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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책상 위에는 지환이 이서를 위해 직접 번역한 소설이 놓여 있었다.

바람이 불자, 그 종이가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서는 그 무엇으로도 종이를 누르려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그 종이가 펄럭거리는 소리를 좋아했다.

‘저 소리를 들으면 H선생님이 여전히 내 곁에 있는 것 같아.’

그녀가 고개를 돌려 종이를 한 번 보았다.

종이에 쓰인 지환의 글씨체는 아주 힘차고 우수했으며, 아름다웠다.

마치 탁본 된 서예 글씨처럼.

이서는 그 글자를 보고 있자 하니, 책상에 엎드린 H선생님이 그녀를 대신하여 한글 자 한 글자 번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듯했다.

그녀의 텅 빈 마음은 또 가득 채워졌다.

공허함과 흡족함을 동시에 느끼던 이서가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바로 그때,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하나였다.

이서가 자기도 모르게 시간을 확인했다.

‘3시 7분?’

‘왜 지금...’

이상함을 느낀 이서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

[이서야, 얼른 기사 좀 봐.]

이서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왜?”

[우선 기사부터 봐봐.]

이서는 핸드폰의 뉴스 앱을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기사?”

이서는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이름인 인터넷 첫 페이지에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외국어로 쓰여진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1초 후에야 반응할 수 있었다.

이서가 얼른 기사를 클릭했다.

‘나에 관한 기사라는 거야?’

그 기사는 이서의 실력에 대한 칭찬을 연발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하이먼 스웨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재이며, 하이먼 스웨이조차도 그녀의 작품을 보고 탄복을 금치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서는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기사를 읽어 보았다. 그 기사에는 이서가 H국 출신이라는 것과 여태껏 문학 산업에 종사한 적이 없다는 것, 조만간 열릴 단편 대회의 인기 참가자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내가 정말 이런 사람이라면 두려울 게 전혀 없을 거야.’

이서는 의심스러웠다.

‘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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