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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지엽은 충격을 받은 태우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 술을 따랐다.

...

이서는 전심전력으로 원고를 써야 했기에, 연회를 개최하는 일은 모두 하나와 상언에게 맡겼다.

“이 선생님은 연회를 언제 개최하는 게 좋을 것 같으세요?”

달력을 손에 든 하나는 가장 적합한 날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상언은 하나의 분홍색 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설렘을 느낀 상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입 맞추고 싶다.’

“이 선생님, 제 말 듣고 계세요?”

상언이 대답을 하지 않자, 하나가 불만스럽게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정신을 차린 상언이 미소를 지으며 하나의 허리를 껴안았다.

“하나 씨는 언제가 좋을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얼버무리는 거예요?”

하나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앞으로는 이서를 여동생처럼 여겨줬으면 좋겠어요.”

상언이 하나의 귓가에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만약 우리의 결혼 날짜를 정하는 거였다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봤을 거예요.”

그는 또 한 번 설렘을 느꼈다.

하지만 하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그의 옆을 지나갈 뿐이었다.

“이서가 연회에 몇 명이나 초대할 생각이라고 했었죠?”

옅은 미소를 지은 상언이 대답하려던 찰나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그것은 실험실에서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고 안색이 변한 상언은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향했는데,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이미 말을 마치고 상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았어요, 금방 갈게요.”

상언은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 가봐야 하는 거예요?”

하나는 여전히 달력을 보면서 상언의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상언이 아주 부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요, 그럼 저는 다른 거 먼저 보고 있을게요. 날짜는 이 선생님 오시면 다시 이야기해요.”

“날짜도 하나 씨가 정해도 돼요.”

상언은 뒤에 덧붙이려던 말을 꾹 삼켰다.

‘하나 씨가 안주인인 것처럼요.’

호텔을 나온 상언은 곧장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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