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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반바지

이 건물은 사실 1층 커피숍을 제외하곤 육영 그룹의 소유가 아니었다. 1년 전 빚 때문에 나머지 층들을 모두 매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육영 그룹은 외딴곳으로 이사한 상태였다.

육정현은 커피숍 가장 눈에 띄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신은지는 먼저 도착한 그를 발견하곤 허겁지겁 달려갔다.

"신은지 씨, 지각하셨어요. 절 만나러 오면서, 쇼핑까지 한 거예요?"

그가 손목시계를 두드리며, 신은지 손에 들린 남성 브랜드 쇼핑백을 쳐다보고는 불만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가 늦은 데는 나름 사정이 있었다.

"이건 쇼핑하던 도중에 연락을 받아서, 얼떨결에 들고 온 것뿐이에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신은지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저 얼굴을 보고 박태준이 아닌 육정현이라 불러야 한다니, 정말 고역이었다.

계속 그를 보고 있기 힘들었던 신은지는 얼른 화재를 다른 데로 돌렸다.

"여기 커피라떼 하나 주세요."

신은지가 마침 다가오고 있던 커피숍 직원을 보며 말했다.

"아니요. 그거 말고 따뜻한 우유로 가져다주세요."

갑자기 육정현이 끼어들며 주문을 변경했다. 직원은 그의 기세에 눌려 후딱 알겠다고 한 뒤,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왜 제 주문을 마음대로 바꿔요?"

신은지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커피가 임산부한테 안 좋다는 거 몰라요? 괜히 이따가 문제 생기면 제 책임 묻지 마시고, 우유로 만족하세요"

"...."

실제로 임신한 게 아니기 때문에, 신은지는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음료수가 중요한 건 아니니,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대표님, 혹시 저희 재경 그룹에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나요?"

신은지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니요."

"그럼 왜 사사건건 회방을 놓으시나요?"

육정현이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몸을 소파에 기댔다.

"전에 문화재 복원하는 일을 하셨다고 했죠? 신은지 씨는 사업자질이 없으신 것 같아요. 다시 원래 직업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네요. 사업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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