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이 손을 수건에 올렸다. 보아하니 금방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 신은지는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얼른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채 박태준을 안방에서 내보냈다.“이제 곧 10분 이야, 나가면 문 잠가. 수건은 그냥 버려.”그리고 말을 끝내고 문을 잠갔다. 한편 욕실 안에 있던 연기가 퍼졌다. 곧이어 익숙한 바디워시 향기가 풍겼다. 그 중 박태준이 항상 쓰는 향수 냄새가 났다.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사실 결혼 생활을 3년 했다면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신은지는 처음 겪는 일이다.신당동에 살았을 때는 방 안마다 화장실이 있었다. 심지어 방 밖에도 화장실이 있었지만 그때의 박태준은 거의 돌아오지 않거나 또는 늦게 돌아올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씻고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신은지는 올라오는 감정을 억눌렀다. 아마 오늘 박태준의 행동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모양이다.곧이어 환풍기를 틀고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샤워를 끝내고는 노트북을 들고 베란다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인터넷을 열어 ‘군천시 강 씨 가문.’ 이라고 검색했다.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상대방의 배경, 구성원 등 정보를 모았다. 그제야 육지한과 박태준이 어떠한 인물을 지목하지 않고 그저 강 씨 가문이라고 일컫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정리 한 결과, 빼곡하게 얽혀 있는 인물 관계도가 완성되었다. 그녀는 인물 관계도를 보면서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 가족 가문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일 높은 어르신을 옆으로 열명의 형제와 자매들이 있고, 한 사람마다 밑으로 2-5명 정도 되는 자녀를 두고 있다. 아래로 더 내려가면 셀 수 없는 손자와 손녀가 가문에 속해있다.어쩌면 숨겨진 자녀가 더 있을 지도 모른다. 당시에 엄격한 계획 출산 정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 씨 가문에는 전혀 통하지 않은 것 같다.지금까지 얻은 정보로만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다. 만약 집안사람들끼리 같이 파티를 열면 5성급 호텔이 아니면
최유리는 어젯밤에 박태준에게 욕을 먹고 나서부터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다. 하룻밤 내내 신은지를 욕하기 바빴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민낯으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밖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진선호가 서있었다.잠시 멈칫하고 서둘러 얼굴을 가렸다. “선호 오빠, 나 얼굴만 씻고 올게. 잠깐이면 돼.”최유리는 화장을 하러 방으로 몸을 돌렸다. 이때, 진선호가 그녀를 불렀다. “여우..아니, 유리야. 너 얼굴 보려고 온 거 아니야, 할 말 있어서 온 거야.” 박태준 때문에 그만 여우라고 말해버렸다.“오빠, 뭐라고 했어?”최유리는 좋아하는 상대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진선호는 아차차 싶어 정중하게 사과했다. “아, 미안. 말이 헛나왔어.”그의 사과에도 여전히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어서 붉어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얼굴을 돌려서 자신이 제일 마음에 들어 하는 각도로 진선호를 바라보았다.진선호는 몸을 꼿꼿이 세웠다. 마치 부대에서 훈련했을 때와 같다.“유리야, 너랑 은비는 절친이잖아. 그래서 너도 내 여동생처럼 생각했던 거야. 알고 지냈을 때부터 그런 쪽으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즘 들어 부모님들이 우리를 억지로 맞추시려고 하는 데, 나는 이미 거절했어. 은비랑 잘 지냈으면 좋겠지만 더 이상 우리 엄마 데리고 은지 괴롭 히는 일은 없었으면 해.”그의 말은 더 이상 신은지를 입에 올리지도 말라는 소리다.“오빠, 그 여자를 왜 그렇게 믿는 거야? 이렇게 다그칠 게 아니라 적어도 나한테 물어는 봐야 하지 않아?”진선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 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나도 안 믿고, 은비 눈썰미도 안 믿는 거야? 내가 진짜 이모님 앞에서 두 사람을 이간질 시켰다고 생각해?”“은지는 나한테 아무 말도 안했어.”진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난 우리 엄마를 잘 알아. 상대를 싫어해도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집안에 영향이 갈까
박태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그리고 말투에는 부잣집 도련님의 특유의 거만함이 느껴졌다. “아니면 네 차 뒤로 차 두 대가 따라붙었으면 하는 거야?”신은지는 결국 참고 있던 화를 억누르지 못했다.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노려 보았다.“너 뭐 잘못 먹었어? 꼭 데려다줘야 마음이 편하겠어?”그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무조건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달라.”아, 알겠다. 두 사람은 자신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나 차 가지고 왔다니까, 그러니까...”자신의 모친을 죽인 사람이 무려 군천시의 강 씨 집안사람인데 박태준이 무서울 리가 있을까. 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언제 온 지도 모르는 진영웅에 의해 끊어졌다.“사모님, 제가 사모님 차를 가지고 가겠습니다.”“...”진선호는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부하 직원한테 사모님 하라고 백 번 시켜도 이혼 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신은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은지 씨, 저희 얘기 좀 해요.”신은지는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하고 싶은 말은 다 했어요.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진선호 모친이 진선호가 자신 때문에 가족들과 불화가 있었다고 했다. 사실 전부터 조금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이제 서라도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박태준의 차에 올라탔다.“가자.”..차는 박물관 주차장을 나가는 중이다. 신은지는 안전벨트를 매고 백 미러로 계속 뒤를 살폈다.차가 멀어지면서 진선호의 형체가 점점 작아졌다. 박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핸들을 꽉 잡는 손에 핏줄이 세워졌다.“왜? 아쉬워? 지금이라도 내려 줄게.”아쉬운 건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진선호에게 단 한 번도 설렌 적이 없다. 어쩌면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닐 수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진 씨 집안이 배경도 없고 이미 한 번 결혼 한 여자를 받지 않을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영웅은 박 씨와 작은 사모님과의 데이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박 씨는 최근 강 씨 가문의 일에 대해 매우 신경 쓰고 있었다. 이번 협력도 박 사장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요구 사항을 낮추면서 성사시킨 것이었다.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지금 어디야?""방금 공항에 도착했는데, 이미 운전기사를 보냈는데요...""그럼, 레스토랑 예약한 다음 주소 보내줘."전화를 끊은 박태준은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신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밥 먹을 시간 없어. 올라가서 집 좀 볼래? 마음에 안 들면 다음에 다른 거 보여줄게.”신은지가 대답했다. "아니."좋든 싫든 다 박태준의 집이었기 때문에 신은지는 뭐라 말할 처지가 못됐다. "할 일 있는 거 아니야? 난 택시 타고 갈게." 그녀의 한쪽 발은 이미 땅에 닿았으나 박태준이 가까이 서서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신은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비켜서지도 않고 말도 안 하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박태준은 몇 초 동안 침묵을 지켰다가 열린 차문을 닫고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그는 그녀를 데려다준다더니 진짜로 데려다줬다. 문 앞까지 배웅하고 들어가는 것까지 보면서 말했다. "요즘 좀 바빠서 너 괴롭힐 시간도 없어. 말썽 피우지 말고, 나유성이랑 진선호랑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 그리고 그 육지한."그는 경호원이라고 해도 육지한이 항상 신은지를 따라다니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그와 이혼한 후 그녀의 삶은 정말 다채로워졌고, 점점 더 유명해졌고, 남자도 점점 많아졌다.잘생겼던 박태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언제 나를 블랙리스트에서 없애줄 생각이야?"신은지는 턱을 치켜들고 눈을 반짝였다. "아마 연락할 일이 없을 테니 조용히 블랙리스트에 있어."이때 박태준은 어린 시절의 활기 넘치는 어린 소녀를 본 것 같았다. 나유성에게 러브레터를 대신 전해달라 했을 때
"박태준이 최근 한 여자랑 친해져서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고 들었어." 진유라는 말하면서 신은지에게 집중해 그녀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하지만 그냥 들은 거여서 구체적인 건 모르겠어.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봐. 이런 건 당사자가 제일 잘 알잖아.” 사실 그녀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박태준과 그 여자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 둘의 행동이 전혀 친밀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지난 이틀간 박태준의 결혼한다는 소식이 세간에 퍼져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았다. 그녀는 신은지가 속을까 봐 두려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남자는 그녀 외에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박태준처럼 조건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남자라면 아무리 그가 쓰레기여도 주변에 여자들이 넘쳐났다. 진유라가 위층을 가리켰다. "그두명 지금 위에 있는 개인실에 있어. 원한다면 같이 가 줄게."신은지는 좀 더 편안한 자세로 바꿨지만 다실의 의자는 모두 단단한 나무 의자였다. 아무리 자세를 바꿔도 여전히 뼈가 아팠다. "나는 왜 갑자기 차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물었어. 박태준 이젠 싱글이니까 맞선을 하든 약혼을 하든 그이의 자유야.” 진유라는 그 말을 듣고 완전히 안심해 그 자리에서 말을 쏟아냈다. "그치. 왜 그런 쓰레기 같은 놈을 걱정해? 그런 쓰레기는 쓰레기끼리 만나는 것이 젤 좋아. 서로 죽어라 싸우게.” 그녀는 컵에 담긴 차를 단번에 마시고 신은지를 일으켜 세웠다. "밀크티를 마시러 가자. 이 의자 너무 불편해."신은지는 개인실을 나온 뒤 말했다. "화장실 갔다 올게."웨이터에게 물어보니 화장실은 2층에만 있다고 했다.신은지는 말이 없어졌다. "..."진유라가 물었다. "같이 갈까?"신은지는 그녀에게 가방과 코트를 건네주었다. "아니야. 설마 만나겠어. 누가 다방 문 열고 차를 마시겠어.” 수시로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히는 박태준은 사생활에 더욱 신경을 쓰는 편인데, 그와 결혼을 할 상대라면 비슷한 집안과 상황일 것
신은지는 말을 마친 후 테레사의 동의를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처음 가벼운 눈빛을 제외하고는 박태준을 쳐다보지 않고 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신은지가 '네 남자친구'라고 말하자 박태준의 눈이 갑자기 가늘어지며 어두운 빛이 번쩍였다.그는 일어서서 신은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신은지의 다리는 그의 다리보다 짧았지만 달려갔기에 박태준이 그녀를 쫓아갔을 때 그녀는 없었다.그는 차가운 얼굴로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개인실에는 테레사 혼자 남았다. 티 소믈리에와 웨이터는 오래전 그녀가 내보냈다. 그녀는 방 문을 바라보다가 박태준의 찻잔을 집어 단숨에 마셨다.박태준은 2층에서 1층으로 가는 모퉁이에서 신은지를 가로막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끌어안으며 말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질투할 때는 분별력이 있어야지. 아무 여자랑 나랑 엮지 마."여기가 찻집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곳곳에서 차 향기가 풍겼다. 냄새를 맡으면 어딘지 모르게 차 냄새가 났다.그녀는 그를 밀기 위해 손을 뻗었다. 투닥투닥하다 보니 아래층 웨이터가 이미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신은지가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이러지 마. 놔줘.""그럼 가만히 있어. 도망치지 말고,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말고." 박태준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유라는 이때 화장실에 가 있었다. 신은지는 복도에서 진유라가 안보이자 전화를 걸려고 했다. 번호를 누르자 박태준이 전화기를 가져갔다. "테레사는 영어 이름인데, 한국 이름 알고 싶지 않아?"상대가 교포여서 자신 주변에서 만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신은지는 테레사에게 한국 이름이 있는지조차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걔는...""여기저기에 듣는 귀가 있을 거야. 차에서 말해.""..."이미 남을 배신했는데 여전히 듣는 귀가 있다는 게 걱정돼?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신은지는 여전히 순순히 박태준의 차에 탔다. "걔 강 씨 가문 사람이야?” "강 씨
강아지처럼 박태준이 그녀를 물었다.진짜 물고 있었다. 입술에서 얼얼하고 따끔거리는 느낌이 났다. 격렬하면서도 간질간질하게 키스를 했다. 허리에 얹은 손은 뜨거워졌다.그의 혀 끝이 이따금 그녀의 혀뿌리에 닿아서 신은지는 매우 불편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밀었다.그녀가 저항할수록 박태준은 더욱 거세졌다. 심은지는 힘을 줘 혀끝을 깨물어 피가 났다."으윽."남자는 아파서 신음하며 그녀를 놓아주었다.혀끝으로 입술을 스치니 선명한 핏자국이 남았다. 박태준의 잘생긴 얼굴에 핏자국까지 있으니 마치 2차원에서 고귀한 흡혈귀 왕자가 현실로 나온 듯했다. 조금도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박태준은 손가락 끝으로 그의 입술을 닦았다. 연분홍빛 피가 묻은 손가락을 신은지 앞에 내밀어 보였다. "봐봐. 너 내 유혹에 넘어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물기까지 했잖아.” 신은지. "...""그리고 보아하니 나를 엄청 때리고 싶어 하는 것 같네."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냈다. 박태준은 이번에 순순히 그녀를 놓아주었고, 티슈를 꺼내 입술에 묻은 핏자국을 우아하게 닦아냈다.신은지는 손등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피는 안 나고 있었다. “미인계를 사용하라고 했지 조폭처럼 강제로 키스하라고 한 건 아니야.”박태준이 대답했다. "진영웅이 추천한 청춘 드라마에서는 남자들이 항상 여자를 쫓아다니던데?”"..." 신은지는 그를 노려보며 소매로 입술을 문지르며 비웃었다. "그렇다면 이 방법으로 강이연을 꼬셔보든가. 분명 수줍은 얼굴로 네 양복바지에 드러누울 거야."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차문을 열고 내렸다.박태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더니 은은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정말 무자비한 재수 없는 놈이다. 다른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미인계를 쓰라는 말이나 하다니. 진유라는 다실 문 앞에 서서 화가 나서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신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방금 일이 있으니 먼저 가 달라는 심은지의 연락을 받고 나오자마자 신은지가 박태준에게 조수석에 밀려 키스당하는
박태준의 표정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차가웠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주변의 활기찬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고, 다른 곳과 어울리지 않는 아우라를 뿜어냈다.그 순간, 신은지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강이연에게 말을 하려고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똑똑히 본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얼어붙었고,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며 똑바로 앉았다.하지만 생각해보니 두 사람은 이혼했으니 그녀가 뭘 하든 자기 일이니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편하게 고쳐 앉고 말했다. "이건..."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태준은 그녀를 소파에서 끌어내 데려갔다.이 모든 과정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강이연은 갑자기 박태준을 본 기쁨에서 정신을 차리고 입가에 환한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박태준이 정중하게 끼어들었다. "이연 씨. 아내랑 할 얘기가 있어요. 사죄를 위해 오늘 밤 엔조이 클럽에서 구매하신 모든 상품은 제 앞으로 달겠습니다."깜박이는 불빛 때문에 강이연의 눈빛을 또렷하게 보기 어려웠다. "태준 님과 은지..."그녀는 반만 말한 뒤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저와 동행하는 사람은 없네요.""제가 짝을 찾아보겠습니다."박태준이 신은지와 함께 떠난 지 2분 후, 관리인은 엔조이 클럽 직원복을 입은 20여 명의 젊은 남자와 여자들을 데리고 강이연 앞에 서서 공손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이연 님, 박 사장님께서 원하시는 분으로 고르라 하셨습니다. 모두 고르셔도 됩니다.” 이번 판은 규모가 큰 편인 데다가, 로비에서 진행되어서 관리인이 직접 서비스를 하니 있어서 단숨에 많은 관심을 끌었다.강이연은 사람들을 힐끗 쳐다본 다음 아무렇지도 않게 한 사람을 가리켰다. "그럼 그녀로 하죠."박태준은 신은지를 위층의 개인실로 데려갔다. 고연우도 그곳에서 잔에 담긴 와인을 천천히 마시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신은지를 보았을 때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신사처럼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