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853 챕터

제431화 박태준,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나유성과 두 경기를 마친 송 사장은 팔이 저려 연달아 두 번이나 샷 실수를 했다. 그 뒤로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육정현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는 분명 실수라고 생각했던 샷들인데, 그가 놀랍도록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대표님, 스윙 기술 대단한데요? 프로 선수 못지않은 것 같아요.""제가 기술이 좋은 게 아니라, 송 사장님 실력이 부족한 거예요.""...."대놓고 조롱하는 것보다 더한 모욕이었다. 육정현은 정말로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아무리 독설가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깜빡이 없이 훅 치고 들어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비즈니스만 아니었다면, 당장 손절당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송 사장의 표정을 본 신은지는 사업 얘기하기 글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애써 실망감을 감추며 고개를 돌렸다. 그가 진짜로 박태준이었다면, 재경그룹의 밥그릇을 뺏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신은지가 지쳐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유성아, 우리 먼저 갈까?"나유성이 그녀의 상태를 알아차리곤 답했다."옷 좀 갈아입고 올게. 휴게실 가서 좀 쉬고 있어."이때, 육정현이 갑자기 경기를 멈추고 골프채를 거치대에 올려놓았다."송 사장님,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 골프장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었으며, 모든 이용객은 연간 회원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골프장은 어느 곳보다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인테리어도 매우 고급스러웠다. 물론 화장실도 예외 없이 바닥, 세면대, 거울 할 것 없이 모두 빛이 반짝일 정도로 깨끗했다. 또한 이용객들을 배려해 좋은 향기가 나도록 방향제까지 배치되어 있었다. 육정현은 손을 씻은 뒤, 무심한 표정으로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휴지를 뽑았다. "박태준,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때, 화장실로 따라 들어온 나유성이 옆 세면대에 서며 말했다. 평소의 이미지답지 않게 굉장히 냉랭한 표정이었다. "안 그래도 네가 실종되는 바람에 재경 그룹이 큰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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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애가 잘못되기라도 했어?

"신은지 씨, 급한 일 없으면 같이 식사라도 할까요? 협력 건에 대한 얘기도 나눠야 하고, 비서보고 식사 예약 해놓으라고 했어요.신은지는 사실 송 사장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러 간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자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그럼 육 대표님이 오시면 출발하시죠."송 사장이 예약한 레스토랑은 예약이 필수인 프라이빗한 중식당이었는데, 골프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다 같이 출발했는데 막상 레스토랑에 도착하고 보니, 세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육정현 옆뿐이었다.결국 어쩔 수 없이 나유성이 육정현 옆으로 앉으려고 할 때, 핸드폰을 보고 있던 육정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여기 앉으시게요? 신은지 씨 파트너 자격으로 이곳에 온 거 아니에요? "육정현은 앉은 자세로도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둘 사이에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누구도 먼저 물러나는 것 없이, 대치상황이 지속되었다. 그런데 이때, 진영웅이 재빨리 의자를 끌어당기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저도 재경 그룹 사람이니, 이쪽에 앉아도 되죠?”육정현은 신은지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정정당당하게 구애하지 않고, 사사건건 재경그룹 일에 끼어들며 방해했다. 이를 지켜보던 진영웅은 육정현의 뜻대로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박태준이 없는 이상, 그도 신은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육정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흘겨본 뒤, 송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진영웅은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박태준이 떠올라 기분이 살짝 울적해졌다. 만약 박태준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그의 행동에 칭찬했을 테니까. 이어서 신은지와 나유성도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자리에 앉은 것을 본 송 사장이 주문을 시작했다."먼저 대게 두 마리 주문할게요. 지금 대게가 제철이라 아주 통통하고 맛있거든요. 신은지 씨도 한번 드셔보세요.""신은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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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보여줘

강혜정의 안색이 안 좋아진 것을 본 박용선이 급히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잘못되진 않았어. 하지만...."그리고는 크게 숨을 들이켜며, 단숨에 진실을 내뱉았다. "잘못될 수가 없는 게, 은지가 임신하지 않았거든. 그때 당신이 하도 상황이 안 좋아서, 뭐라도 먹여야 하는데.... "박용선이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았다. 괜히 말을 끌었다가 강혜정이 숨넘어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뒷말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강혜정은 충분히 그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애가 없어졌다는 거 아니야?"박용선이 정정했다. "없어진 게 아니지, 처음부터 없었던 거지.""같은 말 아니야?""엄연히 같은 말은 아니지…."있었던 것이 없어진 거랑 처음부터 없었던 건 매우 달랐지만, 박용선은 차마 더 말할 수 없었다. 강혜정의 눈빛이 너무 애절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선 그녀의 기분을 달래는 것이 먼저였다. "아냐, 아냐. 당신 말이 다 맞아...."다음날, 신은지는 일어나자마자 진영웅의 연락을 받았다.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오늘 아침 경제 뉴스 보셨어요?""아니요."대답하는 동시에 신은지는 얼른 뉴스를 틀었다. "무슨 일 있어요?"현재 재경그룹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작은 비바람에도 휘청일 수 있었다. 진영웅의 말투에 담긴 다급함을 느낀 신은지는 덩달아 같이 긴장했다. "어제 저희가 협력하려 찾아갔던 그 광영 그룹 말이에요. 그 회사에서 생산된 제품에 큰 문제가 있어서 언론에 고발당했어요. 오늘 아침에 대대적인 수사가 들어가고 난리가 아니었대요."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계약 안 하길 잘했어요."안 그래도 좋지 않은 상황에 이슈가 터진 광영 그룹과 엮였다면 더 크게 휘청였을지도 몰랐다. 그 말을 들은 신은지는 어제 육정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송 사장과 사업 얘기를 하러 왔다면서, 골프 치고 밥만 먹고 갔다. 어디에 봐도 사업에는 큰 의지가 없어 보이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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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계단에서 밀어뜨릴 수도?

신은지가 결연한 표정으로 단호히 답했다. "아니요. 박태준은 죽지 않았어요. 제가 증명할 거예요.""...."그가 다시 입술을 비틀며 비꼬듯 말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좋아요?""그걸 당신한테 대답해 줘야 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요?""그런데 박태준 대표와 이혼한 상태라면서요? 그렇게 좋으면, 왜 재결합하지 않았어요?"신은지가 그의 바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바지 벗어주면 알려줄게요."매우 건조하고도 진지한 말투였다. 그래서 육정현은 그녀가 다른 마음이 있을 거라 오해하지 않았지만,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지도 않았다."그가 살아있었다면, 신은지 씨와 아이를 왜 만나러 오지 않았을까요?"육정현이 신은지의 배 위로 손을 올려놓으며 비꼬듯 말했다. "제가 진짜 박태준이라면 굳이 육정현인척 연기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아무 이득도 없는데.”그러나 말과는 달리 그의 손길은 매우 다정했다. 신은지는 그의 행동에 점점 더 헷갈렸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남자는 아직 육정현의 신분이었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한쪽 손이 아직 잡혀 있었던 탓에 발이 꼬이고 말았다. 신은지의 몸이 뒤로 넘어가려던 순간, 육정현이 다급히 그녀를 감싸안으며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였다. 신은지는 순식간에 그의 어깨에 얼굴을 부딪치고 말았다. 시큼한 고통이 코를 통해 찌르르 전해졌다. "아!""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육정현이 매우 당황한 듯 물었다. 하지만 차마 더 다칠까 봐 신은지를 밀어내지 못하고 자리에 굳어버렸다. 신은지는 그의 심장박동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다급해진 육정현이 그녀를 품에서 떼어내며 눈을 마주쳤다. "신은지 씨,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익숙한 얼굴에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남자는 더 이상 그녀를 다정히 은지라고 불러주지 않았다. 신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태준아."그런데 이때, 육정현은 알 수 없는 열기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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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네가 보낸 거야?

기민욱은 육정현이 서류를 살펴보는 것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재경 그룹이 파산하는 날, 축하하러 오신대" 육정현은 서류 페이지를 넘기며 응답했다. "근데 잘 연락이 안 되는 거 보니, 이번에는 꽤 외진 곳으로 가셨나 보네?" “응”기민욱이 대답하며 약병을 꺼냈다. "형, 약은 먹었어?" "응, 먹었어." 대답을 들은 기민욱은 약병을 치우고 비서가 가져온 케이크로 향했다. 케이크 한 입을 먹는 순간, 그의 얼굴엔 만족스러움이 가득 찼다.한편, 육정현은 서류 작업과 전화 통화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민욱은 케이크를 먹으며 턱을 괸 채 육정현이 일하는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뒤, 디저트를 다 먹은 기민욱은 지루함을 느낀 듯 육정현에게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제야 육정현은 서류에서 눈을 떼고 이마를 문질렀다.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대화가 머릿속을 어지럽히며 두통을 일으키고 있었다."아직 성과가 없어?""의지가 너무 강하고 협력하지 않아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아래 사람들에게 압박을 더 가하라고 지시할게. 아무리 강인해도, 강철이 아닌 이상 결국엔 무너지게 마련이니까." 가을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는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상처들은 이미 딱지가 앉았지만, 고통은 여전히 생생했다. 재경 그룹의 주차장에 도착한 신은지는 지쳐 운전대에 이마를 기대였다. '진짜 태준이가 아니었던 걸까?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절호의 기회였는데, 놓친 것 같아 속상함이 밀려왔다. 혼란 속에 잠겨 있을 때, 갑작스레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신은지가 고개를 들어 창문 너머로 바라보니, 친숙한 나유성의 얼굴이 보였다. 신은지는 창문을 내리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 네가 여긴 웬일이야?"나유성이 대답했다. "박 이사님께 전할 말이 있어 잠시 들렀어. 아까 네가 지나가는 걸 보고 손을 흔들었는데, 못 본 것 같더라고." "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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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어쩌다 보니, 엿듣게 됐네요

전화 너머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나유성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선물, 마음에 들어?"신은지가 산처럼 쌓여있는 용품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짚었다."유성아, 임산부 용품이고 유아용품이고, 나 다 필요 없으니까 환불해줘.""조금 지나면 다 쓸 일이 생길 텐데, 그냥 두지. 너 회사 다니느라 이런 거 고를 시간도 없잖아."나유성이 서류를 펼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차피 환불 안 되는 물건이니까 그냥 가지고 있어. 정 마음에 걸리면 며칠 뒤에 중요한 모임이 있는데, 거기 갈 때 입을 연회복이나 좀 골라줘.""유성아, 나 임신 아니야. 그러니까 정말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나유성이 더듬거리며 물었다."임신이… 아니라고?"목소리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신은지가 다시 한번 확고히 진실을 전했다."응, 임신 아니야. 태준이가 실종된 뒤로 주주들이 자꾸 딴 마음을 품으니까, 아버님이 임시방편으로 그렇게 공표하신 거야."비록 본격적으로 나연그룹 경영에 참여한지 1년밖에 안 됐지만, 나유성은 어렸을 적부터 이쪽 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산 사람이었다. 신은지가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는 충분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된 거였구나....'나유성이 머리를 짚으며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환불은 안 될 거야. 거기 직원들도 힘들게 물건들을 가져왔을 텐데, 다시 가져가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필요 없으면 내가 가져가서 다른데 다가 기부할 테니, 그대로 둬.”물건을 산 사람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신은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물건이면 아이가 일년을 써도 다 쓰지 못할 것 같은 양이었다. 거기에 더해 임산부용 옷이며, 귀저기며…. 40평이나 되는 거실에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뭐가 많았다.통화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유성이 도착했다. 신은지가 전화할 때만 해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많구나. 빨리 옮기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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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옷 없어요?

'다 들어놓고, 이제 와서 사과는, 재수 없어.'진유라가 속으로 투덜거리며 물잔을 들었다. 그러는 사이 곽동건이 또다시 훅 치고 들어왔다."전 여자를 사귄 적도 없고, 바람 맞아본 적도 없고 다른 여자한테 고가의 차를 선물한 적도 없어요."다른 남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곽동건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럼, 우리 혼인신고서 언제 낼까요?""풉."진유라는 자기도 모르게 머금고 있던 물을 뿜고 말았다.굵은 물방울이 그의 준수한 얼굴을 타고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진유라는 당황한 나머지 바로 손으로 그의 얼굴을 닦아주려다가, 아차 하고 얼른 옆에 있던 티슈를 꺼내주었다. 곽동건은 무표정한 얼굴로 티슈를 받아 자신의 얼굴을 닦았다. 진유라가 당황하며 사과를 건넸다."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네요. 다음에 농담하실 때 제발 깜빡이 켜고 좀 들어오세요."하지만 곽동건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어떻게 깜빡이 켤까요?""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최소한 마음 준비는 할 수 있도록."진유라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그녀는 속으로 부디 곽동건이 이 일로 트집 잡지 않길 바랐다. 곽동건은 항상 진지한 편이었고, 진유라는 당황한 나머지 자각없이 말을 하고 있었다. 둘 중 누구도 이 대화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신은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둘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 있었다. 곽동건이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알겠어요. 다음엔 미리 알려드릴게요."달달한 분위기를 견디다 못한 신은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제가 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진유라도 안절부절, 곽동건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도... 이만 가봐도 될까요?"“오늘 예정됐던 맞선 상대, 저예요.”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뭐라고요?""어머님께 어떻게 전해드리면 될까요? 자기 여자한테만 꼬리를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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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왜 기부했어요

신은지는 순간 이해를 못 했다. 그러다 문득 아까 나유성이 그녀의 이름으로 기부했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제 받은 선물 중에 옷도 포함되어 있었긴 했다.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나유성의 성격상 선의를 베풀어도 어디서 자랑하고 다닐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번에 기부한 물건들이 다 고가이긴 했지만, 몇 트럭씩 기부하는 사람들과 비교할 바가 못 됐다. 그런데 이 사실을 육정현이 알고 있다니, 이상한 상황이었다.“우연히 들었어요."애매한 대답이 돌아왔다."그냥 써도 됐을 텐데, 왜 기부했어요?"육정현은 어찌 되었든 경쟁상대였고, 그녀는 자신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만약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재경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유성이가 너무 많이 사서, 도무지 다 쓸 수 없을 것 같아 기부했어요. 썩혀 버리느니, 필요한 사람한테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육정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나유성 씨가 선물한 거라고요? 누가 그러던 가요?"하지만 그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한 신은지는 계속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물건 배달 온 직원에게 물어보니까, 굉장히 다정하게 생긴 사람이 샀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그 말에 부합하는 인물은 유성이 뿐이라서요.""하."그가 헛웃음을 지으며 따지기 시작했다. "유아용품 사러 가는 사람 중에 다정한 표정을 짓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다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물건을 사러 갔을 텐데,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겠어요? 신은지 씨, 생각을 너무 일차원적으로 생각하신 것 같네요."신은지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맞는 말씀이긴 한데요...."육정현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녀의 해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기분은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이때, 갑자기 그가 물었다. "나유성 씨는 신은지 씨가 어떤 취향인지 잘 아나 봐요?"신은지는 어떻게 이 질문에 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물건이 포장 온대로 다시 돌려보냈기 때문에, 나유성이 그녀의 취향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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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그럼 뽀뽀해 줘요

뜨거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식도에서 시작된 열기가 점점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윤정현의 얼굴에 어느덧 홍조가 일렁였다. 그가 마신 술의 도수는 무려 52도였다. 그 독한 것을 멋모르고 원샷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대표님. 술 잘 드시네요."진영웅이 옆에서 육정현의 술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온갖 칭찬의 말들을 쏟아내며 어떻게든 그가 계속해서 술잔을 들게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흔한 수법에 당할 육정현이 아니었다. 워낙 잘난탓에, 웬만한 입바른 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진영웅이 아무리 애를 써도 그는 쉽사리 다시 잔을 들지 않았다. 끄떡없는 육정현의 모습에 진영웅은 필살기를 써보기로 했다."육 대표님,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고 빠른 시일 내에 소원 성취하시길 바랍니다."진영웅은 이 말을 하는 동시에 신은지와 육정현을 번갈아 봤다. 그 눈짓을 알아차린 육정현은 괜히 울컥하고 화가 치솟아 올랐다.그렇게 창과 방패, 술을 먹이려는 자와 술을 거부하려는 자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육정현도 서서히 술에 취한 듯 눈빛이 풀리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덩달아 진영웅과 육정현의 비서도 함께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유일하게 신은지만 임산부로서 배려받아 술을 안 마신 탓에 멀쩡했다. 신은지는 기사를 불러 진영웅과 육정현의 비서를 호텔로 보낸 뒤, 잘 지켜보라고 당부했다. 그런 다음 다시 육정현을 챙기기 위해 룸으로 돌아왔다. "걸을 수 있겠어요?"육정현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풀린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취한 육정현은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순하고 순종적이었다. "이제 가요. 가서 쉬셔야죠."신은지가 앞서 나가며 말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뒤에서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뒤를 돌아보니, 육정현이 바닥에 앉은 채 그녀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못 걷겠어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신은지가 살짝 짜증을 담아 말했다."다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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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당신 박태준 맞죠?

신은지가 답했다."벗으면 뽀뽀해 줄게요."만약 그가 박태준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뽀뽀하고, 아니면 바로 그를 내쫓아버릴 생각이었다. 육정현이 단호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싫어요. 거짓말이잖아요. 뽀뽀 안 해주면, 제 여자 친구 아니에요."윽박지르고 달래도 통하지 않자, 신은지는 방법을 바꿔 애교 어린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진짜 여자 친구 맞는데....""잠깐만요."그런데 이때, 육정현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핸드폰 녹음기를 켰다. "아까 한 말 다시 해봐요."신은지는 할말을 잃었다. 인내심이 완전히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입씨름하기 싫었던 그녀는 곧바로 그의 바지춤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동작이 너무 컸던 탓일까, 바지가 아닌 상의가 위로 젖혀지고 말았다. 신은지의 눈이 충격으로 동그랗게 떠졌다. 그의 몸엔 온통 울퉁불퉁한 상처들로 가득했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그 상처들을 매만지며 물었다. "이 상처들, 어떻게 된 거예요?"얼마나 아팠을지 도저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 상처들이었다. 그의 상체는 온전한 피부가 거의 없을 정도로 흉측한 상처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 순간, 신은지는 차라리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박태준이 아니길 바랐다. 박태준이 이런 고통을 당했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때, 육정현이 고분고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맞았어요. 밥도 안 주고, 물도 안 주고, 새카만 방에 가두고 절 때렸어요.""누가요?"상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혔다. 아무리 길게 봐도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난 상처들로 보였다. 해외에 있다가 최근에 자신의 가문으로 돌아온 걸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이 상처들은 어떻게 난 것인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설마 육씨 집안 사람들이 이런 거예요?"신은지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육정현이 그녀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답했다. "몰라요. 누군지 모르겠어요." "아프지 않아요?"그동안 육정현은 꾸준히 자신이 박태준이 아니라며 주장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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