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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하나의 끊임없는 중얼거림을 들은 이서는 마침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설마... 상언 오빠가 실험실을 재개하기 위해서 외교부 장관의 딸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거야? 말도 안 돼!”

“오빠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네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오빠가 널 이해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너에 관한 모든 일은 말해달라고 부탁하길래... 사소한 것까지 가르쳐 줬었단 말이야!”

하지만 하나의 마음은 차갑게 식은 듯했다.

“이서야, 네가 우리 부모님을 처음 뵀을 때... 네가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나?”

이서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하나의 부모님을 처음 뵌 건 어릴 때의 일이었을 거야.’

“나는 아주 똑똑히 기억해. 네가 우리 부모님의 금슬이 아주 좋아 보인다고 했었거든. 그런데 내가 왜 이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지 알아?”

“겉모습만으로는 서로를 비난할 때의 추악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어.”

“나도 때로는 사랑이라는 게 있다고 믿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어떡해.”

“사람 마음은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야. 게다가 나는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치 빠른 사람이 아니고... 나, 나는...”

하나를 바라보던 이서는 그녀를 힘껏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야.”

하나가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이서야, 너무 추워. 여기는 너무 추워. 정말이지 더는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혹시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구해줄 수 있을까? 당장이라도 여기를 떠나고 싶어.”

“상언 오빠가 오면 설명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나가 이서의 품에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듣기 싫어. 난 이제 이 선생님의 감언이설에 질렸어.”

“하지만 이대로 널 보내면...”

“난... 걱정할 거야.”

이서가 말했다.

괜찮아, 설마 내가 굳건한 사람이라는 걸 벌써 잊은 거야? 이곳을 떠나서 이 선생님을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면, 나도 마음 정리를 할 수 있을 거야.”

“이서야, 제발 여기를 떠나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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