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853 챕터

제411화 당장 박태준 데리고 나와

반응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강력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좀 전에 신은지를 죽이려 했던 강이연도 놀라 멍하니 자리에 굳어버렸다.“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아빠, 아직 배 안에 있는데.”강이연은 기본적으로 강태석을 향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호화스러운 삶이 그가 없이는 유지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제멋대로 굴며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뒤에 강태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없어진다면, 다른 이들이 그녀의 편의를 봐줄 이유가 없었다. 과거 강이연의 행동 때문에 틀어진 관계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강이연은 어떤 복수를 당하게 될지 두려웠다.불길 속에 연달아 폭발음이 들렸다. 주변은 온통 검은 연기와 떨어진 파편들로 아비규환이었다. 문제 해결 능력이 없었던 강이연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가 유일하게 생각해 낼 수 있는 비책은 강태민에게 의지하는 것뿐이었다."둘째 큰아버지, 제발 아빠 좀 구해주세요. 저희 아빠 아직 배 안에 있단 말이에요."강태민은 마침 무전기를 통해 구조요청을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보트가 흔들려 균형잡기도 힘든데 옆에서 매달리자, 휘청하고 몸이 꺾였다. 옆에 있던 육지한이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바다에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육지한은 강태민을 잡아주는 동시에 강이연을 바다 쪽으로 밀쳐버렸다."다음에도 위험하게 행동하시면, 진짜 영원히 바다에 묻어버리는 수가 있어요."육지한은 쓸데없는 연민 때문에 약해지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강이연은 두려움에 차마 대꾸도 못하고, 울먹이며 바닷속에 얌전히 자리했다. "둘째 큰아버지, 꼭 아빠 구해주셔야 해요...."이때, 날카로운 칼이 강이연의 목에 위협적으로 빛났다. 이어서 신은지가 살기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안에 연락 넣어서 박태준 데리고 나오라고 해. 원한다면 비밀유지 계약서도 쓰고, 우리 엄마 죽게 만든 것도 넘어가 줄게. 그러니 당장 박태준 살려내.""신은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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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이건 박태준이 아니야

강태석 본인이 없는 마당에 클라우드 계정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한 그의 말이 진실일지 아닐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강태민은 기대 어린 눈빛을 보내는 신은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알겠어요. 얼른 찾아보라고 할게요."그로부터 40분, 겨우 화재가 진압되었다. 신은지는 두 배를 연결하는 널빤지가 생긴 것을 보고, 곧바로 움직였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전혀 자각이 없어 보였다. 맨몸으로 널빤지를 걷다가 떨어질 수도 있었고, 불길에 달궈진 바다에 빠질 수도 있는데, 전혀 개의치 않았다.강태민이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아직 배에 열기가 남아 있어요. 좀 더 기다려야 해요."신은지가 말없이 고개를 돌려 그가 잡고 있는 손을 빤히 쳐다봤다. 명백한 거절 의사였다.강태민은 어쩔 수 없이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그럼 육지한이랑 같이 가요."널빤지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고, 신은지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무릎을 꿇은 채 기어서 건너편으로 넘어갔다.이제 막 불길이 잡힌 배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갑판 위로 첫발을 내디딘 신은지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신은지 씨...."육지한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하지만 신은지의 손은 이미 뜨거운 쇠 바닥에 닿은 뒤였다. 순식간에 손에서 기포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녀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처음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배는 처참하게 타버렸다. 차가운 바닷물과 달궈진 쇳덩이가 만나 뜨거운 증기를 뿜어댔고, 각종 자재가 재가 되어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겼다. 요란했던 밤이 지나, 어느덧 지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바닷물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히 반짝거렸다.신은지는 가장 먼저 선실이 있었던 곳으로 향했다. 거의 뼈대만 남은 선실 가장 안쪽,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다. 여러 잔해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상체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하체만으로도 충분히 남자의 것임을 추측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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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준비된 함정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이 차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을 본 강태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먹어요. 전 밖에 좀 보고 올게요."박태민은 가기 전, 경호원에게 신은지를 잘 보필하라는 눈짓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밖에서 다른 경호원이 그를 찾아왔다."어르신, 저희도 지금 연락받았는데, 차 안에 마약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대요."강태석의 집을 수색할 때 박태준이 썼던 방법인데, 그가 당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경찰이 수색영장을 보여주며 말했다."차 안에 마약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조사해야 하니,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경찰 배지를 확인한 강태민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세요."차에서 마약이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마음 준비는 했지만, 진짜 발견되자 강태민도 놀랐다.차에서 꺼낸 마약 봉지를 살짝 터트려 냄새를 맡던 경찰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이건 누구 거죠?"강태민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도 바다 나갔다가, 지금 막 육지에 올라왔어요. 자세한 건 CCTV돌려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그가 순순히 협조하자, 경찰의 태도도 조금 유해졌다."이게 선생님 차에서 나온 이상, 예외는 없어요. 경찰서까지 동행하셔야겠습니다."밖을 쳐다보니, 강태민을 포함한 그의 사람 모두가 수갑을 차고 있었다. 신은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경호원이 그녀를 붙잡았다."지금 가시면 한통속으로 몰릴 텐데, 안 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어르신까지 잡혀들어가게 생겼는데, 무슨 일이라도 난다면...."그들이 육지에 올라오기 전부터 계획된 일 같았다."알겠어요."신은지는 강태민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대신, 창문에 기웃거리고 있던 식당 주인에게 다가갔다.그녀를 발견한 식당 주인이 놀라 신은지와 강태민을 번갈라 봤다."어, 저쪽이랑..."식당 주인이 차마 공범이라는 말을 내뱉지 못하고 말을 흐렸다.신은지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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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다쳤어요?

거의 프러포즈 현장처럼 꾸며진 화려한 장식을 보며 진유라는 감탄했다. 세상 오만하고 차갑던 박태준이 이렇게 변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진유라는 독신주의자였으나,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있자니, 괜히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그런데 이때, 앞서 걸어가던 신은지가 옆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진유라는 다급히 몸을 날렸다. 하지만 힘이 완전히 풀린 사람을 받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녀는 신은지를 잡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결국 함께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쿵.팔에서 강력한 고통이 느껴졌다. 진유라는 참지 못하고 크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곳엔 지금 둘뿐이었다. 박태준이 경호원들을 모두 데리고 떠난 탓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진유라가 응급처치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도 고통스러울 텐데, 진유라는 신은지의 상태부터 살폈다. 다행히 신은지는 과도한 피로와 갑작스러운 감정 기복에 잠시 실신한 것으로 보였다.그렇지만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한 명은 실신, 한 명은 팔 부상, 구급차라도 불러야 했다. 그녀가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곽동건이 느닷없이 영상통화를 걸어왔다."?"진유라는 의아했다. 곽동건은 평소에 영상통화보단 직접 전화하거나 문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둘의 사이가 영상 통화할 만큼 친하지 않았다. 그래도 걸려 왔으니, 일단 받아보기로 했다. 진유라는 현재 팔 한쪽이 깔린 채 바닥에 누워있는 자세였다. 부상도 있었고, 핸드폰을 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결국 진유라는 초밀접 샷으로 곽동건과 통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라도 못생기게 나올 수밖에 없는 최악의 각도였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보이는 콧구멍에 곽동건은 당황했다."어쩐 일이세요?"팔이 아픈 데다가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전화까지 받으려고 하니, 태도가 좋지 않았다."핸드폰 좀 멀리 떨어뜨리면 안 돼요?"진유라의 눈빛이 짜게 식었다. 하지만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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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말 좀 가려서 해

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과 함께 진한 소독 냄새가 맡아졌다. 그래도 정신은 맑았다. 잠을 잔 게 효과를 본 것이다. 어느새 그녀를 괴롭히던 두통도 없어졌다.신은지는 진유라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우선 머리를 정돈하고 침대 밖으로 나왔다.그녀의 손엔 붕대가 감겨 있었고 몸도 깨끗한 향기가 났다. 의식을 잃은 사이 진유라가 대신 씻겨준 것 같았다. 신은지는 화장실을 다녀온 뒤, 핸드폰을 들고 진유라를 찾아 밖으로 향했다.하지만 이때, 쾅 하고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파로 창문 커튼이 펄럭거리며 음영을 만들어냈다.곧이어 한 사람이 씩씩거리며 신은지의 손을 거칠게 잡아챘다."신은지, 태준 씨 어디 있어? 설마 진짜 실종이야?"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전예은이었다.날카로운 손톱 때문에 신은지의 손등이 깊게 파였다."이거 놔."하지만 전예은은 힘을 풀기는커녕, 더 세게 손을 잡았다."내가 지금 묻잖아. 태준 씨 진짜 실종됐냐고?""아니, 그런 일 없는데."박태준은 한 회사의 대표였다. 대표가 실종된 회사라니, 주식이 곤두박질칠 게 뻔했다. 신은지는 최대한 이 사실을 숨겨야 했다."거짓말. 이틀이 지났어. 밖에 어떤 소문이 났는지 알아? 박태준 씨가 실종된 것도 모자라, 죽었을지도 모른대...."신은지는 뒤에 말 따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엔 한 단어밖에 없었다."이틀이 지났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전예은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얼굴 두꺼운 것도 정도가 있지, 지금 그게 할 말이야? 난 너 같은 년이 제일 싫어. 아주 역겨워."신은지는 상처 나는 것 따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전예은이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박태준이 실종된 게 이틀 전이었다니,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전예은은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뒤따라왔다."가긴 어딜 가. 가서 시체라도 수습해 주려고?"초라하기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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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임신했어?

“알고 있어요."신은지도 자신이 지금 별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잠수도 제대로 못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바다로 나가고 싶었다. 그래야만 가장 먼저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을 테니까.진유라는 전예은을 처리한 뒤, 곧바로 신은지를 뒤따랐다.하지만 막상 옆에 서니, 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지 몰랐다. 신은지는 지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쇠약한 상태였다. 거기에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연인이 두고 간 이벤트까지 보게 되었다. 얼마나 속이 상할지, 진유라는 도무지 상상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신은지보고 바다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한 것 같았다. 진유라가 곽동건을 향해 그만하라는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곽동건은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다시 신은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방금 강혜정 여사님께서도 쓰러지셔서 병원으로 이송되셨어요. 몸도 안 좋으신데, 아들이 실종됐으니, 충격이 크셨던 것 같아요."명색의 대기업 대표가 없어진 사건인데,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아니었다. 언젠간 강혜정도 알게 될 일은 맞았지만, 역시나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같은 시각, 병원에 이송됐던 박용선은 빠른 처치 덕분에 금방 의식을 되찾았다."이것 좀 먹어봐. 의사 선생님이 잘 먹어야, 빨리 회복된다고 했단 말이야. 태준이 돌아왔는데, 당신이 이러고 있으면 얼마나 속상하겠어."병실 밖으로 새어나오는 박용선과 강혜정의 대화에 신은지는 잠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병실 문을 열어젖혔다. "어머니, 아버지."신은지가 온 것을 본 박용선이 미소를 지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겨우 이틀 만이었는데, 그의 얼굴은 십 년 지난 것처럼 지쳐 보였다. "아주 잘 왔어. 너의 시어머니 좀 설득해 봐.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가 있어."그런 다음 박용선은 어딘가에 또 전화를 걸러 자리를 비웠다. 이틀간 굉장히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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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제가 대신 갈게요

박용선이 아프다는 소식에 신은지는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병실로 들어서려던 순간, 나유성과 마주쳤다. 그는 박태준 수색에 많은 보탬이 되어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제 막 잠드셨어.""그럼 오후에 와야겠다."신은지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오랜만에 푹 주무시는 거니까, 깨시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런데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 집에 데려다줄까?""아니, 괜찮아. 주변 호텔에 머물면 돼. 왔다 갔다 하는 거 너무 번거로워."신은지가 나유성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은지야."이때, 갑자기 걸음을 멈춘 나유성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왜?"신은지가 고개를 돌리며 멈춰 선 나유성을 돌아봤다. "너무 걱정하지 마. 꼭 돌아올 거야. 걔 그렇게 쉽게 죽을 놈 아니야.""응, 알고 있어."신은지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박태준이 실종된 지 6일이 지났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거의 20킬로, 수색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실 다들 어느 정도 그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은지만큼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태준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면, 그녀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경영 수업 받아볼까 생각중이야. 아버님도 연세가 있으신데, 이대로 계속 혹사시킬 순 없잖아. 난 그이가 꼭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해. 지금쯤 돌아올 방법을 열심히 구하고 있겠지. 그럴 동안 내가 이 자리를 지킬 거야. 그이가 돌아와도 금방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신은지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알잖아? 그이가 얼마나 미움 받기 쉬운 성격인 거. 돌아왔는데 회사가 무너져 있으면, 사방에서 그를 끌어내리려 할 거야. 그러니 나라도 지켜야지."울것 같은 눈으로 입꼬리만 올린 채, 밝은 모습으로 말하는 신은지를 보며 나유성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신은지는 사업에 관심도 없고 재능도 없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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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임씨 일가의 성향답게, 연회는 적당히 고풍스러운 전통 한옥 가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진영웅이 가는 길에 신은지에게 육정현의 정보를 읊어주었다."육정현은 베일에 싸인 인물이에요. 거의 본인을 들어내는 일이 없이, 모든 일을 비서인 방시혁을 통해 처리하죠. 이번 연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꽤 의례적인 일이에요.""성이 육씨면, 자금이 부족해서 맨날 사방에 돈을 빌리고 다니던, 그 가문 아닌가요?"그녀가 공부를 위해 꾸준히 시청해 온 경제 프로그램에, 안 좋은 의미로, 자주 등장하는 일가였다. "네, 맞아요. 듣기로는 상대하기 꽤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진 마세요. 임신도 하셨는데, 아이부터 생각하셔야죠. 사모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박 이사님이 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어느새 그녀의 임신은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강혜정의 기운을 돋보아주기 위한, 가벼운 마음에 시작된 거짓말이었다. 시간이 지나, 그녀가 좀 회복한다면 사실을 밝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사 임원들이 신은지의 존재에 너무 많은 불만을 가진 탓에, 박용선이 임신을 사실인 것처럼 공표해버렸다. 회사 임원들의 불만은 이해될 만한 부분이었다. 그녀는 현재 박태준과 법적으로 이혼한 것도 모자라, 이쪽 업계에 대한 지식도 없는 초보였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회사 최고 경영자인 박용선의 최측근이 되었으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심지어 그녀가 지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비서실장 직책은 공석인 회사 대표 자리와 맞먹는 권력을 가진 자리였다. 박태준이 없는 지금, 모두가 대표 자리를 노리고 있는데, 그들 입장에선 신은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신은지는 불안했다. 박태준이 실종되고 벌써 3개월이나 지났는데, 임신했다는 거짓말이 언제까지 통할지 알 수 없었다. 이때 진영웅이 말했다."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큰 프로젝트 두 개나 그에게 빼앗겼어요. 가능한 오늘, 이 적대감의 원천을 찾아야 해요.""이럴 때 그이는 어떻게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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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도플갱어

육정현이 내밀어진 손수건으로 손을 닦기 시작했다.진영웅은 그 모습을 보면서 박태준을 떠올렸다. 박태준도 깔끔한 편이긴 했지만, 육정현처럼 사람 손 한 번 닿았다고 마디마디 닦을 정도로 결벽증이 심하지는 않았다. 그제야 진영웅도 육정현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확실히 박태준과 많이 닮아 있었지만,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며, 걸음걸이, 스타일 모두 박태준과 달랐다."...."신은지는 복잡한 시선으로 연회장을 떠나는 육정현을 바라봤다. 그는 박태준과 닮았을 뿐, 육씨 가문의 막내아들이자, 재경그룹의 경쟁 대상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도플갱어도 아니고, 닮아도 이렇게 닮을 수가 있단 말인가? 언제 기회가 된다면, 박태준에게 일란성 쌍둥이가 없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연회장을 나가던 육정현이 갑자기 멈춰서, 말없이 연회장 안을 바라봤다.시혁도 그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방시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시선에 신은지가 들어왔기 때문이다."대표님, 혹시 신은지 씨가 마음에 드셨어요?"그 말을 들은 육정현이 방시혁을 바라봤다."이건 또 무슨 신박한 헛소리일까?""제가 잘못 생각했나요?"육정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당연한 소리를 자꾸 하게 만들래? 그리고 비서면 비서답게, 열심히 일이나 해. 왜 이렇게 쓸데없는 질문이 많아?"육정현이 화난 모습에 방시혁은 얼른 입을 닫았다. 하지만 시선은 육정현 손에 들린 손수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육정현이 연회장을 떠나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육정현이면, 육씨 가문의 그 막내아들 아닌가요?""맞아요. 그런데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요?""박태준 대표 판박이네요. 설마 박 이사가 밖에서 바람피운 건 아니겠죠?"사람들이 신은지를 힐끔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에이, 말도 안 돼요. 박 이사 부부, 얼마나 사이 좋은데요. 그나저나 참 대단하네요. 무너져가던 가문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다들 노리고 있던 대형 프로젝트 두 개나 가져잖아요."오늘 육정현이 임 할머니 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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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반바지

이 건물은 사실 1층 커피숍을 제외하곤 육영 그룹의 소유가 아니었다. 1년 전 빚 때문에 나머지 층들을 모두 매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육영 그룹은 외딴곳으로 이사한 상태였다. 육정현은 커피숍 가장 눈에 띄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신은지는 먼저 도착한 그를 발견하곤 허겁지겁 달려갔다."신은지 씨, 지각하셨어요. 절 만나러 오면서, 쇼핑까지 한 거예요?"그가 손목시계를 두드리며, 신은지 손에 들린 남성 브랜드 쇼핑백을 쳐다보고는 불만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가 늦은 데는 나름 사정이 있었다. "이건 쇼핑하던 도중에 연락을 받아서, 얼떨결에 들고 온 것뿐이에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신은지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저 얼굴을 보고 박태준이 아닌 육정현이라 불러야 한다니, 정말 고역이었다. 계속 그를 보고 있기 힘들었던 신은지는 얼른 화재를 다른 데로 돌렸다."여기 커피라떼 하나 주세요."신은지가 마침 다가오고 있던 커피숍 직원을 보며 말했다. "아니요. 그거 말고 따뜻한 우유로 가져다주세요."갑자기 육정현이 끼어들며 주문을 변경했다. 직원은 그의 기세에 눌려 후딱 알겠다고 한 뒤,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왜 제 주문을 마음대로 바꿔요?"신은지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커피가 임산부한테 안 좋다는 거 몰라요? 괜히 이따가 문제 생기면 제 책임 묻지 마시고, 우유로 만족하세요""...."실제로 임신한 게 아니기 때문에, 신은지는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음료수가 중요한 건 아니니,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대표님, 혹시 저희 재경 그룹에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나요?"신은지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니요.""그럼 왜 사사건건 회방을 놓으시나요?"육정현이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몸을 소파에 기댔다."전에 문화재 복원하는 일을 하셨다고 했죠? 신은지 씨는 사업자질이 없으신 것 같아요. 다시 원래 직업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네요. 사업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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