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901 - Chapter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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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화

“윤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대단한 거죠.”박예솔이 주먹을 꽉 쥐었다.[윤이서의 배후에 있는 사람을 떼어내기만 한다면, 그 여자 하나쯤 처리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라고요.] “윤이서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군데요?” 긴장한 심가은이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 ‘매번 윤이서를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오는 걸 보면 보통 사람은 아닌 게 분명해.’ ‘설마... 이씨 가문인가?’ ‘하지만 이상언이 사랑하는 사람은 임하나잖아... 임하나는 윤이서의 친구일 뿐이고...’ [그건 알 필요 없어요.] 박예솔이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최근 윤이서가 단편대회에 참가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그런데 그 단편대회의 심사위원이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이시더라고요. 심가은 씨도 알고 있었어요?] 하이먼 스웨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져본 적 없던 가은이 이런 일을 알 리 없었다. [난 심가은 씨도 그 대회에 참가했으면 좋겠어요.]가은은 이 말을 듣자마자 즉시 거절했다.“싫어요, 나는 글을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사람이에요. 글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을 거예요.” [걱정할 거 없어요. 심가은 씨가 대회에 참가할 작품은 내가 준비할 테니까요. 심가은 씨가 해야 할 일은 결과를 발표하는 날에 잘 대응해서 내가 고용한 사람들이 회의장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돼요.] “결과를 발표하는 날 윤이서를 죽일 생각인 거예요?” [맞아요.]박예솔은 윤이서의 실력이라면 틀림없이 상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윤이서는 반드시 그 현장에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보안이 더 강화되겠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회의장은 별수 없을 거야.’ ‘어차피 지호 오빠의 늑대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이니까 윤이서를 죽이는 임무에만 집중을 다 할 거야.’ 심가은은 순간 흥이 났다.“알겠어요, 대회에 참석할게요.” ‘나는 윤이서를 죽일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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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진 지엽의 방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으나, 책상 위의 컴퓨터 화면만이 그의 눈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화면 속의 사람은 그것으로 하여금 그가 잠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대체 왜 심가은의 자료를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께 드리라는 건데? 물론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는 심가은이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의 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잖아.][만약 바뀐 아이가 또 바뀌었다면?]컴퓨터 화면 속의 구태우는 술 한 잔을 들고 지엽과 잡담을 하며 그의 흥미를 끌려고 했으나, 지엽은 자신만의 감정에 빠져 혼자 술을 따를 뿐이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한 구태우가 아예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저기요, 소씨 가문 도련님, 청승 좀 떨지 마세요. 저를 부른 건 도련님이시잖아요. 잠까지 줄여가면서 도련님이랑 같이 드리려고 그러는데, 혼자서만 술을 드시면 어떡해요.”컵을 내려놓은 지엽이 태우를 한 번 보았다.“난 여기에 다른 친구가 없잖아. 당연히 널 부를 수밖에 없지.”태우가 말했다.“외국에만 친구가 없는 건 아니잖아. 국내에도 없으면서... 말해봐, 윤이서 씨 일은 아직도 진전이 없는 거야?” 태우 역시 이서가 기억을 잃은 일을 알고 있었다. 지엽이 알려줬기 때문이었는데,말하자면 무심코 알게 된 셈이었다. 이전에 이서가 태우에게 조사를 부탁한 일들은 모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그는 그 일을 포기하려고 할 때, 심씨 가문의 아가씨가 한 살 때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서가 가은의 일을 언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 사실에 깊이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태우는 그 사실을 깊이 파헤친 후에야 하인에 의해 가은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이먼 스웨이의 자료를 찾아보고서야 하이먼 스웨이가 대여섯 살인 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상하다고 여긴 태우는 지엽에게 모든 사실을 알렸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는 계속 조사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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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지엽은 충격을 받은 태우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 술을 따랐다. ...이서는 전심전력으로 원고를 써야 했기에, 연회를 개최하는 일은 모두 하나와 상언에게 맡겼다. “이 선생님은 연회를 언제 개최하는 게 좋을 것 같으세요?”달력을 손에 든 하나는 가장 적합한 날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상언은 하나의 분홍색 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설렘을 느낀 상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입 맞추고 싶다.’“이 선생님, 제 말 듣고 계세요?”상언이 대답을 하지 않자, 하나가 불만스럽게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정신을 차린 상언이 미소를 지으며 하나의 허리를 껴안았다.“하나 씨는 언제가 좋을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얼버무리는 거예요?” 하나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앞으로는 이서를 여동생처럼 여겨줬으면 좋겠어요.”상언이 하나의 귓가에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만약 우리의 결혼 날짜를 정하는 거였다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봤을 거예요.”그는 또 한 번 설렘을 느꼈다. 하지만 하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그의 옆을 지나갈 뿐이었다. “이서가 연회에 몇 명이나 초대할 생각이라고 했었죠?”옅은 미소를 지은 상언이 대답하려던 찰나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그것은 실험실에서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고 안색이 변한 상언은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향했는데,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이미 말을 마치고 상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상언은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 가봐야 하는 거예요?”하나는 여전히 달력을 보면서 상언의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상언이 아주 부자연스럽게 대답했다.“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요, 그럼 저는 다른 거 먼저 보고 있을게요. 날짜는 이 선생님 오시면 다시 이야기해요.”“날짜도 하나 씨가 정해도 돼요.” 상언은 뒤에 덧붙이려던 말을 꾹 삼켰다.‘하나 씨가 안주인인 것처럼요.’호텔을 나온 상언은 곧장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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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홀은 상언과 통화를 하고서야 그의 실험실이 폐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똑똑히 알아보겠습니다.] 상언은 M국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천재 의사였으며, 이씨 가문 역시 만만치 않은 권력을 가진 가문으로써 지환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그의 이런 배경은 홀을 불안하고 애타게 했다. 홀은 부하 직원들에게 바쁘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는데, 외교부 장관 셔먼이 내린 명령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노발대발했다.“이렇게 황당할 수가! 외교부 장관 따위가 남의 실험실을 마음대로 폐쇄하는 게 말이 돼?! 그럴 자격이나 있고?”부하 직원이 말했다.[아무래도 이 선생님을 오랫동안 짝사랑한 케이티 씨가 원한을 품으신 모양입니다.]“그건 더 말이 안 되는 거잖아!”홀은 더욱 화가 났다.“자식의 분풀이를 위해서 이 선생님의 실험실을 폐쇄하다니, 일이 커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책임질 건데?!”수화기 너머의 부하 직원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대통령님께 직접 전화를 드려야겠어!”홀이 화를 냈다.[하지만 장관님... 셔면 장관님은 하지호 씨의 보호와 지지를 받고 계시는 분입니다.]부하 직원이 참지 못하고 홀을 일깨워 주었다. 이는 외교부 장관 셔면의 배후에 하지호가 있다는 뜻이었다.지호 역시 지환에 버금가는 제2의 재벌이었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라 할 수 있었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복잡한 관계라는 문제가 있었다.그래서 무턱대고 이 두 사람의 일에 끼어드는 것은 결코 이성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홀은 망설이기 시작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부하 직원이 말했다.[그리고 셔먼 장관님은 대통령님의 오랜 친구분이시기도 합니다. 장관님, 아무래도 이 일에는 끼어들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럼 이 선생님은...”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알았어.” 한숨을 쉰 홀을 상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간단히 알렸을 뿐, 그들의 일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막강한 권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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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하지호는 교활한 늑대로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호 쪽은 좀 어때?”이서가 없는 것을 확인한 상언이 물었다. “계획은 이미 진행 중이야.”“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호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잖아.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고수들이고... 그를 해치우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을 거야.”“누가 해치우겠대?”지환이 눈을 부릅뜨고 상언을 쳐다보았다. 상언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히 네가...”“하지호가 나를 살려준다면 나도 그를 살려주겠지만, 하지호가 이서를 건드린다면, 나도 그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야. 아마 아주 쓰라린 대가가 되겠지.”상언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위압적인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YS그룹은 이천의 인솔하에 H국에서 신에너지 자동차, 통신 설비, 부동산 등 각종 분야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어. 이 기세가 계속된다면 H국에서 하씨 가문의 생산공간은 급격히 축소될 거야. 그럼 하은철도 처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되겠지.”지환이 상언을 힐끗 보았다.“이래도 하지호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상언은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씨 가문 자체를 손에 넣겠다? 그건 좀 심했다, 너무 몰살하는 거 아니야?”“네가 H국에 처음 갔을 때, 하씨 가문이 널 많이 도와준 건 사실이잖아.”상언이 말했다.“하은철의 목숨을 지금까지 남겨둔 것만으로도 나의 몫은 다한 거 아닌가?”지환이 말했다.상언은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지환이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상언에게 말했다.“참, 최근 하지호는 정치인들의 배후를 봐주고 있어. 아마 YS그룹만이 목표는 아닌 것 같아. 너도 얼른 삼촌에게 단단히 준비하라고 알려드리는 게 좋을 거야.”“설마...”상언이 말했다.“미쳤구나, 너를 상대할 생각인 거야. 아주 작정을 한 거라고!”“하지호의 목표가 뭐든, 절대로 방심하지 마.”상언은 또 무슨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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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서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서가 완성한 원고를 지환에게 건네자 그가 말했다. “우선은 돌아가서 번역할 생각이야. 완성되는 대로 사람 시켜서 보내줄게.”“...”이서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지환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멍한 표정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자꾸 H선생님이 일부러 나를 외면한다는 생각이 들어.’ ‘잊어버린 기억을 찾으면 H선생님과 이렇게 어색할 필요도 없을 텐데...’ 이서의 생각을 전해 들은 하나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 “이서야,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 H선생님은 절대 너를 무시할 분이 아니셔.”의심에 찬 이서의 눈빛을 본 하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기억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 너는 지금 주어진 것에만 최선을 다하면 돼.”이서가 물었다.“너는 지금의 내 생활이 기억을 잃기 전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나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나, 확실한 대답을 해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서의 건강을 고려한 그녀가 말을 이어 나갔다.“당연하지, 이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어.”하나의 말을 들은 이서는 자연스레 의심을 거두었다. “이 선생님이랑은 어떻게 됐어?” “우... 우리야, 그냥 그렇지...”“너, 정말 여기서 일할 생각은 없는 거야?”이서가 상언이 감히 하지 못하는 질문을 했다. 하나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응, 프로젝트가 끝나는 대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야. 아무래도 내 생활패턴은 늘 국내에 있었으니까 이곳에 온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잖아. 그리고 혹시라도 이 선생님이 날 버리면 난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리는 거라고...”“그리고 여기서는 매일 머리 아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잖아. 그런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이서가 웃으며 물었다.“그럼 이 선생님이 여기 있는 모든 걸 버리고 너랑 H국으로 돌아간다면?”“그럴 리 없어.”하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이 선생님이 여기 있는 모든 걸 버리고 나랑 H국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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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그렇게 해도 괜찮겠어.’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이서가 말했다. 하나는 이서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방 밖으로 나갔는데, 뜻밖에도 방을 나서자마자 거실에서 통화 중인 상언을 보았다. “어떤 방법을 쓰든 이번 주 토요일까지는 실험실에 관련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해요! 다음 주에는 계속 실험해야 하니까요!”줄곧 차분한 모습을 보이던 상언이 화를 내고 있었다.“더 이상의 쓸데없는 말은 듣고 싶지 않네요. 그럴 시간이 있으면 빨리 가서 문제나 해결하도록 해요!!” 이 말을 마친 상언은 즉시 전화를 끊었고, 휴대전화를 소파에 던지려던 찰나 2층에 서 있는 하나를 보았다. 그가 얼굴에 만연한 노기를 급히 삭히며 말했다. “가려고요?” “네.” 하나가 입술을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내가 데려다줄게요.”상언은 차 열쇠를 들고 하나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향하던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나는 몇 번이고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결국 참아내야만 했다. ‘내가 귀국하면 우리의 감정도 끝날 거야.’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니까.’ ‘게다가 이 선생님은 가능한 한 빨리 결혼하기를 바라는 분이시잖아.’“저 먼저 가볼게요.”이 말을 마친 하나는 즉시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던 상언은 다소 피곤하다는 듯 하늘을 한 번 보고서야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호텔을 떠났다. 같은 시각.호텔 방 앞에 도착한 하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카드키를 꺼내어 방문을 열었는데, 하마터면 매우 놀라 고꾸라질 뻔했다. “왜 제 방에 있는 거예요?”마음을 가라앉힌 하나가 자신의 침대에 한가로이 앉아 있는 케이티를 혐오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케이티가 말했다.“이 나라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법이에요.”하나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이건 법을 어기는 거라고요!” “허, 그럼 경찰에 신고 하시던가요.”케이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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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하나가 냉소하며 말했다.“그런 일은 이 선생님께 말씀하셔야죠, 저한테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케이티가 말했다.“당연히 이 선생님께도 말씀드릴 생각이에요. 그저 임하나 씨가 이 선생님을 귀찮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될 뿐이죠.” 하나가 옅은 웃음을 지었다.“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저는 며칠 후에 귀국할 예정이라 이 선생님께 매달리고 싶어도 할 수 없거든요. 다만...” “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이 선생님이 저랑 같이 H국에 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요.” 하나의 말을 들은 케이티가 웃음을 터뜨렸다.“허, 꿈이 크네요! 이 선생님은 M국에서 큰 공을 세운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임하나 씨와 H국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요!” 하나 역시 케이티와 같은 생각이었으나, 막상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불편해지는 듯했다. “이 선생님이 저를 따라 H국으로 돌아갈 리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저는 왜 찾아오신 건데요?” 케이티는 말문이 막혔다.화가 난 그녀가 가방을 움켜쥔 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딱 기다려요, 조만간 이 선생님께 퇴짜 맞게 해줄 테니까요!”이 말을 마친 케이티는 하나를 매섭게 노려 보고서야 성큼성큼 호텔 방을 나섰다. 케이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나의 머릿속에는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가 끊임없이 메아리치는 듯했다. ‘그래, 이 선생님과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거야.’ ...이씨 가문의 고택.상언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부하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이 선생님, 셔먼 장관님의 비서와 연락을 해봤는데요. 실험실 재개를 원한다면 장관님의 자택을 직접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상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알았어요.” 그는 즉시 전화를 끊었다. 돌아오자마자 외출하려는 상언을 본 배미희가 그를 불러 세웠다. “또 어딜 가려고?”상언이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 그가 배미희의 질문에 대답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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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셔먼의 장원은 이씨 가문의 고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으나, 고풍스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장원의 집사가 상언을 거실로 안내했다. “이 선생님, 셔먼 장관님은 서재에서 급한 업무를 보시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 말을 마친 집사는 상언에게 차 한 잔을 대접하지도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셔먼은 족히 10여분이 지나서야 2층에서 내려왔는데, 상언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선생, 어쩐 일로 나를 다 찾아온 겁니까?”셔먼은 큰 키와 훤칠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비록 그의 얼굴에는 세월이 남긴 흔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젊은 시절의 풍모를 뽐내고 있었다. 상언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제 실험실을 폐쇄하셨다고 들었습니다.”셔먼은 전혀 얼굴을 붉히지 않았으며, 오히려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이 선생의 실험실이 폐쇄되었다고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상언이 한 번 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솔직하게 말씀해 주시죠. 저한테 원하시는 게 뭡니까?” 이 말을 들은 셔먼은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이 선생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죠.”“그래요, 이 선생의 실험실을 폐쇄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하지만 모든 건 이 선생을 위해서였죠.” 상언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셔먼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최근 대통령님의 마음에 드는 땅이 하나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땅의 주인인 몬토 씨는 꽤 고집스러운 사람이라 누가 설득해도 소용이 없더군요.” “그런데 이 선생이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한 적이 있다면서요? 이 선생이라면 그 사람을 설득해서 그 땅을 대통령님께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몬토 씨는 이 선생을 아주 존경하고 있을 테니까요.”“만약 이 선생이 이 일을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대통령님은 크게 감동하실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 선생에게도 좋은 일이지 않겠습니까?”상언이 냉소를 터뜨렸다.“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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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상언의 태도를 본 셔먼은 자신도 더 이상 빙빙 돌려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래요, 실험을 재개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몬토 씨를 설득하고 우리 딸과 결혼하기만 하면 되니까요.”셔먼이 웃으며 분위기를 완화시켰다.“이 선생, 이 선생이 이 두 가지 조건에 동의하기만 한다면, 나는 곧바로 이 선생의 실험실을 재개할 수 있어요.”상언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이 말을 마친 상언을 곧바로 고개를 돌려 떠났다.방에서 상언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케이티가 재빨리 2층에서 뛰어 내려왔다.“아빠...”아직 분노가 가시지 않은 셔먼이 케이티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이 선생은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실험실이 빨리 재개되지 않으면, 여태까지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 테니까.” 하지만 케이티는 안심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선생님은 고개를 숙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어림없지, 실험을 재개하려면 그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게다. 이건 대통령님이 어떤 땅을 지목했든 마찬가지였을 거야.”“대통령님도 실험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실 테니까...”셔먼이 말했다. “만약 주의를 기울이신다면요?”‘이 선생님의 가장 친한 친구는 하지환 대표님이셔. 만약 하 대표님이 이 일을 대통령님께 알린다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우리를 돕는 세력이 있으니 걱정할 거 없다. 아무 일도 없을 게야.”케이티를 위로한 셔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리면서 단정하게 앉아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전화가 연결되자, 셔먼의 태도는 더욱 공손해졌다.“하 사장님,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수화기 너머의 지호가 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 그 제안을 받아들이던가요?]고개를 숙인 셔먼이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아직이요... 하지만 10년간 진행한 중요한 실험을 이대로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실험을 재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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