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끊임없는 중얼거림을 들은 이서는 마침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설마... 상언 오빠가 실험실을 재개하기 위해서 외교부 장관의 딸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거야? 말도 안 돼!”“오빠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네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오빠가 널 이해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너에 관한 모든 일은 말해달라고 부탁하길래... 사소한 것까지 가르쳐 줬었단 말이야!”하지만 하나의 마음은 차갑게 식은 듯했다.“이서야, 네가 우리 부모님을 처음 뵀을 때... 네가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나?”이서가 고개를 저었다.‘내가 하나의 부모님을 처음 뵌 건 어릴 때의 일이었을 거야.’ “나는 아주 똑똑히 기억해. 네가 우리 부모님의 금슬이 아주 좋아 보인다고 했었거든. 그런데 내가 왜 이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지 알아?” “겉모습만으로는 서로를 비난할 때의 추악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어.” “나도 때로는 사랑이라는 게 있다고 믿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어떡해.”“사람 마음은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야. 게다가 나는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치 빠른 사람이 아니고... 나, 나는...” 하나를 바라보던 이서는 그녀를 힘껏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야.”하나가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이서야, 너무 추워. 여기는 너무 추워. 정말이지 더는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혹시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구해줄 수 있을까? 당장이라도 여기를 떠나고 싶어.” “상언 오빠가 오면 설명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나가 이서의 품에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듣기 싫어. 난 이제 이 선생님의 감언이설에 질렸어.”“하지만 이대로 널 보내면...”“난... 걱정할 거야.” 이서가 말했다. 괜찮아, 설마 내가 굳건한 사람이라는 걸 벌써 잊은 거야? 이곳을 떠나서 이 선생님을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면, 나도 마음 정리를 할 수 있을 거야.”“이서야, 제발 여기를 떠나게 해줘
“그렇게 하자고요.”배미희는 결정을 내리고 누군가에게 항로를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이서는 하나를 데리고 호텔로 돌아가 짐을 챙겼는데, 호텔 입구에서 케이티를 맞닥뜨렸다.이것은 이서가 처음으로 케이티를 만난 것이었는데, 케이티가 걸어오는 것을 본 그녀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이 사람... 범상치 않아.’“떠나려는 거예요?” 케이티는 하나에게 전화를 한 순간부터 줄곧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나를 웃음거리로 삼기 위함이었다. 하나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으나, 아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어머니가 수많은 내연녀를 상대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든, 몸싸움하는 것이든, 그녀의 눈에는 모두 저속한 행동으로 보일 뿐이었다.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무시하자. 그게 내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허,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거예요?”케이티가 냉소하며 하나에게 다가갔다.“어때요? 이 선생님이 마지막까지...” 케이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을 느낀 그녀는 체면이라는 것을 잊은 듯 이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미쳤어? 당신 누구야?!”케이티는 제자리에서 빙빙 돌고서야 자기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사람이 이서임을 똑똑히 보았다. “이거 안 놔?” 이서의 힘이 갈수록 세지자, 통증을 느낀 케이티가 연거푸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제 친구한테 당장 사과하세요!”이서의 말투는 대단히 차가웠다. 케이티가 울먹이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들이마셨다.“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거야?!”“제 친구를 괴롭혔으니, 당연히 사과하셔야죠!”“저 여자가 먼저 나를 괴롭혔다니까?!”케이티가 아무렇게나 손을 휘두르며 이서의 손에 여러 갈래의 상처를 남겼다. 상황을 지켜보던 하나는 동공이 심하게 움츠러 들었는데,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 케이티의 손을 ‘탁’ 쳤다. 명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
잠시 후, 케이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미안해요!” “지금 그걸 사과라고 하시는 거예요?” “미안해요, 하나 씨!” “예의가 없잖아요!”“정말 죄송해요, 임하나 씨!”마침내 만족스러운 답안을 들은 이서가 케이티를 놓아주었다.“오늘을 똑똑히 기억하셔야 할 거예요. 또 한 번 제 친구를 못살게 군다면, 오늘의 백배 천배의 망신을 당하게 될 테니까요.’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본 케이티는 반박하고 싶은 모든 말을 삼켜야만 했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 케이티의 모습을 주시하던 이서가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돌려 하나에게 물었다. “하나야, 괜찮아?”하나가 감동한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야, 고마워.”“바보야, 저런 사람한테는 똑같이 되갚아 줘야 하는 법이야. 만약 네가 직접 할 수 없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게!” 하나가 입술을 오므렸다.“이서야...” “자, 이제 올라가자.”이서가 웃으면서 하나를 재촉했는데, 그녀의 얼굴에서 아까의 매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하나가 이서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던 이서는 아직도 정신이 멍한 듯했다. ‘하나를 괴롭히는 모습에 욱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댔는데,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어...’ ‘대체 내가 기억을 잃은 1년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이서야, 나는 캐리어 가지러 다녀올게.”하나는 엘리베이터를 나서서야 이서가 아직 엘리베이터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 그래.”이서가 하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캐리어 하나만으로 모든 짐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 이서는 하나와 함께 이씨 가문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하자, 이씨 가문의 전용기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이서는 하나가 탄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보고서야 아쉬워하며 공항을 떠났다. ‘언제 또 하나를 만날 수 있을까...?’‘그리고... 나
지환은 이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으나, 곧바로 폭로하지는 않았다. 상언은 긴장한 탓에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 같았는데,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나 씨는 내가 셔먼 장관의 자택에 간 걸 몰랐을 텐데... 당연히 나랑 셔먼 장관의 거래도 몰랐을 거고...’ 상언이 마침내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나 먼저 가볼게, 둘은 천천히 이야기 나눠.” 완전히 긴장감을 놓은 그의 뒷모습을 보던 이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H선생님, 이건 오빠를 속이는 게 아닐까요?” “아니야.”지환이 갑자기 이서의 손을 놓고, 그녀와 거리를 두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이 집을 떠나지 말라고! 밖은 위험하단 말이야!”하지만 하나가 귀국한다잖아요. 하나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만약 하나를 배웅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미안해서 견딜 수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이서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적막하게 말했다.“하나가 귀국하면... 저와 함께 있어 줄 사람이 없잖아요. 하자가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지환이 몸을 웅크리고 이서의 눈을 바라보았다.“여기가 싫은 거야?”걱정스러운 지환의 눈빛을 마주한 이서는 심장이 일렁이는 듯했다.“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저에게 친절히 대해주시지만... 여기는 제 집이 아니잖아요.” “H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조금요.”이서가 뒤돌아서서 장원을 바라보았다.“조금은... H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럼 대회가 끝나면 너를 데려다줄 사람을 찾아보도록 할게.” ‘아마 그때쯤이면 하지호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을 거야. 완전히 굴복시키지는 못하더라도 그의 기세를 꺾어 놓을 수는 있겠지.’‘그때가 되면 나도 이서랑 같이 H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이서가 그를 보며 말했다.“저를 데려다 줄 사람을 찾아보겠다니... 그럼 이번에도 선생님께서 직접 저를 배웅할 수는 없다는 거예
하나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심소희와 서나나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자신을 꽁꽁 싸맨 나나는 차에 오르자마자 이서의 상황을 물었다. “이서는 잘 지내. 게다가 형부가 이서를 돌봐주고 계시니까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하나가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 나나와 소희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아무래도... 사실이 아닌 것 같지?’ 두 사람은 격앙되기 시작했다. “하나 언니, 이서 언니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 아니면 저희도 한 번 가볼까요?”하나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이서는 정말 잘 지내고 있어. 게다가 이 선생님의 어머니도...” 상언을 언급하던 하나는 마치 심장을 찔리기라도 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나나는 배우로서 관찰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었는데, 단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이서를 친딸로 여기고 계셔. 이씨 가문의 큰딸이 된 거나 마찬가지지.” 소희는 주의하지 않고 또 질문을 하려다가 나나의 가벼운 제지를 받았다. “그건 정말 잘됐네요.”나나가 현명하게 화제를 돌렸다. “하나 언니, 이제 푹 쉴 수 있는 거예요?” “응, 회사에서 며칠 간의 휴가를 줬어.” 하나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으며 물었다.“너희는? 어떻게 지냈어?” 소희와 나나가 다시 한번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모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한 낌새를 느낀 하나가 재빨리 눈을 뜨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왜? 무슨 일인데?”나나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소희가 그녀를 막았다. 이 작은 동작을 놓치지 않은 하나가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나야, 네가 말해 봐.” 나나가 소희의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하나 언니, 언니가 M국에 간 이후로 하씨 가문이 계속해서 이서 언니의 회사를 노리고 있어요.” 이서는 MH그룹을 인수한 후에 곧바로 출국하였기 때문에 오래된 회사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씨 가문이 이미 윤씨 그룹의 비즈니스를 몇 개나
“엄마!”임하나가 귀찮다는 듯이 자기 엄마의 말을 끊었다.“아직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시는 거예요? 어떤 정신 나간 여자가 아빠를 꼬드기겠냐고요. 다시는 이런 일로 저를 찾지 마세요. 정말... 정말 피곤하니까요.”정신이 멍해진 최명희가 곧 입을 벌리고 울며불며 소리쳤다.“세상에! 이제는 딸도 내 편이 아니라니!” “이제 너도 내 편이 아닌 거야? 너도 날 원하지 않는 거냐고! 아이고, 내 팔자야!” 하나는 최명희의 울음에 더욱 짜증이 났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최명희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정말 이런 일에 관여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것을 본 최명희는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튿날 아침.하나는 최명희에게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 아침 일찍 윤씨 그룹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녀는 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서 한동안 갓길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윤씨 그룹에 도착한 하나의 마음은 마침내 아주 좋아졌다. 윤씨 그룹의 본사는 이전의 MH그룹 건물을 고친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아주 기묘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윤씨 그룹이 몰락하고, 그 건물을 MH그룹이 인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몰락한 윤씨 그룹은 MH그룹이 인수하고, 또 그 건물이 윤씨 그룹의 손에 들어온 것이라니. 하지만 이제는 MH그룹이 윤씨 가문을 노릴 수 없을 것이었다. 윤수정은 일찍부터 이서가 윤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서는 지금 외국에 있는 터라 DNA 검사를 할 수 없었다.그리고 소희는 이 점을 이용하여 협력하려는 모든 윤씨 가문의 사람들을 막아낼 수 있었다.“하나 언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회사에 도착한 소희가 하나를 보자마자 즉시 맞이했다. “집에서는 할 일이 없잖아.” “그래도 너무 이르잖아.”소희가 적극적으로 하나를 끌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돌아온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집에서 푹 쉬어야지. 오후에 와도 전혀 상관없어!” ‘돌아온 지 하루도 안 되었
문이 열리고, 먼지투성이가 된 상언을 본 하나는 눈을 깜빡거릴 뿐이었다. “하나 씨...”상언이 점점 가까워지자,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던 하나가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는데, 잠시 후에 상언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상언의 살냄새와 단단하고 힘 있는 가슴을 마주한 하나는 마침내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선생님이 정말 H국에 오다니!’ “왜요, 많이 놀랐어요?”하나를 놓아준 상언은 그녀가 여전히 멍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하나는 여전히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듯했다. “왜 여기 있어요? 분명...”상언이 웃으며 말했다.“셔먼 장관님의 딸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요?”눈을 번뜩인 하나가 화가 나서 상언을 밀쳤다.“그래요, 이미 케이티 씨랑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거 아니에요?” 상언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억누를 수 없는 듯했다. “하나 씨, 질투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돼요?” 하나는 농담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허, 질투요? 제가 무슨 자격으로 질투하겠어요?”상언이 하나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그래요, 그럼 확실하게 대답해 줄게요. 전 셔먼 장관의 조건을 받아들였어요.”“하지만 그 사람이 제시한 두 가지 조건 중의 하나만 받아들였을 뿐이죠.”하나의 저항이 점차 미약해졌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초에 셔먼 장관이 제시한 조건은 두 가지였어요. 첫째는 제가 한 노인을 설득해서 땅을 팔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케이티와 함께 있는 거였죠. 하지만 저는 첫 번째 조건만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이미 실험실에 관련된 일은 다 처리한 셈이에요.” “셔먼 장관은 곧 내 실험실을 재개할 거고요.”“그리고... 다음에도 이런 추잡한 수작을 부린다면, 내가 직접 대통령님을 찾아뵐 생각이에요.”하나가 입술을 움찔거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상언의 말을 들은 그녀는 모든 의문과 우려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소희는 지시를 받고 가장 위층으로 돌아갔다.하지만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회사의 주주와 고위층이 그녀를 비난하지 않고 이해해 줬다는 것이었다. “심 비서, 그 이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M국에서 가장 유명한 천재 의사라는 겁니까?”“와, 임하나 씨와 이 선생님이 연인 사이라고요? 사실이라면 정말 잘된 일이네요.”그들이 말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YS그룹의 대표님이 이 선생님과 친한 친구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선생님을 통해서 YS그룹의 대표님과 인연을 이어 나갈 수 있다면 걱정이 없을 것 같습니다.”“맞습니다, 맞아요. 그렇게 된다면 하씨 가문의 사람이 열 명이 있어도 두려울 게 없을 거예요!”“...”소희가 흥분한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렇게 번거로울 필요 없어요.’‘여러분의 사장님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바로 YS그룹의 대표님이니까요.’ ...하나와 상언은 차를 타고 귀가했는데, 그곳은 당연히 하나의 자택이었다.두 사람은 귀가하는 길에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나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고, 상언은 이미 해야 할 말을 다 했기 때문이었다. “곧 하나 씨의 어머님을 만나게 되겠네요.”차가 곧 멈추려고 할 때, 상언이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하나에게 말했다. “정식적으로 어머님을 만나는 자리는 아니지만요...” 하나는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신 게 분명해.’ 그녀가 최명희를 떠올렸다. ‘어제 아빠의 간통 현장을 잡으러 가자는 엄마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오늘 돌아가면 어떤 소란을 피우실지 몰라.’ 하나는 갑자기 상언을 집으로 데려가고 싶지 않았으나, 이미 방향을 바꾸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다 왔어요.”상언이 하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정신을 차리고 상언을 바라본 하나는 발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자격지심을 느꼈다. ‘M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이 선생님의 다른 가족분들은 만나 뵙지 못했지만, 배미희 여사님이랑 이서가 같이 지내는 모습만 봐도 이씨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