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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손 발이 부러지다

회의실 입구에 나타난 남자는 옅은 색의 양복에 훤칠하고 훤칠한 키에 온몸에 귀티가 철철 흘렀다.

박태준과 비슷하다고 하는 그의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고, 약간의 앞머리로 이마를 가린 채, 한쪽 얼굴의 한쪽 눈만 겨우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갑 측 회사의 책임자와 즐겁게 대화하며 나타났다.

신은지는 박용선이 육정현이 박태준과 비슷한 외모를 보고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할까 봐 걱정했다가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육정현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육정현과 박태준은 성격이 다른데, 옷차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만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얼굴만으로 두 사람을 한 사람으로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박용선은 육정현이 박태준과 닮았다는 말을 듣고 몇 번 더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신은지에게 물었다.

"육씨 가문이 작년에 시골에서 데려온 막내아들이 정말 태준이와 많이 닮았어?”

신은지가 육정현 쪽을 바라보니, 육정현은 비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 그녀 쪽을 보지 않았다.

"네.”

신은지가 시선을 거두려 하자 육정현이 뒤늦게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육정현이 입술을 오므리자 신은지가 그를 향해 예의 바르게 웃으려 했다.

그 순간 그는 도도하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육정현의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신은지가 장담하건대, 그는 그녀를 비웃었을 것이다.

“……”

이 남자!

이 남자를 화나게 한 짓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날 식당에서 화가 나서 어깨를 스치고 나가고 나서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렸다는 것인가?

갑 측 회사의 책임자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신은지는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일에 집중했다.

경쟁 입찰에는 그녀가 개입할 필요도 개입할 수도 없다.

그녀의 신분은 그 껏 해야 병풍, 공부를 좋아하는 병풍일 뿐이다.

맞은편에서 육정현은 열심히 공부하는 신은지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직장이 전쟁터라면, 신은지의 전쟁터는 쇼핑몰이 아니라 문화재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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