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어요."신은지도 자신이 지금 별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잠수도 제대로 못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바다로 나가고 싶었다. 그래야만 가장 먼저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을 테니까.진유라는 전예은을 처리한 뒤, 곧바로 신은지를 뒤따랐다.하지만 막상 옆에 서니, 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지 몰랐다. 신은지는 지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쇠약한 상태였다. 거기에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연인이 두고 간 이벤트까지 보게 되었다. 얼마나 속이 상할지, 진유라는 도무지 상상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신은지보고 바다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한 것 같았다. 진유라가 곽동건을 향해 그만하라는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곽동건은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다시 신은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방금 강혜정 여사님께서도 쓰러지셔서 병원으로 이송되셨어요. 몸도 안 좋으신데, 아들이 실종됐으니, 충격이 크셨던 것 같아요."명색의 대기업 대표가 없어진 사건인데,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 아니었다. 언젠간 강혜정도 알게 될 일은 맞았지만, 역시나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같은 시각, 병원에 이송됐던 박용선은 빠른 처치 덕분에 금방 의식을 되찾았다."이것 좀 먹어봐. 의사 선생님이 잘 먹어야, 빨리 회복된다고 했단 말이야. 태준이 돌아왔는데, 당신이 이러고 있으면 얼마나 속상하겠어."병실 밖으로 새어나오는 박용선과 강혜정의 대화에 신은지는 잠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병실 문을 열어젖혔다. "어머니, 아버지."신은지가 온 것을 본 박용선이 미소를 지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겨우 이틀 만이었는데, 그의 얼굴은 십 년 지난 것처럼 지쳐 보였다. "아주 잘 왔어. 너의 시어머니 좀 설득해 봐.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가 있어."그런 다음 박용선은 어딘가에 또 전화를 걸러 자리를 비웠다. 이틀간 굉장히 자주
박용선이 아프다는 소식에 신은지는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병실로 들어서려던 순간, 나유성과 마주쳤다. 그는 박태준 수색에 많은 보탬이 되어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제 막 잠드셨어.""그럼 오후에 와야겠다."신은지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오랜만에 푹 주무시는 거니까, 깨시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런데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 집에 데려다줄까?""아니, 괜찮아. 주변 호텔에 머물면 돼. 왔다 갔다 하는 거 너무 번거로워."신은지가 나유성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은지야."이때, 갑자기 걸음을 멈춘 나유성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왜?"신은지가 고개를 돌리며 멈춰 선 나유성을 돌아봤다. "너무 걱정하지 마. 꼭 돌아올 거야. 걔 그렇게 쉽게 죽을 놈 아니야.""응, 알고 있어."신은지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박태준이 실종된 지 6일이 지났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거의 20킬로, 수색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실 다들 어느 정도 그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은지만큼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태준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면, 그녀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경영 수업 받아볼까 생각중이야. 아버님도 연세가 있으신데, 이대로 계속 혹사시킬 순 없잖아. 난 그이가 꼭 어딘가에 살아 있을 거라 생각해. 지금쯤 돌아올 방법을 열심히 구하고 있겠지. 그럴 동안 내가 이 자리를 지킬 거야. 그이가 돌아와도 금방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신은지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알잖아? 그이가 얼마나 미움 받기 쉬운 성격인 거. 돌아왔는데 회사가 무너져 있으면, 사방에서 그를 끌어내리려 할 거야. 그러니 나라도 지켜야지."울것 같은 눈으로 입꼬리만 올린 채, 밝은 모습으로 말하는 신은지를 보며 나유성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신은지는 사업에 관심도 없고 재능도 없는 사람이
임씨 일가의 성향답게, 연회는 적당히 고풍스러운 전통 한옥 가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진영웅이 가는 길에 신은지에게 육정현의 정보를 읊어주었다."육정현은 베일에 싸인 인물이에요. 거의 본인을 들어내는 일이 없이, 모든 일을 비서인 방시혁을 통해 처리하죠. 이번 연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꽤 의례적인 일이에요.""성이 육씨면, 자금이 부족해서 맨날 사방에 돈을 빌리고 다니던, 그 가문 아닌가요?"그녀가 공부를 위해 꾸준히 시청해 온 경제 프로그램에, 안 좋은 의미로, 자주 등장하는 일가였다. "네, 맞아요. 듣기로는 상대하기 꽤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진 마세요. 임신도 하셨는데, 아이부터 생각하셔야죠. 사모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박 이사님이 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어느새 그녀의 임신은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강혜정의 기운을 돋보아주기 위한, 가벼운 마음에 시작된 거짓말이었다. 시간이 지나, 그녀가 좀 회복한다면 사실을 밝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사 임원들이 신은지의 존재에 너무 많은 불만을 가진 탓에, 박용선이 임신을 사실인 것처럼 공표해버렸다. 회사 임원들의 불만은 이해될 만한 부분이었다. 그녀는 현재 박태준과 법적으로 이혼한 것도 모자라, 이쪽 업계에 대한 지식도 없는 초보였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회사 최고 경영자인 박용선의 최측근이 되었으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심지어 그녀가 지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비서실장 직책은 공석인 회사 대표 자리와 맞먹는 권력을 가진 자리였다. 박태준이 없는 지금, 모두가 대표 자리를 노리고 있는데, 그들 입장에선 신은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신은지는 불안했다. 박태준이 실종되고 벌써 3개월이나 지났는데, 임신했다는 거짓말이 언제까지 통할지 알 수 없었다. 이때 진영웅이 말했다."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큰 프로젝트 두 개나 그에게 빼앗겼어요. 가능한 오늘, 이 적대감의 원천을 찾아야 해요.""이럴 때 그이는 어떻게 대처
육정현이 내밀어진 손수건으로 손을 닦기 시작했다.진영웅은 그 모습을 보면서 박태준을 떠올렸다. 박태준도 깔끔한 편이긴 했지만, 육정현처럼 사람 손 한 번 닿았다고 마디마디 닦을 정도로 결벽증이 심하지는 않았다. 그제야 진영웅도 육정현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확실히 박태준과 많이 닮아 있었지만,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며, 걸음걸이, 스타일 모두 박태준과 달랐다."...."신은지는 복잡한 시선으로 연회장을 떠나는 육정현을 바라봤다. 그는 박태준과 닮았을 뿐, 육씨 가문의 막내아들이자, 재경그룹의 경쟁 대상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도플갱어도 아니고, 닮아도 이렇게 닮을 수가 있단 말인가? 언제 기회가 된다면, 박태준에게 일란성 쌍둥이가 없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연회장을 나가던 육정현이 갑자기 멈춰서, 말없이 연회장 안을 바라봤다.시혁도 그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방시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시선에 신은지가 들어왔기 때문이다."대표님, 혹시 신은지 씨가 마음에 드셨어요?"그 말을 들은 육정현이 방시혁을 바라봤다."이건 또 무슨 신박한 헛소리일까?""제가 잘못 생각했나요?"육정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당연한 소리를 자꾸 하게 만들래? 그리고 비서면 비서답게, 열심히 일이나 해. 왜 이렇게 쓸데없는 질문이 많아?"육정현이 화난 모습에 방시혁은 얼른 입을 닫았다. 하지만 시선은 육정현 손에 들린 손수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육정현이 연회장을 떠나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육정현이면, 육씨 가문의 그 막내아들 아닌가요?""맞아요. 그런데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요?""박태준 대표 판박이네요. 설마 박 이사가 밖에서 바람피운 건 아니겠죠?"사람들이 신은지를 힐끔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에이, 말도 안 돼요. 박 이사 부부, 얼마나 사이 좋은데요. 그나저나 참 대단하네요. 무너져가던 가문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다들 노리고 있던 대형 프로젝트 두 개나 가져잖아요."오늘 육정현이 임 할머니 팔순
이 건물은 사실 1층 커피숍을 제외하곤 육영 그룹의 소유가 아니었다. 1년 전 빚 때문에 나머지 층들을 모두 매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육영 그룹은 외딴곳으로 이사한 상태였다. 육정현은 커피숍 가장 눈에 띄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신은지는 먼저 도착한 그를 발견하곤 허겁지겁 달려갔다."신은지 씨, 지각하셨어요. 절 만나러 오면서, 쇼핑까지 한 거예요?"그가 손목시계를 두드리며, 신은지 손에 들린 남성 브랜드 쇼핑백을 쳐다보고는 불만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가 늦은 데는 나름 사정이 있었다. "이건 쇼핑하던 도중에 연락을 받아서, 얼떨결에 들고 온 것뿐이에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신은지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저 얼굴을 보고 박태준이 아닌 육정현이라 불러야 한다니, 정말 고역이었다. 계속 그를 보고 있기 힘들었던 신은지는 얼른 화재를 다른 데로 돌렸다."여기 커피라떼 하나 주세요."신은지가 마침 다가오고 있던 커피숍 직원을 보며 말했다. "아니요. 그거 말고 따뜻한 우유로 가져다주세요."갑자기 육정현이 끼어들며 주문을 변경했다. 직원은 그의 기세에 눌려 후딱 알겠다고 한 뒤,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왜 제 주문을 마음대로 바꿔요?"신은지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커피가 임산부한테 안 좋다는 거 몰라요? 괜히 이따가 문제 생기면 제 책임 묻지 마시고, 우유로 만족하세요""...."실제로 임신한 게 아니기 때문에, 신은지는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음료수가 중요한 건 아니니,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대표님, 혹시 저희 재경 그룹에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나요?"신은지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니요.""그럼 왜 사사건건 회방을 놓으시나요?"육정현이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몸을 소파에 기댔다."전에 문화재 복원하는 일을 하셨다고 했죠? 신은지 씨는 사업자질이 없으신 것 같아요. 다시 원래 직업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네요. 사업하는
방금 신은지는 진영웅에게 아래층에서 기다리라고 말했고, 그는 줄곧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진영웅은 육정현이 갈 때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작은 사모님, 육 사장님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이라도 하셨나요?” 신은지는 지친 듯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지러운 테이블 위는 이미 종업원이 정리했다. "그럴 리가요, 저는 두 가문의 오래된 원한을 풀 목적으로 나왔는걸요. 그에게 선물까지 주었어요. 그는 아마 제가 이렇게까지 예의를 차릴 줄 몰랐을 거예요. 기뻐 죽었을 걸요.” "……” 진영웅은 말이 없었다. 왜 그는 신은지의 말을 믿지 않을까? "입찰에 대한 육 사장은 어떤 태도는 어때요?” "끝까지 해보겠다는 태도예요.” 진영웅은 신은지를 힐끗 쳐다보다가 몇 번 망설인 끝에 말했다. “육 사장님은 정말 박 대표님 아니에요? 비록 둘의 성격과 옷차림, 일하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견적서를 제출하는 것을 보면 재경 그룹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요. 그리고 기획안을 제시하는 것도 그래요. 한두 번도 아니고 지난 두 달 협력하는 내내 이렇다고요.” 너무 많은 우연이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경 그룹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고, 생김새도 비슷하고, 실종과 출현 시점까지 정확하게 일치했기에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신은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진영웅은 몇 가지 더 묻고 싶었지만 괜히 신은지를 우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화제를 돌렸다. ”서씨 가문에서 저녁 식사에 초대했어요. 장소는 봄의 향기예요.”신은지는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저녁이요?” 신은지가 가고 싶어 하지 않은 내색을 하자 진영웅은 말했다. "지금 두 가문은 지금 협력 단계에 있으니 예의상이라도 가야 해요.” "선물 하나 준비해 줄 수 있어요? 오늘 유성이 생일이라서요.” 많은 사람들이 봄의 향기로 오라고 초대받았고 그중 그와 친하지 않은 진유라도 있었다. 그러니 그녀가 직접 그에게 선물을 주고 가지 않을 생각이었
이 목소리는 오후에 들었던 목소리였다. 비록 바로 목소리를 인지할 수는 없었지만, 신은지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육정현이라고 확신했다. "육정현?” 그 순간, 연한 색상의 캐주얼 차림에 삐죽삐죽 앞머리에 부드러운 이목구비의 육정현이 복도 모퉁이에서 나왔다. 그가 박태준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신은지는 더 이상 그의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육정현을 처음 본 나유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태준?” 육정현은 그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었다. "나유성 씨, 저는 육정현이라고 합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육정현 씨?” 최근에 격동의 경인시 상업계에 다크호스처럼 나타난 육정현에 들은 바가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고 많은 일을 비서를 통해 진행했기에, 그를 본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에 대해 언급할 때면 모두들 조심스러워했다. 육정현의 얼굴을 마주한 나유성은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의 손을 잡지도 않았다. 육정현은 개의치 않고 손을 거둬들여 옆에서 담담한 태도로 있는 신은지를 보았다. "신은지 씨, 당신이 준 팬티 사이즈가 너무 작던데요.” "??” 신은지는 육정현의 말에 당혹스러워 바늘로 그의 입을 꿰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육정현은 어떻게 그런 말을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지? 그리고 신은지는 분명히...... 신은지는 갑자기 얼음물이 가득한 대야를 머리에 쏟아부은 듯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팬티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말은 육정현이 박태준이 아니라는 뜻인가? 하지만 육정현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선물한 속옷을 입어보지 않았다.당시 신은지는 2층에서 육정현이 자신의 비서에게 그 속옷을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한 것을 똑똑히 보았다."그래요? 그럼 육정현 씨가 살이 너무 쪘다는 말인데요. 저는 정 사이즈로 샀어요.”나유성은 여전히 육정현을 보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방금 마신 술이 인생의 쓴맛으로 변해 그의 오장육
나유성과 헤어진 후 육정현은 봄의 향기에서 떠났다. 차 안. 방시혁은 차를 몰며 백미러로 육정현의 안색을 살폈다. 육정현은 눈을 감은 채 잠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무표정이었다. 방시혁은 그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육 대표님, 오늘은 나유성 씨의 생일이었으니 신은지 씨가 선물한 그 속옷은 아마 나유성 씨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을 것 같은데요.” 뒷자리에서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육정현은 뒤늦게 눈을 뜨며 말했다. "여자에게 생일선물로 속옷을 주면서 포장도 안 하고 그냥 아무렇지 않게 준다고? 방 비서 변태야?” 육정현의 목젖이 움직였다. "난 신은지 씨한테 관심 없어. 방 비서가 재경 그룹 사람에게 전화해. 입찰 건은 말할 필요도 없어.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능력이야. 이런 수작을 부리는 것 자체가 수준 미달이라고.” 육정현이 말을 하는 동안 방시혁은 줄곧 내색을 하지 않고 그를 훑어보았다. 육정현은 미간을 좁히며 짜증 낼뿐 다른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 제가 그쪽에 한번 말해 볼까요? 신은지 씨가 성희롱 했다고?” 속옷과 같은 민감한 것을 선물하는 것은 직장 내 성희롱에 적용된다. "방 비서, 네가 왜 여자친구한테 차였는지 알아?” “?? 왜요?” "입이 싸.”"……" 방시혁은 육정현이 한 말을 알아듣는 데 2초가 걸렸다. 육정현은 방시혁이 그가 신사답지 못하게 여자에게 시시콜콜 따지고 여자에게 창피를 주고 명예를 훼손한다고 비꼬는 것이었다. 자신의 임무를 생각한 방시혁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육 대표님은 신은지 씨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나는 원래 여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네가 날 그렇게 보는 건 네가 모든 여자에게 감정이 있기 때문 아니야?” 육정현은 깊고 검은 눈빛으로 방시혁을 보며 말했다. "방시혁, 내 곁에 남으려면 맡은 일만 잘해. 하루 종일 내부 첩자처럼 내 속내나 캐지 말고.” …… 이튿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