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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섣불리 굴지 않았을 거야.

박태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그리고 말투에는 부잣집 도련님의 특유의 거만함이 느껴졌다.

“아니면 네 차 뒤로 차 두 대가 따라붙었으면 하는 거야?”

신은지는 결국 참고 있던 화를 억누르지 못했다.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노려 보았다.

“너 뭐 잘못 먹었어? 꼭 데려다줘야 마음이 편하겠어?”

그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무조건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달라.”

아, 알겠다. 두 사람은 자신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나 차 가지고 왔다니까, 그러니까...”

자신의 모친을 죽인 사람이 무려 군천시의 강 씨 집안사람인데 박태준이 무서울 리가 있을까.

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언제 온 지도 모르는 진영웅에 의해 끊어졌다.

“사모님, 제가 사모님 차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

진선호는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

“부하 직원한테 사모님 하라고 백 번 시켜도 이혼 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신은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은지 씨, 저희 얘기 좀 해요.”

신은지는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어요.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진선호 모친이 진선호가 자신 때문에 가족들과 불화가 있었다고 했다. 사실 전부터 조금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이제 서라도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박태준의 차에 올라탔다.

“가자.”

..

차는 박물관 주차장을 나가는 중이다. 신은지는 안전벨트를 매고 백 미러로 계속 뒤를 살폈다.

차가 멀어지면서 진선호의 형체가 점점 작아졌다.

박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핸들을 꽉 잡는 손에 핏줄이 세워졌다.

“왜? 아쉬워? 지금이라도 내려 줄게.”

아쉬운 건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진선호에게 단 한 번도 설렌 적이 없다.

어쩌면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닐 수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진 씨 집안이 배경도 없고 이미 한 번 결혼 한 여자를 받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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