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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하나의 입술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럼... 저를 포기하시는 게...”

여기까지 말한 하나가 고개를 들고 약간의 웃음을 띠었다.

“이 선생님, 제가 이 선생님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벌써 잊으신 거예요?”

그녀의 미소를 본 상언의 눈빛이 약간 흐려졌다.

“하나 씨, 솔직히 말해봐요, 진심이에요?”

하나는 마음속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었으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네, 진심이에요, 저는 정말 이 선생님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으니까요. 혹여라도 제가 이 선생님의 안전에 영향을 끼칠 상황이 된다면, 주저 없이 저는 포기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시겠죠?”

상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하나 씨의 눈빛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요?”

하나는 상언의 기세등등한 눈빛을 피했다.

“그렇지 않아요.”

“그럼 왜 내 눈을 못 쳐다보는 거예요?”

상언의 핍박을 받던 하나는 하는 수 없이 그를 밀어내야만 했다.

“너무 피곤하네요. 인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온 길은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하나의 고집스러운 뒷모습을 보던 상언은 몇 초간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택했다.

이를 알아차린 하나의 발걸음은 갈수록 빨라졌는데, 나중에는 뒤에서 밀려오는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언은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하나는 코끝이 찡해지는 듯했으며, 곧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호텔 입구에 거의 도착한 그녀는 마침내 발걸음을 멈추었고, 깊은숨을 들이마신 후에야 상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선생님, 더는 저를 따라오지 마세요.”

“싫어요, 방 앞까지 데려다줄게요.”

상언의 말투는 평소답지 않게 아주 단호했다.

“하나 씨는 내 행동이 의미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입술을 움찔거리던 하나가 옅은 미소를 띠며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이 선생님은 지금 하는 모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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