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Chapter 281 - Chapter 290

853 Chapters

제281화 너에게 마음이 없어

신은지에게 다가간 진선호는 걷어 올린 그녀의 소매를 다시 내렸다.“에어컨을 온도를 너무 낮춘거 같은데 춥지 않아요?”오늘은 화창한 날씨이였지만 4월 말이어서 그늘진 곳은 공기가 찼다. 쇼핑몰은 사람들로 붐볐고 에어컨을 빵빵 틀고 있었다.신은지: “어떻게 온 거예요?”진선호는 진유라를 힐끔 보고 말했다.“누군가가 저에게 문자를 보냈고 마침 제가 이 동네에 있어서 왔죠.”사실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의 가족들은 최유리와 한 쌍으로 묶으려 했고, 그는 어머니의 회유로 이곳에 왔다. 근처에 막 도착했을 때 진유라의 문자를 받은 것이다.최유리는 아직 바닥에 앉아 신은지의 소매를 내려주는 진선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그는 신은지에게 다가가면서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오빠!”진선호는 고개를 돌렸다.“바닥에 앉아 뭐 하는 거야? 안 차가워?”최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치가 없는 것이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그는 상대의 소매를 내리는 사소한 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사랑꾼 같은 모습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더욱 불만을 품었다.“조심하지 않아, 그만 넘어졌어.”다른 남자가 이런 말을 들었다면 다른 마음이 없더라도 손잡아 줄 테지만 항상 훈련받거나 다른 사람을 훈련시키고 있었던 진선호는 실수로 넘어졌어도, 심지어 허들에서 굴러떨어진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한다는 태도였다.하여 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넘어지면 일어나. 별일도 아니잖아.”최유리: “...”“다른 사람들 방해하지 말고 빨리 움직여.”최유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은 가슴을 아리게 했지만, 이 남자의 얼굴에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었다. 그저 귀찮아하는 모습이었다.신은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치스러움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어 얼굴을 가리고 카페를 뛰쳐나갔다.진유라는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그러다 평생 혼자 살 수도 있어요.”진선호는 신은지의 옆자리에 앉으며 휴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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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그에게 빚지다

박태준: “내 번호를 차단한 거야?”회사에서 신은지에게 여러 번 연속 전화를 건 박태준은 그제야 자신이 차단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신은지는 지문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박태준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는 요즘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그녀의 공간에 입주했다.비록 소파에서만 잘 수 있었지만 적어도 집안으로는 들어갈 수 있었으니 꽤 성공적이었다.거실을 점령했으니 언젠가 침실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그가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신은지가 말했다.“내 발은 이미 괜찮아져서 더 이상 돌봐 주지 않아도 돼.”“발을 다쳤을 때는 그림자도 안 보이던 자식이 다 나으니 나타나서 얼마 되지도 않는 식사로 그렇게 기뻤던 거야? 이렇게 오랜 시간 옆에서 돌 본 나한텐 왜 미소 한번 지어주지 않아?”방금 미소를 머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신은지가 그를 발견하고 웃음기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마치 그녀가 그를 만나기 싫어하는 것을 남들이 모를까 두려운 사람처럼 말이다.“얼마 되지 않은 식사지만 기분이 좋아. 당신은 이렇게 하찮은 것도 해주지 않잖아?”과거의 일이 떠오른 탓인지, 신은지의 말투는 공격적이었다. 아주 강렬한 감정이 실려있었다.“옷장에 있는 옷과 장신구, 여기저기 쌓여있는 가방들까지 모두 내가 사준 거잖아. 돈으로 따지면 그딴 생선, 평생 먹을 수 있을 정도야.”참아왔던 화가 폭발했다.마주 서고 있어 그녀의 붉은 입술이 시야에 들어왔다.분명 생선을 싫어하는 그녀가 그 자식을 위해 억지로 행한 행동이 떠오르자, 분노가 일었다.“아줌마가 당신이 생선을 싫어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자식이 발라주는 건 기꺼이 먹더군. 입맛이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상대가 누구냐가 중요한 거였지?”“그런 말은 잘도 기억하면서 왜 내가 열이 39.5까지 올라 전화했을 때에는 오지 않은 건데?”“그땐 해외 출장 중이었어.”그는 언제 열이 났는지 묻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그는 진영웅에게 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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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어떻게 날 알아본 거야

다음날.신은지는 한산 별장으로 갔고 육지한이 그녀와 동행했다.그들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몇마디 주고받는 사이에 불과했다. 얼굴 없는 그 남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입을 다무는 육지한때문에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2층으로 갈 수 없는 육지한은 엘리베이터 문 앞까지만 동행했다.예전에는 곧장 올라갔지만, 오늘은 난간을 잡고 그녀가 물었다.“그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아요?”그림은 이미 복구되어서 오늘 그분과 만나기로 했다.육지한: “호기심은 종종 나쁜 결과를 불러오죠.”웃고 있던 신은지는 그를 흘겼다.“너무 재미없네요.”그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그녀는 요즘 그림을 복구하고 있어서 서재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밝고 통풍이 잘되는 곳을 선호했기에 그녀를 싫어하는 이안나지만 그녀를 위해 커튼과 창문을 열어주었다.하지만 오늘밤은 달랐다.그분이 있었기 때문이다.노크하고 응답을 기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안은 어두웠다.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자 거튼 옆에 서 있는 사람을 겨우 볼 수 있었다.“오늘 밤에 조금만 더 복구하면 완성될 것 같아요. 나가실 건가요? 제가 불을 켜드릴까요?”어둠 속에 괴물이 숨어있을 거 같은 느낌에 견딜 수가 없었다.“나가도 돼요.”남자는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도 하고 있었다. 손에 장갑까지 낀 채 온몸을 단단히 가렸고 피부가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신은지는 그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고 확신했다.그녀는 작업 책상을 가리켰다. 그녀는 아직 물건을 챙기지 않아 모두 그대로 남아있었다.“이렇게 많아서 옮기는 시간이면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과장된 말이었다.그녀의 손짓을 따라 그곳을 바라보던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발걸음을 옮겨 문 쪽으로 향했다.“속도를 올려요. 그림을 너무 오래 끌었어요.”신은지: “알았어요. 제가 더 급해요.”그녀는 책상 쪽으로 달려가다 발을 삐끗해 그만 남자와 부딪히려 했다.상대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그녀를 부축했다.신은지는 그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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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비소 한 병 줘요

진짜 신분으로 돌아간 육지한은 그녀의 경호원을 볼때보다 더 차가웠다.그녀를 하찮게 보면서 말했다.“우리는 그저 파트너일 뿐이에요. 남포시에서 당신을 구해준 것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죠. 당신에게 투자한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닌데 이대로 날려버릴 수는 없죠.”그는 모자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했다.“3층에는 신경 꺼요. 누군가가 있다고 했고 그건 내 사람이고 돈 받고 일하는 부하직원인 당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어요.”신은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전 어머니에 대해 알고 싶어요. 내가 그 계약에 동의한 이유이기도 하죠.”만약 그들이 그 사진들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내막을 알고 있는 듯한 표현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육지한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알아내기 전에 남포시에 목숨을 바칠 뻔했어요. 당신의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면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걸 원치 않을 거예요. 배후의 그 분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신은지: “내가 꼭 확인 해야 한다면요?”“...”육지한은 조금 화가 난듯했다.“만약...”그는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한참 후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한번은 구할 수 있어도 매번 구할 수는 없어요. 기어코 멈추지 않겠다면 저도 방법이 없네요. 그저 죽기 전에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미리 준비하세요.”신은지: “네.”육지한: “...”이 여자는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듣는건가?지금 설득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건가?그림을 마친 신은지는 그것을 윤지한에게 건넸다.“보시고 문제가 없으면 당신에게 넘길게요.”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상급에서 지시한 일을 아직 완성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였다.그러니 그림 따위가 들어올 리 없다.그림도 그저 신은지에게 접근하려는 핑계여서 이미 목적을 달성한 그는 그림이 쓸모가 없어졌다.그는 무심히 훑어보고 한켠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그림에 마음이 아팠지만, 복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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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진씨 가문이 생각만큼 잘 나가지 않아

박태준 입을 닫았다.밥 한 끼가 이렇게 조용하고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신은지가 계산하려는데 박태준이 잡았다.“이미 계산 했어.”손을 잡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손을 잡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녀도 원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하지만 이렇게 잡은 순간 더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날씨도 좋은데 걸을까?”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그녀는 어디가 좋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조금 기온이 떨어져 몸에 닿는 바람이 차가웠다.“아니, 난 집에 갈래.”생각이 많기도 했고 피곤한 하루였다.걸을 힘은 더더욱 없었고 돌아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영화를 보며 힐링하고 싶었다.그에게 잡힌 손을 빼려는데 그가 말했다.“남포에서 있은 일을 누가 지시했는지 알아?”깜짝 놀란 신은지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알아냈어?”“응.”박태준은 기회를 잡고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그녀의 옆으로 갔다.“나랑 걸으면 알려줄게.”상대가 육지한이라고 이미 알려주었다. 단지 그녀를 속이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머뭇거리던 신은지는 박태준의 말을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손 놔.”박태준은 아쉬움 가득 그녀의 손을 놔주었다.신은지: “어딜 걸을까?”남자는 사람이 붐비는 곳을 손으로 짚었다. 그의 목적은 걷기가 아니었기에 어디든 상관 없었다.사람이 많아지고 길은 붐볐다. 몇몇 아이들이 천방지축 뛰어다니고 있었다. 박태준은 신은지를 잡아끌어 품속에 안았다.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었다.사람이 많이 모인 곳일 수록 음악 소리가 컸다. 라이브를 켜고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박태준의 신경은 온통 신은지였다. 혹시라도 다치게 될까 봐 노심초사 중이었다.“진선호, 그 자식이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어. 길거리 음식도 함께 먹을 수 있고 뼈도 발라줄 수 있으니 그 자식은 좋아하지 마. 진씨 가문은 생각보다 안 좋아. 부모들이 너무 까다로워서 네가 힘들어...”“전에 내가 나빴다는 걸 알고 있어. 남편으로서 책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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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나한테 의지해.

신은지는 그들과 친하지 않다. 그들 중 한 명과는 딱 한번 만나 본 적이 있다. 당시에 상대의 이목구비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기품 있는 분위기가 아직도 생각난다. 굳이 뽑자면 그들 중 뒤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과 더 익숙하다. 다름 아닌 어제 자신과 잠시 해프닝이 있었던 최유리였기 때문이다. 신은지는 일행을 향해 허리를 꼿꼿이 폈다.“진 이모님.”진선호 모친은 침착한 태도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표정은 한치의 변함없이 기품을 유지했다. 하지만 웃음은 짓지 않았다.“이 근처에 일 처리할 게 있어서 잠시 들렸습니다. 마침 신은지 양과 커피라도 할까 했는데 아마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신은지 양과 박 대표는 여전히 사랑하시나 봅니다. 재혼하시게 되면 진 씨 집안이 큰 선물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신은지에게 자신의 아들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가 분명하다. 진선호 모친이 얕은 미소를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보시다시피 제 아들이 사지만 멀쩡하고 머리가 딱히 좋지 않습니다. 아마 신은지 양의 행동이 작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이 고된 모친의 마음을 헤아려 아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을 비하하는 듯한 말에는 오만함이 섞여 있다. 그녀가 자라 온 환경과 위치 덕에 가질 수 있는 베짱이다. 만약 박태준이 자리에 없었다면 더 직설적인 말이 날라 왔을 것이다. 신은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진 이모님, 저는 아드님께 설명할 마음이 없습니다. 저는 제 어떠한 행동도 실례되는 혹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해를 한 사람은 진선호 씨입니다, 그렇다면..”그녀는 상대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진선호 모친의 뒤에서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최유리를 바라보았다.“혹시 이모님 뒤에 계신 불여우가 무슨 말이라도 한 걸까요?”최유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몸이 반응했다. 신은지를 노려 보면서 말했다.“누구 보고 불여우 라고 하시는 거예요?”곁에 박태준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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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건들 지마, 이 개자식아.

신은지의 손은 여전히 박태준에게 잡혀 있었다. 위로 올려다보자 그의 동공에 그녀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박태준은 연한 색의 긴 셔츠와 진한 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다. 셔츠 반 쪽은 이미 비 때문에 완전히 젖었고, 머리도 비를 피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품 있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옷이 젖어도 전혀 초라하지 않았다. 박태준이 신은지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만지작거렸다. 일종의 스킨십이지만 변태적인 행동은 아니다. “은지야, 네가 나랑 결혼 했을 때 부터 넌 이미 박 씨 가문 사람이야. 의지해도 돼.” 자신을 도와 준 행동에 감동을 받고 있었는데 그의 한 마디에 감정이 팍하고 식었다. 신은지가 가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기대기 참 좋겠네. 그리고 아무도 내가 박 씨 가문 사람인지 모르겠지.”친한 사람을 제외하고 아무도 두 사람이 부부 사이인지 모른다. 박태준은 노기가 서려있는 신은지의 얼굴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변명했다. “너도 남한테 내 와이프라는 사실 말 한적 없잖아.”그렇지 않고서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신은지는 화가 나서 코웃음을 쳤다. 이성과 교양으로는 몸속에서 날뛰는 분노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발로 차서 멀리 날려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책임을 떠넘기는 데에 선수가 확실하다. “그래서 매일 나한테 차갑게 대하고, 결혼 사실 숨기고 다닌 거야? 네 말대로 라면 내가 목에 간판이라도 걸어서 돌아다녀야 했어야 했겠네?”박태준과의 결혼은 오해로부터 시작된 줄 알았다. 신문사가 일을 크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결혼이 그의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신문사에게 사진도 넘겨주었다.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그는 남편 또는 부부의 의무도 하려 하지 않았다. 이혼하고 서로 모르는 척 지냈으면 했지만 오히려 ‘사랑’ 을 내밀면서 신은지의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진정 자신을 사랑했다면 3년의 결혼 생활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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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다 범죄자 처럼 보여.

박태준이 손을 수건에 올렸다. 보아하니 금방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 신은지는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얼른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채 박태준을 안방에서 내보냈다.“이제 곧 10분 이야, 나가면 문 잠가. 수건은 그냥 버려.”그리고 말을 끝내고 문을 잠갔다. 한편 욕실 안에 있던 연기가 퍼졌다. 곧이어 익숙한 바디워시 향기가 풍겼다. 그 중 박태준이 항상 쓰는 향수 냄새가 났다.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사실 결혼 생활을 3년 했다면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신은지는 처음 겪는 일이다.신당동에 살았을 때는 방 안마다 화장실이 있었다. 심지어 방 밖에도 화장실이 있었지만 그때의 박태준은 거의 돌아오지 않거나 또는 늦게 돌아올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씻고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신은지는 올라오는 감정을 억눌렀다. 아마 오늘 박태준의 행동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모양이다.곧이어 환풍기를 틀고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샤워를 끝내고는 노트북을 들고 베란다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인터넷을 열어 ‘군천시 강 씨 가문.’ 이라고 검색했다.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상대방의 배경, 구성원 등 정보를 모았다. 그제야 육지한과 박태준이 어떠한 인물을 지목하지 않고 그저 강 씨 가문이라고 일컫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정리 한 결과, 빼곡하게 얽혀 있는 인물 관계도가 완성되었다. 그녀는 인물 관계도를 보면서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 가족 가문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일 높은 어르신을 옆으로 열명의 형제와 자매들이 있고, 한 사람마다 밑으로 2-5명 정도 되는 자녀를 두고 있다. 아래로 더 내려가면 셀 수 없는 손자와 손녀가 가문에 속해있다.어쩌면 숨겨진 자녀가 더 있을 지도 모른다. 당시에 엄격한 계획 출산 정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 씨 가문에는 전혀 통하지 않은 것 같다.지금까지 얻은 정보로만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다. 만약 집안사람들끼리 같이 파티를 열면 5성급 호텔이 아니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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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전에 못 해주던 거 이번에 다 해주려고 온 거야

최유리는 어젯밤에 박태준에게 욕을 먹고 나서부터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다. 하룻밤 내내 신은지를 욕하기 바빴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민낯으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밖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진선호가 서있었다.잠시 멈칫하고 서둘러 얼굴을 가렸다. “선호 오빠, 나 얼굴만 씻고 올게. 잠깐이면 돼.”최유리는 화장을 하러 방으로 몸을 돌렸다. 이때, 진선호가 그녀를 불렀다. “여우..아니, 유리야. 너 얼굴 보려고 온 거 아니야, 할 말 있어서 온 거야.” 박태준 때문에 그만 여우라고 말해버렸다.“오빠, 뭐라고 했어?”최유리는 좋아하는 상대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진선호는 아차차 싶어 정중하게 사과했다. “아, 미안. 말이 헛나왔어.”그의 사과에도 여전히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어서 붉어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얼굴을 돌려서 자신이 제일 마음에 들어 하는 각도로 진선호를 바라보았다.진선호는 몸을 꼿꼿이 세웠다. 마치 부대에서 훈련했을 때와 같다.“유리야, 너랑 은비는 절친이잖아. 그래서 너도 내 여동생처럼 생각했던 거야. 알고 지냈을 때부터 그런 쪽으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즘 들어 부모님들이 우리를 억지로 맞추시려고 하는 데, 나는 이미 거절했어. 은비랑 잘 지냈으면 좋겠지만 더 이상 우리 엄마 데리고 은지 괴롭 히는 일은 없었으면 해.”그의 말은 더 이상 신은지를 입에 올리지도 말라는 소리다.“오빠, 그 여자를 왜 그렇게 믿는 거야? 이렇게 다그칠 게 아니라 적어도 나한테 물어는 봐야 하지 않아?”진선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 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나도 안 믿고, 은비 눈썰미도 안 믿는 거야? 내가 진짜 이모님 앞에서 두 사람을 이간질 시켰다고 생각해?”“은지는 나한테 아무 말도 안했어.”진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난 우리 엄마를 잘 알아. 상대를 싫어해도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집안에 영향이 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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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섣불리 굴지 않았을 거야.

박태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그리고 말투에는 부잣집 도련님의 특유의 거만함이 느껴졌다. “아니면 네 차 뒤로 차 두 대가 따라붙었으면 하는 거야?”신은지는 결국 참고 있던 화를 억누르지 못했다.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노려 보았다.“너 뭐 잘못 먹었어? 꼭 데려다줘야 마음이 편하겠어?”그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무조건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달라.”아, 알겠다. 두 사람은 자신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나 차 가지고 왔다니까, 그러니까...”자신의 모친을 죽인 사람이 무려 군천시의 강 씨 집안사람인데 박태준이 무서울 리가 있을까. 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언제 온 지도 모르는 진영웅에 의해 끊어졌다.“사모님, 제가 사모님 차를 가지고 가겠습니다.”“...”진선호는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부하 직원한테 사모님 하라고 백 번 시켜도 이혼 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신은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은지 씨, 저희 얘기 좀 해요.”신은지는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하고 싶은 말은 다 했어요.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진선호 모친이 진선호가 자신 때문에 가족들과 불화가 있었다고 했다. 사실 전부터 조금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이제 서라도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박태준의 차에 올라탔다.“가자.”..차는 박물관 주차장을 나가는 중이다. 신은지는 안전벨트를 매고 백 미러로 계속 뒤를 살폈다.차가 멀어지면서 진선호의 형체가 점점 작아졌다. 박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핸들을 꽉 잡는 손에 핏줄이 세워졌다.“왜? 아쉬워? 지금이라도 내려 줄게.”아쉬운 건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진선호에게 단 한 번도 설렌 적이 없다. 어쩌면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닐 수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진 씨 집안이 배경도 없고 이미 한 번 결혼 한 여자를 받지 않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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