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에서 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상언 오빠, H국에 도착하신 거예요? 하나는 만나셨어요?]“이서야, 나야.”하나의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만 리 밖의 M국으로 전해지자, 이서는 감격에 겨워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었다.[오빠랑 같이 있는 거야? 하나야, 내 말을 좀 들어봐. H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상언 오빠는...] 하나가 가볍게 웃으면서 이서의 말을 끊었다.“이서야, 나도 다 알아.” [그럼 오빠랑 화해한 거야?]이서가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으로 눈앞의 지환을 바라보았다. 하나가 옆에 앉은 상언을 바라보았다.‘이게... 화해인가?’ 그러나 그녀는 확실히 이전처럼 화해라는 말을 배척하지 않았다.[너무 잘됐다.] 이서는 하나가 아직 대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녀의 대답을 들은 듯했다. [하나야...] 이서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우리가 했던 내기, 아직 잊지 않았지?]하나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당연하지.” 이서가 또 코를 훌쩍였다.[그래, 이제 방해하지 않을게, 상언 오빠랑 좋은 시간 보내. 대회가 끝나는 대로 너한테 어떤 게 좋을지 생각해 볼게.] 이서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꽤 감개무량한 듯했다.“쉽지 않네요.” 이서의 시선이 옆에 있던 지환에게 향했다. 잠시 후, 시선을 거둔 이서가 일부러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단편 소설 대회 심사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들었어요. 스웨이 작가님이 그러시던데, 다음 주면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혹시 그날 저랑 같이 가실래요?” 지환이 물었다.“무슨 요일이야?” “수요일이에요.”지환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날 바쁘세요?”이서가 물었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참석할게.” “괜찮아요, 시간 없으면 안 오셔도 돼요.” 이서가 진심을 숨긴 채 말했다.“꼭 상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는데요, 뭐.”지환이 이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번역 실력을 못 믿는 거야, 아니면 네 글쓰기 실력을 못 믿는 거야?” 고개를 살짝
하이먼 스웨이의 별채, 서재 안.DNA 검사 결과지를 손에 든 하이먼 스웨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결과는 이미 나온 상황이었다. ‘가은이가 정말 내 딸이 아니라고?’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던 하이먼 스웨이였으나, 부정할 수 없는 DNA 검사 결과 앞에 그녀의 심리적 방어선은 철저히 무너지는 듯했다. ‘가은이가 내 딸이 아니라니... 그럼 내 딸은 어디 있다는 거야?’ 그녀는 왜 애초에 DNA 검사 결과가 틀렸던 것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이먼 스웨이가 혼란에 빠져 있던 찰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엄마.”가은이 득의양양하게 들어왔다.“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요 며칠 동안 외출도 하지 않으시고 방에만 계신다고 하시던데, 단편 소설 대회 원고를 심사하느라 바쁘신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흥분된 감정에 젖어 하이먼 스웨이의 이상한 낌새는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엄마, 우승자가 누군지 저한테만 살짝 알려주시면 안 돼요?” ‘그 미스터리한 여자의 말에 따르면, 우승자는 틀림없이 내가 될 거라고 했어.’ 그러나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던 가은은 하이먼 스웨이를 찾아가 결과를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하이먼 스웨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눈앞 소녀의 웃음은 유난히 눈부시게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투표만 담당하고, 개표는 다른 스태프들이 담당하는 거라서 우승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구나.”하이먼 스웨이가 약간은 허탈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네.”가은은 약간 실망한 듯했다.“그럼 이만 나가볼게요.” “잠깐...”하이먼 스웨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가은을 불렀다.“가은아, 요즘도 심씨 가문이랑 연락하니?”안색이 약간 변한 가은이 곧 보육원 일을 떠올렸다. “아니요, 안 해요.” “정말?”하이먼 스웨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섰다.“그렇게 큰일이 있었는데도 심씨 가문 사람들이 너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예전에는 가은이가 내 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항상 가은이를 좋게 보려 했지만...’‘이제
지환이 하이먼 스웨이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가은에게 DNA 검사 결과지를 보여줄 겨를이 없었던 하이먼 스웨이가 우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수화기 너머의 지환이 한 말을 들은 하이먼 스웨이의 마음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그녀가 무릎을 꿇은 가은을 한 번 보았다.“확실해?” [네, 확실한 증거도 있습니다. 복구된 카페 CCTV 영상을 통해서 심가은이 이서를 다치게 한 변태남과 접촉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의 사진을 그 변태남에게 보여주었더니, 자신에게 이서를 해치라고 사주한 사람이 심가은이 맞다고 인정하더군요.]하이먼 스웨이는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그녀가 고개를 들며 깊은숨을 들이마셨다.“그럼 이제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잠시 침묵하던 지환이 입을 열었다.[장모님의 따님이니... 우선 장모님께 맡기겠습니다.] ‘하 서방이 이서의 체면을 생각해서 나한테 기회를 주려는 거야.’ ‘그리고...’ ‘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직접 움직이겠다는 뜻이지.’ “엄마...”가은의 울음소리가 하이먼 스웨이를 현실로 이끌어 오는 듯했다. 하이먼 스웨이는 눈앞에서 처절한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는 가은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 듯했다. 그녀의 마음은 그야말로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었다. ‘가은이가 카페에서 그 변태남을 만났다고?’ ‘그날... 가은이는 그 카페에서 나랑 커피를 마시기도 했었잖아.’‘어쩐지... 그날 이후로 가은이가 변한 것 같더라니...’ 그렇다. 심가은은 확실히 변했다. 다만 이전보다 더욱 악랄해졌을 뿐.깊은 한숨을 내쉬며 모든 감정을 배출한 하이먼 스웨이가 고개를 숙인 채 가은을 향해 또박또박 물었다.“그 변태남한테 이서를 해치라고 사주한 사람이 너였니?” 안색이 순식간에 변한 가은이 하이먼 스웨이의 공격적인 눈빛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하이먼
“안 돼요, 엄마, 곧 대회의 결과가 나올 거라고요. 제가 1등이라는 결과만 발표되면 저는 작가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작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제발... 제발 제 밝은 미래를 망치지 말아주세요!”이 말을 뱉은 심가은은 멍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하이먼 스웨이 역시 동작을 멈추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대회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네가 1등이라는 걸 확신하는 거야?”‘심사위원인 나조차도 결과를 모르는데, 얘가 어떻게 결과를 알 수 있었던 걸까?’가은은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목을 움츠린 채 하이먼 스웨이의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당장 말하지 못해?! 내가 주최측에 말해서 대회를 중단시키고 조사에 착수해야 네 속이 시원하겠니?” “안 돼요, 그건 안 돼요!”당황한 가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애원했다.“엄마, 제발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시면 안 돼요? 대회가 끝나면 다 설명해 드릴게요, 네?” “절대 안 돼!”하이먼 스웨이가 핸드폰을 들고 주최측의 전화번호를 눌렀다.“무슨 일이 있어도 주최측에 이 일을 엄격히 조사하라고 해야겠어.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네가 1등이라는 걸 알고 있다니...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잖니?” 하이먼 스웨이가 정말 주최측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자, 당황한 심가은이 몸을 일으켜 그녀의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다. 하이먼 스웨이는 당연히 핸드폰을 사수하려 애썼다. “심가은!”“절대, 절대 안 된다고요!” ‘그 미스터리한 여자가 그랬잖아, 내가 대회에서 1등을 하기만 하면, 세계 최고의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되면... 나도 엄마와 같은 세계적인 극작가가 될 수 있을 거야!’‘모든 사람이 다 아는 극작가가 되면, 아무도 내가 엄마의 딸이 아니라는 말은 함부로 지껄이지 못할 거라고!’두 사람이 뒤엉켜 몸싸움하기 시작했다.핸드폰을 쉽게 빼앗을 수 없었던 가은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는데, 그녀의 시선
‘이 일을 절대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돼.’ ‘내일이 결과 발표 날이잖아.’ ‘만약 내가 엄마를 죽였다는 게 밝혀진다면... 밝을 줄로만 알았던 내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거야.’ ‘그리고 나는 문학 천재에서... 살인자가 되어 버리겠지!’ ‘절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돼!’ 이것은 결코 가은이 원하는 인생이 아니었다. ‘나는 기필코 빛나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래야지만 지엽 씨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살인자는... 지엽 씨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없어!’ 벌벌 떨던 심가은이 바닥에 쓰러진 하이먼 스웨이를 한 번 보았는데, 대담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스쳤다. 어쨌든 그녀는 한 가지 일을 확보해야만 했다. 그것은 바로...내일의 결과 발표가 예정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 ‘이제 어쩌지...?’몸을 일으킨 가은이 대담하게 하이먼 스웨이를 욕실로 끌고 들어가 욕조에 담갔고, 서재를 원래대로 정리하고서야 자리를 떠났다. 계단에 도착한 그녀가 평소처럼 아주머니를 불러 당부했다.“아주머니, 엄마가 며칠간 푹 쉬고 싶다고 하셨어요. 전혀 방해받고 싶지 않으시다니까 아주머니도 며칠간 푹 쉬시면 될 것 같아요.” 하이먼 스웨이는 휴식을 취할 때,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아주머니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네.”“하지만 제가 휴가를 보내는 동안 아가씨의 식사는 어쩌죠?” “아, 저는 며칠 동안 밖에 나가서 먹으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앞치마를 풀던 아주머니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들어 가은을 바라보았다. “잠깐...”“사모님께서 내일 어떤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왜 갑자기 휴식을 취하신다는 걸까요?” 순간, 가은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그녀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2층에서 내려왔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모님께서 일정을 잊어버리신 건 아닐까요? 아무래도 제가 올라가서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요.”아주머
“아!”한밤중에 이서가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지르자, 옆방의 배미희가 급히 옷을 입고 그녀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이서야, 왜 그래?”이서가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을 본 배미희가 그녀의 곁에 앉았고,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악몽이라도 꾼 거야?” 이서가 얼어붙은 손으로 배미희를 붙잡았다. 그녀는 배미희의 체온을 느끼고서야 숨을 내쉬며 그녀의 품에 뛰어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여기 있잖니.”배미희가 이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얼른 다시 자려무나.” 이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네.”그녀는 다시 다소곳하게 누웠다. 배미희는 눈을 감은 이서가 안정된 호흡을 되찾는 것을 보고서야 몸을 일으켜 떠나려고 했다. 갑자기 눈을 번쩍 뜬 이서가 말했다.“엄마, 내일 대회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스웨이 작가님도 오실까요?” 배미희가 말했다.“물론이지, 이번 대회가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건 너랑 스웨이 여사의 호소력 덕분이었잖니. 내일은 대회의 마지막 날이자 가장 중요한 날이니까 스웨이 여사는 반드시 올 거야.” 이서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됐어요. 엄마, 전 괜찮으니까 이만 나가 보셔도 돼요.” “아니야, 네가 잠드는 거 보고 갈게.” 이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배미희는 침대에 누운 이서가 쌔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서야 살금살금 그녀의 방을 나섰다. 방문이 닫히는 것을 들은 이서는 다시 눈을 떴는데, 그녀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하이먼 스웨이가 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욕조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귀를 기울이자니,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살려줘... 나 좀 살려줘...”이서는 자신이 왜 이런 악몽을 꾼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정말... 스웨이 작가님께 무슨 사고가 생긴 건 아닐까?’다음 날, 이서는 정신없이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를 마주한 배미희가 물었다.“대회 결과
“하지만... 그 악몽이 너무 생생했어요...”이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저를 대신해서 스웨이 작가님께 가봐 주실 수 있으세요?” 이서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배미희가 본래 하려던 말을 꾹 삼켰다.‘이서야, 조금만 있으면 대회장에서 스웨이 여사를 볼 수 있을 거야.’ “...그래, 내가 한 번 가보마.” 이서는 그제야 마음이 좀 놓이는 듯했다.대회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다른 방향으로 갈라서려고 했다. 떠나기 전, 배미희가 특별히 당부했다.“이서야, 반드시 기억해. 대회장에서는 반드시 조심해야 해, 알았지? 그리고 너희들도...”그녀가 이서의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말했다.“이서를 꼭 지켜야 해! 알아들어?!”“예, 알겠습니다!”경호원들이 한목소리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배미희는 그제야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본 이서와 경호원들은 그제야 대회장으로 들어섰다. 비록 이서의 경호원들은 평범한 사람처럼 치장한 상태였으나, 그들이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너무도 강력해서 많은 사람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예리한 시선은 이내 이서에게 옮겨갔다. “저 여자... 본인이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보다 더 대단하다고 으스댔던 여자잖아요!” “어머, 정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나온 사진이랑 똑같아요!” “쯧쯧쯧, 예쁘게 생기긴 했네요. 하지만 여기는 단편 소설 대회장이지, 미모에 대한 우열을 가리는 대회장이 아니잖아요? 대체 저렇게 많은 경호원은 왜 데려온 건지...” “게다가 저 여자는 H국 사람이잖아요. 외국 사람이 쓴 글은 우리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감히 자신이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보다 더 대단하다고 잘난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사람들의 목소리가 마치 파리 소리처럼 이서의 귓가에 윙윙거리는 듯했으나, 그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이서,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잖아.’ 같은 시각, 대회장 2층에 있던 박예솔은 이서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줄곧 이서에게 무시당하던 가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더욱이 하이먼 스웨이가 죽은 것을 확인한 그녀는 무서울 것이 없었기에 거칠고 무례하게 팔꿈치로 이서를 건드렸다. 이서는 하마터면 바닥에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허, 윤이서 씨, 또 만났네? 윤이서 씨도 내가 이 대회에 참석한 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경멸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린 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환의 답장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야!”가은이 갑자기 이서의 옷을 잡아당겼다.순간, 이서의 경호원이 즉시 일어서서 가은을 노려보았고,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이 광경은 앞줄에 앉은 참가자 몇 명에게도 목격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은이 이서의 옷을 잡아당기는 것은 보지 못했기 때문에 편견을 가지고 이서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참가자로서 경쟁자에게 막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전 세계로 퍼진 이서의 가십 뉴스를 보았기 때문에 이서가 오만하고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이러한 고정관념이 더해지자, 그들은 이서가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긴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이 분분히 분노하며 일어나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그쪽이 그 유명한 윤이서 씨에요? 실물로 뵙는 건 처음이네요. 저도 기사를 봤는데 윤이서 씨의 칭찬이 정말 자자하더군요. 하지만 재능이 있다고 해서 남을 괴롭혀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쪽이 가졌다는 재능이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이니까요.”“맞아요, 재능이 있든 없든 타인을 괴롭히면 안 되는 거죠! 당장 사과하세요! 옆에 있는 참가자한테 사과하시라고요!” “사과해요, 얼른!”다른 참가자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한동안 대회장에는 이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경호원의 직무는 사람을 베거나 죽이는 것이었으나,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던 그는 어찌할 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