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911 - 챕터 920

1366 챕터

제911화

“해야지, 당연히 해야지, 네가 시키는 일을 내가 어떻게 감히 거절할 수 있겠어?”콧방귀를 뀐 박예솔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자리를 떠나자, 지호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마침 들어온 비서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장님, 예솔 아가씨께는... 왜 그런 관용을 베푸시는 겁니까?”‘만약 다른 사람이 노크도 없이 하 사장님의 사무실을 드나들었다면, 이미 사지가 찢겼을 거야. 그런데 어떻게 예솔 아가씨는 아무리 하 사장님의 심기를 건드려도 무사할 수 있는 거지?’지호가 목소리를 높였다.“쓸데없는 소리 좀 집어치워!”비서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이야기를...” 비서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지호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에는 분노가 아닌 어떠한 추억이 서려 있는 듯했다. ‘휴, 다행이다.’ 그렇다. 지호는 확실히 추억에 잠겨 있었다. 그는 예솔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당시 그는 아직 하씨 가문에 거주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를 도련님으로 모시며 아첨하기 바빴는데, 유독 예솔만이 그를 경멸하듯 바라보며 말했었다.“그쪽은 하씨 가문에서 기르는 사냥개일 뿐이에요.”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지호는 밀려오는 수치심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호는 이 말을 듣고도 전혀 화가 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웃음이 났다. 예솔이야말로 그에게 진실을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지호는 지환의 형이었기 때문에 하씨 가문 고용인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지호가 하씨 가문이 기르는 사냥개일 뿐이라고 여겼는데, 총명했던 지호는 그들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러한 행동은 그의 비위를 맞추기는커녕, 매우 슬프게 한 것이었다.그래서 지호는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이 지환보다 더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모든 신경 쏟았다.애석하게도 줄곧 기회가 없었지만 말이다.그러던 어느 날, 지호는 이서의 등장과 함께 지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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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저기... 오늘은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혼자 호텔에 있으면 정말 심심할 것 같은데... 혹시 시간 있으세요?]상언이 말했다.“그럼요. 하나 씨가 어디를 가든 함께 있어 줄게요.”곰곰이 생각하던 하나가 입을 열었다.[그럼 저랑 같이 쇼핑하러 가실래요? 여기에 온 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 이곳의 거리를 마음 편히 구경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좋아요,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곧 데리러 갈게요.”상언이 말했다. 전화를 끊은 상언은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그는 재빨리 하나가 있는 호텔로 차를 몰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나 씨, 곧 도착할 거예요. 지금 내려오면 될 것 같아요.”상언의 말에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온 하나는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상언의 차를 볼 수 있었다.상언이 조수석의 문을 열며 하나를 태우려 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제가 말한 쇼핑은 걸으면서 거리를 구경하는 거였어요.” 눈썹을 찌푸린 상언의 시선이 곧 하나의 발에 떨어졌는데, 그녀가 신은 것은 구두가 아닌 운동화였다.조금 놀란 그가 하나에게 물었다.“왜 갑자기 거리를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이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거든요.”하나가 주차장을 가리켰다.“주차하고 오세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럴 필요 없어요.”상언이 차 열쇠를 호텔 종업원에게 건네주었다.“이제 가요.”두 사람은 나란히 길을 걷기 시작했다. 상언은 오랫동안 M국에서 생활했으며, 이 일대는 지환이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었기에 딱 두 마디만 하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었다.“이 일대는 전부 지환이의 영역이에요.”하나는 이 말을 믿을 수 없었다.“이전에 형부가 세계 최고의 재벌이라고 했을 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 하씨 가문보다 더 대단한 가문이 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세상 물정을 몰랐던 거죠.” “하나 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에요. 지환이는 혼자만의 힘으로 불과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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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하나의 입술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럼... 저를 포기하시는 게...”여기까지 말한 하나가 고개를 들고 약간의 웃음을 띠었다.“이 선생님, 제가 이 선생님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벌써 잊으신 거예요?”그녀의 미소를 본 상언의 눈빛이 약간 흐려졌다. “하나 씨, 솔직히 말해봐요, 진심이에요?”하나는 마음속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었으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네, 진심이에요, 저는 정말 이 선생님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으니까요. 혹여라도 제가 이 선생님의 안전에 영향을 끼칠 상황이 된다면, 주저 없이 저는 포기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시겠죠?” 상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하나 씨의 눈빛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요?” 하나는 상언의 기세등등한 눈빛을 피했다. “그렇지 않아요.” “그럼 왜 내 눈을 못 쳐다보는 거예요?”상언의 핍박을 받던 하나는 하는 수 없이 그를 밀어내야만 했다.“너무 피곤하네요. 인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온 길은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하나의 고집스러운 뒷모습을 보던 상언은 몇 초간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택했다. 이를 알아차린 하나의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졌는데, 나중에는 뒤에서 밀려오는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언은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하나는 코끝이 찡해지는 듯했으며, 곧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호텔 입구에 거의 도착한 그녀는 마침내 발걸음을 멈추었고, 깊은숨을 들이마신 후에야 상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선생님, 더는 저를 따라오지 마세요.” “싫어요, 방 앞까지 데려다줄게요.”상언의 말투는 평소답지 않게 아주 단호했다. “하나 씨는 내 행동이 의미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입술을 움찔거리던 하나가 옅은 미소를 띠며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이 선생님은 지금 하는 모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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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지환이 눈꺼풀을 치켜뜨며 상언을 흘겨보자, 그는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 맞아.”“너더러 몬토 씨가 땅을 팔도록 설득하래?”“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상언은 지환이 항상 눈치가 빠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화 내용까지 알고 있을 줄은 상상치도 못했기 때문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셔먼 장관의 자택에 도청기라도 설치한 거야?’ “그 땅, 하지호가 원하는 거야.”‘그래서 지환이가 오늘 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던 거구나.’“잠깐만, 분명 셔먼 장관은 대통령님이 그 땅을 원하시는 거라고...”말을 뚝 그친 그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까... 대통령님이 그 땅을 원하시는 게 아니라, 날 이용해서 그 땅을 얻으려 한다는 거야?”“그런데 몬토 씨는 친한 사람이 아주 많잖아. 왜 하필 나야?” 지환이 또 상언을 흘겨보았다.“잊지 마, 너는 내 편이잖아.” 상언은 문득 크게 깨달았다.“날 이용해서 그 땅을 구매한 후,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속셈이구나...!”“그래, 하지호가 가장 잘하는 게 이간질이잖아. 그리고 그 사람은 네가 단지 이용당한 거라 할지라도, 우리 두 사람의 사이가 지금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거라고!” “이간질이라니... 꿈도 크네!”상언이 분노하며 말했다.“나는 절대 몬토 씨를 설득하지 않을 거야.” 상언은 본래 셔먼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지만, 그의 배후와 속셈을 알게 된 이상 더욱 들어주고 싶지 않은 듯했다 “아니, 그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몬토 씨를 설득시켜.”지환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상언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환아, 너 미쳤어? 그 땅을 원하는 사람이 하지호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왜 나한테 그런 요구를 하는 건데?”“네가 셔먼 장관의 요구에 응해야만 내가 하지호의 목을 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안 돼.”상언이 난색을 보였다.“지환아, 나는 못해.”‘셔먼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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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책상 위에는 지환이 이서를 위해 직접 번역한 소설이 놓여 있었다.바람이 불자, 그 종이가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서는 그 무엇으로도 종이를 누르려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그 종이가 펄럭거리는 소리를 좋아했다.‘저 소리를 들으면 H선생님이 여전히 내 곁에 있는 것 같아.’ 그녀가 고개를 돌려 종이를 한 번 보았다. 종이에 쓰인 지환의 글씨체는 아주 힘차고 우수했으며, 아름다웠다. 마치 탁본 된 서예 글씨처럼.이서는 그 글자를 보고 있자 하니, 책상에 엎드린 H선생님이 그녀를 대신하여 한글 자 한 글자 번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듯했다. 그녀의 텅 빈 마음은 또 가득 채워졌다. 공허함과 흡족함을 동시에 느끼던 이서가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바로 그때,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하나였다. 이서가 자기도 모르게 시간을 확인했다. ‘3시 7분?’‘왜 지금...’이상함을 느낀 이서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이서야, 얼른 기사 좀 봐.]이서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왜?”[우선 기사부터 봐봐.] 이서는 핸드폰의 뉴스 앱을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무슨 기사?”이서는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이름인 인터넷 첫 페이지에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외국어로 쓰여진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1초 후에야 반응할 수 있었다. 이서가 얼른 기사를 클릭했다.‘나에 관한 기사라는 거야?’그 기사는 이서의 실력에 대한 칭찬을 연발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하이먼 스웨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재이며, 하이먼 스웨이조차도 그녀의 작품을 보고 탄복을 금치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서는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기사를 읽어 보았다. 그 기사에는 이서가 H국 출신이라는 것과 여태껏 문학 산업에 종사한 적이 없다는 것, 조만간 열릴 단편 대회의 인기 참가자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내가 정말 이런 사람이라면 두려울 게 전혀 없을 거야.’ 이서는 의심스러웠다.‘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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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이튿날 이른 아침.이서는 깨어나 이 일을 상언에게 알려 주었다. 보도를 확인한 상언은 이서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지환에게 전화로 이 일을 알렸는데, 지환은 이 보도들이 모두 한 매체인 CC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CC는 지호의 회사 산하의 한 매체였는데, 다시 말하자면 이 보도는 모두 지호가 고의로 작성한 것이었다. “하지호,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지환이를 상대하려는 건 개인적인 원한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서까지 끌어들이려는 건 정말 정신 나간 짓이라고!’지환이 말했다.[하지호를 잘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상언은 순간 침묵했다. [어제 내가 생각해 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지환이 물었다.“나... 나는 못 해.” 상언이 대답했다. [그래, 그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게.] 상언이 갑자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맙다, 지환아.” 잠시 침묵을 지키던 상언이 화를 내며 물었다.“그나저나... 이서 일은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대로 방치할 생각이야, 아니면...” [일단 상황을 좀 지켜봐야겠어.] 지환이 손에 든 펜을 돌리며 말했다.[아마 하지호만이 이서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분명 겉보기에는 하지호가 벌인 짓이 맞아. 하지만 내가 아는 하지호는 이런 짓을 꾸밀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이서를 노리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야?”한껏 눈살을 찌푸리던 상언은 문득 또 다른 일이 떠오른 듯했다. “맞다, 이전에 어떤 변태남이 이서를 습격했었잖아. 그 배후가 누구인지는 알아냈어?” [CCTV 복구가 늦어지고 있어. 조사 담당자 말로는 메모리가 손상되었다던데... 아무래도 그 사건의 배후에도 하지호가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상언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했다.“그러니까... 한참 전부터 이서를 노리고 있었다는 거네?” [응, 그랬던 것 같아.]상언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며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상언이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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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저도 알아요.”이서가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밥은 잘 챙겨 드셔야죠. 그래야 문제를 처리할 힘이 날 테니까요.”상언이 고개를 들어 이서를 바라보았다. “맞는 말이긴 하네...”그는 탁자 옆으로 가서 젓가락을 들었다. 상언이 밥을 먹으려는 것을 본 이서는 자리를 비켜주려 했다. “천천히 드세요, 저는 나가볼게요.” 이서의 그림자가 사라지려던 찰나, 상언이 급히 그녀를 불렀다. “잠깐만, 이서야.”“네?”이서는 고개를 돌려 상언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상언이 입술을 오므렸다.“고맙다는 말을 아직 못한 것 같아서... 하나 씨의 모든 일을 나한테 알려줘서 정말 고마웠어.” 이서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뭘요, 저는 하나가 오빠처럼 모든 과거를 내려놓고 새로운 미래를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어요.”“내가... 하나 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상언이 눈을 내리깔고 희망이 없는 어투로 말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잖아요.”이서가 웃으며 말했다.“하나도 언젠가 오빠의 마음을 느끼게 될 거예요.”상언이 쓴웃음을 지었다.“그런데 어제 하나 씨가 그러더라...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자신의 굳은 결심을 무너뜨릴 수는 없을 거라고.” “그 말이 진심이었다면, 어제 새벽 3시가 넘어서 제게 전화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서가 이 말을 마치고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상언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는데, 마치 벼락을 맞은 모양새였다. 잠시 후. 상언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하나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마침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를 들었다. 황급히 베란다로 걸어간 그의 눈에 차에서 내리는 하나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잘 못 본 건가?’같은 시각.아래층으로 내려간 이서가 급히 들어오는 하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렇지 않아도 방금까지...” 하나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이서야, 상황이 좀 안 좋아. 인터넷에 너에 대한 모든 정보가 퍼졌단 말이야...” 하지만 유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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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구체적인 상황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이서의 모든 상황이 퍼뜨려진 걸 확인하고 바로 여기로 달려온 거예요.”하나가 이서를 바라보았다.“온통 이서를 욕하는 내용밖에 없어요. 재능만 믿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치면서, 본인을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과 비교하려 든다고요.” “하나 씨, 핸드폰 좀 보여주세요.” 상언이 말했다. 잠시 망설이던 하나는 앞으로 나아가 상언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핸드폰을 건네받던 상언은 불가피하게 하나의 손가락을 건드렸고, 그녀는 마치 감전된 것처럼 손가락을 움츠렸다. 하지만 이서는 멀리 서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럼... 누군가가 저를 노리고 있다는 거네요...?” 이서가 괴로워하며 하나에게 물었다.“하나야, 누가 나를 노리고 있는지 알아?’ ‘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내가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니... 대체 누굴까?’하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 생각에는...”“아마... 심가은인 것 같아. 그 여자는 이전에도 곳곳에서 너를 노렸던 사람이거든. 물론 지금 네가 M국에 있어서 그 여자가 더 이상 너와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의 교류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나는...”“콜록콜록!”이서가 갑자기 심한 기침을 몇 번 하면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스웨이 작가님,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하나가 안색이 약간 변하여 상언을 바라보자, 그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안색이 순식간에 매우 어두워졌다. ‘내가 방금 한 말을...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께서 다 들으셨다는 거야?!’ ‘아무리 좋은 관계라 할지라도, 자기 딸을 가십거리로 삼는 것을 들으셨으니... 분명히 화를 내실 거야.’ 이렇게 생각한 하나가 재빨리 몸을 돌려 하이먼 스웨이에게 사과했다.“스웨이 작가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게...” “하나 씨, 왜 그래요? 왜 갑자기 사과하고 그래요?” 하이먼 스웨이가 환한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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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H선생님께 번역을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어요.”“오, H선생님이 번역을 도와준다니, 1등은 따놓은 당상이겠구나!”“당연하죠!”하나가 하이먼 스웨이의 팔을 안으며 말했다. “우리 이서는 분명히 1등을 할 거예요!”그녀의 말을 듣던 이서가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었다. “하나야, 넌 콩깍지가 너무 심해.” “너는 내 좋은 친구잖아. 너한테 콩깍지가 심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콩깍지가 심하겠어?”이서의 팔을 흔들며 애교를 부리던 하나는 상언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이내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맞다, 스웨이 작가님, 오신 김에 이서의 글을 좀 봐주시는 건 어떠세요?”“좋아요.” 하이먼 스웨이가 흔쾌히 대답했다.세 사람은 곧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하나 씨.” 상언이 뒤에서 하나를 불렀는데, 세 사람은 그제야 상언의 존재를 깨달았고, 분분히 뒤를 돌아봤다. “잠시 이야기 좀 해요.”하나가 망설이며 이서를 바라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난 작가님이랑 먼저 올라가 있을게.” 이서는 하이먼 스웨이를 끌고 올라가면서 두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주려는 듯했다. 하나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다시 아래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 느리게 걸었기 때문에 5분 후에야 상언의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조용한 거실에 단둘이 남겨지자, 하나는 상언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랐다 “하나 씨... 이서랑 정말 친한가 봐요. 부러운 걸 넘어서 질투를 느낄 정도... 아니, 조금은 원망스러울 정도예요.”하나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이 선생님,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그냥 이서가 부럽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하나 씨는 이서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상언은 미간을 찌푸렸다.“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이서가 정말 부럽다고요...” 하나가 말했다.“그거야 당연하죠, 이서는... 제 오랜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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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진심이 듣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상언이 눈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돌린 하나가 상언의 시선을 피했다.‘무서워... 내가 지켜온 굳건한 마음이 흔들릴까 봐... 너무 무서워.’“진심은 뭐고, 진심이 아닌 건 또 뭔데요?”“난 실험실을 포기할 수도 있어요.”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왜요?”상언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아직 내 말 안 끝났어요.”“...”“하지만 나는 실험실을 위해서 그 두 가지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하나를 향해 다가오는 상언의 말투에는 짙은 고통이 서려 있었다. “하나 씨는 내가 어떤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하나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끊임없이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저는 모르겠어요, 저는...”상언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내가 그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실험실을 재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서를 모함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찾을 수 있을 거예요.”“하나 씨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하나는 입가에 맴도는 말을 간신히 참고 있었으나, 상언의 표정에 서린 슬픈 미소를 보고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그녀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상언이 하나의 손을 서서히 놓았다. “하나 씨,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으니까요.”책상을 짚고 있는 상언의 뒷모습은 대단히 피곤해 보였다. “여태 하나 씨에게 나는 중요한 존재일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야 확실히 알겠네요, 하나 씨에게는 나보다 이서가 우선이라는 사실을요.”“심지어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요.”상언이 말했다.“아니에요...”하나는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변명하려 했지만 변명할 길이 없었다.‘변명할 말이 없어... 이 선생님이 말한 게 전부 사실이니까...’‘이 선생님과 헤어질 수는 있을지라도... 이서와 절교할 수는 없어.’“난 일이 있어서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깊은숨을 들이마신 상언이 몸을 돌려 하나를 보았는데,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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