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환은 이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나, 곧바로 폭로하지는 않았다. 상언은 긴장한 탓에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 같았는데,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나 씨는 내가 셔먼 장관의 자택에 간 걸 몰랐을 텐데... 당연히 나랑 셔먼 장관의 거래도 몰랐을 거고...’ 상언이 마침내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나 먼저 가볼게, 둘은 천천히 이야기 나눠.” 완전히 긴장감을 놓은 그의 뒷모습을 보던 이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H선생님, 이건 오빠를 속이는 게 아닐까요?” “아니야.”지환이 갑자기 이서의 손을 놓고, 그녀와 거리를 두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이 집을 떠나지 말라고! 밖은 위험하단 말이야!”하지만 하나가 귀국한다잖아요. 하나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만약 하나를 배웅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미안해서 견딜 수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이서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적막하게 말했다.“하나가 귀국하면... 저와 함께 있어 줄 사람이 없잖아요. 하자가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지환이 몸을 웅크리고 이서의 눈을 바라보았다.“여기가 싫은 거야?”걱정스러운 지환의 눈빛을 마주한 이서는 심장이 일렁이는 듯했다.“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저에게 친절히 대해주시지만... 여기는 제 집이 아니잖아요.” “H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조금요.”이서가 뒤돌아서서 장원을 바라보았다.“조금은... H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럼 대회가 끝나면 너를 데려다줄 사람을 찾아보도록 할게.” ‘아마 그때쯤이면 하지호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을 거야. 완전히 굴복시키지는 못하더라도 그의 기세를 꺾어 놓을 수는 있겠지.’‘그때가 되면 나도 이서랑 같이 H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이서가 그를 보며 말했다.“저를 데려다 줄 사람을 찾아보겠다니... 그럼 이번에도 선생님께서 직접 저를 배웅할 수는 없다는 거예
하나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심소희와 서나나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자신을 꽁꽁 싸맨 나나는 차에 오르자마자 이서의 상황을 물었다. “이서는 잘 지내. 게다가 형부가 이서를 돌봐주고 계시니까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하나가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 나나와 소희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아무래도... 사실이 아닌 것 같지?’ 두 사람은 격앙되기 시작했다. “하나 언니, 이서 언니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 아니면 저희도 한 번 가볼까요?”하나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이서는 정말 잘 지내고 있어. 게다가 이 선생님의 어머니도...” 상언을 언급하던 하나는 마치 심장을 찔리기라도 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나나는 배우로서 관찰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단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이서를 친딸로 여기고 계셔. 이씨 가문의 큰딸이 된 거나 마찬가지지.” 소희는 주의하지 않고 또 질문을 하려다가 나나의 가벼운 제지를 받았다. “그건 정말 잘됐네요.”나나가 현명하게 화제를 돌렸다. “하나 언니, 이제 푹 쉴 수 있는 거예요?” “응, 회사에서 며칠 간의 휴가를 줬어.” 하나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으며 물었다.“너희는? 어떻게 지냈어?” 소희와 나나가 다시 한번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모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한 낌새를 느낀 하나가 재빨리 눈을 뜨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왜? 무슨 일인데?”나나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소희가 그녀를 막았다. 이 작은 동작을 놓치지 않은 하나가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나야, 네가 말해 봐.” 나나가 소희의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하나 언니, 언니가 M국에 간 이후로 하씨 가문이 계속해서 이서 언니의 회사를 노리고 있어요.” 이서는 MH그룹을 인수한 후에 곧바로 출국하였기 때문에 오래된 회사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씨 가문이 이미 윤씨 그룹의 비즈니스를 몇 개나
“엄마!”임하나가 귀찮다는 듯이 자기 엄마의 말을 끊었다.“아직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시는 거예요? 어떤 정신 나간 여자가 아빠를 꼬드기겠냐고요. 다시는 이런 일로 저를 찾지 마세요. 정말... 정말 피곤하니까요.”정신이 멍해진 최명희가 곧 입을 벌리고 울며불며 소리쳤다.“세상에! 이제는 딸도 내 편이 아니라니!” “이제 너도 내 편이 아닌 거야? 너도 날 원하지 않는 거냐고! 아이고, 내 팔자야!” 하나는 최명희의 울음에 더욱 짜증이 났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최명희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정말 이런 일에 관여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것을 본 최명희는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튿날 아침.하나는 최명희에게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 아침 일찍 윤씨 그룹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녀는 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서 한동안 갓길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윤씨 그룹에 도착한 하나의 마음은 마침내 아주 좋아졌다. 윤씨 그룹의 본사는 이전의 MH그룹 건물을 고친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아주 기묘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윤씨 그룹이 몰락하고, 그 건물을 MH그룹이 인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몰락한 윤씨 그룹은 MH그룹이 인수하고, 또 그 건물이 윤씨 그룹의 손에 들어온 것이라니. 하지만 이제는 MH그룹이 윤씨 가문을 노릴 수 없을 것이었다. 윤수정은 일찍부터 이서가 윤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서는 지금 외국에 있는 터라 DNA 검사를 할 수 없었다.그리고 소희는 이 점을 이용하여 협력하려는 모든 윤씨 가문의 사람들을 막아낼 수 있었다.“하나 언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회사에 도착한 소희가 하나를 보자마자 즉시 맞이했다. “집에서는 할 일이 없잖아.” “그래도 너무 이르잖아.”소희가 적극적으로 하나를 끌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돌아온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집에서 푹 쉬어야지. 오후에 와도 전혀 상관없어!” ‘돌아온 지 하루도 안 되었
문이 열리고, 먼지투성이가 된 상언을 본 하나는 눈을 깜빡거릴 뿐이었다. “하나 씨...”상언이 점점 가까워지자,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하나가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는데, 잠시 후에 상언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상언의 살냄새와 단단하고 힘 있는 가슴을 마주한 하나는 마침내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선생님이 정말 H국에 오다니!’ “왜요, 많이 놀랐어요?”하나를 놓아준 상언은 그녀가 여전히 멍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하나는 여전히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듯했다. “왜 여기 있어요? 분명...”상언이 웃으며 말했다.“셔먼 장관님의 딸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요?”눈을 번뜩인 하나가 화가 나서 상언을 밀쳤다.“그래요, 이미 케이티 씨랑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거 아니에요?” 상언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억누를 수 없는 듯했다. “하나 씨, 질투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돼요?” 하나는 농담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허, 질투요? 제가 무슨 자격으로 질투하겠어요?”상언이 하나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그래요, 그럼 확실하게 대답해 줄게요. 전 셔먼 장관의 조건을 받아들였어요.”“하지만 그 사람이 제시한 두 가지 조건 중의 하나만 받아들였을 뿐이죠.”하나의 저항이 점차 미약해졌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초에 셔먼 장관이 제시한 조건은 두 가지였어요. 첫째는 제가 한 노인을 설득해서 땅을 팔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케이티와 함께 있는 거였죠. 하지만 저는 첫 번째 조건만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이미 실험실에 관련된 일은 다 처리한 셈이에요.” “셔먼 장관은 곧 내 실험실을 재개할 거고요.”“그리고... 다음에도 이런 추잡한 수작을 부린다면, 내가 직접 대통령님을 찾아뵐 생각이에요.”하나가 입술을 움찔거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상언의 말을 들은 그녀는 모든 의문과 우려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소희는 지시를 받고 가장 위층으로 돌아갔다.하지만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회사의 주주와 고위층이 그녀를 비난하지 않고 이해해 줬다는 것이었다. “심 비서, 그 이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M국에서 가장 유명한 천재 의사라는 겁니까?”“와, 임하나 씨와 이 선생님이 연인 사이라고요? 사실이라면 정말 잘된 일이네요.”그들이 말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YS그룹의 대표님이 이 선생님과 친한 친구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선생님을 통해서 YS그룹의 대표님과 인연을 이어 나갈 수 있다면 걱정이 없을 것 같습니다.”“맞습니다, 맞아요. 그렇게 된다면 하씨 가문의 사람이 열 명이 있어도 두려울 게 없을 거예요!”“...”소희가 흥분한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렇게 번거로울 필요 없어요.’‘여러분의 사장님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바로 YS그룹의 대표님이니까요.’ ...하나와 상언은 차를 타고 귀가했는데, 그곳은 당연히 하나의 자택이었다.두 사람은 귀가하는 길에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고, 상언은 이미 해야 할 말을 다 했기 때문이었다. “곧 하나 씨의 어머님을 만나게 되겠네요.”차가 곧 멈추려고 할 때, 상언이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하나에게 말했다. “정식적으로 어머님을 만나는 자리는 아니지만요...” 하나는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신 게 분명해.’ 그녀가 최명희를 떠올렸다. ‘어제 아빠의 간통 현장을 잡으러 가자는 엄마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오늘 돌아가면 어떤 소란을 피우실지 몰라.’ 하나는 갑자기 상언을 집으로 데려가고 싶지 않았으나, 이미 방향을 바꾸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다 왔어요.”상언이 하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정신을 차리고 상언을 바라본 하나는 발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자격지심을 느꼈다. ‘M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이 선생님의 다른 가족분들은 만나 뵙지 못했지만, 배미희 여사님이랑 이서가 같이 지내는 모습만 봐도 이씨 가
상언의 진지한 말투를 들은 최명희는 정신이 멍해지는 듯했다. “하나 씨가 결혼을 매우 꺼린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아니요, 우리 하나는...” 최명희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하나 씨에게 왜 아직도 남자 친구가 없는 건지 생각해 본 적은 있으십니까?” 최명희가 말했다.“아무래도 하나는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자 친구도 여러 번 있었는데, 자주 바뀌기도 했고요...”상언의 시선을 느낀 최명희가 믿기지 않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설마... 하나가 남자 친구를 자주 바꾸는 이유가 결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예요?”“어머님,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하나 씨는 어머님과 아버님의 관계를 보면서 세상에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된 겁니다. 그래서 여태까지의 연애도 하루, 혹은 이틀을 넘기지 못했던 거고요. 아마 3일이 넘는 연애는 긴 연애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최명희가 입술을 움찔거렸다.“전혀... 전혀 몰랐어요. 하나 아버지의 바람이 하나에게 그런 상처가 되었을 줄은...”“네... 어머님도 부모가 처음이었을 테니까요.”상언이 웃음기를 거두며 말했다.“하지만 정말 하나 씨가 이렇게 된 게 아버님의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상언의 두 눈에서 적의를 느낀 최명희가 경계하며 말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아버님의 바람이 옳은 일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남자가 끓어오르는 욕구조차 통제할 수 없다면 물리적 거세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어머니로서 딸을 데리고 남편의 간통 현장을 잡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본 남편이 깨달음을 얻기를 바랐든,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계셨든 간에 그런 방식은 바람직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순간, 최명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했다.그녀가 잠시 후에야 괴로워하며 입을 열었다.“우리의 집안일이에요. 그쪽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요.” “하나 씨가 제
수화기 너머에서 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상언 오빠, H국에 도착하신 거예요? 하나는 만나셨어요?]“이서야, 나야.”하나의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만 리 밖의 M국으로 전해지자, 이서는 감격에 겨워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었다.[오빠랑 같이 있는 거야? 하나야, 내 말을 좀 들어봐. H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상언 오빠는...] 하나가 가볍게 웃으면서 이서의 말을 끊었다.“이서야, 나도 다 알아.” [그럼 오빠랑 화해한 거야?]이서가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으로 눈앞의 지환을 바라보았다. 하나가 옆에 앉은 상언을 바라보았다.‘이게... 화해인가?’ 그러나 그녀는 확실히 이전처럼 화해라는 말을 배척하지 않았다.[너무 잘됐다.] 이서는 하나가 아직 대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녀의 대답을 들은 듯했다. [하나야...] 이서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우리가 했던 내기, 아직 잊지 않았지?]하나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당연하지.” 이서가 또 코를 훌쩍였다.[그래, 이제 방해하지 않을게, 상언 오빠랑 좋은 시간 보내. 대회가 끝나는 대로 너한테 어떤 게 좋을지 생각해 볼게.] 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꽤 감개무량한 듯했다.“쉽지 않네요.” 이서의 시선이 옆에 있던 지환에게 향했다. 잠시 후, 시선을 거둔 이서가 일부러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단편 소설 대회 심사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들었어요. 스웨이 작가님이 그러시던데, 다음 주면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혹시 그날 저랑 같이 가실래요?” 지환이 물었다.“무슨 요일이야?” “수요일이에요.”지환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날 바쁘세요?”이서가 물었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참석할게.” “괜찮아요, 시간 없으면 안 오셔도 돼요.” 이서가 진심을 숨긴 채 말했다.“꼭 상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는데요, 뭐.”지환이 이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번역 실력을 못 믿는 거야, 아니면 네 글쓰기 실력을 못 믿는 거야?” 고개를 살짝
하이먼 스웨이의 별채, 서재 안.DNA 검사 결과지를 손에 든 하이먼 스웨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결과는 이미 나온 상황이었다. ‘가은이가 정말 내 딸이 아니라고?’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던 하이먼 스웨이였으나, 부정할 수 없는 DNA 검사 결과 앞에 그녀의 심리적 방어선은 철저히 무너지는 듯했다. ‘가은이가 내 딸이 아니라니... 그럼 내 딸은 어디 있다는 거야?’ 그녀는 왜 애초에 DNA 검사 결과가 틀렸던 것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이먼 스웨이가 혼란에 빠져 있던 찰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엄마.”가은이 득의양양하게 들어왔다.“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요 며칠 동안 외출도 하지 않으시고 방에만 계신다고 하시던데, 단편 소설 대회 원고를 심사하느라 바쁘신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흥분된 감정에 젖어 하이먼 스웨이의 이상한 낌새는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엄마, 우승자가 누군지 저한테만 살짝 알려주시면 안 돼요?” ‘그 미스터리한 여자의 말에 따르면, 우승자는 틀림없이 내가 될 거라고 했어.’ 그러나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던 가은은 하이먼 스웨이를 찾아가 결과를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하이먼 스웨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눈앞 소녀의 웃음은 유난히 눈부시게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투표만 담당하고, 개표는 다른 스태프들이 담당하는 거라서 우승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구나.”하이먼 스웨이가 약간은 허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네.”가은은 약간 실망한 듯했다.“그럼 이만 나가볼게요.” “잠깐...”하이먼 스웨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가은을 불렀다.“가은아, 요즘도 심씨 가문이랑 연락하니?”안색이 약간 변한 가은이 곧 보육원 일을 떠올렸다. “아니요, 안 해요.” “정말?”하이먼 스웨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섰다.“그렇게 큰일이 있었는데도 심씨 가문 사람들이 너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예전에는 가은이가 내 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항상 가은이를 좋게 보려 했지만...’‘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