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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계약서 받았어?”

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고, 또렷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받았어요. 이건 뭔 뜻이죠”

내가 물었다.

“그 계약서를 우리 부모님께도 보여줬고, 별다를 의견 없다고 하셨어. 내가 너한테 빚진거라 생각해.”

배인호가 답했다.

“건강상의 피해와 정신적 피해는 내가 널 보상해 줄 방법이 없어. 경제적 피해는 최대한 네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게.”

배인호는 그와 관계가 있는 그 어떤 여자에게도 경제적으로 빚진 적이 없었고, 심지어 관계가 전혀 확실치 않은, 즉 그와 스캔들이 난 여자 연예인들한테도 똑같았다.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그는 단 한 번도 뒤처진 적 없었다.

나는 당연히 서명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을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내가 서명을 하는 순간, 내가 그들한테 받은 상처는 이미 다 보상을 받은 것 같았고, 그들에게 다시는 그런 얘기를 꺼내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생각해 볼게요. 후회 안 하죠?”

나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고 되물었다.

“응, 후회될 게 뭐 있어? 서명하면 전화해, 가지러 갈게.”

말을 마친 뒤 배인호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아빠가 돌아오셨다.

아빠는 내 손의 계약서를 보면서 그게 뭔지 물으셨고, 나는 대체로 아빠에게 설명해 드렸다.

배인호의 이름만 나오면 아빠의 얼굴색은 어두워지셨고, 그는 그 협의서를 한번 보더니 콧방귀를 끼셨다.

“흥, 그래도 이 부분은 통 크네. 근데 이런 부분 빼고 나머지 부분은 사람 됨됨이가 덜됐어.”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지영아, 이건 네가 결정해. 우리는 널 충분히 키울 수 있는 능력도 되고, 네가 나중에 재혼해서 데릴사위를 데리고 와도, 나와 네 엄마는 모두 부양할 수 있어.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존엄과 체면이야, 네가 이 돈을 받는 건 당연한 거고, 이 돈을 받지 않는다 해도 그건 자존심 문제인 거라 모두 이해할 수 있어.”

아빠는 격앙돼서 말했다.

아빠는 자존심과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게다가 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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