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모르겠어.” "어젯밤에 그를 취하게 만들지 않았어?" 진유라는 어젯밤 그녀에게 곽동건처럼 이상한 핑계를 대며 혼인신고를 하자고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하소연했다.신은지는 그때 육정현과 늦게 밥을 늦게 먹고 있어서, 진유라에게 자주 답장하지 않았다. "술에 취했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는데 새로운 상처도 많았어.” 진유라는 입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육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학대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거야?” 그냥 신은지가 알아보는 걸 막기 위해 흉터만 제거하면 되지 않을까? 굳이 자신의 몸을 만신창이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지금 그의 대외적인 신분은 육씨 가문의 막내아들이다. 육씨 집안이 지난 2년 동안 좀 힘들기는 했지만, 그의 몸에 흉터를 제거할 돈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곽동건이 말했다. "제가 아는 한 육씨 가문사람들 중, 사람 몸을 상처투성로 만들만큼 학대를 즐기는 변태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오히려 그들은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곽동건은 바둑을 다 두었는지 그녀들 곁으로 왔다. 신은지가 물었다. "곽 변호사님, 육정현이 정말 육씨 가문의 막내아들이에요?” 곽동건은 육정현이 박태준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실물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곽동건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육씨 가문에 막내아들이 있기는 했지만 태어날 때 폐가 덜 발달한 미숙아로 태어났어요. 그래서 자라는 환경이 많이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안개, 먼지, 공장에서 배출되는 매연 같은 것들이 병을 일으킬 수 있어 어릴 적부터 시골로 보내 요양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 몇 년 동안은 들리는 소식이 없었어요.” 곽동건은 자연스럽게 진유라 옆 자리에 비집고 앉아 멜론 조각을 입에 넣었다. "육정현이 박태준이라고 의심하는 건가요?” 진유라는 남자의 체격에 밀려 자신도 모르게 등을 곧게 폈다. 곽동건의 숨결이 진유라에게 닿자 그녀는 자리를 옆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하
식사를 마친 곽동건은 먼저 자리를 떴다. 진유라는 자신의 생각을 읽히지 않기 위해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신은지를 끌고 갔다. ”너 아니었으면 나 오늘 엄마한테 맞아 죽었을 수도 있어.” 신은지는 말했다. "아줌마가 곽 변호사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던데.” "우리 엄마는 내가 시집 못 갈까 봐 아무 남자나 다 마음에 들어 해.” "정말 곽 변호사한테 아무 관심도 없어?” 곽동건은 잘생겼고, 키도 크고 직업도 좋고 돈도 많은 데다가, 스캔들도 없다. 독설을 내뱉는 것 이외에 진유라를 포용할 수 있는 완벽한 신랑감이다. 진유라는 차에 시동을 걸며 웃음기 뺀 얼굴로 말했다.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내 정신을 쏟아붓고 싶은 생각이 없어.” “곽동건이 오늘 우리 부모님을 만나러 온 것도 자기 이모 때문이야.” 진유라는 신은지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덧붙여 말했다. "우리 엄마의 아는 동생이 곽동건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해서 온 거야. 그리고 어제 나한테 혼인신고 하러 가자고 한 것도 내가 좋아서 결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해야 하는데 마침 자기가 아는 여자 중에 본인을 귀찮게 하지 않을 사람을 찾아서 이렇게 된 거야.” "어쨌든 로스쿨까지 졸업한 사람이 왜 이렇게 고지식한 거야? 부모님 세대 때처럼 나이가 차면 그냥 결혼하고 평균수명을 넘으면 죽어야 하는 거야?” "……”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진유라의 말은 그래도 일리가 있었다. 진유라의 입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패소해 본 적 없는 곽동건 같이 숙련된 변호사가 아니면 안 될 것이다. 그날 밤, 신은지는 진유라 집에서 묵었다.두 사람은 한밤중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었다. 다음날 일어나니 커다란 다크서클과 함께 눈이 탱탱 부어있었다. 안색이 너무 좋지 않아 신은지는 화장을 했다. 박용선이 사람들에게 신은지가 임신했다고 말한 이후로, 그녀는 손이 다 나았지만 화장을 하지 않았다.
육정현과 오시은이 룸에서 나오자마자 강태민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 육정현은 '아버지'라고 불쑥 말할 뻔했지만 이성이 행동보다 앞섰다. 그는 이를 악물고 평소처럼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강태민 어르신.” 강태민은 눈썹을 추켜올리며 물었다. "나를 알아요?” "그건 당연하지요. 순천의 강씨 가문의 가주를 상업계에서 누가 모르겠습니까?” "생김새도, 아부하는 솜씨도 닮았어.” "……” 육정현은 말이 없었다. 그런 말은 조용히 속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시은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먼저 가버렸다. 강태민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육 대표님, 이렇게 식사를 방해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부탁이 있는데,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육정현은 옆으로 한발 물러서며 손을 들어 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들어가서 말씀하시죠. 강 어르신께서 너무 예의를 갖추고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말씀만 하시면, 어떤 일이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일이 끝나고 신은지가 박태준의 고충을 알게 되더라도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지금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이다. 진유라에게는 바랄 것이 없다.진유라는 자신에게 나쁜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이지만, 절대 나서서 화해를 시키지 않을 것이고, 그를 도와 신은지 앞에서 좋은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박태준은 이 새로운 장인어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사위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한다는 말이 있다. 박태준은 조용히 자기 자신을 검사했다. 지금 옷차림도 행동도 단정했으며, 열성적이면서도 비굴한 태도는 아니었다. 언뜻 보기에도 훌륭한 사위였다. 강태민도 예의를 갖추며 룸으로 들어갔다. 신은지는 이미 강태민에게 사건들을 한차례 말했고, 자신이 의심하고 있는 것들도 말했다. 육정현은 웨이터를 불러 테이블 위의 접시를 모두 치우고, 차를 내오라고 했다. 강태민이 말
사자와 호랑이 중에 정글의 왕을 고르라고 하는 문제와 같은 질문에 비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비서는 나유성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비서는 나유성을 보며 그의 외모가 마치 봄바람처럼 느껴질 뿐 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육 대포가 왜 이런 질문을 하냐는 것이다. “육 대표님.” 우물쭈물하는 비서의 모습을 보고 육정현은 그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비서를 향해 눈을 흘겼다. "내 말은, 만약 네가 여자라면, 저 남자 스타일을 좋아할 것 같아? 아니면 내 스타일을 좋아할 것 같아?” 새로 고용한 비서는 아무리 총명해도 그 멍청하고 눈치도 없고 잔머리 굴리는 것만 좋아하는 진영웅과 같은 꼴이다. 재경 그룹에서 모레 입찰 자료를 준비하느라 바빴던 진영웅은 사무실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갑자기 크게 재채기를 했다. 진영웅은 예전에 박태준을 수행할 때 재채기는커녕 방귀도 꾹 참아 가며 항상 진지하게 일했다. 육정현의 새 비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상사의 마음을 헤아리며 대답했다. "분명 육 대표님을 선택할 거예요. 저 남자는 딱 봐도 만인의 연인이에요. 아무한테나 잘해줄 거라고요. 저런 남자의 여자친구가 되면 절대 안정감을 느낄 수 없어요.” 비서는 사실 둘 다 고르고 싶었다. 잘난 두 개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힘들고 마음도 아프다. 하지만 비서가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내일 아침부터 지하철 입구에서 돈을 구걸하게 될 것이다. 육정현은 무의식적으로 신은지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그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내일 월급 올려줄게. 다음에 내가 뭔가를 물어볼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기억하라고.” 비서는 룸미러를 통해 육정현의 안색을 살폈다. “육 대표님, 좋아하는 분 있으세요? 상대는 육 대표님 첫사랑이죠?” 비서는 중학교 때 연애할 때에도 이런 유치한 질문을 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있는 자
회의실 입구에 나타난 남자는 옅은 색의 양복에 훤칠하고 훤칠한 키에 온몸에 귀티가 철철 흘렀다. 박태준과 비슷하다고 하는 그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고, 약간의 앞머리로 이마를 가린 채, 한쪽 얼굴의 한쪽 눈만 겨우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갑 측 회사의 책임자와 즐겁게 대화하며 나타났다. 신은지는 박용선이 육정현이 박태준과 비슷한 외모를 보고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할까 봐 걱정했다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육정현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육정현과 박태준은 성격이 다른데, 옷차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만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얼굴만으로 두 사람을 한 사람으로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박용선은 육정현이 박태준과 닮았다는 말을 듣고 몇 번 더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신은지에게 물었다. "육씨 가문이 작년에 시골에서 데려온 막내아들이 정말 태준이와 많이 닮았어?” 신은지가 육정현 쪽을 바라보니, 육정현은 비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 그녀 쪽을 보지 않았다. "네.” 신은지가 시선을 거두려 하자 육정현이 뒤늦게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육정현이 입술을 오므리자 신은지가 그를 향해 예의 바르게 웃으려 했다. 그 순간 그는 도도하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육정현의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신은지가 장담하건대, 그는 그녀를 비웃었을 것이다. “……” 이 남자! 이 남자를 화나게 한 짓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날 식당에서 화가 나서 어깨를 스치고 나가고 나서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렸다는 것인가? 갑 측 회사의 책임자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신은지는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일에 집중했다.경쟁 입찰에는 그녀가 개입할 필요도 개입할 수도 없다. 그녀의 신분은 그 껏 해야 병풍, 공부를 좋아하는 병풍일 뿐이다. 맞은편에서 육정현은 열심히 공부하는 신은지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직장이 전쟁터라면, 신은지의 전쟁터는 쇼핑몰이 아니라 문화재 복
계단에서 '쿵쿵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그 사람이 넘어졌다. 신은지 옆에 재경 그룹 사람들이 서 있었고 그들 역시 몇 발자국 아래로 굴러 내려갔는데 다행히 옆에서 누군가 그녀를 붙잡았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박용선은 마침 반대편에서 비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화를 면했다. 그 사람이 굴러떨어진 후, 한참 동안 소리를 내지 못했다. 누군가 휴대전화의 손전등을 켜고 아래를 비추었는데, 그의 몸 아래에서 천천히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신은지의 등은 계단 가드레일에 붙어 있었다. 이 모습을 신은지는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추위에 몸이 으스스 떨렸다. 만약 방금 누군가가 그녀를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지금 밑에 누워있는 사람은 저 사람과 그녀였을 것이다. 신은지는 너무 놀라서 뒤늦게 자신의 팔을 잡아준 사람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그녀를 꽉 쥐고 있던 손이 사라졌다. 신은지는 육정현과 어두운 빛 속에 감춰져 감정을 분간할 수 없는 눈동자만 마주쳤다. 신은지는 놀랐는지 아니면 마음이 놓였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용선은 놀라 굳은 얼굴로 신은지에게 다가와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발을 삔 것 같아요.” 신은지는 발목에서 올라오는 심한 통증과 놀라서 온몸에 힘이 빠져 뒤에 기대어 있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박용선은 비서에게 일단 그녀를 잘 돌보라고 말한 뒤, 계단 아래 누워 있는 사람을 보러 갔다. 굴러 떨어진 사람은 재경 그룹의 직원이었다. 박용선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사람들 속에 서 있는 육정현을 보며 그가 박태준이라고 생각했다.이미 소문으로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육정현을 본 적이 없어서 정말 닮았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고 회의실에 들어왔을 때 육정현은 마스크를 쓰고 앞머리를 내리고 있어서 그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육정현의 분위기는 박태준과는 달랐지만 방금 신은지를 잡아당겼을 때 박용선은 그가 박태준이라고 생각했다. 육정현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차에 탔다. 신은지가 고개를 숙여 발목을 보려 하자 이미 육정현이 먼저 몸을 숙여 그녀의 종아리를 잡았다. 남자의 낯선 기운이 감돌았다. 육정현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부은 발목 주위를 가볍게 누르자, 신은지는 아파서 신음 소리를 내며 무의식적으로 발을 뒤로 빼려 했다. 육정현은 그녀를 꼭 잡고 고개를 들어 고통을 참느라 얼굴을 찌푸린 신은지를 보았다. 육정현의 눈에 순간 격렬한 어떤 감정이 솟구치는 듯했으나 바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움직이지 말아요.” 육정현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깊고 부드러웠다. 육정현은 신은지의 신발을 벗기고 그녀의 발목을 잡고 좌우로 돌리며 물었다. "아파요?” 신은지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괜찮은 것 같아요.” "뼈는 다치지 않았지만 근육이 다쳐서 조심해야 해요.” 육정현은 방금까지 껑충껑충 뛰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순간 분노가 올라왔다. “최소한 한 달은 걸을 생각하지 말아요.” 신은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앞좌석에서 열심히 운전하는 비서를 보고 말을 삼키고, 육정현의 손에 붙들려 있던 발도 뺐다. "육 대표님, 충고는 고맙지만 제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의사가 판단해 줄 거예요.” 육정현은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스러운 듯한 말투로 말했다. "시간을 두고 오래 쉬는 것이 좋아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후유증으로 절름발이가……” "콜록...…” 앞좌석의 비서가 심하게 기침을 하며 육정현의 말을 끊었다. "신은지 씨, 육 대표님이 걱정돼서 하시는 말씀이에요. 나중에 고생하면 안 되잖아요.관절 부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돼요. 만약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앞으로 바람이 조그만 차갑거나 날이 조금만 흐려도 아플 수 있어요.” 육정현은 비서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신은지의 배로 시선을 돌리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 "임신 중이니 앞으로 그렇게 뛰지 말아요.” 신은지는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육 대표님, 지금 선을 넘으셨어요. 그건 제 전 남편이 신경 써야 할 일이에요.” 육정
신은지는 자꾸만 참견하려 드는 육정현 때문에 매우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차마 나유성이 있어 대놓고 육정현을 바라보지는 못하고 홀로 생각에 잠겼다. 감시 카메라를 24시간 붙여놓은 것도 아닐 텐데, 그녀는 매번 타이밍 맞게 불쑥불쑥 예고도 없이 튀어나오는 육정현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어떻게 아셨죠? 저랑 대표님이 알고 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제가 다친 걸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요?"그녀는 육정현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경쟁 대상에 대한 조사는 철저히 하는 편이라서요. 신은지 씨가 몇 번 다쳤는지는 물론, 댁 가정부가 몇 시에 출퇴근하는 것까지도 다 알고 있어요.""...."육정현이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때, 옆에 있던 나유성이 답했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주인이 위협을 당하면 짖는데, 자기 좋아하는 사람이 괴롭힘당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는 낫네요."낯익은 대사였다. 전에 육정현이 나유성을 비꼴 때 했던 말이었다. 외과 진료센터는 1층에 있었다. 나유성은 신은지를 진료실 근처 의자에 내려준 뒤, 진료 접수를 위해 신은지한테 신분증을 넘겨받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왕준서가 육정현에게 말했다. "대표님, 신분증 가져오셨어요? 이리 주시면, 제가 대신 가서 접수할게요."왕준서는 민망함에 최대한 나유성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물어봤다. 그도 그럴 것이 좀 전까지만 해도 팔이 아파서 들지도 못하겠다며 병원으로 가자던 사람이, 눈 깜짝한 사이 신은지를 안고 병원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이건 꾀병이었다. 하지만 상사였기 때문에, 병원까지 온 이상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나유성이 육정현을 위아래로 스캔하며 말했다."대표님도 다치셨어요? 사고는 다른 사람이 당했다고 들었는데, 놀라서 허리라도 삐끗하셨어요?"나유성은 신은지한테 거절까지 당한 마당에, 이렇게라도 해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난...."육정현은 체면이 구겨졌으나, 부상의 핑계로 신은지와 함께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