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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그럼 뽀뽀해 줘요

뜨거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식도에서 시작된 열기가 점점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윤정현의 얼굴에 어느덧 홍조가 일렁였다. 그가 마신 술의 도수는 무려 52도였다. 그 독한 것을 멋모르고 원샷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대표님. 술 잘 드시네요."

진영웅이 옆에서 육정현의 술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온갖 칭찬의 말들을 쏟아내며 어떻게든 그가 계속해서 술잔을 들게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흔한 수법에 당할 육정현이 아니었다. 워낙 잘난탓에, 웬만한 입바른 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진영웅이 아무리 애를 써도 그는 쉽사리 다시 잔을 들지 않았다. 끄떡없는 육정현의 모습에 진영웅은 필살기를 써보기로 했다.

"육 대표님,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고 빠른 시일 내에 소원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진영웅은 이 말을 하는 동시에 신은지와 육정현을 번갈아 봤다. 그 눈짓을 알아차린 육정현은 괜히 울컥하고 화가 치솟아 올랐다.

그렇게 창과 방패, 술을 먹이려는 자와 술을 거부하려는 자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육정현도 서서히 술에 취한 듯 눈빛이 풀리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덩달아 진영웅과 육정현의 비서도 함께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신은지만 임산부로서 배려받아 술을 안 마신 탓에 멀쩡했다.

신은지는 기사를 불러 진영웅과 육정현의 비서를 호텔로 보낸 뒤, 잘 지켜보라고 당부했다. 그런 다음 다시 육정현을 챙기기 위해 룸으로 돌아왔다.

"걸을 수 있겠어요?"

육정현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풀린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취한 육정현은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순하고 순종적이었다.

"이제 가요. 가서 쉬셔야죠."

신은지가 앞서 나가며 말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뒤에서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뒤를 돌아보니, 육정현이 바닥에 앉은 채 그녀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못 걷겠어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신은지가 살짝 짜증을 담아 말했다.

"다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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