사위를 데리고 와도, 나와 네 엄마는 모두 부양할 수 있어.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존엄과 체면이야, 네가 이 돈을 받는 건 당연한 거고, 이 돈을 받지 않는다 해도 그건 자존심 문제인 거라 모두 이해할 수 있어.”아빠는 격앙돼서 말했다.아빠는 자존심과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게다가 돈에
“뭔 일이야?”그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걸어왔고, 모델 같은 아우라를 풍겼다. 세라는 배인호를 보더니 바로 살갑게 웃으며 답했다.“여기 이 두 분과 오해가 있어서요. 뭘 도와드릴까요 손님?”그녀는 배인호를 모르는 듯했다.“오늘 모든 마사지를 못 한다고 하는데 진짜 못하는 거예요? 아님 이 쿠폰 두 장을 얕보는 거에요?”나는 쿠폰을 바닥에 내던지며 배인호를 쳐다봤다.“나 오늘 이 쿠폰 두 장을 반드시 써야겠어요. 안되면, 당신들 오늘 각오해!”배인호는 바닥에 쿠폰을 주으며 다시 날카롭게 기선우를 바라봤다.그는 내가 이런 쿠폰으로 여기 와서 소비하지 않을 거란걸 잘 알고 있다.그러니 자연스레 기선우가 날 데리고 왔을거란걸 알아챌 수 있다.나는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관심 없고, 오늘 여기서 소란 좀 피워 볼 생각이다.배인호는 지갑에서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나에게 건네줬다. 그 카드는 벨라 에스테틱에서 VVIP만 소유하고 있는 카드이며, 정아에게도 한 장 있다.“손님!”세라는 배인호의 카드를 보며 놀라움과 부러움이 가득했고, 이어서 그를 제지했다.“저 때문에 이러실 필요 없으세요. 카드를 이 여성분한테 주면 저 신고할 거예요!”배인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나는 몸을 일으키며 그의 카드는 받지 않고, 세라를 가리키며 말했다.“배인호 씨, 나 당신 카드 따위 필요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딱 한 가지에요. 지금 당장 저 여자 해고해요!”배인호의 이름을 들은 세라는 멈칫했고, 그제야 그가 누군지 안 듯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손님, 배인호 대표님이라도 해도 저를 이유 없이 해고할 권리는 없습니다. 이왕 배인호 대표님과 아는 사이면, 넓은 아량으로 이번 일은 이대로 지나가는 게 어떨까요? 지금 바로 마사지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세라는 굽힐 줄 아는 캐릭터였다.배인호는 내 거만한 태도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신 매니저님, 여기 세라 님 월급 정산 좀 해줘요.”“대, 대표님…”
보내준 장소의 호텔 문 앞에 도착할 때쯤, 민정이한테서 문자 한 통이 왔다.「확정이야, 내일모레 서란이 서울대로 간대. 걔 진짜 바퀴벌레보다도 끈질기네, 대단해!」나는 그녀에게 답했다.「그래, 알았어.」유이루가 정한 룸에 도착해 보니 그 안에는 임신한 정아, 배인호, 노성민과 박준, 게다가 내가 모르는 낯선 남녀까지 꽉 차 있었다.“지영아?!”정아가 나를 보더니 재빨리 일어서면서 나를 룸 밖으로 끌고 나왔다. “너 여긴 웬일이야? 배인호도 있어서 너 일부러 안 불렀는데?!”“유이루가 날 불렀어.”내가 답했다.“이 자리가 걔가 만든 거야?”“뭐래! 배인호가 밥 산다고 해서 걔가 자기 친구들 불렀고, 배인호는 노성민과 박준을 부른 거야. 노성민이 나까지 여기 데리고 온 거고.”정아는 답답한 듯 말했다.“유이루가 배인호 좋아하지? 걔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아. 근데 너는 여기 왜 부른 거야? 일부러 부른 건가?”둘이서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쯤 문이 열렸다.유이루가 걸어 나오며 본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지영 언니, 저도 언니 부르고 싶지 않았는데 제가 언니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고 보답 정도는 하라 해서요. 그러면서 언니도 부르는 게 좋다고 하는데 배인호 씨 혹시 미련 있는 거 아니에요?”정아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어린애가 못 하는 말이 없어!”“혹시 박정아 씨 맞죠?”유이루는 정아를 보더니 갑자기 머리 회전이 빨라진 듯했다.“립스틱 색깔 뭐예요? 너무 예뻐요. 근데 임신 와중에 립스틱 발라도 되는 거예요?”정아는 바로 본인의 립스틱 색상을 공유해 줬다.나는 이 둘이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며, 두 명 모두 직설적인 성향에 속한다..립스틱 색상 얘기를 끝마친 뒤, 유이루는 다시 배인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조금 전 보니까 서란이 배인호 씨한테 전화한 것 같더라고요. 아마 있다가 올 것 같은데요? 걔 입원했다 하지 않았어요? 심각한 심장병이라면서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되는 거예요?”“걔는 생
민예솔이 나를 싫어하는 감정은 더 깊었다. 서란은 이미 쓰러졌고 급하게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는데 민예솔은 배인호가 나를 혼내 주길 바랐다.배인호가 기다리지 않고 떠나는 것을 보고, 민예솔의 표정은 침울해지며 이를 악물고 내게 말했다.“허지영, 내 동생도 죽게 만들더니, 이번엔 서란을 또 죽게 만들려고?”“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당신은 어떻게 서란이 당신 동생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걸 알게 된 거야?”나는 그녀의 물음을 무시하고 오히려 내가 질문을 던졌다.“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민예솔이 욕하며 말했다.“아, 당신은 서란이 당신을 몰랐다고 생각하는 거야?”나는 웃겼다.“당신들은 도대체 왜 서란이 아무것도 모르고 그렇게 순진하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예솔은 분노하며 나의 말을 끊었다.“모든 사람이 너처럼 사악한 건 아니야!”말을 마치고 그녀는 재빨리 떠났다.조금 있다가 레스토랑에서 정아와 노성민 일행들이 나와서 내가 입구에 혼자 서 있는 것을 보고 모두 참지 못하고 물었다.“배인호는?”유이루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밥 사준다고 해 놓고서 전화 받고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게 어딨어요?”나는 그녀를 위로했다.“일이 좀 있었어요. 서란이 갑자기 쓰러졌거든. 이해해요.”아마도 민예솔이 배인호에게 전화해서 서란과 내가 같이 있다고 말하니 그가 내려왔을 것이다. 유이루는 눈을 똥그랗게 뜨며 말했다.“네?”박준은 듣더니 걱정되는지 차 키를 들고 배인호한테로 가려고 했다. 박준은 노성민에게 물었다.“무슨 상황인지같이 가 보지 않을래?”노성민은 무관심한 태도로 정아의 어깨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아니, 난 내 마누라하고 아이 챙겨야 해서. 서란의 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네.”박준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마도 서란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정아는 만족하며 노성민의 볼을 꼬집었다.“아, 우울해.”유이루는 혼란스러워하며 중얼거리고는 우리에게 말했다.“그럼, 우리끼리 계속 밥 먹어요. 내 친구들도 아직 위에
이때 대문 밖에서 들려오는 차 소리에 살펴보니 배인호의 차가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병원에서 서란을 돌보지 않고 왜 나한테 온 것일까?배인호는 차에서 내려 문 앞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고 조금 놀랐다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쉬.” 나는 손짓했다.배인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이해가 안 된듯했지만 이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나는 계속 민예솔에게 물었다.“왜 사라져야 하는 사람이 난데? 내가 배인호하고 이혼했다고 해도 그때는 내가 그의 합법적인 부인이었어. 서란이 세컨드 아니야?”나의 말을 듣고 배인호의 눈빛이 변했다.배인호는 전에 나에게 서란을 세컨드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었다. 지금 내가 또 그의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그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민예솔도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그녀는 참 이상했다. 서란을 민설아로 여기고 다른 사람이 자기 친동생을 비방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허지영! 네가 세컨드야! 죽어야 할 사람은 너라고! 애초에 네가 배인호하고 결혼만 안 했어도 설아가 강에 뛰어들진 않았을 거야.”민예솔은 흥분하며 나를 욕했다.“지금도 넌 또 서란을 일부러 괴롭히고 못살게 굴고 있잖아. 만약 서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네가 죽어야 할 거야! 그녀들에게 네 목숨으로 갚아!”“민예솔, 내가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내가 배인호하고 결혼했을 때는 당신 동생 일은 알지도 못했어!”나는 배인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대답했다.민예솔은 분노하며 말했다.“그래서 어쩌라고? 네가 내 동생의 존재를 몰랐다고 넌 배인호가 널 사랑하지 않는 것도 못 느껴? 그때 배인호가 너와의 결혼을 거절했다며, 그런데 할아버지가 위중하셔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거잖아. 만약 네가 그렇게 뻔뻔하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않았겠지. 그럼 내 동생도 나쁜 생각은 안 했을 거야!”민예솔은 자세히도 알고 있었다.배인호는 표정이 굳어지며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손을 뻗어 내 손에 있던 핸드폰을
“지영 언니, 말해 봐요!”유이루는 나의 팔을 밀었다.“이루야, 내가 보기엔 네가 배인호를 포기하고 얼른 부산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나는 진심으로 충고했다.유이루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그건 안 돼요. 서란을 보기 전까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나는 서란이 어느 병원에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유이루에게 알려주진 않았다. 그녀는 분명 서란을 찾아갈 것이고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녀는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이다. 유이루는 그저 배인호를 좋아할 뿐이지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그녀가 괜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랐다.나는 유이루에게 그저 서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엄마를 차로 모셔다드렸다.그러나 내가 유이루의 결심을 과소평가했나 보다. 유이루가 어디서 서란이 입원한 병원을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찾아가서 배인호를 화나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정아가 나에게 알려주었다.“노성민이 지금 병원에 있는데 내가 가보려고. 이루가 사실 나쁜 애는 아니야. 절대 서란을 상대하지 못할 거야.”정아는 핸드폰 너머에서 걱정스레 말했다.“너 배는 남산만 해서 어딜 가려고 그래. 그냥 집에 있어.”나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다녀올게. 유이루를 달래서 집에 보내면 괜찮을 거야.”정아가 말했다.“넌 가지 마. 배인호도 거기 있어.”“유이루네 아빠하고 우리 아빠 사이 엄청 좋아. 내가 가지 않으면 듣지 않을 거야. 넌 푹 쉬고 있어.”나는 전화를 끊고 늦은 저녁에 병원으로 향했다.서란의 병실은 시끄러웠다. 서란은 침대에 눈 주변이 빨갛게 되어 누워있었고 유이루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눈을 치켜뜨고 서 있었다.노성민은 나를 보고 재빨리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영 누나, 빨리 인호 형 좀 말려봐요! 유이루가 서란을 찾아와서 인호 형이 화났어요!”배인호와 유호창은 3년이나 비즈니스 파트너로 일했다. 유이루는 유씨 가문의 딸이었다. 그가 서란을
엄마의 생일날, 파티 현장은 아주 활기가 넘쳤다. 나와 정아, 민정, 세희는 구석에 앉아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노성민도 왔고 그의 절친 박준은 왜 따라왔는지 모르겠다. 두 사람도 멀지 않은 곳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희는 나를 찌르며 물었다.“저기 이우범 아니야?”나는 그쪽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이우범의 미모와 몸매 그리고 분위기는 단연 최고였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일 때문에 그는 정장을 자주 입지 않았고 대부분 흰 가운을 입는 시간이 많았다. 쉬는 날에도 대부분 가벼운 캐주얼룩을 입었다.오늘 검은 정장은 눈길을 사로잡았고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병원에서의 차가운 모습과는 또 달랐다.“지영아, 네가 초대했어?”정아가 물었다.“맞아.”나는 대답했다.“헉. 그럼, 배인호만 초대하지 않은 거네!”민정이도 한마디 했다.세희는 민정이의 머리를 톡 치며 말했다.“당연히 배인호는 초대하지 말아야지!”민정이도 알아차렸는지 어색하게 웃었다.“난 그저 신기해서. 이우범, 노성민, 박준 세 명이 있는 곳에 배인호가 없다는 게. 설마 서란한테 정신이 다 팔려서 자기 친구들과 멀어진 거 아니야?”정아는 눈을 희번덕하게 뒤집으며 말했다.“배인호는 사랑 때문에 우정도 버릴 놈이야!”“배인호도 참 이상한 사람이야.”세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배인호가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지영이를 10년 동안 매일 싫어하고 밀어냈잖아. 그가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왜 민설아의 심장에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정아는 빠르게 말했다.“그거야 지영이를 사랑하지 않으니까!”말을 마치고 정아는 말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나를 위로 해 주었다.“지영아, 슬퍼하지 마! 배인호하고 헤어졌으니까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을 거야. 배인호는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내가 슬플 게 뭐가 있어. 나도 이젠 다 내려놨어.”나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대답을 마치자마자 정아가 갑자기 일
나는 한동안 이훈에게 문자를 보낼 기분이 아니었다. 마음이 혼란스러워 불편했고 머릿속이 텅텅 비는 것 같았다. 만약 엄마 아빠가 이 기사를 본다면 분명 많이 화를 내실 것이다. 특히 엄마는 심장이 별로 좋지 않으셔서 정서 안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나는 분노를 참으며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받지 않았다.두 번째 전화했을 때는 아예 전화를 끊었다.나는 충격과 분노를 느꼈고 하루빨리 이 뉴스를 뿌린 사람을 찾아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더 퍼져 나가 수습을 할 수 없었다.나는 먼저 네 명의 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리고 정아와 애들에게 이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게시물을 올린 사람과 사이트에 연락하는 것 말고도 나는 법적인 준비도 해야 했다. 만약 상대방이 지우지 않는다면 법정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놀랍게도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지우지 않겠다고 했다.나는 그의 신분을 알 수는 없었지만, 대화를 통해 그가 내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정아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 내가 상황을 그녀에게 얘기하니 그녀가 물었다.“그 사진을 배인호만 갖고 있는 게 확실해?”“그럴 텐데, 그 사람이 사진을 올렸는지는 모르겠어.”나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고의로 너에게 복수하려는 거네!”정아는 분노했다.“분명 서란 그년 일 때문에 너에게 복수하려는 거야. 지영아, 우리 해커를 찾아서 해킹하는 건 어때? 일단 그 사진들을 지워버리고 다시 생각해 보자.”“좋아, 네가 나 대신 연락해서 바로 처리해 줘. 난 배인호를 찾으러 갈 거야.”나는 배인호에게 가서 제대로 물어봐야겠다. 만약 그가 사진을 올린 게 확실하다면 그가 해결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진이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퍼질 것이다.나는 차를 몰고 더 숲으로 향했다. 청담동보다 거기에 있을 것 같았다.더 숲에 도착했지만, 배인호는 거기에 없었다.나는 할 수 없이 청담동으로 갔다. 내 기억 속에 배인호는 청담동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