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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옷 없어요?

'다 들어놓고, 이제 와서 사과는, 재수 없어.'

진유라가 속으로 투덜거리며 물잔을 들었다. 그러는 사이 곽동건이 또다시 훅 치고 들어왔다.

"전 여자를 사귄 적도 없고, 바람 맞아본 적도 없고 다른 여자한테 고가의 차를 선물한 적도 없어요."

다른 남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곽동건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럼, 우리 혼인신고서 언제 낼까요?"

"풉."

진유라는 자기도 모르게 머금고 있던 물을 뿜고 말았다.

굵은 물방울이 그의 준수한 얼굴을 타고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진유라는 당황한 나머지 바로 손으로 그의 얼굴을 닦아주려다가, 아차 하고 얼른 옆에 있던 티슈를 꺼내주었다. 곽동건은 무표정한 얼굴로 티슈를 받아 자신의 얼굴을 닦았다.

진유라가 당황하며 사과를 건넸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네요. 다음에 농담하실 때 제발 깜빡이 켜고 좀 들어오세요."

하지만 곽동건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어떻게 깜빡이 켤까요?"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최소한 마음 준비는 할 수 있도록."

진유라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그녀는 속으로 부디 곽동건이 이 일로 트집 잡지 않길 바랐다.

곽동건은 항상 진지한 편이었고, 진유라는 당황한 나머지 자각없이 말을 하고 있었다. 둘 중 누구도 이 대화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신은지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둘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 있었다.

곽동건이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알겠어요. 다음엔 미리 알려드릴게요."

달달한 분위기를 견디다 못한 신은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제가 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

진유라도 안절부절, 곽동건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도... 이만 가봐도 될까요?"

“오늘 예정됐던 맞선 상대, 저예요.”

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뭐라고요?"

"어머님께 어떻게 전해드리면 될까요? 자기 여자한테만 꼬리를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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