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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진심이 듣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상언이 눈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돌린 하나가 상언의 시선을 피했다.

‘무서워... 내가 지켜온 굳건한 마음이 흔들릴까 봐... 너무 무서워.’

“진심은 뭐고, 진심이 아닌 건 또 뭔데요?”

“난 실험실을 포기할 수도 있어요.”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왜요?”

상언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아직 내 말 안 끝났어요.”

“...”

“하지만 나는 실험실을 위해서 그 두 가지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하나를 향해 다가오는 상언의 말투에는 짙은 고통이 서려 있었다.

“하나 씨는 내가 어떤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하나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끊임없이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저는 모르겠어요, 저는...”

상언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내가 그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실험실을 재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서를 모함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하나 씨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하나는 입가에 맴도는 말을 간신히 참고 있었으나, 상언의 표정에 서린 슬픈 미소를 보고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그녀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상언이 하나의 손을 서서히 놓았다.

“하나 씨,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으니까요.”

책상을 짚고 있는 상언의 뒷모습은 대단히 피곤해 보였다.

“여태 하나 씨에게 나는 중요한 존재일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야 확실히 알겠네요, 하나 씨에게는 나보다 이서가 우선이라는 사실을요.”

“심지어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요.”

상언이 말했다.

“아니에요...”

하나는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변명하려 했지만 변명할 길이 없었다.

‘변명할 말이 없어... 이 선생님이 말한 게 전부 사실이니까...’

‘이 선생님과 헤어질 수는 있을지라도... 이서와 절교할 수는 없어.’

“난 일이 있어서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깊은숨을 들이마신 상언이 몸을 돌려 하나를 보았는데,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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