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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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둘째 큰 아버지가 신은지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강이연은 그가 신은지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금방 입을 열려던 참이었다.이때, 문밖에 있던 보안요원이 말했다.“박 대표님, 강태민 씨 오셨습니다.”둘째 큰 아버지 라니, 그녀의 안색이 급격하게 돌변했다. “네 엄마를 죽인 진범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네가 강 씨 가문에 들어오지 못하니까 내가 대신 찾아줄게.”신은지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고마워. 하지만 마음만 받을 게.”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에 다다르자 강태민이 등장했다.“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이연이 데리고 당장 나가겠습니다.”강이연은 남포시로 돌아가겠다고 그와 약속했었다. 모레에 있을 비행기표까지 예매를 끝냈다.병원에서 나와서 친구와 작별 인사를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감시할 사람을 붙이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무탈하게 넘어가나 싶었지만 그녀가 신당동까지 찾아갈 줄은 몰랐다. 그렇지 않고서 바쁜 와중에 직접 찾아올 필요가 없다. 신은지는 계단 위에서 아래로 내려 보았다. 그리고 예의를 차리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태민 씨,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강태민은 한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괜찮습니다.”두 사람은 정원 중앙에 위치한 정자로 자리를 옮겼다. 주위로는 인공호수, 인공잔디 등 인조적으로 만든 환경이 펼쳐졌다. 불어오는 바람에는 촉촉함이 들어있고, 마침 꽃 냄새도 은은하게 풍겼다. 신은지는 꽃들을 바라보았다. 꽃의 이름은 모르지만 그저 모양새와 향기가 좋았다. 곧이어 김 씨 아주머니가 차를 가지고 왔다. 찻주전자를 탁자 위에 올려 두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제 어머니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지만 계실 때는 저에게 아주 상냥한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강태민에게 차를 따라주면서 의미가 담긴 말을 건넸다.“그 뒤로 얼마나 좋은 사람인 지 알게 됐습니다.”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익숙한 것에 속아 소중함을 잃어야 후회를 하게 됐습니다. 참 간사하기 그지없죠?”강태민이 말했다.“그 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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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여자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그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신은지가 먼저 정자를 떠나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강태민은 그녀를 따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계속 신은지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박태준은 남자로서 그의 눈빛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점을 알아챘다.그는 실눈을 뜬 채로 강태민을 바라보았다. 신은지가 걸어오기 전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가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고 나서야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제야 활활 타오르는 짜증이 가라앉았다. 그는 신은지의 죽마고우, 지인도 조심해야 하는 마당에 늙은 남자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가 아팠다.신은지는 문을 열자 박태준이 멀뚱멀뚱 서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 것 같았다.“밥 안 먹고 서서 뭐 하는 거야?”박태준의 얼굴에는 원망스러움이 잔뜩 서려서 곧 흘러내릴 것 같았다.“재밌었나봐?”“그냥 그래.”신은지는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싸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대충 얼버무렸다.“저 사람은 너 때문에 온 거야, 내가 부른 게 아니라.”“...”신은지는 여러 일에 휘말리면서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그가 화가 난 이유를 알아낼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서둘러 자리에 앉아 식사를 계속했다. 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자리에 앉았다.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식사에도 불구하고 그는 입맛이 살아나질 않았다.“은지야, 부성애가 부족한 여자가 성인이 되면 자기보다 훨씬 연상인 남자를 쉽게 좋아하게 될 수도 있어?”만약 강이연의 말대로 신은지가 돈과 외모 때문에 강태민을 좋아하는 거라면 그를 이길 자신은 있다. 하지만 경험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는 강태민의 압승이다. 또한 50대 나이에도 어려 보이는 얼굴은 여자의 이목을 더 끌기도 한다. 강태민은 나이가 있어도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도련님이다. 부유한 환경 속에서 산 덕에 몸에는 우아함이 베어 있다. 신은지는 국을 마시고 나서야 배가 든든하게 채워지는 느낌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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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망부석

방 안은 모두 심은하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벽에는 그녀의 사진이 붙어져 있었다. 어제 강태민이 한산 별장은 모친의 일터가 아니라 묵었던 곳이라고 알려 주었다. 별장 곳곳에서 익숙한 흔적을 발견하고, 정원에 있는 꽃마저도 그녀의 취향인 이유가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더 익숙한 향기가 풍겼다.심은하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10년이 더 되어 간다. 모호해진 기억이 물건을 보자 다시 되살아났다.신은지는 화장대에 손가락을 올렸다. 먼지조차 보이지 않자 종종 청소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방 안의 물건은 오래된 것이 분명하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반대로 심 씨 집안은 그녀의 물건을 모두 지하실에 버려 먼지가 쌓였고, 값이 되는 물건은 이미 모두 팔아 버렸다.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고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심진하는 인간도 아니야, 라며 생각했다.한산 별장은 강태민의 별장이다. 즉, 심은하는 결혼하기 전이라는 뜻이다. 계산해 보면 적어도 25년이 더 된 물건이다.신은지는 침대 옆 서랍 안에서 앨범을 꺼냈다. 손을 많이 탄 탓에 앨범 주위로 쌓은 가죽이 벗겨졌다. 사진은 밀봉하지 않은 탓에 노랗게 변했다. 하지만 사진 속의 여자의 모습은 뚜렷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숱 많은 검은 머리, 하얀 피부, 새빨간 입술, 빛나는 눈동자와 흰 이빨이 눈에 들어왔다. 민낯인 얼굴에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신은지는 그제야 심진하가 그렇게 자신의 모친과 결혼하고 싶었던 이유를 깨달았다.사진 속의 배경은 모두 한산 별장의 정원, 안방, 거실, 복도, 창문 등등이다. 독사진이 대부분이지만 그중 단체 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사진에는 상대방의 모습이 잘려 나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강태민 일까, 하고 갸우뚱 거렸다. 두 사람의 끝이 좋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게다가 이안나가 모친을 싫어하는 모습을 미루어 보아 아마 모친이 강태민을 가지고 놀았을 가능성이 크다.또한 강이연과 강민호의 행실을 생각하며 그들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해졌다. 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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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보고 싶었어?

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에는 에어컨이 틀어져 있다. 온도는 신은지에 맞게 설정되어 있지만 박태준은 더워서 넥타이를 풀었다. 잘생기고 몸 좋은 남자가 넥타이를 푸는 모습에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 넥타이 위에 올려져 있는 손은 길고, 완벽한 비율에 조각상을 연상케 했다.신은지는 그의 손에서 도저히 시선을 떼낼 수 없었다. 일기를 보고 속상했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그녀가 한참 손을 구경하는 와중에 박태준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 며칠동안 금욕 생활을 한 그는 몇 년 동안 굶은 짐승처럼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신은지는 심호흡 마저 그에게 빼앗겨 버렸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뒤로 빼려고 했지만 놔줄 박태준이 아니다. 매번 자신을 피하던 여자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어떤 남자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박태준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자신의 다리에 앉혀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중간에 위치한 기어봉 때문에 사람 한 명을 한 손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신은지는 박태준의 기습 키스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산소가 부족한 탓에 몸 전체에 힘이 빠졌다. 그가 잡고 있지 않는다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박태준은 한참 동안 키스를 하고 나서야 신은지의 입술을 놓아 주었다. 하지만 완전히 빼지는 않았다. 이어서 그녀의 입술에 닿으면서 물었다.“나 보고 싶었어?”“...”신은지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운전했다. 이곳에 주차한 것도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다. 그녀는 오는 길 내내 단 한 번도 박태준을 떠올린 적이 없다.그리고 고개를 들고 나서야 재경 그룹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거뿐이다.하지만 무의식이 재경 그룹을 향한 이유는 일종의 그리움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은지가 있는 그대로 대답하려 하자 박태준이 다시 입을 맞추었다.이번에는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면서 키스를 했다. 방금 전의 난폭한 키스와 정반대의 느낌이다. 박태준은 키스를 하면서 말을 이었다.“됐어. 듣고 싶지 않아, 어차피 네 입에서 좋은 말이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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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더 이상 너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야

장경준이 탁자를 치면서 흥분하기 시작했다.“털 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봐, 나가면 바로 네년부터 죽일 거야...”교도관이 그를 말렸다.“장경준,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다시 감금 처벌 당하고 싶어?”장경준이 서둘러 허리를 숙여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 아들이 아픕니다. 순간의 감정에 욱했습니다. 교도관 님, 한 번만 봐주세요.”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방금 전과 달랐다.“신은지 씨, 제 아들은 어떻습니까?”“괜찮아요, 그저 계속 약을 복용 해야 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쪽 아내가 아이를 보살피느라 안정적인 직업이 없어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강경준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럴 리가 없습니다.”“왜죠?”“..”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신은지도 예상했던 반응이다. 몇 년 동안 그와 실랑이를 벌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그녀는 대화 기록을 인쇄하여 유리 창문에 갖다 댔다.“그 사람이 매년 보내는 돈은 딱 당신 아들 의료비 뿐입니다. 당신 아내도 밥이라도 먹고살아야 하는데...”어, 라는 소리와 함께 다시 말을 덧붙였다.“안쓰럽습니다. 외국에 있는 의사가 당신 아들과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를 치료한 사례가 있습니다. 즉, 불치병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기회는 남아 있어요.”펑.장경준은 두 손을 유리창에 갖다 댔다. 영어로 가득 찬 대화 기록을 보면서 겨우 ‘bye-bye’ 라는 말 밖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힐 수 없었다.“사실입니까?”방금 전에 장경준이 흥분하는 바람에 교도관이 계속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어서 유리창을 두드리자 서둘러 그를 말렸다.장경준은 또 다시 사과했다.나이 50이 훌쩍 넘고, 백발을 한 미치광이 남자가 가짜 일지도 모르는 소식에 눈가가 붉어졌다.교도관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다.“순간 흥분했습니다. 제 아들, 제 아들이 살 수 있게 됐어요..”반면 신은지는 그에게 일말의 동정조차 느끼지 않았다. 면회 시간이 다 되어 마지막 말을 전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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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어디 다치신 데 없으세요?

방금 전까지 슬펐던 마음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신은지는 미간을 누르면서 진선호를 노려 보았다.“마지막은 좀 좋게 가면 안 돼요? 다시 침대에 눕고 싶은 거냐구요.”진선호는 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이건 모르시겠죠. 원래 남자란 갖고 싶은 걸 손에 넣으면 도전욕이 사라져요.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가요. 그 전에 위기감을 조성하는 겁니다. 은지 씨 주위에는 항상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면 절대로 한눈팔지 못할 거예요.”“...”신은지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왜 자신도 같이 욕하시는 거예요?”박태준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 계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석양 빛에 한 몸이 된 것 같았다. 출중한 외모의 남녀는 커플처럼 어울렸다. 나란히 서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 그림 같았다. 순간 넘을 수 없는 선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두 사람을 보면 볼수록 화가 났다. 분명 자신이 신은지의 남편이자 남자 친구이다.하지만 자신과 신은지가 어울린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줄곧 자신에게 까칠한 신은지의 모습 때문에 서로 어울린다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박태준은 계단 위로 올라가 신은지 옆에 섰다. 억지로 두 사람이 그려진 그림 속에 들어갔다.따뜻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심지어 석양의 빛도 공격적이게 보였다. 신은지가 설명을 하기도 전에 박태준이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넣었다.상대가 거절할 까봐 오히려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열기 가득한 품 안에 잡히고 말았다.박태준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회사로 마중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신은지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자신이 언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인가. “박 대표님, 아직도 유치원 다니시나 봅니다? 퇴근하면 누가 데리러 와줘야 직성이 풀리나 봐요.”진선호는 옆에서 그를 더 자극했다. “은지 씨, 자신을 보살필 수 있는 남자를 찾아야 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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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다시 해보자

상대방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온몸이 다 아파요.”진선호: “…”진선호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이지만 지금 조금 흔들렸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지난 20여 년 동안 잘 풀리다가 올해 갑자기 그동안 누적된 불운이 전부 터진 것처럼 재수가 없었다. 이 일은 진선호의 책임이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을 수 없었다.진선호는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차가 없지만 차 한 대만 오면 그와 그녀는 여기서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진선호는 다리를 다쳐 쪼그려 앉을 수 없었다. 그래서 허리를 굽혀 물었다. “움직일 수 있습니까?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면 길가로 부축해 드릴게요. 거기서 구급차를 기다립시다. 길 한복판에 있는 건 너무 위험해요.”이렇게 말을 하고 있을 때, 손에 있던 전화가 연결되었다.진선호: “안녕하세요. 여기 운해대로인데 구급차가 한 대가 필요합니다. 부상자…”진선호는 고개를 숙여 상대방의 증상을 묻어보려고 했는데 휴대폰을 든 손이 붙잡혔다. “저 괜찮아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돼요.”여자는 바닥에서 일어나 눈앞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초라하지만 환하고 예쁜 얼굴을 드러냈다. 갸름한 얼굴에 큰 눈망울,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아름다웠다. 길고 촘촘한 속눈썹이 내리깔고 있는 눈을 가려서 눈 밑의 정서를 알 수 없었다.진선호는 그녀가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고 얼굴에도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없는 것을 보고 부상이 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다시 물었다.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만약 내상이라도 있으면.”“…”신시은은 진선호를 한 번 쳐다보더니 바닥에 닳아 피투성이가 된 팔꿈치를 그에게 내밀었다. “팔과 무릎이 까졌어요. 붕대 좀 감아주세요.”차에 구급상자가 없어서 진선호는 곧바로 사람을 진료소로 데려갔다.붕대를 감은 후, 진선호는 의사 책상 위에 있는 메모지로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서 신시은에게 건네주었다. “그쪽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으니 배상으로 1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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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살살할게

박태준은 얼굴을 신은지의 어깨에 묻었다. 따뜻한 몸은 그녀의 등에 밀착했고 건조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여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다.짜릿한 촉감에 신은지는 움찔했다.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네가 지난번에 말했던 거.”“??”지난번에 말했던 거?신은지는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럴 때 곰곰이 생각하지 않아도 박태준의 뜻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싫어…”신은지도 자신이 왜 거절했는지 알 수 없었다. 몸은 확실히 달아올랐지만 심리적인 이유 때문인지 머릿속이 하얘졌고 모든 대답과 반응을 본능에 맡겼다.신은지가 거절의 말을 채 하기도 전에 박태준은 이미 그녀를 당겨서 침대에 눕혔다.침대 변두리에 무릎을 꿇고 신은지와 마주 보고 있는 박태준의 어두운 눈동자에서는 성난 파도 같은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박태준에게서 강한 압박감과 정복욕을 느낄 수 있었고 키스로 인해 붉어진 입술은 신은지의 코앞에 있었다.박태준은 참고 있었다.박태준의 팔은 신은지의 몸 양쪽에서 버티고 있었는데 그는 손가락을 조여 주먹을 쥐었다. 목의 핏줄은 성난 듯 튀어나와 있었고 가슴은 심한 기복을 이루고 있었다. 거친 숨소리는 조용한 방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은지, 너도 날 원하고 있어!” 긍정문이었다.신은지는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박태준의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 뜨겁고 진지한 눈빛에는 그녀만 보였다. 그 속에는 조롱과 농담 등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마치 무슨 엄숙한 이야기라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그녀는 머리를 옆으로 돌렸다.신은지가 피하려는 것을 느낀 박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다시 되돌려 강제로 그와 눈을 마주치게 했다. “넌 나를 속일 수 없어. 내가 너랑 키스할 때 넌 즐기고 있었어. 너도 나를 원하고 있어!”“…”신은지의 얼굴은 몹시 뜨거웠다. 하지만 거기가 더 뜨거웠다.박태준의 말 하는 글자 하나하나가 폭죽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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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예를 들면 정식 남자친구

그는 박태준과 신은지가 이혼한 줄 몰랐다. 그들이 함께 온 것을 보고 당연히 아직 부부라고 생각했다.나유성이 바로잡았다. “삼촌, 이 두 사람 이미 이혼했어요.”“…” 나유성의 삼촌은 어색해서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리고 나유성에게 고개를 돌려 또 한바탕 퍼부었다. “됐다. 넌 병원에 가만히 있어. 난 돌아가서 네 숙모 곁에 있어 줘야겠다. 그 지갑은? 내가 내려가는 김에 버려줄게.”입을 잘못 놀린 복수였다.나유성은 입술을 오므렸다. “안 버릴 거예요!”“왜 이렇게 아끼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준 선물이냐?”“… 네,”나유성의 삼촌은 떠나려다가 이 말을 듣고 희한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조카는 성격이 온화하고 예의 바른 신사지만 여자 복이 형편없었다. 그는 조카가 연애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언제? 됐다! 시간 내서 가족들에게 보여줘. 네 엄마 너의 혼사 때문에 머리카락까지 하얘졌어!”나유성은 고개를 들고 신은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워낙 성격이 온화해서 그의 눈빛은 무엇을 보나 애틋한 느낌이었다.지금 감정이 듬뿍 담긴 시선은 ‘바로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데려갈 수 있어요.”나유성의 시선이 신은지에게로 향했을 때, 박태준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신은지의 앞을 막았다. ‘이 새끼 흑심 품고 있을 줄 알았어! 진작에 이 새끼 혼자 병원에 둘걸…’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공기 중에 번쩍이는 불꽃이 튀는 것만 같았다.나유성의 삼촌은 이 팽팽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박태준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그가 떠나자 박태준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박태준은 손을 내밀었다. “지갑은?”나유성은 침대에 기대어 이불에서 손을 넣어 검은색 지갑을 꺼냈다. 브랜드 제품이 아닌 평범한 지갑이었다. 겉보기에는 새것처럼 보였지만 스타일을 보면 오래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박태준은 뒤에 서 있는 신은지를 바라보며 원망하는 말투로 물었다. “네가 줬어?”신은지는 예전에 나유성에게 지갑을 선물한 적이 있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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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공개하지 않기로 한 약속

이미 알고 있는 일이어서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신은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업무적인 일이야. 가자.”신은지는 배를 만지며 ‘배가 고프다’고 하려던 말을 “아직 저녁도 못 먹었어.”라고 바꾸었다.이 단어는 머리에 야한 생각밖에 없는 박태준에게 암시적인 의미가 될 것이다.방금 그 여자가 수상 쩍이게 신은지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얘기한 것을 보면 분명 업무 얘기를 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신은지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것을 눈치채고 박태준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박태준에게는 아직도 '계약 남자친구'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어서 그에겐 아직 자격이 없었다.“가자. 뭐 먹고 싶어?” 박태준은 먹을 것보다 신은지의 손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신은지의 손을 잡고 싶었다.방금 병실에서 신은지가 손을 뗀 속도는 로켓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던 것을 박태준은 기억한다.박태준이 손을 들었을 때 신은지는 이미 빠른 걸음으로 멀리 걸어갔다. 손을 잡기는커녕 그녀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했다.신은지의 뒷모습을 보며 박태준은 맥이 빠져 뒤에서 따라갔다. “내가 그렇게 창피하냐?”신은지는 소 한 마리를 삼킬 수 있을 만큼 배가 고파서 박태준의 말에 숨은 뜻을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럴 리가? 너처럼 잘생긴 얼굴도 사람들 앞에 내놓는 게 창피하다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 박태준은 이 말을 듣고 침울하던 기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입꼬리는 이미 올라갔지만 애써 얼굴을 굳히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근데 왜 고연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렇게 빨리 손을 뗐어?”박태준은 이렇게 말하면서 신은지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순조롭게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손바닥에 감싸 쥐었다. 순간 남자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만약 고연우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박태준을 주인 만나서 기뻐하는 개로 비웃었을 것이다.신은지는 두 사람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박태준: “…”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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