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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진 지엽의 방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으나, 책상 위의 컴퓨터 화면만이 그의 눈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화면 속의 사람은 그것으로 하여금 그가 잠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대체 왜 심가은의 자료를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께 드리라는 건데? 물론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는 심가은이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의 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잖아.]

[만약 바뀐 아이가 또 바뀌었다면?]

컴퓨터 화면 속의 구태우는 술 한 잔을 들고 지엽과 잡담을 하며 그의 흥미를 끌려고 했으나, 지엽은 자신만의 감정에 빠져 혼자 술을 따를 뿐이었다.

흥미를 느끼지 못한 구태우가 아예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기요, 소씨 가문 도련님, 청승 좀 떨지 마세요. 저를 부른 건 도련님이시잖아요. 잠까지 줄여가면서 도련님이랑 같이 드리려고 그러는데, 혼자서만 술을 드시면 어떡해요.”

컵을 내려놓은 지엽이 태우를 한 번 보았다.

“난 여기에 다른 친구가 없잖아. 당연히 널 부를 수밖에 없지.”

태우가 말했다.

“외국에만 친구가 없는 건 아니잖아. 국내에도 없으면서... 말해봐, 윤이서 씨 일은 아직도 진전이 없는 거야?”

태우 역시 이서가 기억을 잃은 일을 알고 있었다. 지엽이 알려줬기 때문이었는데,

말하자면 무심코 알게 된 셈이었다.

이전에 이서가 태우에게 조사를 부탁한 일들은 모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그는 그 일을 포기하려고 할 때, 심씨 가문의 아가씨가 한 살 때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서가 가은의 일을 언급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 사실에 깊이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태우는 그 사실을 깊이 파헤친 후에야 하인에 의해 가은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이먼 스웨이의 자료를 찾아보고서야 하이먼 스웨이가 대여섯 살인 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상하다고 여긴 태우는 지엽에게 모든 사실을 알렸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는 계속 조사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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