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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어쩌다 보니, 엿듣게 됐네요

전화 너머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나유성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물, 마음에 들어?"

신은지가 산처럼 쌓여있는 용품들을 바라보며 미간을 짚었다.

"유성아, 임산부 용품이고 유아용품이고, 나 다 필요 없으니까 환불해줘."

"조금 지나면 다 쓸 일이 생길 텐데, 그냥 두지. 너 회사 다니느라 이런 거 고를 시간도 없잖아."

나유성이 서류를 펼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차피 환불 안 되는 물건이니까 그냥 가지고 있어. 정 마음에 걸리면 며칠 뒤에 중요한 모임이 있는데, 거기 갈 때 입을 연회복이나 좀 골라줘."

"유성아, 나 임신 아니야. 그러니까 정말 필요 없어."

그 말을 들은 나유성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임신이… 아니라고?"

목소리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신은지가 다시 한번 확고히 진실을 전했다.

"응, 임신 아니야. 태준이가 실종된 뒤로 주주들이 자꾸 딴 마음을 품으니까, 아버님이 임시방편으로 그렇게 공표하신 거야."

비록 본격적으로 나연그룹 경영에 참여한지 1년밖에 안 됐지만, 나유성은 어렸을 적부터 이쪽 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산 사람이었다. 신은지가 너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는 충분히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된 거였구나....'

나유성이 머리를 짚으며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환불은 안 될 거야. 거기 직원들도 힘들게 물건들을 가져왔을 텐데, 다시 가져가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필요 없으면 내가 가져가서 다른데 다가 기부할 테니, 그대로 둬.”

물건을 산 사람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신은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물건이면 아이가 일년을 써도 다 쓰지 못할 것 같은 양이었다. 거기에 더해 임산부용 옷이며, 귀저기며…. 40평이나 되는 거실에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뭐가 많았다.

통화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유성이 도착했다. 신은지가 전화할 때만 해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많구나. 빨리 옮기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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