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입을 닫았다.밥 한 끼가 이렇게 조용하고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신은지가 계산하려는데 박태준이 잡았다.“이미 계산 했어.”손을 잡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손을 잡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녀도 원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하지만 이렇게 잡은 순간 더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날씨도 좋은데 걸을까?”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그녀는 어디가 좋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조금 기온이 떨어져 몸에 닿는 바람이 차가웠다.“아니, 난 집에 갈래.”생각이 많기도 했고 피곤한 하루였다.걸을 힘은 더더욱 없었고 돌아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영화를 보며 힐링하고 싶었다.그에게 잡힌 손을 빼려는데 그가 말했다.“남포에서 있은 일을 누가 지시했는지 알아?”깜짝 놀란 신은지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알아냈어?”“응.”박태준은 기회를 잡고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그녀의 옆으로 갔다.“나랑 걸으면 알려줄게.”상대가 육지한이라고 이미 알려주었다. 단지 그녀를 속이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머뭇거리던 신은지는 박태준의 말을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손 놔.”박태준은 아쉬움 가득 그녀의 손을 놔주었다.신은지: “어딜 걸을까?”남자는 사람이 붐비는 곳을 손으로 짚었다. 그의 목적은 걷기가 아니었기에 어디든 상관 없었다.사람이 많아지고 길은 붐볐다. 몇몇 아이들이 천방지축 뛰어다니고 있었다. 박태준은 신은지를 잡아끌어 품속에 안았다.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었다.사람이 많이 모인 곳일 수록 음악 소리가 컸다. 라이브를 켜고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박태준의 신경은 온통 신은지였다. 혹시라도 다치게 될까 봐 노심초사 중이었다.“진선호, 그 자식이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어. 길거리 음식도 함께 먹을 수 있고 뼈도 발라줄 수 있으니 그 자식은 좋아하지 마. 진씨 가문은 생각보다 안 좋아. 부모들이 너무 까다로워서 네가 힘들어...”“전에 내가 나빴다는 걸 알고 있어. 남편으로서 책임
신은지는 그들과 친하지 않다. 그들 중 한 명과는 딱 한번 만나 본 적이 있다. 당시에 상대의 이목구비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기품 있는 분위기가 아직도 생각난다. 굳이 뽑자면 그들 중 뒤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과 더 익숙하다. 다름 아닌 어제 자신과 잠시 해프닝이 있었던 최유리였기 때문이다. 신은지는 일행을 향해 허리를 꼿꼿이 폈다.“진 이모님.”진선호 모친은 침착한 태도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표정은 한치의 변함없이 기품을 유지했다. 하지만 웃음은 짓지 않았다.“이 근처에 일 처리할 게 있어서 잠시 들렸습니다. 마침 신은지 양과 커피라도 할까 했는데 아마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신은지 양과 박 대표는 여전히 사랑하시나 봅니다. 재혼하시게 되면 진 씨 집안이 큰 선물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신은지에게 자신의 아들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가 분명하다. 진선호 모친이 얕은 미소를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보시다시피 제 아들이 사지만 멀쩡하고 머리가 딱히 좋지 않습니다. 아마 신은지 양의 행동이 작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이 고된 모친의 마음을 헤아려 아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을 비하하는 듯한 말에는 오만함이 섞여 있다. 그녀가 자라 온 환경과 위치 덕에 가질 수 있는 베짱이다. 만약 박태준이 자리에 없었다면 더 직설적인 말이 날라 왔을 것이다. 신은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진 이모님, 저는 아드님께 설명할 마음이 없습니다. 저는 제 어떠한 행동도 실례되는 혹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해를 한 사람은 진선호 씨입니다, 그렇다면..”그녀는 상대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진선호 모친의 뒤에서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최유리를 바라보았다.“혹시 이모님 뒤에 계신 불여우가 무슨 말이라도 한 걸까요?”최유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몸이 반응했다. 신은지를 노려 보면서 말했다.“누구 보고 불여우 라고 하시는 거예요?”곁에 박태준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진
신은지의 손은 여전히 박태준에게 잡혀 있었다. 위로 올려다보자 그의 동공에 그녀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박태준은 연한 색의 긴 셔츠와 진한 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다. 셔츠 반 쪽은 이미 비 때문에 완전히 젖었고, 머리도 비를 피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품 있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옷이 젖어도 전혀 초라하지 않았다. 박태준이 신은지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만지작거렸다. 일종의 스킨십이지만 변태적인 행동은 아니다. “은지야, 네가 나랑 결혼 했을 때 부터 넌 이미 박 씨 가문 사람이야. 의지해도 돼.” 자신을 도와 준 행동에 감동을 받고 있었는데 그의 한 마디에 감정이 팍하고 식었다. 신은지가 가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기대기 참 좋겠네. 그리고 아무도 내가 박 씨 가문 사람인지 모르겠지.”친한 사람을 제외하고 아무도 두 사람이 부부 사이인지 모른다. 박태준은 노기가 서려있는 신은지의 얼굴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변명했다. “너도 남한테 내 와이프라는 사실 말 한적 없잖아.”그렇지 않고서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신은지는 화가 나서 코웃음을 쳤다. 이성과 교양으로는 몸속에서 날뛰는 분노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발로 차서 멀리 날려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책임을 떠넘기는 데에 선수가 확실하다. “그래서 매일 나한테 차갑게 대하고, 결혼 사실 숨기고 다닌 거야? 네 말대로 라면 내가 목에 간판이라도 걸어서 돌아다녀야 했어야 했겠네?”박태준과의 결혼은 오해로부터 시작된 줄 알았다. 신문사가 일을 크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결혼이 그의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신문사에게 사진도 넘겨주었다.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그는 남편 또는 부부의 의무도 하려 하지 않았다. 이혼하고 서로 모르는 척 지냈으면 했지만 오히려 ‘사랑’ 을 내밀면서 신은지의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진정 자신을 사랑했다면 3년의 결혼 생활이
박태준이 손을 수건에 올렸다. 보아하니 금방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 신은지는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얼른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채 박태준을 안방에서 내보냈다.“이제 곧 10분 이야, 나가면 문 잠가. 수건은 그냥 버려.”그리고 말을 끝내고 문을 잠갔다. 한편 욕실 안에 있던 연기가 퍼졌다. 곧이어 익숙한 바디워시 향기가 풍겼다. 그 중 박태준이 항상 쓰는 향수 냄새가 났다.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사실 결혼 생활을 3년 했다면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신은지는 처음 겪는 일이다.신당동에 살았을 때는 방 안마다 화장실이 있었다. 심지어 방 밖에도 화장실이 있었지만 그때의 박태준은 거의 돌아오지 않거나 또는 늦게 돌아올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씻고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신은지는 올라오는 감정을 억눌렀다. 아마 오늘 박태준의 행동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모양이다.곧이어 환풍기를 틀고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샤워를 끝내고는 노트북을 들고 베란다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인터넷을 열어 ‘군천시 강 씨 가문.’ 이라고 검색했다.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상대방의 배경, 구성원 등 정보를 모았다. 그제야 육지한과 박태준이 어떠한 인물을 지목하지 않고 그저 강 씨 가문이라고 일컫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정리 한 결과, 빼곡하게 얽혀 있는 인물 관계도가 완성되었다. 그녀는 인물 관계도를 보면서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 가족 가문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일 높은 어르신을 옆으로 열명의 형제와 자매들이 있고, 한 사람마다 밑으로 2-5명 정도 되는 자녀를 두고 있다. 아래로 더 내려가면 셀 수 없는 손자와 손녀가 가문에 속해있다.어쩌면 숨겨진 자녀가 더 있을 지도 모른다. 당시에 엄격한 계획 출산 정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 씨 가문에는 전혀 통하지 않은 것 같다.지금까지 얻은 정보로만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다. 만약 집안사람들끼리 같이 파티를 열면 5성급 호텔이 아니면
최유리는 어젯밤에 박태준에게 욕을 먹고 나서부터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다. 하룻밤 내내 신은지를 욕하기 바빴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민낯으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밖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진선호가 서있었다.잠시 멈칫하고 서둘러 얼굴을 가렸다. “선호 오빠, 나 얼굴만 씻고 올게. 잠깐이면 돼.”최유리는 화장을 하러 방으로 몸을 돌렸다. 이때, 진선호가 그녀를 불렀다. “여우..아니, 유리야. 너 얼굴 보려고 온 거 아니야, 할 말 있어서 온 거야.” 박태준 때문에 그만 여우라고 말해버렸다.“오빠, 뭐라고 했어?”최유리는 좋아하는 상대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진선호는 아차차 싶어 정중하게 사과했다. “아, 미안. 말이 헛나왔어.”그의 사과에도 여전히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어서 붉어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얼굴을 돌려서 자신이 제일 마음에 들어 하는 각도로 진선호를 바라보았다.진선호는 몸을 꼿꼿이 세웠다. 마치 부대에서 훈련했을 때와 같다.“유리야, 너랑 은비는 절친이잖아. 그래서 너도 내 여동생처럼 생각했던 거야. 알고 지냈을 때부터 그런 쪽으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즘 들어 부모님들이 우리를 억지로 맞추시려고 하는 데, 나는 이미 거절했어. 은비랑 잘 지냈으면 좋겠지만 더 이상 우리 엄마 데리고 은지 괴롭 히는 일은 없었으면 해.”그의 말은 더 이상 신은지를 입에 올리지도 말라는 소리다.“오빠, 그 여자를 왜 그렇게 믿는 거야? 이렇게 다그칠 게 아니라 적어도 나한테 물어는 봐야 하지 않아?”진선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 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나도 안 믿고, 은비 눈썰미도 안 믿는 거야? 내가 진짜 이모님 앞에서 두 사람을 이간질 시켰다고 생각해?”“은지는 나한테 아무 말도 안했어.”진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난 우리 엄마를 잘 알아. 상대를 싫어해도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집안에 영향이 갈까
박태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그리고 말투에는 부잣집 도련님의 특유의 거만함이 느껴졌다. “아니면 네 차 뒤로 차 두 대가 따라붙었으면 하는 거야?”신은지는 결국 참고 있던 화를 억누르지 못했다.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노려 보았다.“너 뭐 잘못 먹었어? 꼭 데려다줘야 마음이 편하겠어?”그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무조건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달라.”아, 알겠다. 두 사람은 자신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나 차 가지고 왔다니까, 그러니까...”자신의 모친을 죽인 사람이 무려 군천시의 강 씨 집안사람인데 박태준이 무서울 리가 있을까. 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언제 온 지도 모르는 진영웅에 의해 끊어졌다.“사모님, 제가 사모님 차를 가지고 가겠습니다.”“...”진선호는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부하 직원한테 사모님 하라고 백 번 시켜도 이혼 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신은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은지 씨, 저희 얘기 좀 해요.”신은지는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하고 싶은 말은 다 했어요.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진선호 모친이 진선호가 자신 때문에 가족들과 불화가 있었다고 했다. 사실 전부터 조금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이제 서라도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박태준의 차에 올라탔다.“가자.”..차는 박물관 주차장을 나가는 중이다. 신은지는 안전벨트를 매고 백 미러로 계속 뒤를 살폈다.차가 멀어지면서 진선호의 형체가 점점 작아졌다. 박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핸들을 꽉 잡는 손에 핏줄이 세워졌다.“왜? 아쉬워? 지금이라도 내려 줄게.”아쉬운 건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진선호에게 단 한 번도 설렌 적이 없다. 어쩌면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닐 수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진 씨 집안이 배경도 없고 이미 한 번 결혼 한 여자를 받지 않을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영웅은 박 씨와 작은 사모님과의 데이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박 씨는 최근 강 씨 가문의 일에 대해 매우 신경 쓰고 있었다. 이번 협력도 박 사장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요구 사항을 낮추면서 성사시킨 것이었다.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지금 어디야?""방금 공항에 도착했는데, 이미 운전기사를 보냈는데요...""그럼, 레스토랑 예약한 다음 주소 보내줘."전화를 끊은 박태준은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밥 먹을 시간 없어. 올라가서 집 좀 볼래? 마음에 안 들면 다음에 다른 거 보여줄게.”신은지가 대답했다. "아니."좋든 싫든 다 박태준의 집이었기 때문에 신은지는 뭐라 말할 처지가 못됐다. "할 일 있는 거 아니야? 난 택시 타고 갈게." 그녀의 한쪽 발은 이미 땅에 닿았으나 박태준이 가까이 서서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신은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비켜서지도 않고 말도 안 하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박태준은 몇 초 동안 침묵을 지켰다가 열린 차문을 닫고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그는 그녀를 데려다준다더니 진짜로 데려다줬다. 문 앞까지 배웅하고 들어가는 것까지 보면서 말했다. "요즘 좀 바빠서 너 괴롭힐 시간도 없어. 말썽 피우지 말고, 나유성이랑 진선호랑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 그리고 그 육지한."그는 경호원이라고 해도 육지한이 항상 신은지를 따라다니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그와 이혼한 후 그녀의 삶은 정말 다채로워졌고, 점점 더 유명해졌고, 남자도 점점 많아졌다.잘생겼던 박태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언제 나를 블랙리스트에서 없애줄 생각이야?"신은지는 턱을 치켜들고 눈을 반짝였다. "아마 연락할 일이 없을 테니 조용히 블랙리스트에 있어."이때 박태준은 어린 시절의 활기 넘치는 어린 소녀를 본 것 같았다. 나유성에게 러브레터를 대신 전해달라 했을 때
"박태준이 최근 한 여자랑 친해져서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고 들었어." 진유라는 말하면서 신은지에게 집중해 그녀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하지만 그냥 들은 거여서 구체적인 건 모르겠어.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봐. 이런 건 당사자가 제일 잘 알잖아.” 사실 그녀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박태준과 그 여자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 둘의 행동이 전혀 친밀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지난 이틀간 박태준의 결혼한다는 소식이 세간에 퍼져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았다. 그녀는 신은지가 속을까 봐 두려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남자는 그녀 외에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박태준처럼 조건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남자라면 아무리 그가 쓰레기여도 주변에 여자들이 넘쳐났다. 진유라가 위층을 가리켰다. "그두명 지금 위에 있는 개인실에 있어. 원한다면 같이 가 줄게."신은지는 좀 더 편안한 자세로 바꿨지만 다실의 의자는 모두 단단한 나무 의자였다. 아무리 자세를 바꿔도 여전히 뼈가 아팠다. "나는 왜 갑자기 차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물었어. 박태준 이젠 싱글이니까 맞선을 하든 약혼을 하든 그이의 자유야.” 진유라는 그 말을 듣고 완전히 안심해 그 자리에서 말을 쏟아냈다. "그치. 왜 그런 쓰레기 같은 놈을 걱정해? 그런 쓰레기는 쓰레기끼리 만나는 것이 젤 좋아. 서로 죽어라 싸우게.” 그녀는 컵에 담긴 차를 단번에 마시고 신은지를 일으켜 세웠다. "밀크티를 마시러 가자. 이 의자 너무 불편해."신은지는 개인실을 나온 뒤 말했다. "화장실 갔다 올게."웨이터에게 물어보니 화장실은 2층에만 있다고 했다.신은지는 말이 없어졌다. "..."진유라가 물었다. "같이 갈까?"신은지는 그녀에게 가방과 코트를 건네주었다. "아니야. 설마 만나겠어. 누가 다방 문 열고 차를 마시겠어.” 수시로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히는 박태준은 사생활에 더욱 신경을 쓰는 편인데, 그와 결혼을 할 상대라면 비슷한 집안과 상황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