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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서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서가 완성한 원고를 지환에게 건네자 그가 말했다.

“우선은 돌아가서 번역할 생각이야. 완성되는 대로 사람 시켜서 보내줄게.”

“...”

이서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지환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멍한 표정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자꾸 H선생님이 일부러 나를 외면한다는 생각이 들어.’

‘잊어버린 기억을 찾으면 H선생님과 이렇게 어색할 필요도 없을 텐데...’

이서의 생각을 전해 들은 하나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

“이서야,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 H선생님은 절대 너를 무시할 분이 아니셔.”

의심에 찬 이서의 눈빛을 본 하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

“기억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 너는 지금 주어진 것에만 최선을 다하면 돼.”

이서가 물었다.

“너는 지금의 내 생활이 기억을 잃기 전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나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나, 확실한 대답을 해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서의 건강을 고려한 그녀가 말을 이어 나갔다.

“당연하지, 이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어.”

하나의 말을 들은 이서는 자연스레 의심을 거두었다.

“이 선생님이랑은 어떻게 됐어?”

“우... 우리야, 그냥 그렇지...”

“너, 정말 여기서 일할 생각은 없는 거야?”

이서가 상언이 감히 하지 못하는 질문을 했다.

하나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응, 프로젝트가 끝나는 대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야. 아무래도 내 생활패턴은 늘 국내에 있었으니까 이곳에 온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잖아. 그리고 혹시라도 이 선생님이 날 버리면 난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그리고 여기서는 매일 머리 아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잖아. 그런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서가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이 선생님이 여기 있는 모든 걸 버리고 너랑 H국으로 돌아간다면?”

“그럴 리 없어.”

하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 선생님이 여기 있는 모든 걸 버리고 나랑 H국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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