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1361 - Chapter 1370

1398 Chapters

제1361화

‘사실 지금은 심씨 가문에서 지내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물론 우리 부모님만 생각했을 땐 그렇지.’ “그런데 왜 갑자기 나한테 심씨 가문을 떠나라고 하는 거예요?” 소희가 의아한 듯 묻자, 현태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둘이 결혼하면 소희 씨는 굳이 심씨 가문에 있을 필요가 없고, 자연스레 심씨 가문 사람들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얘기였어.]소희는 이 말에 순간 굳어버렸고, 한참 후에야 작게 중얼거렸다.“지금... 나한테 프로포즈하는 거예요?” 수화기 너머에서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현태가 다소 쩔쩔매며 입을 열었다. [응, 하지만 소희 씨, 너무 부담 갖지는 마. 지금 당장 결혼하자는 건 아니니까.] [만약 소희 씨가 결혼이 부담스러우면 동거부터 시작해도 되고, 내가 책임지지 않을까 봐 걱정되면 혼인신고부터 해도 돼... 아,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현태가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는 소리에 소희는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결혼하는 건 너무 이른 것 같아요.”이 말을 들은 현태는 실망한 듯 말했다. [아무래도 그렇지...] 하지만 소희는 곧 밝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하지만 동거는 괜찮은 것 같아요.” 현태의 눈빛이 다시 반짝였다. [그러면 언제쯤... 아니다, 먼저 집부터 알아봐야겠네. 하 대표님 댁 옆에 있는 그 빌라는 어때? 거기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거든!]현태가 신이 나서 미래 계획을 늘어놓자 소희는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혹시 벌써 다 알아보고 준비한 거 아니에요?” 그 말에 현태는 들킨 듯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비록 전화기 너머라 현태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희는 현태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그렇게 덩치 크고 무뚝뚝한 사람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을 걸 상상하니까... 꽤 귀엽네.’ ‘역시 겉으론 거칠어 보여도 속은 섬세한 사람이야.’ 현태는 겉보기엔 무뚝뚝하고 서툴
Read more

제1362화

이서가 회사를 고이서에게 맡긴 이후, 고이서는 말 그대로 절대 권력을 손에 쥔 듯 독단적인 전횡을 일삼으며, 누구든 자기 앞에서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내놓기만 하면 갖가지 이유로 해고당하기 일쑤였다.심지어 이유조차 없이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덕분에 직원들은 매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고이서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상황에서 고이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누구 하나 반박하려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맞습니다, 자기 힘으로 얻은 것도 아니니 부러워할 필요는 없죠. 솔직히 어릴 때 잃어버렸다가 20년 넘게 지나서야 겨우 찾은 거잖아요. 그동안 심씨 가문에 무슨 도움이 된 것도 아닐 거예요. 심씨 가문이 그렇게 성장하는 데 심소희 씨가 한 게 뭐가 있겠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자신이 한 말이 고이서의 처지와 똑같다는 사실을 몰랐다. 고이서는 그 사람의 말이 끝나자마자 얼굴이 굳어졌지만, 그 사람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는 상황이 딱 이거라니까요?”“그만 좀 하세요!”고이서가 싸늘하게 소리치자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고이서를 쳐다봤는데, 그중 유일하게 소희만이 고이서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이서는 자신의 반응이 과도했다는 것을 깨닫고, 곧 차가운 얼굴로 소희를 향해 말했다. “심소희 씨? 저도 그쪽을 잘 알아요. 윤 대표님과 아주 친한 친구라면서요? 하지만 그쪽이 모르는 게 있다면, 윤 대표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제게 회사를 맡겼다는 거예요.” 고이서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덧붙였다. “저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사람이에요. 심소희 씨가 심씨 가문 사람인 것도, 회사 기밀을 빼돌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지만 제가 믿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을 저처럼 쉽게 믿지 않을 테니 눈치껏 행동하길 바라요. 만약 회사 기밀이 유출된다면, 이사회는 가장 먼저 심소희
Read more

제1363화

현태의 차가 막 출발하려던 찰나, 뒤쪽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차 한 대가 보였다. 소희가 그 차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고이서예요.” 차가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걸 본 소희가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상하네요. 굉장히 급한 것 같은데 이서 언니가 입원했다는 소식에 저렇게 급히 병문안을 가는 걸까요? 고이서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요.” 소희는 고이서가 급히 병원으로 향하는 이유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하던 중, 갑자기 귀에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사모님이 입원했다고?” 현태는 심각한 얼굴로 물었고, 그 표정에 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짜 입원했으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여유롭게 앉아 있을 것 같아요?” 현태는 소희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괜히 놀랐네. 하하, 다행이다.” 안심한 현태는 소희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한편, 고이서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이서는 이미 의사와 이야기를 마친 뒤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이 병원은 집도 아니고 병실도 아니었지만 이서는 꽤 익숙한 듯 침대에 몸을 기댔다. 물론 이 병원은 지환이 소유한 병원이었지만, 이서는 누운 채로 문밖에서 들리는 급한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의사를 바라봤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눈짓을 보냈는데, 간호사는 이미 고이서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문 앞에 서 있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이서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내 문밖에서 고이서의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 대표님!” 간호사는 약속한 대로 고이서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지금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고이서는 병실 안쪽을 힐끔 바라보며 조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환자의 친구예요. 그래서 급하게 온 거라고요!” 간호사는 망설이다가 의사를 바라봤고, 의사는 고이서에게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환자분의 친
Read more

제1364화

“그래.” 고이서는 목소리를 한층 부드럽게 가다듬고, 이서를 바라보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 이서가 별다른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고이서는 안심한 듯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었다. “너는 윤씨 가문의 딸인 윤이서이고, 나는 어릴 때부터 너랑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야.”고이서는 이서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이서가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고이서는 안도하며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이서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고이서를 바라보았는데, 그 말에 고이서는 속으로 기뻐하며 곧장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의사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노인성 치매와 유사한 증상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고이서는 재빨리 대답했다. “네,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검사받겠습니다.” 의사는 이서를 힐끗 바라보았고, 이서가 고개를 끄덕이고서야 미소를 지었다.“환자분도 동의하셨으니, 먼저 수납부터 진행해 주시죠.” 의사는 고이서에게 진료비 명세서를 건넸는데, 명세서를 본 고이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6천 400만원이요...?”‘단순히 치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검사가 6천 400만원이나 한다고?’고이서는 순간 마음이 불편했지만, 곧 윤씨 가문과 이서가 소유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회사가 떠올랐다. ‘그래, 윤씨 가문을 차지하려면 이 정도 돈은 투자해야 해. 어차피 나중에 회삿돈으로 메우면 되는 거니까.’ 마음을 다잡은 고이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지금 바로 수납할게요.” 고이서가 수납처로 향하자, 의사는 고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수납하실 때 서명도 잊지 마세요!” “네!” 고이서는 걸음을 서두르며 대답했다. 수납처로 향하는 고이서의 구두 굽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이서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이서는 수납을 마치고 돌아왔고, 이서는 검사받기 위
Read more

제1365화

그 시각,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상언이 지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어젯밤에 구급차를 부른 건 이 모든 상황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고 한 거구나. 나는 너한테 정말 큰일이 난 줄 알고 걱정했잖아.” 지환은 상언의 손이 얹힌 어깨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이서가 이렇게까지 한 것은 단지 자신이 계획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지환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했다. 이서는 지환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상언에게 곧바로 전해질 것이고, 상언을 통해 하나에게도 전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가 알게 되면, 그 소식은 빠른 속도로 그들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퍼질 것이었다. 이서가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행동했기에, 지환으로서는 이서의 배려가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서를 그냥 고이서한테 보내 버린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 고이서는 분명 이서를 윤씨 가문으로 데리고 갈 텐데, 윤씨 가문에서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돼.” 상언은 병원보다 이서의 안전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이서의 진짜 출생 비밀을 알게 된 후부터 상언은 윤씨 가문 사람들이 이서를 제거하려고 할까 봐 내심 불안해했다. 그런 상언의 말에 하나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서가 윤씨 가문에 가는 게 정말 괜찮을까요? 윤씨 가문 사람들이 이서를 없애고 회사를 차지하려 들면 어떡해요?”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상언은 단호하게 말했다. “고이서는 이미 이서에게 꽃차로 노인성 치매 증세를 보이게 하는 데 성공했으니,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살인을 저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선생님 말도 일리가 있어.’ 조금 안심이 된 하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이서가 윤재하의 친딸이 아니라면, 친부모님은 누구일까요? 혹시, 아직 살아계실까요?” 이서 입장에서는 윤재하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
Read more

제1366화

“윤이서를 돌보라고?”성지영이 흥미 없다는 듯 조롱의 미소를 지었다.‘웃겨 죽겠네. 윤이서가 우리를 돌봐도 모자랄 판국에 우리더러 윤이서를 돌보라니!’ 고이서는 성지영의 눈동자를 마주하자마자 성지영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이서는 이서가 있는 방향을 힐끗 보았는데, 이서는 호기심에 찬 눈동자로 다른 곳을 살피느라 그들의 대화를 개의치 않고 있었다. 고이서는 얼른 고용인을 불렀다.“아주머니, 제 가장 친한 친구인 윤이서예요. 이서 좀 먼저 데리고 올라가 주세요.”전인숙은 ‘가장 친한 친구’라는 말을 듣자마자 고이서의 의도를 깨닫고 이서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고이서는 이서가 자리를 떠나고서야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엄마, 제가 윤이서를 치매 환자로 만든 건 윤이서의 손아귀에 있는 윤씨 그룹을 위해서였어요. 엄마가 윤이서를 돌보지 않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달려와 윤이서를 편하게 돌보려 할 거라고요. 그때가 되면 윤이서도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을 거예요. 엄마, 윤씨 그룹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겠죠?” 우물쭈물하던 성지영이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당연히 윤씨 그룹을 원하지만...”성지영은 마음속에 불만이 피어올랐지만 고이서의 날카로운 눈빛에 감히 말을 이을 수 없었다.성지영의 마음을 알아차린 고이서가 말을 이었다. “엄마, 윤이서를 최대한 다정하게 돌봐야 해요. 윤이서를 잘 돌보기만 하면 몇조를 손에 쥘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지지 않겠어요?” 이렇게 생각하니 성지영의 마음은 확실히 편안해졌다.하지만...‘내가 윤이서를 돌봐야 한다고? 왠지 초조한 마음이 생기는데...대체 왜 이런 거지?’‘아무리 우리가 윤이서의 친부모가 아니라지만, 우리는 윤이서를 키웠으니까 당연히 회사를 넘겨받을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게 회사를 돌려받아야 하는 거냐고.’성지영은 점차 울화가 치미는 듯했지만, 곧 윤씨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애써
Read more

제1367화

이서는 그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테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해 이제야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서는 진실을 알면서도 성지영과 윤재하가 자신의 인생을 망친 것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없었고, 이 집에서 그들을 상대로 연기해야만 했다. 이렇게 생각한 이서의 마음속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다만 이서를 더욱 무력하게 한 것은 지신이 지금까지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그들이 아직 살아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이서가 생각에 잠길 즈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이서는 얼른 슬픈 감정을 가라앉히고 문밖을 향해 입을 열었다.“들어오세요.”문을 열고 들어온 성지영의 얼굴에는 억지 미소가 만연했는데, 처참히 시들어버린 국화꽃보다 더 못해 보일 지경이었다. 이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성지영을 바라보았고, 성지영은 이서가 치매여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나는 고이서의 엄마란다.”노인성 치매 앞에서, 성지영은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서야, 나를 기억하니?”이서는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당연히 기억하지.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을 수 있겠어?’ ‘나는 잿더미가 되어도 당신 얼굴을 똑똑히 기억할 거야.’ ‘당신들이 나를 어떻게 희생시키고, 어떻게 윤이서로 만들어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했는지 똑똑히 기억할 거라고!’ 이서의 대답을 들은 성지영은 내심 기뻤으나, 동시에 마음속에 한 가닥의 두려움이 스치는 것을 느꼈다.‘저 순진한 눈빛, 무식해 보여도 어딘지 모르게 두렵단 말이지.’‘마치 내 비밀이 낱낱이 드러낼 것만 같아.’ ‘아니야, 윤이서가 아무것도 모르는 이상, 우리는 모든 계획을 성공할 수 있을 거야.’‘하지만...’성지영이 이서의 망연자실한 두 눈동자를 바라보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의심을 억눌렀다.‘그래, 말도 안 돼. 윤이서가 우리의 계획을 알았다면 치매 환자가 되진 않았을 테니까
Read more

제1368화

성지영이 난감함에 땀을 뻘뻘 흐리던 그때, 고이서가 모습을 드러냈다.성지영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이서를 구원자처럼 느끼며 입을 열었다.“이 아이가 자기 부모님에 대한 질문을 하더구나.’고이서는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우리 엄마도 이제 나이가 드셔서 그런지 오락가락하시는 모양이야.”‘이럴 줄 알고 모든 계획을 세워뒀지!’“이서야, 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잊은 거야?”이서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전혀 기억이 안 나.” 고이서는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또 이서의 질문이 들려왔다. “그나저나 너희 집은 돈이 엄청 많은 것 같아.” “우리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면, 나는 아주 힘들게 살았을 텐데, 우리는 어떻게 친구가 된 거야?” 고이서는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어떻게 치매 환자가 이렇게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하는 거지?’만약 의사가 발행한 검사 결과지가 없었다면, 고이서는 이서가 연극을 벌이는 것이라 의심했을 것이었다. ‘안되겠어. 나중에 노인성 치매가 정말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게 맞는지 조사해 봐야겠어.“아, 그건...”고이서는 재빨리 대응책을 생각해 냈다.“네 부모님이 네가 성인이 된 후에 돌아가셔서 그래. 그때 우리는 이미 친한 친구였지. 물론 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네 집안이 조금 어려워지긴 했지만, 너는 탁월한 능력으로 금방 집안의 경제적 상황을 일으킬 수 있었어.” 고이서의 대답을 들은 이서는 마음속으로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 제법인데?’그 순간, 시선을 탁자 위의 과일로 옮긴 이서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오래전, 이서와 하은철이 아직 얼굴을 붉히기 전에, 이서는 자주 하은철에게 과일을 선물해 주곤 했었다. 하지만 하은철은 그 과일들을 모두 버려 버렸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성지영은 이서가 제대로 된 과일을 고르지 못한 탓이라 질책하기 일쑤였다. ‘윤이서가 하은철을 그렇게 만든 거야.’성지영은
Read more

제1369화

이서는 또 말을 덧붙였다.“달았으면 좋겠어. 달지 않은 건 싫어.” “물론이지.”“블루베리도 먹고 싶고, 사과랑 배랑...”이서가 과일 이름을 줄줄이 뱉자, 처음에는 여유롭던 고이서가 열 번째 과일이 호명되는 순간 급히 핸드폰을 꺼내어 이서가 말한 과일들을 모두 기록했다.그 과일은 무려 256가지 달했는데, 이서는 ‘무조건 달아야 한다’는 한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처음에는 성지영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으나, 이서가 말끝마다 달콤한 과일을 원한다고 하자 옛일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성지영은 기억이 다소 흐릿해졌지만, 하은철에 관한 일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참, 하은철이 윤이서가 고른 과일이 달지 않다고 성질을 냈다고 했었지.’ ‘윤이서가 보낸 과일을 매번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고.’ ‘하지만 윤이서는 조금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과일 고르는 방법을 배우려고 하진 않고, 그냥 내 앞에 와서 울며불며 징징거리기 일쑤였어.’ 그때의 일을 떠올린 성지영은 이서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 맞다.”바로 그때, 이서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것인지 간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게...” 고이서와 성지영은 거의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지만, 억지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왜 그래?” “두 사람은 이 세상에 남은 제 유일한 가족이에요. 저한테 최선을 다해주실 거죠, 그렇죠?” 고이서는 애원하는 듯한 이서의 얼굴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만, 성지영은 체면을 지키고 싶었다. 이서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성지영을 보며 두 눈을 깜박거렸는데, 재촉하지도 않은 채 말 그대로 조용히 성지영의 눈동자만을 응시했다. 성지영은 속으로 소름이 끼쳤지만,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그, 그럼.”원하던 답안을 얻은 이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이서의 손을 잡았다.“그럼 과일도 두 사람이 직접 따주면 안 될까?” “다른 사람이 딴 건 싫어. 그 사람들이 내 과일에 몰래 독을
Read more

제1370화

상대가 병원 주임이라는 것을 확인한 고이서가 말했다. “조대훈 선생님을 고소할 생각입니다.조대훈은 이서에게 치매가 있다는 진단을 내린 의사였는데, 주임은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듯 아주 침착하게 물었다.[무슨 일로 조대훈 선생님을 고소하신다는 거죠?] “조대훈 선생님의 진단에 아주 심각한 오류가 있더군요.” 주임은 이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엄숙해졌다.[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고이서는 상대의 목소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듣더니 상대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다소 건방진 미소를 띠었다. “네, 제 친구는 20대라서 절대 치매일 리가 없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전혀 증상이 없었다고요. 저는 조대훈 선생님의 실력이 부족한 탓에 오진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임은 낮게 말했다.[20대라면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긴 하지만, 최근엔 젊은 나이에도 기억력 감퇴나 치매와 같은 증상이 발생한 환자가 적지 않아요.] [학계는 이런 현상을 ‘치매의 조기 발병’이라고 부르죠.][조대훈 선생님은 우리 과의 젊고 유능한 의사입니다. 오진 같은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럼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다면, 친구분을 모시고 다른 병원에 가서 재검사받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고이서는 이것이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다.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듯 행동하면, 오히려 윤이서에게 경고하는 꼴이 될 거야.’‘그리고 윤이서가 정말 노인성 치매인 데다가, 윤이서를 다른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받는 와중에 심소희나 임하나라도 만나면, 그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고!’이리저리 생각하던 고이서는 차라리 직접적으로 묻는 것을 택했다.“그럼 조대훈 선생님이 오진한 게 아니라, 일부러 그런 결과를 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제 말은.”고이서는 이를 악물었다.“가짜 진단서를 위조한 건 아니냐는 거죠!” 주임은 이 말을 듣자마자 벌컥 화를 냈다.[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조대훈 선생님뿐만 아니라 우리 병원 전체를 모
Read more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